[고전강좌] 제1강 :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

[리환]

헨리 조지, <진보와 빈곤>

김윤상(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김윤상_진보와빈곤.pdf

그 무렵에 말로만 들었던 책,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을 읽었다. 아쉽게도 완역본이 아니라 발췌 번역한 축약본이었고 …… 내가 20대에 마지막으로 읽은 고전이었다 …… 처음 읽었을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내게 <진보와 빈곤>은 꿈을 일깨우는 책이다. 조지는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푸른 오아시스를 보여주었다. 삭막한 대도시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의 가슴에 망각해버렸던 이상을 되살리고 열정을 불러일으켰다. <진보와 빈곤>은 과학 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오늘날에도 민중의 삶이 이렇게 힘들고 팍팍한 이유를, 그 숨겨진 비밀을 밝혀주는 책이다. (유시민, <청춘의 독서>)

헨리 조지

헨리 조지(Henry George, 1839~1897)는 미국에서 태어나 남북전쟁이 발발하고 대륙횡단 철도가 부설되는 등 급변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살았다. 정규교육도 거의 못 받았으며 어린 나이 때부터 온갖 직업을 전전하면서 절망적인 빈곤을 체험하였다. 이런 개인적 경험을 통해, 사회가 눈부시게 발전함에도 불구하고 가난이 사라지지 않는 원인을 밝히고 제거하는 일을 일생의 과업으로 삼게 되었다. 헨리 조지는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독학으로 사상적, 학문적으로 높은 수준에 도달하여 뛰어난 언론인, 사회개혁가, 저술가로서 명성을 날렸다

   1879년의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을 비롯하여 <사회문제>, <노동 빈곤과 토지 정의>, <정치경제학>을 비롯하여 수많은 저서, 강연, 기사를 남겼다. 그 중 <진보와 빈곤>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오늘날에도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꾸준히 발매되고 있다.

   <진보와 빈곤>의 성공으로 인해 헨리 조지는 세계적인 명사가 되어 미국 내는 물론이고 유럽과 호주 등에 강연 초청을 받아 많은 여행을 하였다. 언론인으로서, 토지개혁 및 조세개혁 운동가로서 맹렬하게 활동을 하였으며, 학계에서도 상당한 주목을 받아 교수로 부임할 기회도 있었으나 헨리 조지가 기성 학계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었던 때문인지 성사되지는 못했다.

   헨리 조지는 노동자층의 열렬한 추대를 받아 두 차례 뉴욕 시장에 출마하였다. 당시 부패했던 정치판에서 선전을 하였으나 첫 번째는 차점으로 낙선하고 두 번째는 처음부터 건강이 안 좋은 상태에서 무리한 캠페인을 벌이다가 투표일 4일 전에 뇌일혈로 사망하였다. 장례식은 10만을 넘는 인파가 조문을 하는 등 세계적인 관심 속에서 치러졌다.

헨리 조지의 경제사상

헨리 조지의 경제사상의 핵심은 생산과 교환의 자유를 보장하고 노력과 기여의 대가를 생산자에게 모두 귀속시키되 인간의 노력과 무관하게 천부된 토지 내지 자연은 공유로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자연이 공유 대상이라고 해도 생활과 생산을 위해서는 그 일부를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그럴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사회에 납부하게 함으로써 실질적인 공유를 달성하자고 하였다.

   자본과 토지라는 생산요소의 사유를 바탕으로 하는 자본주의, 두 생산요소의 공유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주의를 각각 정(正)과 반(反)이라고 한다면 헨리 조지의 경제사상은 이를 지양하는 합(合)으로서 자본사유, 토지공유(資本私有, 土地公有)의 제3의 이데올로기가 된다.

   헨리 조지는 자본주의의 병폐를 통렬히 비판하였다는 점에서는, 21세 연상이었던 마르크스와 공통되지만 병의 원인 진단과 처방에 있어서는 아주 달랐다. 헨리 조지는 마르크스를 “멍청이 나라의 왕자”, “매우 피상적인 사상가이며 부정확하고 악의에 찬 용어에 빠져 있다”고 보았다. 헨리 조지가 매우 독특한 가치로 중시하였던 ‘지대’를 마르크스는 다른 생산요소의 대가와 구분하지 않고 ‘잉여가치’에 포함시켰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마르크스도 “조지는 잉여가치의 본질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헨리 조지 식의 토지개혁운동을 “자본주의자의 마지막 저항”이라고 비판하였다.

   그런데도 <진보와 빈곤>이 국제적으로 널리 보급되면서 강렬한 문제의식과 열렬한 이상주의가 진보적 양심세력을 광범위하게 일깨움으로써 당시 침체되어 있던 유럽의 사회주의가 부활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진보와 빈곤>의 토지사상

<진보와 빈곤>의 내용을 간추리자면 “사회가 눈부시게 진보함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그리고 주기적으로 경제 불황이 닥치는 이유는 토지사유제로 인해 지대가 지주에게 불로소득으로 귀속되기 때문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대조세제(land value taxation)를 실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대조세제는 매년 토지소유자에게서 지대를 징수하여 가장 우선적인 정부수입으로 삼는 제도이다. 이 때 세액은 토지를 임대한다고 할 때 받을 수 있는 연간 임대료에 해당한다. 토지소유자는 토지의 사용이나 거래는 현재처럼 알아서 결정하지만 토지가치에 관한 한은 마치 정부로부터 토지를 빌려 쓰는 것처럼 임대가치를 납부한다는 것이다.

   지대조세제를 실천에 옮기면 여러 가지 커다란 사회변화가 나타난다. 그 중 토지문제와 관련하여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실수요자가 아니면 토지를 소유하지 않게 되고 토지투기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또한 지대세를 징수하면 경제에 부담을 주는 다른 조세를 그만큼 감면하게 되므로 경제가 활성화된다. 예를 들어 소득세는 생산의욕을 줄이고 부가가치세는 상품가격을 올림으로써 경제를 해친다. 그러나 지대세를 부과한다고 해서 토지가 줄어든다거나 토지의 사용이나 거래가 위축되는 일이 없어 경제에 전혀 부담을 주지 않는다. 이처럼 경제에 해로운 세금을 줄이고 해가 되지 않는 세금으로 대치한다면 당연히 경제가 좋아진다. 더구나 현실에서는 투기 목적으로 토지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지대세를 부과하면 이런 토지의 사용도가 높아지므로 경제에 적극적인 도움이 된다.

   <진보와 빈곤>의 토지사상은 19세기 후반 구미 사회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예를 들어 톨스토이는 헨리 조지의 영향을 받아 스스로 자신의 토지를 포기하였을 뿐 아니라 노년기의 대표작인 <부활>에서 주인공 네플류도프가 헨리 조지의 사상을 실천하는 모습을 자세히 묘사하기도 하였다. 또 손문은 삼민주의 가운데 민생주의에 헨리 조지의 토지개혁 방법을 도입하였는데 이 영향은 오늘날에도 대만의 토지제도에 깊이 남아 있다.

오늘의 헨리 조지 사상

헨리 조지의 사상은 미국, 대만, 호주, 덴마크,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여러 나라의 토지제도에도 흔적을 남기고 있으며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헨리 조지 사상을 보급하고 실천하는 운동이 맥을 잇고 있다. 특히 토지투기로 인해 깊은 상처를 입은 우리나라에서는 80년대부터 헨리 조지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헨리 조지 사상에 동의하는 이정우 교수가 참여정부의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으면서 국내에서 큰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오늘날 헨리 조지 사상은 학계에서나 현실 제도 면에서나 뚜렷한 영향력을 갖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결과가 생긴 이유는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로, 전통적인 자본주의와 이를 개혁하려는 사회주의의 2대 진영이 세계의 실권을 장악하여 오면서 제3의 대안을 허용하지 않았다. 둘째로, 토지의 독자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통성을 가진 신고전학파와 좌파가 양대 진영의 이론적 지주가 되어 20세기 경제학계의 주도권을 장악하여 왔기 때문에 제3의 대안은 학계에서조차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다. 셋째로, 그러한 가운데 사람들이 지대조세제라는 멋진 대안이 있는 줄을 잘 모르게 되고 또 이 제도는 토지소유를 통해 손쉽게 사회를 지배하고 기득권을 유지해 나가는 계층을 위협하는 제도이기도 하여 그 실현이 더욱 어렵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헨리 조지의 사상은 다음과 같이 현대의 절실한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첫째로, 헨리 조지 사상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지양하는 제3의 이데올로기로서 미래 세계와 통일한국의 기본 이념이 될 수 있다.

   둘째로, 토지를 포함한 자연을 배타적으로 사용하는 (또는 오염시키는) 사람은 공동체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는 지대조세제의 원리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사상적 기초가 된다.

셋째로, 토지투기가 주기적으로 재발하면서 사회정의와 경제의 효율성에 점점 더 큰 피해를 주고 있는데 토지투기를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방안은 지대조세제뿐이다.

   넷째로, 재분배를 혐오하는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복지에 대한 거부감이 강력하다. 그러나 지대에 대해서는 모든 국민이 동일한 지분을 가지고 있으므로, 지대세를 복지 재원으로 삼는다면 자기 돈으로 자기 삶을 보장할 수 있어 이러한 거부감을 잠재울 수 있다.

비판적으로 다시 보기

1) 단일세?

 -세입 충분성 검토 필요

 -타 조세 감면하고 토지, 자원, 환경으로 과세 대상 확대하면 세수 증가

2) 즉시 도입?

 -지대세 - 점진적 도입 불가피

 - 지대이자차액세 - 즉시 도입 가능

3) 지대 공유가 탈빈곤/사회개선의 충분조건?

 -토지 외에 자금, 노하우 등 창업 기회의 실질적 보장

 -정치만이 아니라 경제․사회 전반의 민주화 통해 특권 없애기

 -특권 설정이 불가피하면 특권이익 (=지대, rent) 환수

중요 문장 발췌

* 헨리 조지의 사상을 잘 나타내는 문장을 『진보와 빈곤』 등에서 뽑아 보았습니다.

□ 단순하고 자명한 두 원리는 다음과 같다.

1. 모든 사람은 자연이 베풀어준 것을 사용하고 향유할 평등한 권리를 가진다.

2. 각인은 자신의 노동에 의해 생산한 것을 사용하고 향유할 배타적인 권리를 가진다.

   두 원리 사이에는 모순이 없고 오히려 상관성이 있다. 노동의 산물에 대한 개인의 완전한 권리를 보장하려면 자연이 베풀어 준 것을 공동의 재산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보호무역과 자유무역』)

□ 이러한 변화가 노동시장에 미칠 효과를 생각해 보자. 현재와 같은 일방적인 경쟁은 사라진다. 노동자가 일자리를 얻기 위해 경쟁을 벌여 임금이 최저 생존 수준으로 하락하는 대신, 어디서든지 고용주가 노동자를 구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임금은 정당한 수준으로 올라간다. 왜냐하면 노동수요에 있어 최대의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자가노동 수요가 노동시장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경쟁자는 인간의 욕구가 완전히 충족되기 전에는 절대로 노동수요를 멈추는 일이 없다. 이 때 고용주는 교역 확대와 이윤 증대라는 자극을 감지하는 다른 고용주와도 경쟁을 해야 하며 또 토지독점을 막는 조세제도로 인해 활짝 개방된 자연의 기회를 이용하여 자가노동을 하려는 사람과도 경쟁을 해야 한다. (『진보와 빈곤』)

□ 토지사유제를 인정해야 토지를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실은 그 반대이다. 토지를 사유재산으로 하면 적절한 사용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 ..... 토지사유제는 다른 기준으로도 그렇지만, 토지의 최선사용이라는 기준으로 보더라도 불합격이다. 토지사유제는 적절한 토지사용의 확보라는 면에서는, 돼지고기를 익히기 위해 집을 불태우는 것처럼 낭비적이고 불확실한 방법이다. (『진보와 빈곤』)

□ 사회조직에서의 경쟁은 신체조직에서 무의식적으로 뛰는 맥박과 같은 역할을 한다. 경쟁도 맥박처럼 자유롭게 작용하도록 해주기만 하면 된다. 자유로운 경쟁이 불가능한 영역에는 국가의 간섭이 필요하다. 비유하자면 신체조직에서 무의식적 기능과 의식적 기능이 구분되는 것과 같다. 이런 구분이 존재하는데도 극단적인 사회주의자나 개인주의자는 이를 무시한다. 극단적인 개인주의자는 배고프면 자동적으로 음식이 생긴다고 하는 사람과 같고 극단적인 사회주의자는 의식적으로 위장에게 음식의 소화 방법을 지시해 주는 사람과 같다. (『보호무역과 자유무역』)

□ 위대한 대중운동을 출범시키고 유지해가려면 지식보다는 도덕심에, 이기심보다는 이해심에 호소하여야 한다. 개인 개인은 그렇지 않을 수 있어도 집단으로서의 인간은 지적인 인식보다는 정의감이 더 예민하고 진실하기 때문이다. 문제를 옳고 그름의 문제로 제기하지 않으면 사회적인 논의를 유발할 수 없고 다수를 행동하게 할 수 없다. 물질적인 손해나 이익은 많은 사람과 관련될 경우 그에 대한 인식이 분명하지 않게 되지만 이해심의 힘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퍼질수록 커진다. 이 힘은 쌓이고 번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보호무역과 자유무역』)

□ 나는 지금 부자들을 비난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 이야기를 통해 시기심이나 증오를 불러일으키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회문제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한다면, 어떤 사람들은 엄청난 부를 얻을 수 있는 반면 다른 사람들은 너무나 비참한 가난에 빠져 있어야만 하는 현실이, 바로 우리가 허용하고 있는 독점, 우리가 다른 사람을 제치고 한 사람에게만 준 특혜, 그리고 법과 여론에 의해 인정받는 강탈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틀림없이 깨닫게 될 것이다.(『사회문제』)

□ 사회개혁은 고함과 아우성으로, 불평과 비난으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정당을 결성하고 혁명을 도모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생각의 각성과 사상의 진보를 통해 달성된다. 올바른 생각이 있으면 반드시 올바른 행동이 나온다..... 누구도 자신의 영향력이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생각하는 사람은 그가 누구든 어떤 처지에 있든 [사회개혁의] 빛이 되고 힘이 될 수 있다. (『사회문제』)

□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정의가 도덕의 발달단계에서 최고의 가치가 아니라 첫 번째 가치라는 사실이다. 정의보다 높은 가치는 정의에 기초해야 하고, 정의를 포함해야 하며, 정의를 통해 실현되어야 한다..... 개인이 진정으로 관대해지려면 먼저 정의로워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 사회는 자비 이전에 먼저 정의에 기초해야만 한다. (『사회문제』)

□ ‘자비’(Benevolence)보다 더 위대하고 ‘자선’(Charity)보다 더 존엄한 ‘정의’(Justice)는 이 잘못을 시정하라고 명령한다. 저울과 칼을 들고 있는 정의는 부정할 수도 없고 제거할 수도 없다. 우리가 예배나 기도를 드린다고 해서 정의가 내려치는 칼날을 빗겨갈 수 있을까? 굶주린 어린이가 신음하고 지친 어머니가 울고 있는데, 교회를 세운다고 해서 저 불변의 법칙의 명령을 피할 수 있을까?

   빈곤에서 생기는 고통과 야만성을 하나님의 불가사의한 섭리로 돌린다거나 또는 두 손을 모으고 만물의 아버지 앞에 가서는 대도시의 궁핍과 범죄의 책임을 미룬다면 형식상으로는 기도일지 모르나 실제로는 신성모독이다. 영원하신 존재를 폄하하는 행위이다. 정의로우신 분을 욕되게 하는 행위이다. (『진보와 빈곤』)

[임종숙]

자료는 참고하고 그냥가면 교재있나요? 아니면 출력해서 가나요?

[리환]

강의실로 오시면 강의자료 나누어 드립니다.

[임종숙]

고맙습니다. ^&^ 그런데 강의장소는 어디로 가면 될까요? ^^

[리환]

강의장소는 경북대학교 서문에서 신천방향으로 80m 아래쪽 협동조합 강의실입니다.
차량을 가지고 오실 경우, 경북대학교로 들어와서 소운동장 인근에 주차하시면 됩니다. 1000원 주차권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