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학교가 분주하다.
오늘은 봄꽃 여행 떠나는 날.
가까운 구례 산수유 마을로 노오란 산수유 꽃을 보러 떠나는 날이다.
지난주 이 봄꽃 여행을 위해 사전 수업을 하며 여행을 준비했다.
국어 시간에는 김종길 작가의 시 ‘성탄제’를 읽고 외웠으며,
영어 시간에는 꽃 이름을 원어로 찾아보았고,
수학 시간에는 자연에 숨어있는 숫자의 배열(피보나치 수열)에 대해 배웠으며,
과학 시간에는 꽃의 구조에 대해 배웠고,
사회 시간에는 전국의 봄꽃 개화 시기를 조사했다.
융합수업으로 시간표를 잡고 플로깅 봉사 활동을 하며 꽃을 보며 걸었고, 걷다가 멈춰서서 꽃을 자세히 관찰하고 국어 시간에 배웠던 시도 읊었다.
어제의 교실 속 학생들이 오늘은 자연 속 신선이 된 것만 같다.
아이들이 교실에서보다 더욱 활기차다.
나오니 기분이 좋은가 보구나.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학생을 바라보며, 나는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꽃 속에서 봄을 열심히도 찾는가 보다.
생각해 보면 지사중학교에서 학생들과 공부하고 있다는 점이 대단히 자랑스럽다.
계절의 변화에 더욱 민감할 수 있고, 하나의 꽃도 더욱 자세히 천천히 관찰할 수 있다.
진짜 참공부는 뭘까?
교과서 속을 벗어나는 생활 속 공부 아닐까?
오늘 우리 학생들은 봄꽃을 보며 어떤 공부를 했을까?
성탄제 - 김종길
어두운 방 안엔
빠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열매ㅡ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熱)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것이라곤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봄꽃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