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촌 측간(廁間) / 석시한
시인촌 산마루
허스름한 거적때기 해우소(解憂所)
배꽃 닮은 변기
배시시 웃고 있다
새싹 돋는 앞산
춤을 추며 몸짓한다
휑하니
지나는 바람도 흘낏 본다
지독한 고독, 몸부림
그래도 좋은 날
측간 없이 못 살겠다는 사람들
그 앞에서 옷을 벗는다
오만한 바지와 치마,
내면에 있는 한 조각 자존심도
함께 벗어 버린다
무릎을 꿇는다
부끄러움을 발끝에 내려놓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곳을
스스로 찾아와...보여 준다
배꽃 닮은 변기
먼 산 바라보며 말이 없다
[시 감상]
측간厠間이란 수세식 화장실이 아닌 재래식 변소다. 그저 되는대로 거적때기 문을 달아 만들어 놓은 재래식 변소에서 앞으로 보이는 산도 보고 흐드러지게 핀 배꽃도 보이는 곳에서 아무도 모르게 볼 일을 보는 모습에서 친근감이 느껴진다.
시인촌 산마루
허스름한 거적때기 해우소(解憂所)
----중략----
새싹 돋는 앞산
춤을 추며 몸짓한다
----중략----
그래도 좋은 날
측간 없이 못 살겠다는 사람들
그 앞에서 옷을 벗는다
오만한 바지와 치마,
내면에 있는 한 조각 자존심도
함께 벗어 버린다
무릎을 꿇는다
(시, “시인촌 측간(廁間)” 부분)
시인은 이러한 은밀한 배설의 장소에서 해방감을 느낀다. 그런 해우소란 매우 솔직하고도 은밀한 공간이 아니던가.
그래서 자연 앞에서 볼 수 있는 먼 산과 대응하여 그 앞에서 옷을 벗고 볼 일을 보는, 치부를 드러내고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허물을 벗듯 자신의 벗겨낸다는 이야기를 하며 쾌감을 느끼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