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1 - 대구시 편입 특집
꿈 꾸고 정 나누는 빨간 버스 급행 9번
서 원 자
1.
화랑들이 말 달리던 이 곳,
효령 마시리 고속도로 굴다리 밑에서
나는 시계를 보며 기다리네.
산모롱이를 돌아 춤 추듯 확 달려 드는
빨간 버스는 대구시내버스 급행 9번,
20세기 신작로에서 했듯 두 팔을 흔들어 세운다.
대구 가는 버스는 군위,효령,화개, 창평, 대율 지나
팔공산 터널 십리 오르막을 춤 추듯 빠져 나가고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다가 팔거역에서 내린다.
2,
지하철 3호선 타고 병원에 갔다가
친구들 만나 영화관에서 천만관객 영화도 보고
다시 팔거역에서 빨간버스를 타고 군위로 향한다.
딸네 집에 들렀다가 큰 장에서 국수도 사 먹었다는 옆자리 아주머니,
구멍 뚫린 유행 슬리퍼를 1만원에 샀다며 자랑하다가
ㅡ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네요 ㅡ자꾸자꾸 되뇐다.
아침에는 꿈을 꾸는 통학 통근버스,
낮에는 정 나누는 생활 버스,
보통사람들 시간과 돈 아껴주어 고맙고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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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2
플로리다에서 온 졸업식 초대장
서 원 자
졸업식 초대장을 들고
비행기로 태평양 구름 위를 난다.
플로리다 어느 대학 농구 경기장,
열정과 수고와 땀의 성취에
환호하는 수 만의 축하객들.
붉은 스커트 입은 남자 둘이 긴 나팔을 불며 길을 열고
총장과 졸업생들이 뒤 따라 입장해 자리를 잡는다.
첫 학위수여는 박사.
큰 개를 앞세운 하이힐 신은 여성이 먼저,
지도교수와 박사복을 입고 박사모를 쓴 아들도 함께 간다.
단상에 올라 총장과 악수하고
축하객들을 바라보며 사진도 찍는다.
아들은 모국어가 아닌 말과 글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발랄한 학부 졸업생들은 모자와 가운에 맘껏 개성 발휘,
모자를 허공에 던지며 서로를 축하하네.
갑자기 장내는 조용하고 숙연해지며 모두 기립.
단상에는 아름다운 여학생의 사진을 가슴에 안은 어린 남동생,
어머니 품에 안긴 조그마한 목제 함.
" 애야 이제 졸업장을 받았단다 "
이름 부르면 대답할 것 같은 딸.
그 어머니가 자리에 앉을 때까지
모두 어미 가슴 되어 박수 박수 박수,,,.
기쁨과
보람
슬픔도 함께 한
아름다운 플로리다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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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3
이윤기와 노인 일자리
서 원 자
우보면 두북리의 이윤기 생가에 가는 날
면사무소 마당에 모였을 때,
갑자기 볼 일이 급해
면사무소의 문을 밀었다.
마침 문 밖에 있던 직원이 물었다.
" 노인 일자리 때문에 오셨나요? "
순간, 당황했다.
내 모습이 그렇게 보였나?
오래 전에 읽었던
이윤기가 번역한 희랍인 조르바는
나귀에 포도주를 싣고
해변을 달리며 호머를 노래했지.
나도 이윤기 생가에 노인일자리를 얻어
전동킥보드를 타고 두북리 언덕길을 오르내리며
그리스로마신화와
일연의 삼국유사를 함께 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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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4
병원 스케치
서 원 자
병원 로비에는
아픈 이, 가족, 도우미, 의료인, 직원들,
사람들이 붐빈다.
어머니의 휠체어를 미는
가족 권속 뒷바라지에
어깨 굽은 중년의 아들.
백발 어르신의 팔장을
살뜰히 끼고 가는 이,
시집 간 막내딸 같다.
복대한 중년의 엄마를 산책시키는 아들,
한 손에 새댁, 한 손에 엄마
옴짝 못해 도망 갈 수도 없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휘적 휘적 걷는 이들,
새끼들 다 둥지에서 내보낸 늙은 부부다.
둥근 배를 안은 젊은 부부,
태어날 아기가 신비롭고 기다려져
눈이 반짝인다.
병원 로비에서는
사람 사람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가슴마다 감사와 소망과 희망이 싹 트고 있다.
- <영남일보>, <매일신문> 기자 역임
- 서양화가 2021년 경북미술대전 입선, 개인전 5회
- <꽃술은 황금빛 노랑[중국 茶文化를 찾아서]> (출판사 삶과 꿈, 2000년 발간)
- 한국문인협회 군위문협회원
첫댓글 * 옥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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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롱이를 돌아 춤추듯 확 달려드는
팔공산 터널 십 리 오르막을 춤추듯 빠져나가고
환호하는 수만의 축하객들.
백발 어르신의 팔 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