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도 아름다웠지만, 의욕적으로이야기를 펼치는 모습을 보니 모든 분들이 '사건의 주인'처럼 느껴집니다.^^ 지난번 검찰시민위 입장문을 냈을 때 여연 대표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들 입장문의 모순을 타박하기보다는 이제 입장을 냈으니까 토론하자고.
그런데 엊그제 기사를 본 후에는 ‘음... 토론으로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구나. 여전히 토론장에는 나오지 않겠지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들은 교육청 정책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스쿨미투권고안 TF 등), 스쿨미투 복귀자에 대한 성인지 감수성 연수(시간당 5만원)를 맡고 있고, 학교 성교육 의무연수를 맡고 있습니다. 그래서, 별로 관심을 주지 않는 것이 최선이겠다 싶으면서도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지요. 저도 몇 가지 안타까움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1. 광주지역 여성단체들은 대광여고, 명진고, 정광고 등이 경찰, 검찰 수사 중일 때는 활발하게 토론회에 참여하며, 스쿨미투 담론을 주도해왔습니다.
2. 그러나 배이상헌 사건 이후엔 모든 토론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수사 중이라며, 사법 체계 안에서 무죄를 소명하라며, 판단을 지켜보자며.
_ 사건 초기 시민단체 토론요청 거부
_ 광주시민협의회를 통한 토론요청 무산
_ 광주시의원 김나윤 의원실을 통한 공개토론 무산
_ 광주MBC 시사논객 참여요청 거절
3. 그래놓고 검찰에 ‘기소하라’고 압력을 넣습니다. 검찰 결과가 나오니까 평소 외치던 구호로 입장문을 냅니다. 매우 모순적입니다.
_ 교육청의 행정폭력은 여연이나 여성위의 매뉴얼 지상주의에 발딛고 있는 바가 큰데,
매뉴얼 적용의 핵심은 ‘학생 약자가 신고하면 사법적 심판을 받아야 한다’입니다.
때문에 모든 갈등은 사법적 지형 안에서 ‘가해’, ‘피해’, ‘범죄 여부’로 정리됩니다.
_ 이런 주장은 적어도 ‘사법적 판단’에 대한 신뢰를 전제해야 하는데, 무혐의가 나왔는데도 다시 신고자를 ‘피해자’로 호출하며 ‘증거가 없을 뿐, 무죄는 아니다’는 식의 행태를 보입니다.
_ 검찰 무혐의 판단 이후에도 이런 주장을 하려면 구체적인 정황 분석을 토대로 탄탄한 논거로 주장을 해야 하는데, 매양 근거는 일반적이고, 주장은 추상적입니다. 그냥 ‘구호 외치기’지요.
_ 이건 매우 원시적인 피해자 중심주의이고, 성적수치심에 대한 오용입니다.
4. 페이스북, 전교조 일꾼방에서 여연의 태도와 전교조 여성위의 태도에 대해 공개 질문하고, 비판하고 있지만, 대응하지 않습니다. 그저 비판을 싸잡아서 ‘공격한다’, ‘의견도 말 못하냐’, ‘백래시다’, ‘혐오다’ 등의 말만 되풀이하지요.
5. 공론의 장에 참여하지는 않으면서 공론의 장을 주도하려는 태도는 건강하지 못합니다.
_ 자기 운동의 가치를 공론의 장에서 설득하는 것이 운동이어야지요.
_ 그럴 힘과 의지가 없으면 자숙하고 성찰하고 공부해야 하고요.
_ 몸은 움직이기 싫으면서 말로 세상을 움직이고 싶어하는 건 욕심쟁이 패권주의입니다.
6. 배이사건을 두고 전교조 여성위, 지역여성단체가 사용하는 논리와 태도는 스쿨미투는 물론 페미니즘 운동을 거스르고 있습니다.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_ 성보호주의, 성엄숙주의, 매뉴얼 지상주의
_ 성적 수치심, 피해자 중심주의, 2차 가해 개념의 오용, 남용, 과용.
_ 모든 논리를 피해자 포지션과 그 밖으로 나누는 지독한 이분법.
7. 5년후, 10년후의 페미니즘 운동이 현재의 상황을 성찰적으로 되돌아볼 시간이 오게 될 것이라 믿지만, 지금은 이런 글을 쓰는 시간도 아깝습니다. 반감만 생기고 바뀌는 건 하나도 없으니까요. 이 글도 뒤에서 부글부글 읽으며, 밑줄을 쭉쭉 그어 놓겠지만.
8. 작년 11월쯤 우리 학교(동성여중) 학생들이 억압적 생활규정에 반대하며, ‘내 몸의 주인은 나’라는 구호로 집단적인 거부 운동을 펼친 바 있습니다. 생활규정에 블라우스 안에 입는 색깔까지 정해 줄 정도로 ‘여자’, ‘학생’의 몸에 대한 왜곡된 의식이 집약되어 있었거든요.
스쿨미투 운동의 가장 깊은 뿌리는 ‘내 몸의 주인은 나’임을 천명하고, 확인하는 운동이라 생각할 때, 우리나라 최초의 집단적인 스쿨미투 당사자 운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학벌없는사회가 보도자료를 내서 Daum 메인에 기사가 실렸는데, ‘어른’, ‘남성’의 시각으로 ‘여성’, ‘학생’의 몸에 대한 보호, 통제, 조롱 댓글이 학생들을 마구 공격하더군요. 학벌없는사회 활동가가 여성단체에 연대 요청을 보냈는데, 관계자의 답변이 기가 막혔습니다.
‘거기 윤영백 있는 학교 아니야?’
‘우리에게는 직접 요청(목소리)이 들어오지 않았어’
이토록 강하고 구체적인 목소리도 듣지 못하는 청력과 효천중 ‘피해자’의 목소리를 예민하게 듣는 청력은 어떻게 다른 걸까요?
‘Sex딱지’가 붙어있냐 없냐?
그렇다면 뿌리 살리는 데는 별로 관심도 없으면서
햇볕에 마른 잎에만 ‘나무가 불쌍하다’고 호들갑을 떠는 자기 목소리만 사랑하고 있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