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 작품을 원천으로 한 <김유정아리랑> 개발
이학주(문학박사, 한국문화스토리텔링연구원 원장)
1. 서론
2. 김유정 작품 속 아리랑의 표상: 넘지 못할 고개를 아리랑으로 승화
3. 김유정 작품을 원천으로 한 <김유정아리랑> 개발
4. 결론
1. 서론
본고의 목적은 김유정 작품 속에 등장하는 아리랑이 어떤 표상을 담고 있는가를 알아보고, 김유정 소설을 대상으로 아리랑 노랫말을 만들어서 문화콘텐츠로 보급하자는 취지에서이다.
김유정 소설은 김유정이 살았던 당대의 생활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것도 하층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이다. 그 때문에 김유정 소설을 읽으면 그 당시 경제, 놀이, 사랑, 풍속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물론 김유정의 눈으로 본 생활상이지만 일정 부분은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 가운데 우리가 관심을 둬야할 부분 중 하나가 소설 속 인물들이 생활에서 불러대는 노래이다. 김유정 소설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노래는 아리랑이다. 그리고 개화기에 외세의 영향으로 불러지기 시작한 창가(唱歌)가 등장한다. 이처럼 우리의 민요가 김유정 작품에 등장하고, 민요 가운데 아리랑이 가장 많이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유정은 작품을 쓸 때 아리랑이 표상하고 있는 진실을 알고, 아리랑을 작품 속에 등장시켜 작품에서 추구하는 주제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본고에서는 이런 김유정의 의도를 살려 2차적으로 김유정의 작품을 또 다른 아리랑가사로 만들어 대중들에게 불러지게 하고자 한다. 김유정의 작품이 원천콘텐츠가 되어 <김유정아리랑>으로 창작되어 불러질 때 김유정의 선양사업은 물론이고, 또 다른 문화콘텐츠로 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김유정 작품 속 아리랑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연구한 논문이 2편이나 있다. 하나는 <들병이와 아라리>라 해서 김유정 소설에 나오는 들병이라는 술과 몸을 파는 직업군과 아리랑을 관련시켜 논의하면서 김유정 작품 전반에 관한 아리랑을 검토한 논문이다. 또 하나는 <김유정과 아리랑>이라는 제목으로 그 의미와 역할 등을 연구한 논문이다. 두 논문은 김유정이 쓴 31(30편?)편의 소설과 18편의 수필을 검토하여 그 속에 내재한 아리랑을 모두 모아 그 속성을 연구했다. 본고를 작성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본 연구를 하게 된 계기는 의병아리랑을 살려낸 기연옥 민요가수의 생각에 의한 것이다. 기연옥 민요가수는 <춘천의병아리랑>을 불러 널리 알리는 역할을 했다. 이 노래는 단순히 공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의병의 중요성을 천명하게 했으며 일제의 강점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그리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파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처럼 <김유정아리랑>도 <춘천의병아리랑>보다 더 의미 있는 우리의 민족정서를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을 확신한다. <김유정아리랑>이 널리 알려지면 춘천과 강원도의 이미지 제고는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이미지제고가 될 것이다.
바야흐로 세계는 평화의 시대가 되어야 한다고 부르짖고 있다. 세계가 하나의 문화권으로 생활권으로 가고 있는 시대이다. 이때 우리의 존재감을 알리고 우리의 전통문화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알리기 위해서는 이런 문화콘텐츠확산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김유정아리랑>은 여러 가지 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다. 김유정의 소설을 널리 알리는 역할도 할 수 있으며, 문화콘텐츠로 확산하여 아리랑 가락으로 공연을 할 수도 있으며, 뮤지컬이나 드라마나 영화 속 배경음악으로도 쓸 수 있다.
아무쪼록 <김유정아리랑>이 세계만방에 울려 퍼지고, 세계인이 입버릇처럼 흥얼거리는 그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또한 김유정 문학촌에 <김유정아리랑>이 상시 공연될 수 있기를 바란다.
2. 김유정 작품 속 아리랑의 표상(表象): 넘지 못할 고개를 아리랑으로 승화
김유정 소설에 아리랑이 거론된 작품은 6편이다. <산골나그네>, <총각과 맹꽁이>, <떡>, <만무방>, <솥>, <안해>이다. 그리고 수필 <닙이 푸르러 가시든 님이>, <강원도여성>, <조선의 집시>, <문인끽연실>에도 아리랑이 직접적으로 나온다. 특히 <강원도여성>에는 다양한 종류의 아리랑이 등장해서 김유정이 아리랑에 대해서 상당한 관심을 가졌음을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김유정은 아리랑을 어떤 표상으로 작품 속에 넣어 형상화 했을까? 김유정이 쓴 작품을 대상으로 아리랑을 연구한 유명희는 “아라리는 해학성을 띠기도 하지만 현실을 충실히 반영하는 소리이다.”고 정의를 했다. 그래서 아리랑의 해학성과 현실성을 집중적으로 논의 하였다. 또 김유정과 아리랑의 관련설을 연구한 유인순은 논문 결론 부분에서 이렇게 요약했다.
김유정 수필 속에 삽입된 아리랑은 작품을 풀어나가는 발구름판으로, 가장 사실적이면서도 향토적인 정조를 맛보도록, 때로는 일제만행을 고발하기 위한 장치로 기능한다. 소설 <만무방>, <안해>에 삽입된 아리랑은 일제 만행에 대한 적나라한 고발, 그리고 식민시대에 대한 작가의 저항정신을 독자에게 교묘하게 전달하기 위한 기재로 기능한다.
요약하면 ‘향토적인 정조’와 ‘일제만행 고발과 저항수단’이라 할 수 있다. 소설과 수필이 같은 어조이지만, 수필은 생활의 느낌이나 발견을 표현해 낸다면, 소설은 이상세계를 향한 현실적인 저항이 예술적으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에 다름이 드러났다.
유명희와 유인순이 김유정 문학작품에서 읽은 아리랑의 표상을 요약하면, ‘해학’과 ‘현실성’, ‘향토적인 정조’와 ‘일제만행 고발과 저항’으로 나타났다. 두 연구자 다 탁월한 견해이다. 여기서 ‘해학’과 ‘향토적인 정조’는 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는 사상적 기저로서의 삶의 형태라면, ‘현실성’과 ‘일제만행 고발과 저항’은 그런 사상적 기저를 밖으로 표출해 낸 생활의 양상이다. 어려운 삶을 지혜롭게 극복해 내는 상당히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면이 ‘해학’과 ‘향토적인 정조’로 아리랑에 담겼다면, 실제로 그것을 표현해 낼 때는 현실적인 문제로 드러나는 것이 아리랑이라는 사실이다. 당시 일제만행에 대한 고발과 저항은 현실이었다. 우리 민족이 살아가는데 극복해야만 될 현실의 하나였다. 우리의 행복한 삶을 짓밟는 악행이었다. 그래서 아리랑 가창자들은 그 현실을 타개하고자 노래로 불렀다는 사실이다. 구한말 의병들이 아리랑을 부르면서
항일활동을 한 사실은 이를 증거하고 있다. 이런 아리랑의 표상이 두 연구자가 밝혔듯이 김유정 문학작품 속에 내재하고 있는 표상이다.
필자는 두 연구자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새로운 핵심어를 말하고자 한다. 우리가 표상(表象)이라고 할 때 그 뜻은 대표적인 상징이나 외부세계의 대상을 마음속에 그려내는 상(象) 곧 이미지이다. 이 부분에서 우리나라 아리랑의 시원이라고 하는 ‘강원도 자진아라리(조금 빠르게 진행하는 강원도아리랑)’, ‘강원도 긴아라리(사설을 길게 늘어 뜨리는 정선아리랑)’, ‘엮음아리랑(사설을 엮다가 긴아라리로 바꾸는 정선아리랑)’에서 후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사야 얼마든지 바뀔 수 있지만 후렴은 대부분 일정한 형태를 띠고 불러지고 있다. 후렴이 바뀌더라도 지역적 또는 장르에 따른 것이다. 간혹 창자에 따라 후렴이 바뀌는 경우가 있다.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강원도아리랑)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고개로 나를 넘겨나 주게(정선아리랑)
그러나 여기서 보듯 강원도에서 대표적으로 불러지는 아리랑의 후렴에는 ‘고개’가 나온다. 또 본조아리랑(또는 신조아리랑)이라 하는 후렴에도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고 해서 ‘고개’가 핵심어로 나오고 있다. 여기서 ‘아리랑고개’는 특정 지형에 따른 고개[재, 령]를 지칭할 수도 있으나, 노랫말에 드러나는 것은 ‘흥의 고개’와 ‘삶의 고개’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아리랑에서 ‘고개’는 아리랑을 부를 때 흥이 나서 말하는 상징적인 노래의 고개이며, 현실적으로 어려운 삶을 극복하고자 하는 ‘삶의 고개’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아리랑 후렴에 있는 노랫말 ‘고개’는 아리랑의 이미지이며, 표상으로 자리한다.
실제로 <정선아라리>와 <강원도아리랑>외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불러지고 있는 <밀양라리랑>과 <진도아리랑>에서는 ‘고개’가 달리 표현되고 있다.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에헤에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진도아리랑, 이보형, 101쪽)
아리 아리랑 아리 아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 아리랑 어어 얼씨구 날 냉겨주소(밀양아리랑, 이보형, 99쪽)
인용문에서 보듯 후렴에 ‘고개’라는 노랫말이 보이지 않고, 흥을 돋우는 노랫말로 대체되고 있다. 이것은 지역 또는 장르에 따른 변이형태로 보면 된다. 이는 김유정의 <만무방>에 나오는 아리랑에서 후렴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 아리랑 띄어라 노다 가세”라 했다. 이 후렴은 강원도 아리랑에는 없는 후렴이며, 본조아리랑에서 몇몇 작품에 등장하는 후렴이다. 그런데 “아리랑 띄어라 노다가세”에서는 지리적인 고개의 의미는 찾을 수 없다. 그 의미에서 보듯 긍정적인 흥을 나타낸 삶의 표현이다. 이것은 앞서 본 강원도아리랑과 정선아라리 후렴에 있는 ‘고개’의 이미지를 다른 노랫말 단어로 바꾼 예이다. 그 증거는 <만무방>에서 아리랑을 기술한 앞뒤 부분에서 잘 드러난다.
응칠이는 나가자빠져 마을을 건너다보며 눈을 멀뚱멀뚱 굴리고 누웠다. 산이 뺑뺑 돌리어 숨이 콕 막힐듯한 그 마을 -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중략)
그는 콧노래로 이렇게 흥얼거리다 갑작스레 강릉이 그리웠다. 펄펄 뛰는 생선이 좋고, 아침 햇살이 빗기어 힘차게 출렁거리는 그 물결이 좋고, 이까짓 둠구석에서 쪼들리는 데 대다니. 그래도 즈이딴에 무어 농사 좀 지었답시고 악을 복복 쓰며 잘도 떠들어댄다. 하지만 그런 중에도 어디인가 형언치 못할 쓸쓸함이 떠돌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이처럼 주인공 응칠이가 아리랑을 부른 배경은 강원도아리랑과 정선아라리에 나오는 ‘고개’의 의미와 다르지 않다. 곧, 응칠이가 느끼는 ‘흥의 고개’이고 ‘삶의 고개’이다. 해학이 갖고 있는 ‘웃음으로 눈물 닦기’에 다름 아니다. 현실은 지지리 힘들지만 그런 현실을 극복하고자 아리랑을 부르며 스스로를 달래며 흥을 자아내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고개’의 표상은 <만무방>처럼, 다른 김유정 소설의 배경과도 연결이 된다. 김유정의 문학작품에 드러나는 아리랑이 들어간 작품은 모두 시골을 배경으로 한 작품에만 나타나고 있다. 당시 우리나라 시골 곧 농촌의 현실은 <만무방>에서 나타나는 모습과 같았다. 자신의 논에서 벼를 훔쳐야 하는 처지가 그대로 농촌의 현실이었다. 일제의 수탈은 정말 벼이삭을 세었고, 봉냥을 캐는 쇠꼬챙이로 집 주변과 천장을 찌르며 행여 겨울을 나고자 감추어둔 곡식을 찾아 뺏어갔다. 헛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일 년 내내 몸이 부서져라 농사를 지었지만 결국 빚더미에 올라앉아야 하는 현실이었다. 90%이상의 국민이 농사꾼이었다니 당연히 일제의 수탈은 농촌으로 쏠렸다. 이런 현실이 <만무방>과 <안해> 등에서 나타난다. 오죽 했으면 자신의 아내를 술과 몸을 파는 들병이 장수로 보내고자, 남편이 아내에게 아리랑을 가르쳤을까. 김유정의 작품에서도 결국 넘지 못할 고개를 아리랑으로 승화 시켰던 사실을 <만무방>과 <안해>에서 볼 수 있다.
김유정의 문학작품에 삽입된 아리랑은 강원도아리랑과 정선아리랑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김유정은 “육자배기 같은 거는 자다가 들어도 싫지 않다.”라는 잡지의 설문 얘기나, <오월의 산골작이>에서 “먼 발치에서 소를 몰며 처량히 부르는 그 노래도 좋다.”는 표현처럼 다양한 민요를 좋아했다. 물론 춘천아리랑이나 인제아리랑처럼 강원도에 널리 분포해 있는 아리랑은 강원도아리랑과 정선아라리의 형태이다. 약간의 변이형태로 나타나기도 하나, 크게 다르지 않다. 그 때문에 김유정 작품에 등장하는 아리랑은 다양한 장르의 아리랑이다. 그러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모든 아리랑은 본고에서 얘기하는 ‘고개’의 표상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모두 ‘흥과 삶’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김유정 문학작품 속에 삽입된 아리랑도 다양한 양식임을 볼 수 있다. 곧 긴아라리, 엮음 아라리, 자진아라리가 모두 쓰였다.
(1) ※본조아리랑 조(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 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띄어라 놀다가세
증기차는 가자고 왼고동 트는데
정든님 품안고 낙누낙누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띄어라 놀다가세
내일갈지 모레갈지 내 모르는데
옥시기 강냉이는 심어 뭐하리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띄어라 놀다가세(김유정, <만무방>, 1935)
(2)
잘살고 못살기는 내 분복이오
하이칼라 서방님만 얻어주게유
잎이 푸르러 가시던 님이
백설이 흩날려도 아니오시네(김유정, <잎이 푸르러 가시던 님이>, 1935)
(3)
팔라당 팔라당 수갑사 댕기
곤때도 안묻어 쥔애비 오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띄어라 놀다가세
시어미 죽어서는 춤추더니
방아를 찔적엔 생각나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띄어라 놀다가세(김유정, <문인끽연실>, 1936)
(4) ※유명희는 <강원도여성>에 등장하는 아리랑 가사를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분류했다.
(4)-1(자진아라리)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띠어라 노다가세
강원도 금강산 일만이천봉,
팔만구암자, 재재봉에
아들딸 날라고 백일기도두 말게우,
타관객지 나슨 손님을 괄세두마라
(4)-2(긴아라리)
아주까리 동백아 흐내지 말아
산골의 큰애기 떼난봉 난다
(4)-3(긴아라리)
네가두 날만치나 생각을 한다면
거리거리 노중에 열녀비가 선다
(4)-4(긴아라리)
논밭전토 쓸만한건 기름방울이 두둥실
계집애 쓸만한건 직조간만 간다네
(4)-5(엮음아라리)
네팔자나 내팔자나 잘먹고 소란반자 미닫이 각장장판 샛별같은 놋요강 원앙금침 잣모베개에 깔고덮고 잠자기는 삶은 개다리 뒤틀리듯 뒤틀렸으니 뭉틀붕틀 멍석자리에 깊은 정이나 들이세(김유정, <강원도여성>, 1937)
3. 김유정 작품을 원천으로 한 <김유정아리랑> 개발
김유정이 소설과 수필에 아리랑을 언급하고 그 가사를 싣고 아리랑의 정서를 작품 속에 녹아들게 한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아리랑이 담고 있는 정조(情調)와 많은 사람이 즐겨 부르는 가장 잘 알려진 노래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 민족의 정서를 대변하는 노래라 할 것이다. <안해>에서 남편이 아내에게 들병이를 시키려고 아리랑을 가르치는 장면을 보면 아리랑을 많은 사람이 좋아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산골나그네>에서 손님들이 나그네에게 아리랑을 부르라고 했던 것도 마찬 가지다. 노래야 잘 부르고 못 부르는 사람이 당연히 있지만 술을 파는 데도 아리랑이 제격이었다. 아리랑의 위상이 어떠했는지 몇 가지 사례를 보도록 한다.1896년 선교사 힐버트(1863~1949)는 ‘아리랑은 쌀이다’는 말을 했다.
조선인들의 음악에서 이 아리랑은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마치 그들의 식생활에서 쌀과 같이 가장 중요하며 나머지 것들은 그저 부수적인 것에 불과한 것처럼 말이다. 여러분은 아리랑을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다.
1896년 힐버트 눈에 띈 아리랑에 대한 모습이다. 누구나 언제 어니서나 부르는 노래라 했다. 실상 필자가 어렸을 때 환갑잔치에 따라가 보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부르는 노래는 모두 아리랑이었다. 정선아라리 또는 강원도아리랑인데 이를 ‘소리’라 했다. “소리 한 자락 하시오.”하면, 정선아라리를 불렀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에서 그랬듯이, 힐버트의 기록에서 그 당시 아리랑이 어떻게 불러졌는지를 알 수 있다.
황현(黃玹)의 매천야록(梅泉野錄)(1900) 권2 <궁중의 아리랑타령>에 보면 고종황제가 아리랑을 좋아해서 배우들을 궁궐에 불러 부르게 했다고 한다.
정월(正月)에 왕(高宗)이 낮잠을 자는데 꿈에 광화문(光化門)이 쓰러짐을 보고 두렵고 놀라 큰 소리를 지르며 잠에서 깨어 나셨다더라. 이에 이월(二月), 어전을 창덕궁 선동관(繕東官)으로 옮기시니 왕(王)이 꿈에서 불길함을 본 후 위급한 날이 닥쳐올 것을 경계하여 그 시름을 잊고져 풍류객들을 모아 묘한 악기와 재주들로 하여금 노래를 시키는데 매일 밤 전등불로 궁궐을 밝히고 악공들로 하여금 노래 부르게 하여 즐기며 악몽을 잊으려고 하였다.
이때 새로 생겨난 고운 노래가락이 있으니 이르기를 「아리랑타령」이라 한다.「타령」은 연곡(演曲)의 속칭(俗稱)이며 민영주를 원임(原任)으로 삼고 각신(閣臣)들로 하여금 우수한 악공들을 거느리게 하는데 아리랑타령을 오로지 제일로 삼아 관할하더라. 그리고 이들을 헤아려 높은 벼슬을 내리고 금은(金銀)의 상(賞)을 후하게 주더라. 그러던 때 대조규개(大鳥圭介)가 궁궐을 침범함 에 이를 그만 두었다.(<궁중의 아리랑타령>, 매천야록 권2)
아리랑이 궁궐에서도 불러졌음을 볼 수 있다. 이 뿐 아니라 기미양과 김창주의 연구에 의하면 명성황후가 아리랑을 잘 불렀으며, 궁중에서 악공들을 불러 자주 아리랑을 부르게 했다고 했다.
이렇게 불러지던 아리랑은 나중에 세계로 전파되었다. 그 때문에 외국인들은 대한민국을 얘기할 때 아리랑을 말하고 있음을 쉽게 볼 수 있다. 해외로 간 이민자들도 고국이 그리울 때면 아리랑을 부른다. 2012년에는 아리랑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처럼 아리랑은 이제 한국 뿐 아니라 세계인의 유산이 되었다. 우리는 이를 계승 발전시키고 힐버트가 얘기했듯이 쌀과 같이 매일 먹는 주식처럼 생활의 일부로 확장시켜야 한다. 그 작업의 일환으로 김유정 작품을 대상으로 아리랑을 창작하여 보급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아리랑은 쌀이라는 힐버트의 언급이나 매천야록의 기록, 그리고 세계무형유산등재 등으로 볼 때 아리랑은 얼마든지 새로운 콘텐츠로 수없이 만들어 낼 수 있다.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문화적 속성을 대표하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김유정아리랑>을 만들었을 때 그 확산을 확신할 수 있다.
김유정 작품 속에 실려 있는 아리랑을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김유정 관련 콘텐츠를 확장한다는 의미에서는 별로 달갑지 않다. 김유정 작품 속에 있는 아리랑 가사는 김유정을 드러내는 가사가 아니고 보편적인 아리랑 가사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필자는 김유정의 소설을 대상으로 아리랑 가사를 발굴하고자 한다.
이를 발굴하는 방법은 스토리텔링(Storytelling)과 신마인드맵(New Mind Map)이 적당하다. 스토리텔링은 한 마디로 말하면,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여 움직이게 하는 이야기마케팅”이다. 그런데 김유정의 작품은 이미 이야기마케팅을 활용하였다. 이에 본고에서는 앞장에서 다룬 ‘고개’의 표상을 넣어 이를 아리랑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곧, 이야기인 소설을 원천 콘텐츠로 하여 ‘고개’의 표상[이미지]을 담고 있는 아리랑이라는 새로운 이야기콘텐츠로 확장하는 것이다. 이때 사용하는 방법이 신마인드맵이다. 이 신마인드맵은 ‘원형(중심어)-발상(개념어)-연상(확대어)-마케팅(활용)’으로 구성되어있다. 이는 원형이 되는 자원을 바탕으로 콘텐츠로 만들어 활용을 할 수 있게 하는 글쓰기 방법이다. 활용하지 못하는 글쓰기는 글쓰기가 아니라는 차원에서 원래 있는 마인드맵을 필자가 콘텐츠발굴을 할 수 있도록 새롭게 개발한 이론이다.
그렇다면 김유정 소설을 어떻게 아리랑이라는 문화콘텐츠로 확장할 수 있을까. 본고에서 개발하고자 하는 마케팅전략은 아리랑에 있으므로 <김유정아리랑>을 만드는데 주요 목적이 있다. 당연히 그 원형은 김유정 소설작품이 된다. 김유정의 소설이 원천콘텐츠로 활용되는 것이다. 그리고 김유정이 주로 작품에 삽입한 아리랑은 강원도에서 불러지는 긴아라리(장단이 느림), 자진아라리(조금 빠르게), 엮음아라리(사설을 빨리 엮다가 긴아리로 바꿈)가 모두 있기 때문에 이를 적절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춘주지(1983)에 의하면 “‘춘천아 봉의산아’로 시작하는 춘천아리랑은 그 가락이 명쾌하여 강원도아리랑 정선아리랑 형태를 취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 세 장르로 확대하여 작품의 특성을 살려 <김유정아리랑>을 만든다. 이 가운데 본고에서는 자진아라리 계통인 강원도아리랑 조로 ‘고개’의 표상인 ‘흥의 고개’와 ‘삶의 고개’를 적절히 담아 14수를 만들어보았다.
1) 소낙비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도라지 더덕 캐던 춘호처가
소낙비 내리는 날 일냈대요
2) 노다지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한 치 앞을 못 보는 우리네 인생
노다지 생각하다 청춘은 갔네
3) 금 따는 콩밭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나오라는 금덩이는 어디가고
멀쩡한 콩밭만 망쳐놨네
4) 만무방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노름이야 횡재는 아무나하나
응고개 벼이삭이 떨어지네
5) 봄봄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장인님 데릴사위 부리지만 말고
점순아 얼른자라 성례를 치르자
6) 아내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들병이 아리랑 다 좋다마는
콩닥콩닥 어우러지는 밤이 더 좋구나
7) 산골나그네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백두고개 넘어 온 산골나그네
덕돌이 울려두고 신연강을 건너네
8) 가을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살기가 어려우면 얼마나 힘들까
아내팔고 도망하니 소장수 울음
9) 야앵(夜櫻)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밤 동산 꽃향기는 스쳐 지나도
자식 꽃 향기는 떠날 줄 몰라
10) 산골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옷고름 찢어주고 떠난 도련님
이쁜이 애타는 줄 왜 몰라주나
11) 동백꽃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점순이 연정은 닭싸움 사랑
동백꽃 속에는 알싸한 그 냄새
12) 땡볕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중복에 땡볕은 따갑기만 한데
그칠 줄 모르는 아내의 유언
13) 따라지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달동네 따라지 서러운 인생
끼니는 걸러도 사랑은 해야
14) 이런 음악회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노래나 연주는 뒷전이요
박수에 발 굴러 응원하자
이렇게 만들어진 김유정아리랑은 다양한 콘텐츠로 활용될 수 있다. 현재 아리랑이 활용되는 콘텐츠는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다.
4. 결론
김유정은 주옥같은 소설을 써서 우리 문학사에 꽃을 피웠다. 그의 소설은 당시 생활상을 핍진하게 드러내서 더욱 빛난다. 서민들의 생활상을 작품으로 그려 소설 속에서 사람 사는 냄새를 느낄 수 있게 했다. 그 중에 <만무방>이나 <아내> 그리고 <산골나그네> 같은 작품에는 아리랑 이야기가 나오고 그 당시 유행하던 춘천 아리랑의 가사도 실려 있다. 물론 <아내>에서는 ‘강원도아리랑’이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나오기도 하며, <만무방>에는 개화기 시대를 빗댄 본조아리랑의 사설도 언급했다. “증기차는 가자고 왼고동 트는데/ 정든님 품안고 낙누낙누”(<만무방>에서)는 개화기 본조아리랑의 형태를 띠고 있다. <아내>에서는 정선아라리 가락이 변한 ‘춘천아리랑’이 등장한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춘천아 봉의산아 잘 있거라/ 신연강 배타면 하직이라”(<아내>에서)라는 구절이다. 춘천 사람들이라면 봉의산이나 신연강 같은 단어는 익숙히 들어 봤다. 먹고 살기 힘들어 아내를 들병이 장수로 내보내기 위해 아리랑을 가르치는 남편의 마음이 참 쓰리다. 결국 아내는 강원도아리랑은 애절하게 잘 부르지 못하지만 신식 노래 창가를 잘하여 들병이 장수의 꿈을 꾼다. <산골나그네>에서는 거지로 있던 여인이 산골 주막의 나그네로 왔는데, 다 망해가던 술집에 남정네들이 색시가 왔다는 소문에 몰려들었다. 술꾼들은 비록 그 나그네가 아리랑은 부르지 못해도 즐겁게 놀다가 간다. 이처럼 김유정의 소설작품에는 그 당시 일상의 모습 중에 아리랑이 서민들의 생활 속에서 언제나 불리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강원도아리랑과 정선아리랑 그리고 한오백년 같은 강원도에 원천을 둔 아리랑이 우리나라 아리랑의 시원(始原)이었음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이 때문에 김유정의 소설작품을 원형(原型)으로 하여 발상(發想)과 연상(聯想)을 거쳐 <김유정아리랑>이라는 마케팅 차원의 스토리텔링을 만들 수 있다. 이 방법은 필자가 개발한 글쓰기 이론 신마인드맵(New Mind Map)의 원리에 근거하여 만들면 된다. 그 원천에 흐르는 맥락은 ‘고개’의 표상에 두면 된다. 따라서 <김유정아리랑>의 사설에는 김유정 소설의 줄거리와 그 원형이 녹아들어가 있다. 이를 강원도아리랑이나 정선아리랑 등의 노랫가락에 맞추어 부를 수 있게 할 수 있다.
이를 개발하기 위해 김유정 작품 속 아리랑의 표상을 살펴보았다. 기존에 김유정과 아리랑을 연구한 두 연구자의 논의에서 아리랑 후렴에 나오는 ‘고개’의 이미지를 추출했다. 고개에는 ‘흥의 고개’와 ‘삶의 고개’가 있다고 보았다. 지리적인 고개일 수도 있지만 인간의 문제와 결부시킨 것이다. ‘웃음으로 눈물 닦기’라는 표현처럼 우리의 해학이 ‘고개’속에 담겨 있다. 실제 김유정의 작품과 작품에 삽입된 아리랑에서도 그런 ‘고개’의 표상이 드러남을 볼 수 있었다.
본 연구는 김유정 작품을 대상으로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개발하여 활용하는데 있었다. 그러나 그 실제개발은 전부를 한 것이 아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내딛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걷고 나아가 뛸 수 있는 그런 문화콘텐츠가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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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희, 「들병이와 아라리」,한국의 웃음문화, 소명출판, 2008, 525~548쪽.
유인순, 「김유정과 아리랑」,비교한국학20-2, 국제비교한국학회, 2012, 205~232쪽.
이보형, 「아리랑 소리의 근원과 그 변천에 관한 음악적 연구」,한국민요학5, 한국민요학회, 1997, 81~120쪽.
이학주, 「<용궁부연록>의 치료관광스토리텔링 전통」,인문과학연구55, 강원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2017, 293~311쪽.
이학주, 「지역향토자원을 활용한 관광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개발 연구」, 인문과학57, 성균관대학교 인문학연구원, 2015, 209~237쪽.
춘주지, 춘천시․춘성군, 1983, 1185쪽.
한국문학전집5, 삼성출판사, 1994, 297쪽.
황현 저, 김준 역, 완역 매천야록, 교문사, 1996
이학주(문학박사, 한국문화스토리텔링연구원 원장)
1. 서론
2. 김유정 작품 속 아리랑의 표상: 넘지 못할 고개를 아리랑으로 승화
3. 김유정 작품을 원천으로 한 <김유정아리랑> 개발
4. 결론
1. 서론
본고의 목적은 김유정 작품 속에 등장하는 아리랑이 어떤 표상을 담고 있는가를 알아보고, 김유정 소설을 대상으로 아리랑 노랫말을 만들어서 문화콘텐츠로 보급하자는 취지에서이다.
김유정 소설은 김유정이 살았던 당대의 생활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것도 하층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이다. 그 때문에 김유정 소설을 읽으면 그 당시 경제, 놀이, 사랑, 풍속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물론 김유정의 눈으로 본 생활상이지만 일정 부분은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 가운데 우리가 관심을 둬야할 부분 중 하나가 소설 속 인물들이 생활에서 불러대는 노래이다. 김유정 소설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노래는 아리랑이다. 그리고 개화기에 외세의 영향으로 불러지기 시작한 창가(唱歌)가 등장한다. 이처럼 우리의 민요가 김유정 작품에 등장하고, 민요 가운데 아리랑이 가장 많이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유정은 작품을 쓸 때 아리랑이 표상하고 있는 진실을 알고, 아리랑을 작품 속에 등장시켜 작품에서 추구하는 주제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본고에서는 이런 김유정의 의도를 살려 2차적으로 김유정의 작품을 또 다른 아리랑가사로 만들어 대중들에게 불러지게 하고자 한다. 김유정의 작품이 원천콘텐츠가 되어 <김유정아리랑>으로 창작되어 불러질 때 김유정의 선양사업은 물론이고, 또 다른 문화콘텐츠로 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김유정 작품 속 아리랑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연구한 논문이 2편이나 있다. 하나는 <들병이와 아라리>라 해서 김유정 소설에 나오는 들병이라는 술과 몸을 파는 직업군과 아리랑을 관련시켜 논의하면서 김유정 작품 전반에 관한 아리랑을 검토한 논문이다. 또 하나는 <김유정과 아리랑>이라는 제목으로 그 의미와 역할 등을 연구한 논문이다. 두 논문은 김유정이 쓴 31(30편?)편의 소설과 18편의 수필을 검토하여 그 속에 내재한 아리랑을 모두 모아 그 속성을 연구했다. 본고를 작성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본 연구를 하게 된 계기는 의병아리랑을 살려낸 기연옥 민요가수의 생각에 의한 것이다. 기연옥 민요가수는 <춘천의병아리랑>을 불러 널리 알리는 역할을 했다. 이 노래는 단순히 공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의병의 중요성을 천명하게 했으며 일제의 강점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그리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파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처럼 <김유정아리랑>도 <춘천의병아리랑>보다 더 의미 있는 우리의 민족정서를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을 확신한다. <김유정아리랑>이 널리 알려지면 춘천과 강원도의 이미지 제고는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이미지제고가 될 것이다.
바야흐로 세계는 평화의 시대가 되어야 한다고 부르짖고 있다. 세계가 하나의 문화권으로 생활권으로 가고 있는 시대이다. 이때 우리의 존재감을 알리고 우리의 전통문화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알리기 위해서는 이런 문화콘텐츠확산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김유정아리랑>은 여러 가지 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다. 김유정의 소설을 널리 알리는 역할도 할 수 있으며, 문화콘텐츠로 확산하여 아리랑 가락으로 공연을 할 수도 있으며, 뮤지컬이나 드라마나 영화 속 배경음악으로도 쓸 수 있다.
아무쪼록 <김유정아리랑>이 세계만방에 울려 퍼지고, 세계인이 입버릇처럼 흥얼거리는 그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또한 김유정 문학촌에 <김유정아리랑>이 상시 공연될 수 있기를 바란다.
2. 김유정 작품 속 아리랑의 표상(表象): 넘지 못할 고개를 아리랑으로 승화
김유정 소설에 아리랑이 거론된 작품은 6편이다. <산골나그네>, <총각과 맹꽁이>, <떡>, <만무방>, <솥>, <안해>이다. 그리고 수필 <닙이 푸르러 가시든 님이>, <강원도여성>, <조선의 집시>, <문인끽연실>에도 아리랑이 직접적으로 나온다. 특히 <강원도여성>에는 다양한 종류의 아리랑이 등장해서 김유정이 아리랑에 대해서 상당한 관심을 가졌음을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김유정은 아리랑을 어떤 표상으로 작품 속에 넣어 형상화 했을까? 김유정이 쓴 작품을 대상으로 아리랑을 연구한 유명희는 “아라리는 해학성을 띠기도 하지만 현실을 충실히 반영하는 소리이다.”고 정의를 했다. 그래서 아리랑의 해학성과 현실성을 집중적으로 논의 하였다. 또 김유정과 아리랑의 관련설을 연구한 유인순은 논문 결론 부분에서 이렇게 요약했다.
김유정 수필 속에 삽입된 아리랑은 작품을 풀어나가는 발구름판으로, 가장 사실적이면서도 향토적인 정조를 맛보도록, 때로는 일제만행을 고발하기 위한 장치로 기능한다. 소설 <만무방>, <안해>에 삽입된 아리랑은 일제 만행에 대한 적나라한 고발, 그리고 식민시대에 대한 작가의 저항정신을 독자에게 교묘하게 전달하기 위한 기재로 기능한다.
요약하면 ‘향토적인 정조’와 ‘일제만행 고발과 저항수단’이라 할 수 있다. 소설과 수필이 같은 어조이지만, 수필은 생활의 느낌이나 발견을 표현해 낸다면, 소설은 이상세계를 향한 현실적인 저항이 예술적으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에 다름이 드러났다.
유명희와 유인순이 김유정 문학작품에서 읽은 아리랑의 표상을 요약하면, ‘해학’과 ‘현실성’, ‘향토적인 정조’와 ‘일제만행 고발과 저항’으로 나타났다. 두 연구자 다 탁월한 견해이다. 여기서 ‘해학’과 ‘향토적인 정조’는 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는 사상적 기저로서의 삶의 형태라면, ‘현실성’과 ‘일제만행 고발과 저항’은 그런 사상적 기저를 밖으로 표출해 낸 생활의 양상이다. 어려운 삶을 지혜롭게 극복해 내는 상당히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면이 ‘해학’과 ‘향토적인 정조’로 아리랑에 담겼다면, 실제로 그것을 표현해 낼 때는 현실적인 문제로 드러나는 것이 아리랑이라는 사실이다. 당시 일제만행에 대한 고발과 저항은 현실이었다. 우리 민족이 살아가는데 극복해야만 될 현실의 하나였다. 우리의 행복한 삶을 짓밟는 악행이었다. 그래서 아리랑 가창자들은 그 현실을 타개하고자 노래로 불렀다는 사실이다. 구한말 의병들이 아리랑을 부르면서
항일활동을 한 사실은 이를 증거하고 있다. 이런 아리랑의 표상이 두 연구자가 밝혔듯이 김유정 문학작품 속에 내재하고 있는 표상이다.
필자는 두 연구자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새로운 핵심어를 말하고자 한다. 우리가 표상(表象)이라고 할 때 그 뜻은 대표적인 상징이나 외부세계의 대상을 마음속에 그려내는 상(象) 곧 이미지이다. 이 부분에서 우리나라 아리랑의 시원이라고 하는 ‘강원도 자진아라리(조금 빠르게 진행하는 강원도아리랑)’, ‘강원도 긴아라리(사설을 길게 늘어 뜨리는 정선아리랑)’, ‘엮음아리랑(사설을 엮다가 긴아라리로 바꾸는 정선아리랑)’에서 후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사야 얼마든지 바뀔 수 있지만 후렴은 대부분 일정한 형태를 띠고 불러지고 있다. 후렴이 바뀌더라도 지역적 또는 장르에 따른 것이다. 간혹 창자에 따라 후렴이 바뀌는 경우가 있다.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강원도아리랑)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고개로 나를 넘겨나 주게(정선아리랑)
그러나 여기서 보듯 강원도에서 대표적으로 불러지는 아리랑의 후렴에는 ‘고개’가 나온다. 또 본조아리랑(또는 신조아리랑)이라 하는 후렴에도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고 해서 ‘고개’가 핵심어로 나오고 있다. 여기서 ‘아리랑고개’는 특정 지형에 따른 고개[재, 령]를 지칭할 수도 있으나, 노랫말에 드러나는 것은 ‘흥의 고개’와 ‘삶의 고개’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아리랑에서 ‘고개’는 아리랑을 부를 때 흥이 나서 말하는 상징적인 노래의 고개이며, 현실적으로 어려운 삶을 극복하고자 하는 ‘삶의 고개’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아리랑 후렴에 있는 노랫말 ‘고개’는 아리랑의 이미지이며, 표상으로 자리한다.
실제로 <정선아라리>와 <강원도아리랑>외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불러지고 있는 <밀양라리랑>과 <진도아리랑>에서는 ‘고개’가 달리 표현되고 있다.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에헤에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진도아리랑, 이보형, 101쪽)
아리 아리랑 아리 아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 아리랑 어어 얼씨구 날 냉겨주소(밀양아리랑, 이보형, 99쪽)
인용문에서 보듯 후렴에 ‘고개’라는 노랫말이 보이지 않고, 흥을 돋우는 노랫말로 대체되고 있다. 이것은 지역 또는 장르에 따른 변이형태로 보면 된다. 이는 김유정의 <만무방>에 나오는 아리랑에서 후렴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 아리랑 띄어라 노다 가세”라 했다. 이 후렴은 강원도 아리랑에는 없는 후렴이며, 본조아리랑에서 몇몇 작품에 등장하는 후렴이다. 그런데 “아리랑 띄어라 노다가세”에서는 지리적인 고개의 의미는 찾을 수 없다. 그 의미에서 보듯 긍정적인 흥을 나타낸 삶의 표현이다. 이것은 앞서 본 강원도아리랑과 정선아라리 후렴에 있는 ‘고개’의 이미지를 다른 노랫말 단어로 바꾼 예이다. 그 증거는 <만무방>에서 아리랑을 기술한 앞뒤 부분에서 잘 드러난다.
응칠이는 나가자빠져 마을을 건너다보며 눈을 멀뚱멀뚱 굴리고 누웠다. 산이 뺑뺑 돌리어 숨이 콕 막힐듯한 그 마을 -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중략)
그는 콧노래로 이렇게 흥얼거리다 갑작스레 강릉이 그리웠다. 펄펄 뛰는 생선이 좋고, 아침 햇살이 빗기어 힘차게 출렁거리는 그 물결이 좋고, 이까짓 둠구석에서 쪼들리는 데 대다니. 그래도 즈이딴에 무어 농사 좀 지었답시고 악을 복복 쓰며 잘도 떠들어댄다. 하지만 그런 중에도 어디인가 형언치 못할 쓸쓸함이 떠돌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이처럼 주인공 응칠이가 아리랑을 부른 배경은 강원도아리랑과 정선아라리에 나오는 ‘고개’의 의미와 다르지 않다. 곧, 응칠이가 느끼는 ‘흥의 고개’이고 ‘삶의 고개’이다. 해학이 갖고 있는 ‘웃음으로 눈물 닦기’에 다름 아니다. 현실은 지지리 힘들지만 그런 현실을 극복하고자 아리랑을 부르며 스스로를 달래며 흥을 자아내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고개’의 표상은 <만무방>처럼, 다른 김유정 소설의 배경과도 연결이 된다. 김유정의 문학작품에 드러나는 아리랑이 들어간 작품은 모두 시골을 배경으로 한 작품에만 나타나고 있다. 당시 우리나라 시골 곧 농촌의 현실은 <만무방>에서 나타나는 모습과 같았다. 자신의 논에서 벼를 훔쳐야 하는 처지가 그대로 농촌의 현실이었다. 일제의 수탈은 정말 벼이삭을 세었고, 봉냥을 캐는 쇠꼬챙이로 집 주변과 천장을 찌르며 행여 겨울을 나고자 감추어둔 곡식을 찾아 뺏어갔다. 헛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일 년 내내 몸이 부서져라 농사를 지었지만 결국 빚더미에 올라앉아야 하는 현실이었다. 90%이상의 국민이 농사꾼이었다니 당연히 일제의 수탈은 농촌으로 쏠렸다. 이런 현실이 <만무방>과 <안해> 등에서 나타난다. 오죽 했으면 자신의 아내를 술과 몸을 파는 들병이 장수로 보내고자, 남편이 아내에게 아리랑을 가르쳤을까. 김유정의 작품에서도 결국 넘지 못할 고개를 아리랑으로 승화 시켰던 사실을 <만무방>과 <안해>에서 볼 수 있다.
김유정의 문학작품에 삽입된 아리랑은 강원도아리랑과 정선아리랑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김유정은 “육자배기 같은 거는 자다가 들어도 싫지 않다.”라는 잡지의 설문 얘기나, <오월의 산골작이>에서 “먼 발치에서 소를 몰며 처량히 부르는 그 노래도 좋다.”는 표현처럼 다양한 민요를 좋아했다. 물론 춘천아리랑이나 인제아리랑처럼 강원도에 널리 분포해 있는 아리랑은 강원도아리랑과 정선아라리의 형태이다. 약간의 변이형태로 나타나기도 하나, 크게 다르지 않다. 그 때문에 김유정 작품에 등장하는 아리랑은 다양한 장르의 아리랑이다. 그러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모든 아리랑은 본고에서 얘기하는 ‘고개’의 표상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모두 ‘흥과 삶’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김유정 문학작품 속에 삽입된 아리랑도 다양한 양식임을 볼 수 있다. 곧 긴아라리, 엮음 아라리, 자진아라리가 모두 쓰였다.
(1) ※본조아리랑 조(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 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띄어라 놀다가세
증기차는 가자고 왼고동 트는데
정든님 품안고 낙누낙누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띄어라 놀다가세
내일갈지 모레갈지 내 모르는데
옥시기 강냉이는 심어 뭐하리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띄어라 놀다가세(김유정, <만무방>, 1935)
(2)
잘살고 못살기는 내 분복이오
하이칼라 서방님만 얻어주게유
잎이 푸르러 가시던 님이
백설이 흩날려도 아니오시네(김유정, <잎이 푸르러 가시던 님이>, 1935)
(3)
팔라당 팔라당 수갑사 댕기
곤때도 안묻어 쥔애비 오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띄어라 놀다가세
시어미 죽어서는 춤추더니
방아를 찔적엔 생각나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띄어라 놀다가세(김유정, <문인끽연실>, 1936)
(4) ※유명희는 <강원도여성>에 등장하는 아리랑 가사를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분류했다.
(4)-1(자진아라리)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띠어라 노다가세
강원도 금강산 일만이천봉,
팔만구암자, 재재봉에
아들딸 날라고 백일기도두 말게우,
타관객지 나슨 손님을 괄세두마라
(4)-2(긴아라리)
아주까리 동백아 흐내지 말아
산골의 큰애기 떼난봉 난다
(4)-3(긴아라리)
네가두 날만치나 생각을 한다면
거리거리 노중에 열녀비가 선다
(4)-4(긴아라리)
논밭전토 쓸만한건 기름방울이 두둥실
계집애 쓸만한건 직조간만 간다네
(4)-5(엮음아라리)
네팔자나 내팔자나 잘먹고 소란반자 미닫이 각장장판 샛별같은 놋요강 원앙금침 잣모베개에 깔고덮고 잠자기는 삶은 개다리 뒤틀리듯 뒤틀렸으니 뭉틀붕틀 멍석자리에 깊은 정이나 들이세(김유정, <강원도여성>, 1937)
3. 김유정 작품을 원천으로 한 <김유정아리랑> 개발
김유정이 소설과 수필에 아리랑을 언급하고 그 가사를 싣고 아리랑의 정서를 작품 속에 녹아들게 한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아리랑이 담고 있는 정조(情調)와 많은 사람이 즐겨 부르는 가장 잘 알려진 노래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 민족의 정서를 대변하는 노래라 할 것이다. <안해>에서 남편이 아내에게 들병이를 시키려고 아리랑을 가르치는 장면을 보면 아리랑을 많은 사람이 좋아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산골나그네>에서 손님들이 나그네에게 아리랑을 부르라고 했던 것도 마찬 가지다. 노래야 잘 부르고 못 부르는 사람이 당연히 있지만 술을 파는 데도 아리랑이 제격이었다. 아리랑의 위상이 어떠했는지 몇 가지 사례를 보도록 한다.1896년 선교사 힐버트(1863~1949)는 ‘아리랑은 쌀이다’는 말을 했다.
조선인들의 음악에서 이 아리랑은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마치 그들의 식생활에서 쌀과 같이 가장 중요하며 나머지 것들은 그저 부수적인 것에 불과한 것처럼 말이다. 여러분은 아리랑을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다.
1896년 힐버트 눈에 띈 아리랑에 대한 모습이다. 누구나 언제 어니서나 부르는 노래라 했다. 실상 필자가 어렸을 때 환갑잔치에 따라가 보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부르는 노래는 모두 아리랑이었다. 정선아라리 또는 강원도아리랑인데 이를 ‘소리’라 했다. “소리 한 자락 하시오.”하면, 정선아라리를 불렀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에서 그랬듯이, 힐버트의 기록에서 그 당시 아리랑이 어떻게 불러졌는지를 알 수 있다.
황현(黃玹)의 매천야록(梅泉野錄)(1900) 권2 <궁중의 아리랑타령>에 보면 고종황제가 아리랑을 좋아해서 배우들을 궁궐에 불러 부르게 했다고 한다.
정월(正月)에 왕(高宗)이 낮잠을 자는데 꿈에 광화문(光化門)이 쓰러짐을 보고 두렵고 놀라 큰 소리를 지르며 잠에서 깨어 나셨다더라. 이에 이월(二月), 어전을 창덕궁 선동관(繕東官)으로 옮기시니 왕(王)이 꿈에서 불길함을 본 후 위급한 날이 닥쳐올 것을 경계하여 그 시름을 잊고져 풍류객들을 모아 묘한 악기와 재주들로 하여금 노래를 시키는데 매일 밤 전등불로 궁궐을 밝히고 악공들로 하여금 노래 부르게 하여 즐기며 악몽을 잊으려고 하였다.
이때 새로 생겨난 고운 노래가락이 있으니 이르기를 「아리랑타령」이라 한다.「타령」은 연곡(演曲)의 속칭(俗稱)이며 민영주를 원임(原任)으로 삼고 각신(閣臣)들로 하여금 우수한 악공들을 거느리게 하는데 아리랑타령을 오로지 제일로 삼아 관할하더라. 그리고 이들을 헤아려 높은 벼슬을 내리고 금은(金銀)의 상(賞)을 후하게 주더라. 그러던 때 대조규개(大鳥圭介)가 궁궐을 침범함 에 이를 그만 두었다.(<궁중의 아리랑타령>, 매천야록 권2)
아리랑이 궁궐에서도 불러졌음을 볼 수 있다. 이 뿐 아니라 기미양과 김창주의 연구에 의하면 명성황후가 아리랑을 잘 불렀으며, 궁중에서 악공들을 불러 자주 아리랑을 부르게 했다고 했다.
이렇게 불러지던 아리랑은 나중에 세계로 전파되었다. 그 때문에 외국인들은 대한민국을 얘기할 때 아리랑을 말하고 있음을 쉽게 볼 수 있다. 해외로 간 이민자들도 고국이 그리울 때면 아리랑을 부른다. 2012년에는 아리랑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처럼 아리랑은 이제 한국 뿐 아니라 세계인의 유산이 되었다. 우리는 이를 계승 발전시키고 힐버트가 얘기했듯이 쌀과 같이 매일 먹는 주식처럼 생활의 일부로 확장시켜야 한다. 그 작업의 일환으로 김유정 작품을 대상으로 아리랑을 창작하여 보급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아리랑은 쌀이라는 힐버트의 언급이나 매천야록의 기록, 그리고 세계무형유산등재 등으로 볼 때 아리랑은 얼마든지 새로운 콘텐츠로 수없이 만들어 낼 수 있다.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문화적 속성을 대표하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김유정아리랑>을 만들었을 때 그 확산을 확신할 수 있다.
김유정 작품 속에 실려 있는 아리랑을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김유정 관련 콘텐츠를 확장한다는 의미에서는 별로 달갑지 않다. 김유정 작품 속에 있는 아리랑 가사는 김유정을 드러내는 가사가 아니고 보편적인 아리랑 가사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필자는 김유정의 소설을 대상으로 아리랑 가사를 발굴하고자 한다.
이를 발굴하는 방법은 스토리텔링(Storytelling)과 신마인드맵(New Mind Map)이 적당하다. 스토리텔링은 한 마디로 말하면,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여 움직이게 하는 이야기마케팅”이다. 그런데 김유정의 작품은 이미 이야기마케팅을 활용하였다. 이에 본고에서는 앞장에서 다룬 ‘고개’의 표상을 넣어 이를 아리랑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곧, 이야기인 소설을 원천 콘텐츠로 하여 ‘고개’의 표상[이미지]을 담고 있는 아리랑이라는 새로운 이야기콘텐츠로 확장하는 것이다. 이때 사용하는 방법이 신마인드맵이다. 이 신마인드맵은 ‘원형(중심어)-발상(개념어)-연상(확대어)-마케팅(활용)’으로 구성되어있다. 이는 원형이 되는 자원을 바탕으로 콘텐츠로 만들어 활용을 할 수 있게 하는 글쓰기 방법이다. 활용하지 못하는 글쓰기는 글쓰기가 아니라는 차원에서 원래 있는 마인드맵을 필자가 콘텐츠발굴을 할 수 있도록 새롭게 개발한 이론이다.
그렇다면 김유정 소설을 어떻게 아리랑이라는 문화콘텐츠로 확장할 수 있을까. 본고에서 개발하고자 하는 마케팅전략은 아리랑에 있으므로 <김유정아리랑>을 만드는데 주요 목적이 있다. 당연히 그 원형은 김유정 소설작품이 된다. 김유정의 소설이 원천콘텐츠로 활용되는 것이다. 그리고 김유정이 주로 작품에 삽입한 아리랑은 강원도에서 불러지는 긴아라리(장단이 느림), 자진아라리(조금 빠르게), 엮음아라리(사설을 빨리 엮다가 긴아리로 바꿈)가 모두 있기 때문에 이를 적절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춘주지(1983)에 의하면 “‘춘천아 봉의산아’로 시작하는 춘천아리랑은 그 가락이 명쾌하여 강원도아리랑 정선아리랑 형태를 취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 세 장르로 확대하여 작품의 특성을 살려 <김유정아리랑>을 만든다. 이 가운데 본고에서는 자진아라리 계통인 강원도아리랑 조로 ‘고개’의 표상인 ‘흥의 고개’와 ‘삶의 고개’를 적절히 담아 14수를 만들어보았다.
1) 소낙비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도라지 더덕 캐던 춘호처가
소낙비 내리는 날 일냈대요
2) 노다지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한 치 앞을 못 보는 우리네 인생
노다지 생각하다 청춘은 갔네
3) 금 따는 콩밭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나오라는 금덩이는 어디가고
멀쩡한 콩밭만 망쳐놨네
4) 만무방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노름이야 횡재는 아무나하나
응고개 벼이삭이 떨어지네
5) 봄봄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장인님 데릴사위 부리지만 말고
점순아 얼른자라 성례를 치르자
6) 아내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들병이 아리랑 다 좋다마는
콩닥콩닥 어우러지는 밤이 더 좋구나
7) 산골나그네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백두고개 넘어 온 산골나그네
덕돌이 울려두고 신연강을 건너네
8) 가을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살기가 어려우면 얼마나 힘들까
아내팔고 도망하니 소장수 울음
9) 야앵(夜櫻)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밤 동산 꽃향기는 스쳐 지나도
자식 꽃 향기는 떠날 줄 몰라
10) 산골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옷고름 찢어주고 떠난 도련님
이쁜이 애타는 줄 왜 몰라주나
11) 동백꽃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점순이 연정은 닭싸움 사랑
동백꽃 속에는 알싸한 그 냄새
12) 땡볕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중복에 땡볕은 따갑기만 한데
그칠 줄 모르는 아내의 유언
13) 따라지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달동네 따라지 서러운 인생
끼니는 걸러도 사랑은 해야
14) 이런 음악회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노래나 연주는 뒷전이요
박수에 발 굴러 응원하자
이렇게 만들어진 김유정아리랑은 다양한 콘텐츠로 활용될 수 있다. 현재 아리랑이 활용되는 콘텐츠는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다.
4. 결론
김유정은 주옥같은 소설을 써서 우리 문학사에 꽃을 피웠다. 그의 소설은 당시 생활상을 핍진하게 드러내서 더욱 빛난다. 서민들의 생활상을 작품으로 그려 소설 속에서 사람 사는 냄새를 느낄 수 있게 했다. 그 중에 <만무방>이나 <아내> 그리고 <산골나그네> 같은 작품에는 아리랑 이야기가 나오고 그 당시 유행하던 춘천 아리랑의 가사도 실려 있다. 물론 <아내>에서는 ‘강원도아리랑’이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나오기도 하며, <만무방>에는 개화기 시대를 빗댄 본조아리랑의 사설도 언급했다. “증기차는 가자고 왼고동 트는데/ 정든님 품안고 낙누낙누”(<만무방>에서)는 개화기 본조아리랑의 형태를 띠고 있다. <아내>에서는 정선아라리 가락이 변한 ‘춘천아리랑’이 등장한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춘천아 봉의산아 잘 있거라/ 신연강 배타면 하직이라”(<아내>에서)라는 구절이다. 춘천 사람들이라면 봉의산이나 신연강 같은 단어는 익숙히 들어 봤다. 먹고 살기 힘들어 아내를 들병이 장수로 내보내기 위해 아리랑을 가르치는 남편의 마음이 참 쓰리다. 결국 아내는 강원도아리랑은 애절하게 잘 부르지 못하지만 신식 노래 창가를 잘하여 들병이 장수의 꿈을 꾼다. <산골나그네>에서는 거지로 있던 여인이 산골 주막의 나그네로 왔는데, 다 망해가던 술집에 남정네들이 색시가 왔다는 소문에 몰려들었다. 술꾼들은 비록 그 나그네가 아리랑은 부르지 못해도 즐겁게 놀다가 간다. 이처럼 김유정의 소설작품에는 그 당시 일상의 모습 중에 아리랑이 서민들의 생활 속에서 언제나 불리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강원도아리랑과 정선아리랑 그리고 한오백년 같은 강원도에 원천을 둔 아리랑이 우리나라 아리랑의 시원(始原)이었음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이 때문에 김유정의 소설작품을 원형(原型)으로 하여 발상(發想)과 연상(聯想)을 거쳐 <김유정아리랑>이라는 마케팅 차원의 스토리텔링을 만들 수 있다. 이 방법은 필자가 개발한 글쓰기 이론 신마인드맵(New Mind Map)의 원리에 근거하여 만들면 된다. 그 원천에 흐르는 맥락은 ‘고개’의 표상에 두면 된다. 따라서 <김유정아리랑>의 사설에는 김유정 소설의 줄거리와 그 원형이 녹아들어가 있다. 이를 강원도아리랑이나 정선아리랑 등의 노랫가락에 맞추어 부를 수 있게 할 수 있다.
이를 개발하기 위해 김유정 작품 속 아리랑의 표상을 살펴보았다. 기존에 김유정과 아리랑을 연구한 두 연구자의 논의에서 아리랑 후렴에 나오는 ‘고개’의 이미지를 추출했다. 고개에는 ‘흥의 고개’와 ‘삶의 고개’가 있다고 보았다. 지리적인 고개일 수도 있지만 인간의 문제와 결부시킨 것이다. ‘웃음으로 눈물 닦기’라는 표현처럼 우리의 해학이 ‘고개’속에 담겨 있다. 실제 김유정의 작품과 작품에 삽입된 아리랑에서도 그런 ‘고개’의 표상이 드러남을 볼 수 있었다.
본 연구는 김유정 작품을 대상으로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개발하여 활용하는데 있었다. 그러나 그 실제개발은 전부를 한 것이 아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내딛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걷고 나아가 뛸 수 있는 그런 문화콘텐츠가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기미양, 「매천야록 소재 ‘아리랑’기사의 실상과 의미」,한국민요학36, 한국민요학회, 2012, 71~112쪽.
김창주, 「아리랑 기원의 제설에 대한 검토」,대동사학2, 대동사학회, 2003, 53~82쪽.
유명희, 「들병이와 아라리」,한국의 웃음문화, 소명출판, 2008, 525~548쪽.
유인순, 「김유정과 아리랑」,비교한국학20-2, 국제비교한국학회, 2012, 205~232쪽.
이보형, 「아리랑 소리의 근원과 그 변천에 관한 음악적 연구」,한국민요학5, 한국민요학회, 1997, 81~120쪽.
이학주, 「<용궁부연록>의 치료관광스토리텔링 전통」,인문과학연구55, 강원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2017, 293~311쪽.
이학주, 「지역향토자원을 활용한 관광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개발 연구」, 인문과학57, 성균관대학교 인문학연구원, 2015, 209~237쪽.
춘주지, 춘천시․춘성군, 1983, 1185쪽.
한국문학전집5, 삼성출판사, 1994, 297쪽.
황현 저, 김준 역, 완역 매천야록, 교문사, 1996
이학주(문학박사, 한국문화스토리텔링연구원 원장)
1. 서론
2. 김유정 작품 속 아리랑의 표상: 넘지 못할 고개를 아리랑으로 승화
3. 김유정 작품을 원천으로 한 <김유정아리랑> 개발
4. 결론
1. 서론
본고의 목적은 김유정 작품 속에 등장하는 아리랑이 어떤 표상을 담고 있는가를 알아보고, 김유정 소설을 대상으로 아리랑 노랫말을 만들어서 문화콘텐츠로 보급하자는 취지에서이다.
김유정 소설은 김유정이 살았던 당대의 생활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것도 하층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이다. 그 때문에 김유정 소설을 읽으면 그 당시 경제, 놀이, 사랑, 풍속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물론 김유정의 눈으로 본 생활상이지만 일정 부분은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 가운데 우리가 관심을 둬야할 부분 중 하나가 소설 속 인물들이 생활에서 불러대는 노래이다. 김유정 소설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노래는 아리랑이다. 그리고 개화기에 외세의 영향으로 불러지기 시작한 창가(唱歌)가 등장한다. 이처럼 우리의 민요가 김유정 작품에 등장하고, 민요 가운데 아리랑이 가장 많이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유정은 작품을 쓸 때 아리랑이 표상하고 있는 진실을 알고, 아리랑을 작품 속에 등장시켜 작품에서 추구하는 주제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본고에서는 이런 김유정의 의도를 살려 2차적으로 김유정의 작품을 또 다른 아리랑가사로 만들어 대중들에게 불러지게 하고자 한다. 김유정의 작품이 원천콘텐츠가 되어 <김유정아리랑>으로 창작되어 불러질 때 김유정의 선양사업은 물론이고, 또 다른 문화콘텐츠로 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김유정 작품 속 아리랑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연구한 논문이 2편이나 있다. 하나는 <들병이와 아라리>라 해서 김유정 소설에 나오는 들병이라는 술과 몸을 파는 직업군과 아리랑을 관련시켜 논의하면서 김유정 작품 전반에 관한 아리랑을 검토한 논문이다. 또 하나는 <김유정과 아리랑>이라는 제목으로 그 의미와 역할 등을 연구한 논문이다. 두 논문은 김유정이 쓴 31(30편?)편의 소설과 18편의 수필을 검토하여 그 속에 내재한 아리랑을 모두 모아 그 속성을 연구했다. 본고를 작성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본 연구를 하게 된 계기는 의병아리랑을 살려낸 기연옥 민요가수의 생각에 의한 것이다. 기연옥 민요가수는 <춘천의병아리랑>을 불러 널리 알리는 역할을 했다. 이 노래는 단순히 공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의병의 중요성을 천명하게 했으며 일제의 강점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그리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파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처럼 <김유정아리랑>도 <춘천의병아리랑>보다 더 의미 있는 우리의 민족정서를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을 확신한다. <김유정아리랑>이 널리 알려지면 춘천과 강원도의 이미지 제고는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이미지제고가 될 것이다.
바야흐로 세계는 평화의 시대가 되어야 한다고 부르짖고 있다. 세계가 하나의 문화권으로 생활권으로 가고 있는 시대이다. 이때 우리의 존재감을 알리고 우리의 전통문화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알리기 위해서는 이런 문화콘텐츠확산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김유정아리랑>은 여러 가지 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다. 김유정의 소설을 널리 알리는 역할도 할 수 있으며, 문화콘텐츠로 확산하여 아리랑 가락으로 공연을 할 수도 있으며, 뮤지컬이나 드라마나 영화 속 배경음악으로도 쓸 수 있다.
아무쪼록 <김유정아리랑>이 세계만방에 울려 퍼지고, 세계인이 입버릇처럼 흥얼거리는 그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또한 김유정 문학촌에 <김유정아리랑>이 상시 공연될 수 있기를 바란다.
2. 김유정 작품 속 아리랑의 표상(表象): 넘지 못할 고개를 아리랑으로 승화
김유정 소설에 아리랑이 거론된 작품은 6편이다. <산골나그네>, <총각과 맹꽁이>, <떡>, <만무방>, <솥>, <안해>이다. 그리고 수필 <닙이 푸르러 가시든 님이>, <강원도여성>, <조선의 집시>, <문인끽연실>에도 아리랑이 직접적으로 나온다. 특히 <강원도여성>에는 다양한 종류의 아리랑이 등장해서 김유정이 아리랑에 대해서 상당한 관심을 가졌음을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김유정은 아리랑을 어떤 표상으로 작품 속에 넣어 형상화 했을까? 김유정이 쓴 작품을 대상으로 아리랑을 연구한 유명희는 “아라리는 해학성을 띠기도 하지만 현실을 충실히 반영하는 소리이다.”고 정의를 했다. 그래서 아리랑의 해학성과 현실성을 집중적으로 논의 하였다. 또 김유정과 아리랑의 관련설을 연구한 유인순은 논문 결론 부분에서 이렇게 요약했다.
김유정 수필 속에 삽입된 아리랑은 작품을 풀어나가는 발구름판으로, 가장 사실적이면서도 향토적인 정조를 맛보도록, 때로는 일제만행을 고발하기 위한 장치로 기능한다. 소설 <만무방>, <안해>에 삽입된 아리랑은 일제 만행에 대한 적나라한 고발, 그리고 식민시대에 대한 작가의 저항정신을 독자에게 교묘하게 전달하기 위한 기재로 기능한다.
요약하면 ‘향토적인 정조’와 ‘일제만행 고발과 저항수단’이라 할 수 있다. 소설과 수필이 같은 어조이지만, 수필은 생활의 느낌이나 발견을 표현해 낸다면, 소설은 이상세계를 향한 현실적인 저항이 예술적으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에 다름이 드러났다.
유명희와 유인순이 김유정 문학작품에서 읽은 아리랑의 표상을 요약하면, ‘해학’과 ‘현실성’, ‘향토적인 정조’와 ‘일제만행 고발과 저항’으로 나타났다. 두 연구자 다 탁월한 견해이다. 여기서 ‘해학’과 ‘향토적인 정조’는 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는 사상적 기저로서의 삶의 형태라면, ‘현실성’과 ‘일제만행 고발과 저항’은 그런 사상적 기저를 밖으로 표출해 낸 생활의 양상이다. 어려운 삶을 지혜롭게 극복해 내는 상당히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면이 ‘해학’과 ‘향토적인 정조’로 아리랑에 담겼다면, 실제로 그것을 표현해 낼 때는 현실적인 문제로 드러나는 것이 아리랑이라는 사실이다. 당시 일제만행에 대한 고발과 저항은 현실이었다. 우리 민족이 살아가는데 극복해야만 될 현실의 하나였다. 우리의 행복한 삶을 짓밟는 악행이었다. 그래서 아리랑 가창자들은 그 현실을 타개하고자 노래로 불렀다는 사실이다. 구한말 의병들이 아리랑을 부르면서
항일활동을 한 사실은 이를 증거하고 있다. 이런 아리랑의 표상이 두 연구자가 밝혔듯이 김유정 문학작품 속에 내재하고 있는 표상이다.
필자는 두 연구자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새로운 핵심어를 말하고자 한다. 우리가 표상(表象)이라고 할 때 그 뜻은 대표적인 상징이나 외부세계의 대상을 마음속에 그려내는 상(象) 곧 이미지이다. 이 부분에서 우리나라 아리랑의 시원이라고 하는 ‘강원도 자진아라리(조금 빠르게 진행하는 강원도아리랑)’, ‘강원도 긴아라리(사설을 길게 늘어 뜨리는 정선아리랑)’, ‘엮음아리랑(사설을 엮다가 긴아라리로 바꾸는 정선아리랑)’에서 후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사야 얼마든지 바뀔 수 있지만 후렴은 대부분 일정한 형태를 띠고 불러지고 있다. 후렴이 바뀌더라도 지역적 또는 장르에 따른 것이다. 간혹 창자에 따라 후렴이 바뀌는 경우가 있다.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강원도아리랑)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고개로 나를 넘겨나 주게(정선아리랑)
그러나 여기서 보듯 강원도에서 대표적으로 불러지는 아리랑의 후렴에는 ‘고개’가 나온다. 또 본조아리랑(또는 신조아리랑)이라 하는 후렴에도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고 해서 ‘고개’가 핵심어로 나오고 있다. 여기서 ‘아리랑고개’는 특정 지형에 따른 고개[재, 령]를 지칭할 수도 있으나, 노랫말에 드러나는 것은 ‘흥의 고개’와 ‘삶의 고개’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아리랑에서 ‘고개’는 아리랑을 부를 때 흥이 나서 말하는 상징적인 노래의 고개이며, 현실적으로 어려운 삶을 극복하고자 하는 ‘삶의 고개’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아리랑 후렴에 있는 노랫말 ‘고개’는 아리랑의 이미지이며, 표상으로 자리한다.
실제로 <정선아라리>와 <강원도아리랑>외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불러지고 있는 <밀양라리랑>과 <진도아리랑>에서는 ‘고개’가 달리 표현되고 있다.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에헤에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진도아리랑, 이보형, 101쪽)
아리 아리랑 아리 아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 아리랑 어어 얼씨구 날 냉겨주소(밀양아리랑, 이보형, 99쪽)
인용문에서 보듯 후렴에 ‘고개’라는 노랫말이 보이지 않고, 흥을 돋우는 노랫말로 대체되고 있다. 이것은 지역 또는 장르에 따른 변이형태로 보면 된다. 이는 김유정의 <만무방>에 나오는 아리랑에서 후렴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 아리랑 띄어라 노다 가세”라 했다. 이 후렴은 강원도 아리랑에는 없는 후렴이며, 본조아리랑에서 몇몇 작품에 등장하는 후렴이다. 그런데 “아리랑 띄어라 노다가세”에서는 지리적인 고개의 의미는 찾을 수 없다. 그 의미에서 보듯 긍정적인 흥을 나타낸 삶의 표현이다. 이것은 앞서 본 강원도아리랑과 정선아라리 후렴에 있는 ‘고개’의 이미지를 다른 노랫말 단어로 바꾼 예이다. 그 증거는 <만무방>에서 아리랑을 기술한 앞뒤 부분에서 잘 드러난다.
응칠이는 나가자빠져 마을을 건너다보며 눈을 멀뚱멀뚱 굴리고 누웠다. 산이 뺑뺑 돌리어 숨이 콕 막힐듯한 그 마을 -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중략)
그는 콧노래로 이렇게 흥얼거리다 갑작스레 강릉이 그리웠다. 펄펄 뛰는 생선이 좋고, 아침 햇살이 빗기어 힘차게 출렁거리는 그 물결이 좋고, 이까짓 둠구석에서 쪼들리는 데 대다니. 그래도 즈이딴에 무어 농사 좀 지었답시고 악을 복복 쓰며 잘도 떠들어댄다. 하지만 그런 중에도 어디인가 형언치 못할 쓸쓸함이 떠돌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이처럼 주인공 응칠이가 아리랑을 부른 배경은 강원도아리랑과 정선아라리에 나오는 ‘고개’의 의미와 다르지 않다. 곧, 응칠이가 느끼는 ‘흥의 고개’이고 ‘삶의 고개’이다. 해학이 갖고 있는 ‘웃음으로 눈물 닦기’에 다름 아니다. 현실은 지지리 힘들지만 그런 현실을 극복하고자 아리랑을 부르며 스스로를 달래며 흥을 자아내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고개’의 표상은 <만무방>처럼, 다른 김유정 소설의 배경과도 연결이 된다. 김유정의 문학작품에 드러나는 아리랑이 들어간 작품은 모두 시골을 배경으로 한 작품에만 나타나고 있다. 당시 우리나라 시골 곧 농촌의 현실은 <만무방>에서 나타나는 모습과 같았다. 자신의 논에서 벼를 훔쳐야 하는 처지가 그대로 농촌의 현실이었다. 일제의 수탈은 정말 벼이삭을 세었고, 봉냥을 캐는 쇠꼬챙이로 집 주변과 천장을 찌르며 행여 겨울을 나고자 감추어둔 곡식을 찾아 뺏어갔다. 헛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일 년 내내 몸이 부서져라 농사를 지었지만 결국 빚더미에 올라앉아야 하는 현실이었다. 90%이상의 국민이 농사꾼이었다니 당연히 일제의 수탈은 농촌으로 쏠렸다. 이런 현실이 <만무방>과 <안해> 등에서 나타난다. 오죽 했으면 자신의 아내를 술과 몸을 파는 들병이 장수로 보내고자, 남편이 아내에게 아리랑을 가르쳤을까. 김유정의 작품에서도 결국 넘지 못할 고개를 아리랑으로 승화 시켰던 사실을 <만무방>과 <안해>에서 볼 수 있다.
김유정의 문학작품에 삽입된 아리랑은 강원도아리랑과 정선아리랑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김유정은 “육자배기 같은 거는 자다가 들어도 싫지 않다.”라는 잡지의 설문 얘기나, <오월의 산골작이>에서 “먼 발치에서 소를 몰며 처량히 부르는 그 노래도 좋다.”는 표현처럼 다양한 민요를 좋아했다. 물론 춘천아리랑이나 인제아리랑처럼 강원도에 널리 분포해 있는 아리랑은 강원도아리랑과 정선아라리의 형태이다. 약간의 변이형태로 나타나기도 하나, 크게 다르지 않다. 그 때문에 김유정 작품에 등장하는 아리랑은 다양한 장르의 아리랑이다. 그러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모든 아리랑은 본고에서 얘기하는 ‘고개’의 표상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모두 ‘흥과 삶’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김유정 문학작품 속에 삽입된 아리랑도 다양한 양식임을 볼 수 있다. 곧 긴아라리, 엮음 아라리, 자진아라리가 모두 쓰였다.
(1) ※본조아리랑 조(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 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띄어라 놀다가세
증기차는 가자고 왼고동 트는데
정든님 품안고 낙누낙누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띄어라 놀다가세
내일갈지 모레갈지 내 모르는데
옥시기 강냉이는 심어 뭐하리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띄어라 놀다가세(김유정, <만무방>, 1935)
(2)
잘살고 못살기는 내 분복이오
하이칼라 서방님만 얻어주게유
잎이 푸르러 가시던 님이
백설이 흩날려도 아니오시네(김유정, <잎이 푸르러 가시던 님이>, 1935)
(3)
팔라당 팔라당 수갑사 댕기
곤때도 안묻어 쥔애비 오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띄어라 놀다가세
시어미 죽어서는 춤추더니
방아를 찔적엔 생각나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띄어라 놀다가세(김유정, <문인끽연실>, 1936)
(4) ※유명희는 <강원도여성>에 등장하는 아리랑 가사를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분류했다.
(4)-1(자진아라리)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띠어라 노다가세
강원도 금강산 일만이천봉,
팔만구암자, 재재봉에
아들딸 날라고 백일기도두 말게우,
타관객지 나슨 손님을 괄세두마라
(4)-2(긴아라리)
아주까리 동백아 흐내지 말아
산골의 큰애기 떼난봉 난다
(4)-3(긴아라리)
네가두 날만치나 생각을 한다면
거리거리 노중에 열녀비가 선다
(4)-4(긴아라리)
논밭전토 쓸만한건 기름방울이 두둥실
계집애 쓸만한건 직조간만 간다네
(4)-5(엮음아라리)
네팔자나 내팔자나 잘먹고 소란반자 미닫이 각장장판 샛별같은 놋요강 원앙금침 잣모베개에 깔고덮고 잠자기는 삶은 개다리 뒤틀리듯 뒤틀렸으니 뭉틀붕틀 멍석자리에 깊은 정이나 들이세(김유정, <강원도여성>, 1937)
3. 김유정 작품을 원천으로 한 <김유정아리랑> 개발
김유정이 소설과 수필에 아리랑을 언급하고 그 가사를 싣고 아리랑의 정서를 작품 속에 녹아들게 한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아리랑이 담고 있는 정조(情調)와 많은 사람이 즐겨 부르는 가장 잘 알려진 노래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 민족의 정서를 대변하는 노래라 할 것이다. <안해>에서 남편이 아내에게 들병이를 시키려고 아리랑을 가르치는 장면을 보면 아리랑을 많은 사람이 좋아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산골나그네>에서 손님들이 나그네에게 아리랑을 부르라고 했던 것도 마찬 가지다. 노래야 잘 부르고 못 부르는 사람이 당연히 있지만 술을 파는 데도 아리랑이 제격이었다. 아리랑의 위상이 어떠했는지 몇 가지 사례를 보도록 한다.1896년 선교사 힐버트(1863~1949)는 ‘아리랑은 쌀이다’는 말을 했다.
조선인들의 음악에서 이 아리랑은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마치 그들의 식생활에서 쌀과 같이 가장 중요하며 나머지 것들은 그저 부수적인 것에 불과한 것처럼 말이다. 여러분은 아리랑을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다.
1896년 힐버트 눈에 띈 아리랑에 대한 모습이다. 누구나 언제 어니서나 부르는 노래라 했다. 실상 필자가 어렸을 때 환갑잔치에 따라가 보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부르는 노래는 모두 아리랑이었다. 정선아라리 또는 강원도아리랑인데 이를 ‘소리’라 했다. “소리 한 자락 하시오.”하면, 정선아라리를 불렀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에서 그랬듯이, 힐버트의 기록에서 그 당시 아리랑이 어떻게 불러졌는지를 알 수 있다.
황현(黃玹)의 매천야록(梅泉野錄)(1900) 권2 <궁중의 아리랑타령>에 보면 고종황제가 아리랑을 좋아해서 배우들을 궁궐에 불러 부르게 했다고 한다.
정월(正月)에 왕(高宗)이 낮잠을 자는데 꿈에 광화문(光化門)이 쓰러짐을 보고 두렵고 놀라 큰 소리를 지르며 잠에서 깨어 나셨다더라. 이에 이월(二月), 어전을 창덕궁 선동관(繕東官)으로 옮기시니 왕(王)이 꿈에서 불길함을 본 후 위급한 날이 닥쳐올 것을 경계하여 그 시름을 잊고져 풍류객들을 모아 묘한 악기와 재주들로 하여금 노래를 시키는데 매일 밤 전등불로 궁궐을 밝히고 악공들로 하여금 노래 부르게 하여 즐기며 악몽을 잊으려고 하였다.
이때 새로 생겨난 고운 노래가락이 있으니 이르기를 「아리랑타령」이라 한다.「타령」은 연곡(演曲)의 속칭(俗稱)이며 민영주를 원임(原任)으로 삼고 각신(閣臣)들로 하여금 우수한 악공들을 거느리게 하는데 아리랑타령을 오로지 제일로 삼아 관할하더라. 그리고 이들을 헤아려 높은 벼슬을 내리고 금은(金銀)의 상(賞)을 후하게 주더라. 그러던 때 대조규개(大鳥圭介)가 궁궐을 침범함 에 이를 그만 두었다.(<궁중의 아리랑타령>, 매천야록 권2)
아리랑이 궁궐에서도 불러졌음을 볼 수 있다. 이 뿐 아니라 기미양과 김창주의 연구에 의하면 명성황후가 아리랑을 잘 불렀으며, 궁중에서 악공들을 불러 자주 아리랑을 부르게 했다고 했다.
이렇게 불러지던 아리랑은 나중에 세계로 전파되었다. 그 때문에 외국인들은 대한민국을 얘기할 때 아리랑을 말하고 있음을 쉽게 볼 수 있다. 해외로 간 이민자들도 고국이 그리울 때면 아리랑을 부른다. 2012년에는 아리랑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처럼 아리랑은 이제 한국 뿐 아니라 세계인의 유산이 되었다. 우리는 이를 계승 발전시키고 힐버트가 얘기했듯이 쌀과 같이 매일 먹는 주식처럼 생활의 일부로 확장시켜야 한다. 그 작업의 일환으로 김유정 작품을 대상으로 아리랑을 창작하여 보급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아리랑은 쌀이라는 힐버트의 언급이나 매천야록의 기록, 그리고 세계무형유산등재 등으로 볼 때 아리랑은 얼마든지 새로운 콘텐츠로 수없이 만들어 낼 수 있다.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문화적 속성을 대표하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김유정아리랑>을 만들었을 때 그 확산을 확신할 수 있다.
김유정 작품 속에 실려 있는 아리랑을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김유정 관련 콘텐츠를 확장한다는 의미에서는 별로 달갑지 않다. 김유정 작품 속에 있는 아리랑 가사는 김유정을 드러내는 가사가 아니고 보편적인 아리랑 가사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필자는 김유정의 소설을 대상으로 아리랑 가사를 발굴하고자 한다.
이를 발굴하는 방법은 스토리텔링(Storytelling)과 신마인드맵(New Mind Map)이 적당하다. 스토리텔링은 한 마디로 말하면,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여 움직이게 하는 이야기마케팅”이다. 그런데 김유정의 작품은 이미 이야기마케팅을 활용하였다. 이에 본고에서는 앞장에서 다룬 ‘고개’의 표상을 넣어 이를 아리랑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곧, 이야기인 소설을 원천 콘텐츠로 하여 ‘고개’의 표상[이미지]을 담고 있는 아리랑이라는 새로운 이야기콘텐츠로 확장하는 것이다. 이때 사용하는 방법이 신마인드맵이다. 이 신마인드맵은 ‘원형(중심어)-발상(개념어)-연상(확대어)-마케팅(활용)’으로 구성되어있다. 이는 원형이 되는 자원을 바탕으로 콘텐츠로 만들어 활용을 할 수 있게 하는 글쓰기 방법이다. 활용하지 못하는 글쓰기는 글쓰기가 아니라는 차원에서 원래 있는 마인드맵을 필자가 콘텐츠발굴을 할 수 있도록 새롭게 개발한 이론이다.
그렇다면 김유정 소설을 어떻게 아리랑이라는 문화콘텐츠로 확장할 수 있을까. 본고에서 개발하고자 하는 마케팅전략은 아리랑에 있으므로 <김유정아리랑>을 만드는데 주요 목적이 있다. 당연히 그 원형은 김유정 소설작품이 된다. 김유정의 소설이 원천콘텐츠로 활용되는 것이다. 그리고 김유정이 주로 작품에 삽입한 아리랑은 강원도에서 불러지는 긴아라리(장단이 느림), 자진아라리(조금 빠르게), 엮음아라리(사설을 빨리 엮다가 긴아리로 바꿈)가 모두 있기 때문에 이를 적절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춘주지(1983)에 의하면 “‘춘천아 봉의산아’로 시작하는 춘천아리랑은 그 가락이 명쾌하여 강원도아리랑 정선아리랑 형태를 취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 세 장르로 확대하여 작품의 특성을 살려 <김유정아리랑>을 만든다. 이 가운데 본고에서는 자진아라리 계통인 강원도아리랑 조로 ‘고개’의 표상인 ‘흥의 고개’와 ‘삶의 고개’를 적절히 담아 14수를 만들어보았다.
1) 소낙비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도라지 더덕 캐던 춘호처가
소낙비 내리는 날 일냈대요
2) 노다지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한 치 앞을 못 보는 우리네 인생
노다지 생각하다 청춘은 갔네
3) 금 따는 콩밭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나오라는 금덩이는 어디가고
멀쩡한 콩밭만 망쳐놨네
4) 만무방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노름이야 횡재는 아무나하나
응고개 벼이삭이 떨어지네
5) 봄봄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장인님 데릴사위 부리지만 말고
점순아 얼른자라 성례를 치르자
6) 아내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들병이 아리랑 다 좋다마는
콩닥콩닥 어우러지는 밤이 더 좋구나
7) 산골나그네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백두고개 넘어 온 산골나그네
덕돌이 울려두고 신연강을 건너네
8) 가을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살기가 어려우면 얼마나 힘들까
아내팔고 도망하니 소장수 울음
9) 야앵(夜櫻)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밤 동산 꽃향기는 스쳐 지나도
자식 꽃 향기는 떠날 줄 몰라
10) 산골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옷고름 찢어주고 떠난 도련님
이쁜이 애타는 줄 왜 몰라주나
11) 동백꽃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점순이 연정은 닭싸움 사랑
동백꽃 속에는 알싸한 그 냄새
12) 땡볕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중복에 땡볕은 따갑기만 한데
그칠 줄 모르는 아내의 유언
13) 따라지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달동네 따라지 서러운 인생
끼니는 걸러도 사랑은 해야
14) 이런 음악회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노래나 연주는 뒷전이요
박수에 발 굴러 응원하자
이렇게 만들어진 김유정아리랑은 다양한 콘텐츠로 활용될 수 있다. 현재 아리랑이 활용되는 콘텐츠는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다.
4. 결론
김유정은 주옥같은 소설을 써서 우리 문학사에 꽃을 피웠다. 그의 소설은 당시 생활상을 핍진하게 드러내서 더욱 빛난다. 서민들의 생활상을 작품으로 그려 소설 속에서 사람 사는 냄새를 느낄 수 있게 했다. 그 중에 <만무방>이나 <아내> 그리고 <산골나그네> 같은 작품에는 아리랑 이야기가 나오고 그 당시 유행하던 춘천 아리랑의 가사도 실려 있다. 물론 <아내>에서는 ‘강원도아리랑’이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나오기도 하며, <만무방>에는 개화기 시대를 빗댄 본조아리랑의 사설도 언급했다. “증기차는 가자고 왼고동 트는데/ 정든님 품안고 낙누낙누”(<만무방>에서)는 개화기 본조아리랑의 형태를 띠고 있다. <아내>에서는 정선아라리 가락이 변한 ‘춘천아리랑’이 등장한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춘천아 봉의산아 잘 있거라/ 신연강 배타면 하직이라”(<아내>에서)라는 구절이다. 춘천 사람들이라면 봉의산이나 신연강 같은 단어는 익숙히 들어 봤다. 먹고 살기 힘들어 아내를 들병이 장수로 내보내기 위해 아리랑을 가르치는 남편의 마음이 참 쓰리다. 결국 아내는 강원도아리랑은 애절하게 잘 부르지 못하지만 신식 노래 창가를 잘하여 들병이 장수의 꿈을 꾼다. <산골나그네>에서는 거지로 있던 여인이 산골 주막의 나그네로 왔는데, 다 망해가던 술집에 남정네들이 색시가 왔다는 소문에 몰려들었다. 술꾼들은 비록 그 나그네가 아리랑은 부르지 못해도 즐겁게 놀다가 간다. 이처럼 김유정의 소설작품에는 그 당시 일상의 모습 중에 아리랑이 서민들의 생활 속에서 언제나 불리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강원도아리랑과 정선아리랑 그리고 한오백년 같은 강원도에 원천을 둔 아리랑이 우리나라 아리랑의 시원(始原)이었음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이 때문에 김유정의 소설작품을 원형(原型)으로 하여 발상(發想)과 연상(聯想)을 거쳐 <김유정아리랑>이라는 마케팅 차원의 스토리텔링을 만들 수 있다. 이 방법은 필자가 개발한 글쓰기 이론 신마인드맵(New Mind Map)의 원리에 근거하여 만들면 된다. 그 원천에 흐르는 맥락은 ‘고개’의 표상에 두면 된다. 따라서 <김유정아리랑>의 사설에는 김유정 소설의 줄거리와 그 원형이 녹아들어가 있다. 이를 강원도아리랑이나 정선아리랑 등의 노랫가락에 맞추어 부를 수 있게 할 수 있다.
이를 개발하기 위해 김유정 작품 속 아리랑의 표상을 살펴보았다. 기존에 김유정과 아리랑을 연구한 두 연구자의 논의에서 아리랑 후렴에 나오는 ‘고개’의 이미지를 추출했다. 고개에는 ‘흥의 고개’와 ‘삶의 고개’가 있다고 보았다. 지리적인 고개일 수도 있지만 인간의 문제와 결부시킨 것이다. ‘웃음으로 눈물 닦기’라는 표현처럼 우리의 해학이 ‘고개’속에 담겨 있다. 실제 김유정의 작품과 작품에 삽입된 아리랑에서도 그런 ‘고개’의 표상이 드러남을 볼 수 있었다.
본 연구는 김유정 작품을 대상으로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개발하여 활용하는데 있었다. 그러나 그 실제개발은 전부를 한 것이 아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내딛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걷고 나아가 뛸 수 있는 그런 문화콘텐츠가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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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형, 「아리랑 소리의 근원과 그 변천에 관한 음악적 연구」,한국민요학5, 한국민요학회, 1997, 81~120쪽.
이학주, 「<용궁부연록>의 치료관광스토리텔링 전통」,인문과학연구55, 강원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2017, 293~311쪽.
이학주, 「지역향토자원을 활용한 관광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개발 연구」, 인문과학57, 성균관대학교 인문학연구원, 2015, 209~237쪽.
춘주지, 춘천시․춘성군, 1983, 1185쪽.
한국문학전집5, 삼성출판사, 1994, 297쪽.
황현 저, 김준 역, 완역 매천야록, 교문사,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