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더버빌가의 테스 : 욕망과 이상 사이-운명에 꺾인 비극적 사랑

[여국현]

여국현 영문학자와 세계 명작 소설을 읽으며 원작 속 영어 표현을 배워봅니다. 이번에는 토마스 하디의 『더버빌가의 테스』를 함께 읽어봅니다. <편집실>이미지는 포스코 편집실 제공

토마스 하디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더버빌가의 테스(Tess of the d'Urbervilles)』는 1891년 ‘순수한 여인A Pure Woman’이라는 부제와 함께 출간됐습니다. 혼전 임신을 하고, 마지막에는 살인도 하는 여주인공에게 ‘순수한’이라는 부제를 붙인 것 때문에 출간 당시 많은 논란이 있었다고도 합니다. 작가가 테스에게 굳이 ‘순수한 여인’이라는 말을 붙인 이유가 있겠지요?

소설의 마지막에 테스가 알렉을 죽이는 살인죄를 범하기는 하지만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테스의 불행은 스스로 초래한 것이라기보다는 세 남자 때문이었거든요. 가난한 아버지의 헛된 욕심이 비극의 원인이 되었고, 테스를 향한 알렉의 그칠 줄 모르는 욕망이 그녀를 불행으로 빠트렸으며,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만 테스를 본 에인절의 이상이 불러온 환상은 테스에게 찾아온 행복을 더 큰 불행의 나락으로 바꿔버렸지요. 여기에 인간을 불행으로 몰고 가는 알 수 없는 자연의 힘이 더해져 테스의 비극이 완성됩니다. ‘순수한 여인’ 테스, 그녀의 비극을 따라가 봅니다.

 
비극의 시작, 가난과 아버지의 헛된 욕심
테스가 겪는 비극의 뿌리는 가난이었으나 그 발단은 테스의 아버지에게 던진 트링햄(Tringham)목사의 불확실한 이 한마디였습니다.

	“Don’t you really know, Durbeyfield, that you are the lineal representative of the ancient and knightly family of the d’Urbervilles, who derive their descent from Sir Pagan d’Urberville, that renowned knight who came from Normandy with William the Conqueror...?” “당신이 더버빌가라는 오래된 기사 가문의 직계 상속이라는 걸 정말 모르셨다고요, 더비필드 씨? 그 가문의 혈통은 정복자 윌리엄 공과 함께 노르망디에서 온 저명한 기사인 페이건 더버빌 경의 후손으로부터 이어져 왔답니다.”

 
테스의 아버지는 이 말에 우쭐해져서 동네 술집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는 취해 다음날 마차 배달을 갈 수 없게 됩니다. 생계가 걸린 문제니 어쩔 수 없이 테스가 동생과 함께 일찍 어둠 속에 배달에 나섰는데요. 고삐를 잡고 있던 테스가 지난 밤의 소동과 일찍 일어난 피곤함에 깜빡 잠이 든 사이 우유배달 마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나고 집안의 유일한 생계수단이던 말, 프린스를 잃고 맙니다.     

	The morning mail-cart, with its two noiseless wheels, speeding along these lanes like an arrow, as it always did, had driven into her slow and unlighted equipage. The pointed shaft of the cart had entered the breast of the unhappy Prince like a sword, and from the wound his life’s blood was ★spouting in a stream, and falling with a hiss into the road. 언제나처럼 덜컹거리는 바퀴소리도 없이 화살처럼 빠르게 그 길을 따라 달려오던 우유배달 마차가 천천히 불도 밝히지 않은 채 그녀가 몰고 가던 마차로 돌진해 들어왔다. 우편마차의 뾰족한 끌채가 불행한 프린스의 가슴을 칼날처럼 뚫고 들어가, 그 상처에서 말의 생명인 피가 강물처럼 솟구쳐 쉿쉿 소리를 내며 길에 떨어지고 있었다.

프린스의 죽음으로 배달 일을 할 수 없게 된데다, 테스의 아버지는 이전처럼 일 할 마음도 태도도 아니었지요. 마음속에 들어앉은 귀족의 혈통이라는 헛된 바람이 그를 더욱 게으른 사람으로 만들어버리고 말았으니까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몫은 오로지 맏딸 테스의 어깨에 얹힙니다.

테스, 불행 속으로 - 알렉의 욕망
사고에 대한 미안함과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부담을 안은 테스는 근처의 부유한 친척이라고 알고 있는 더버빌가로 일자리를 구하러 갑니다. 이때 그 집 아들 알렉이 테스에게 첫눈에 반합니다. 물론 그의 마음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욕정에 가까운 것이었지요.

▲영국 BBC 드라마 <더버빌가의 테스> 속 테스와 알렉의 만남.

노골적으로 본심을 드러내는 그를 피하고 싶었지만 테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함께 일하는 여자들 가운데는 알렉이 테스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을 두고 그녀를 시기하는 이도 있었어요. 어느 날 새벽 일찍 나서 장을 보고 오던 중에 이 여자들에게 괴롭힘 당하던 테스가 어쩔 수 없이 알렉이 모는 말을 타고 그 자리를 모면하게 되는데요. 이것이 테스의 진짜 불행의 시작이었습니다. 피곤을 견디지 못하던 테스가 깜빡 잠이 들자, 알렉은 그런 테스에게  우를 범하고 맙니다.

	But, might some say, where was Tess’s guardian angel? where was the providence of her simple faith?...Why it was that upon this beautiful feminine tissue, sensitive as gossamer, and practically blank as snow as yet, there should have been traced such a coarse pattern as it was doomed to receive; why so often the coarse ★appropriates the finer thus, the wrong man the woman, the wrong woman the man, many thousand years of analytical philosophy have failed to explain to our sense of order....An immeasurable social chasm was to divide our heroine’s personality thereafter from that previous self of hers who stepped from her mother’s door to try her fortune at Trantridge poultry-farm. 어떤 이들은 아마 이렇게 물을 수 있을 것이다. 테스의 수호천사는 어디 있었나? 그녀의 소박한 믿음의 신은 어디 있었나?...어찌 이토록 아름다운 여인에게, 하늘거리는 비단처럼 섬세하고, 아직 눈처럼 순백한 이 여인에게 운명처럼 받아들여야만 할 그토록 야비한 무늬의 흔적이 남아야만 했을까. 어떻게 이토록 천박한 것이 순수한 존재를 훔치고, 나쁜 남자가 여자를, 나쁜 여자가 남자를 훔치는 것일까. 이 문제에 대해 수천 년 동안 철학적으로 분석해 봤지만 아직 우리의 도리에는 설명이 안 되는 일이었다....이 일이 있은 후 트랜트리지 양계장에서 행복을 찾아 엄마 집 문을 나선 이전의 그녀와 지금 우리 여주인공 사이에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사회적 틈이 벌어지고 말았다.

더 비극적인 사실은 이로 인해 테스가 임신을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테스는 만류하는 알렉을 뿌리치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알렉은 계속 돌아오라고 다그칩니다. 알렉이 나쁜 놈임에는 틀림없지만 테스에 대한 그의 감정은 단순한 욕정을 넘어선 어떤 본능적인 힘, 자신도 제어할 수 없는 욕망 같은 느낌도 듭니다. 맹목적이고 무모해 보이기까지 하는 테스에 대한 알렉의 무의식적 욕망에 가까운 집착이 나중에 대단히 이성적인 에인절과 극명하게 대조되면서 두 사람은 사실 한 인간의 양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계속 거절하는 테스에게 알렉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I suppose I am a bad fellow—a damn bad fellow. I was born bad, and I have lived bad, and I shall die bad in all probability. But, upon my lost soul, I won’t be bad towards you again, Tess. And if certain circumstances should arise—you understand—in which you are in the least need, the least difficulty, send me one line, and you shall have by return whatever you require. 나는 내가 나쁜 놈이라고 생각해. 정말 나쁜 놈이지. 나는 악하게 태어났고 그렇게 살아왔어. 아마 거의 틀림없이 죽을 때까지 악한 놈일 거야. 하지만 내 타락한 영혼을 걸고 맹세하지만 너에게는 다시는 악하게 굴지 않을 거야, 테스. 어떤 상황이 생긴다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필요하다거나 어려운 상황이 온다면, 나에게 소식 한 줄만 써서 알려줘. 그러면 네가 원하는 건 뭐든지 다 줄게.

 
단순히 회유를 위해 하는 말처럼 들리지 않는 건 저만 그럴까요? 나쁜 남자였던 알렉은 또 떠나겠다는 테스를 쿨하게 보냅니다. 물론 이런 모습은 난봉꾼 알렉의 특성이라고 할 수도 있고, 테스에 대한 알렉의 욕정이 채워진 후이니 그런 것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테스에 대한 알렉의 집착이 단순히 욕정만은 아니라 자신도 제어할 수 없는 깊은 욕망 때문이라는 것은 나중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국 BBC 드라마 <더버빌가의 테스>에서 떠나는 테스를 붙잡는 알렉.

집으로 돌아온 테스는 처음에는 알렉과의 관계에 대한 소문과 사람들의 수군거림, 그리고 자기 내면의 자책으로 스스로를 죄인이라 생각하며 사람들을 피한 채 괴로운 날을 보냅니다. 그러나 작가는 마치 그런 테스에게 말하듯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It was they that were out of harmony with the actual world, not she....she looked upon herself as a figure of Guilt intruding into the haunts of Innocence. But all the while she was making a distinction where there was no difference. Feeling herself in antagonism, she was quite in accord. She had been made to break an accepted social law, but no law known to the environment in which she fancied herself such an anomaly. 실제 세계와 조화를 이루지 못한 것은 그녀가 아니라 사람들이었다....그녀는 자신이 순수의 공간에 침입한 죄인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차이도 없는 것을 구분하려고 애쓴 것이었다. 자신이 (자연에) 적대적인 존재라고 느꼈지만 그녀는 완전히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기존의 사회적 규범을 어기게 되어버렸지만 그녀 자신이 스스로를 변칙적 존재로 여기고 있던 자연 속에서 어떤 규범도 어기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여인들과 어울려 일을 하러 다니면서 테스는 외모는 물론 내면까지 점점 성숙하고 강인한, 주체적인 여성으로 변모해 갑니다. 아기가 병에 걸려 위독한 상태일 때에도 주위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기에게 세례식을 한 것은 기존의 사회적 관습에 굴복 당하지 않을 만큼 당당해진 그녀를 보여줍니다. 그런 테스의 변화를 가장 먼저 목격한 것은 동생들이었습니다. 

	The children gazed up at her with more and more reverence, and no longer had a will for questioning. She did not look like Sissy to them now, but as a being large, towering, and awful—a divine personage with whom they had nothing in common. 아이들은 점점 더 경외의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면서 더 이상 질문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들 눈에 그녀는 이제 언니나 누나 같은 여자가 아니라 거대하고, 우뚝 솟은, 전혀 그들과 닮은 데가 없는 경외로운 신적인 존재였다.

 
불행과 비극을 겪으면서도 사회적 관습에 굴복하지 않았던 테스는 “규범을 어겼다고 가지 못하는 천국 같은 것에는 가치를 두지 않겠다”라는 자기 나름의 논리를 단단하게 세우는 인물로 성장해 있었습니다. 이런 태도로 테스는 단순히 비극적 사랑의 여주인공만이 아니라 당시의 사회적 관습과 편협한 도덕상에 맞선 주체적인 여성으로 비치게 합니다.  

천국에서 지옥으로 – 에인절과의 사랑과 이별

▲시간이 흐르며 당당하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모한 테스(영국 BBC 드라마 <더버빌가의 테스>)

고통을 겪은 테스는 확실히 변했습니다. 내면뿐 아니라 외모까지도 말입니다.

	Almost at a leap Tess thus changed from simple girl to complex woman. Symbols of reflectiveness passed into her face, and a note of tragedy at times into her voice. Her eyes grew larger and more eloquent. She became what would have been called a fine creature; her aspect was fair and arresting; her soul that of a woman whom the turbulent experiences of the last year or two had quite failed to demoralize. 마치 훌쩍 도약하듯 단숨에 테스는 소녀에서 성숙한 여자가 되었다. 사색의 표정이 그녀의 얼굴에 어렸고, 목소리에는 이따금 깊은 슬픔의 감정이 묻어났다. 두 눈은 더 크고 풍부한 표정을 담고 있었다. 그녀는 빼어난 미인이라고 할 만한 여인이 되었다. 그녀의 용모는 아름답고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겼으며, 그녀의 영혼은 지난 일이 년의 광폭한 경험에도 타락하지 않았다.

탈보테이스(Talbothays) 농장은 그렇게 변모한 테스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었고, 그녀는 마치 제자리에 뿌리내린 나무처럼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Tess had never in her recent life been so happy as she was now, possibly never would be so happy again. She was, for one thing, physically and mentally suited amongthese new surroundings. The sapling which had rooted down to a poisonous stratum on the spot of its sowing had been transplanted to a deeper soil. 테스는 최근 삶에서 지금처럼 행복한 적이 없었고, 아마 앞으로도 다시는 이렇게 행복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우선 그녀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이 새로운 환경에 잘 어울렸다. 처음 씨를 뿌릴 때 유독한 지층에 뿌리 내렸던 묘목이 더 깊은 지층으로 이식되었던 것이다.

운명의 그 사람, 에인절도 여기서 만납니다. 두 사람은 사실 소설의 시작 부분에서 여행을 다니던 에인절이 테스의 마을에 들러 아가씨들과 춤출 때 만난 적이 있었지만 그는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목사의 아들이었던 에인절은 목회자가 되기를 거부하고 자신의 평생 직업으로 목장 일을 선택해 일을 배우러 와 있었는데요.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는데, 처음 에인절이 테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영혼에 대한 테스의 말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I do know that our souls can be made to go outside our bodies when we are alive...very easy way to feel 'em go,” continued Tess, “is to lie on the grass at night and look straight up at some big bright star; and, by fixing your mind upon it, you will soon find that you are hundreds and hundreds o' miles away from your body, which you don't seem to want at all.” “나는 우리가 살아 있을 때도 영혼이 몸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걸 알아요...영혼이 빠져나가는 걸 아주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테스가 계속 말했다. “밤중에 풀밭에 누워 밝게 빛나는 큰 별을 똑바로 쳐다보는 거예요. 그리고 마음을 거기에 집중시키면 내가 몸에서 수십 만 마일이나 떨어져 있다는 것을 곧 알 수 있게 되고, 몸이 전혀 필요가 없다는 느낌이 들어요.”

알렉과의 일로 자신이 죄인이라 믿고 있는 테스의 마음속에는 이처럼 자신의 몸은 버리고 영혼만 남기고 싶은 바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둘은 서로에게 끌리는 마음을 숨기지 않고 서로를 대합니다. 테스는 새벽 일찍 농장의 일꾼들을 깨우고 마지막으로 에인절을 깨운 뒤 일꾼들이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 잠깐 동안 데이트를 합니다. 아직 동도 트기 전 새벽, 농장 길을 옆에서 나란히 걷는 아름다운 테스의 모습이 에인절에게는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The spectral, half-compounded, aqueous light which pervaded the open mead, impressed them with a feeling of isolation, as if they were Adam and Eve. At this dim inceptive stage of the day Tess seemed to Clare to ★exhibit  a dignified largeness both of disposition and physique, an almost regnant power,....She was no longer the milkmaid, but a visionary essence of woman ⎯ a whole sex condensed into one typical form. He called her Artemis, Demeter, and other fanciful names half teasingly. 탁 트인 풀밭에 가득 퍼진 그 축축하고 희미한 묘한 빛은 마치 그들이 아담과 이브인 양 따로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하루가 시작되는 뿌연 빛 속에서 테스는 클레어에게 성품으로나 풍모로나 거의 여왕의 권위를 느끼게 할 만큼 위엄 있는 모습으로 확대되어 다가왔다....그녀는 더 이상 젖 짜는 아가씨가 아니라 여성이라는 존재의 환상적 정수, 즉 여성 전체가 응축된 한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그는 반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아르테미스, 데미테르, 그리고 다른 환상적인 이름으로 불렀다.

이 부분은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에인절의 눈에 비친 테스의 모습이 놀라운 정도로 신비하고 환상적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만, 에인절이 바라보는 테스가 있는 그대로 테스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에인절의 환상 속에 그려진 모습이라고 할 수 있어서기도 합니다. 테스에 대한 에인절의 사랑은 분명 진실이지만, 이처럼 자신만의 환상이 큰 역할을 함으로써 처음부터 ‘테스 자체’가 아니라 자기가 ‘보고 싶은 테스’를 보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더욱이 아르테미스는 순결의 여신이고, 데미테르는 결실의 여신이라는 점은 더욱 아이러니로 작용합니다.

▲에인절과의 깊어가는 관계. (영국 BBC 드라마 <더버빌가의 테스>)

세속적 관점으로 보자면 테스는 순결하지도 않았고, 결실을 얻지도 못하니까요. 나중에 결혼식을 마친 후 첫날밤에 테스가 알렉과의 과거를 밝혔을 때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 바로 이 같은 이유가 작용해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테스라고 불러주세요(Call me Tess)”라는 그녀의 말이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도 바로 그런 까닭이며, 에인절을 향한 자신의 사랑이 깊어가는 것을 느낀 테스가 이렇게 한탄하듯 내뱉는 말의 울림이 큰 것도 그 이유일 것입니다.

	“O my love, why do I love you so!...for she you love is not my real self, but one in my image; the one I might have been!” “오, 내 사랑, 저는 왜 이토록 당신을 사랑하는 걸까요!...당신이 사랑하는 여인은 진정한 제 모습이 아니라 허상일 뿐이니까요. 제가 그럴 수 있었으면 하는 그런 허상 말이에요.”

그러나 한 번 불붙은 젊은 연인들의 사랑이 그러하듯 둘의 사랑은 더욱 깊어지고, 에인절은 테스에게 청혼을 합니다. 물론 테스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에인절의 사랑이 강렬하게 다가올수록, 자신이 에인절에게 끌리면 끌릴수록 자신의 과거가 더 또렷하게 자신을 옭아맸기 때문이지요. 몇 번의 거절 끝에 결국 테스는 에인절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두 사람은 결혼을 합니다. 그리고 결혼식을 마친 첫날 밤, 테스는 결혼 전 에인절이 자신의 과거를 고백했던 것처럼 자신과 알렉의 과거를 털어놓습니다. 자신이 에인절의 과거를 용서했듯 그 또한 그래 주리라 믿으면서요. 그러나 에인절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자신은 테스의 과거를 용서할 수 없다고 합니다. 사랑으로 자신을 용서해달라고 애원하는 테스에게, 에인절은 단호하게 말합니다.   

	“O Tess, forgiveness does not apply to the case! You were one person; now you are another. My God⎯how can forgiveness meet such a grotesque⎯prestidigitation as that!...I repeat, the woman I have been loving is not you...Another woman in your shape.” “오, 테스, 용서란 것은 이런 경우에는 해당이 되지 않소. 당신은 옛날의 당신과는 다른 사람이오. 아, 어떻게 용서란 말이 그와 같은 기괴한 이야기⎯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해당될 수가 있소!....다시 말하지만, 내가 사랑했던 여인은 당신이 아니오....당신의 모습을 한 다른 여자였소.”

에인절의 이런 태도는 그가 테스의 참 모습이 아닌 자신의 환상 속의 테스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더 강하게 하면서, 순결을 중시하는 당시의 사회적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작가도 그 점을 언급합니다. 아버지와 형제들이 그토록 바라던 목회자라는 안정된 직업을 마다하고 목장경영자가 되기로 할 정도로 자기 미래에 대해 확고한 태도를 가진 그였지만 이런 문제에 있어서는 관습의 굴레를 완전히 벗어 던질 수 없었던 것이죠.   

	With all his attempted independence of judgement this advanced and well-meaning young man, a sample product of the last five-and-twenty years, was yet the slave to custom and conventionality. 지난 25년 세월의 본이 될 만한 존재인 이 진취적이고 선량한 젊은이는 독립적인 판단을 내리려는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풍습과 관습의 노예였던 것이다.

에인절은 테스에게 둘이 같이 산다고 해도 나중에 태어날 아이들이 엄마인 테스의 과거를 알게 되어 그녀를 경멸하게 될 것까지 신경을 쓰며 테스와 함께 살 수 없다고 합니다. 결국 테스는 집으로 돌아가고, 에인절도 떠납니다. 천국 같았던 탈보테이스 농장에서 그녀의 짧았던 행복은 그렇게 더 깊은 불행을 안겨주면서 끝이 납니다.

알렉 살해와 에인절의 귀환, 비극의 완성
테스는 다시 이전의 가난과 불행으로 돌아옵니다. 에인절의 사랑은 축복이었지만, 그의 이기적인 비겁함과 몰이해는 테스에게 더 큰 불행의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그 입구에 알렉이 다시 등장합니다. 테스가 떠나고 알렉은 순회설교자가 되어있었습니다. 그것도 에인절의 아버지 설교를 듣고 감화되어 말이지요. 외모까지도 완전히 바뀐 알렉은 완전히 딴 사람이 된 것 같았습니다.

	It was less a reform than a transfiguration. The former curves of sensuousness were now modulated to lines of devotional passion. The lip-shapes that had meant seductiveness were now made to express supplication; the glow on the cheek that yesterday could be translated as riotousness was evangelizedo to-day into the splendour of pious rhetoric; animalism had become fanaticism; Paganism, Paulinism; the bold rolling eye that had flashed upon her form in the old time with such mastery now beamed with the rude energy of a theoltry that was almost ferocious. 개선이라기보다 변신이었다. 이전의 관능적인 몸의 곡선들은 헌신적인 열정의 곧은 선으로 조정되었다. 유혹을 의미했던 입술 모양은 기원을 표현하게 되었고, 과거에는 방탕함의 결과로 이해되었던 불그스레한 뺨이 지금은 경건한 수사의 광채를 띠면서 기독교에 귀의했다. 동물적 본능은 광신적 믿음이 되었고, 이교주의는 사도바울의 믿음으로 바뀌었다. 과거에는 번뜩이는 욕정으로 그녀의 몸을 이리저리 뻔뻔하게 바라보던 눈은 거의 사나워 보일 정도로 신을 숭배하는 거친 에너지로 반짝였다.

정말 완전히 바뀐 알렉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러나 알렉에게는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힘이 있었으니, 바로 테스라는 존재가 그에게 미치는 영향이었습니다. 그는 테스를 보자마자 이전의 욕망에 사로잡힌 존재로 돌아오고 맙니다. 사람들에게는 이런 불가사의한 힘이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자기도 어쩔 수 없는 이 힘은 그 사람의 인생에 빛이 되기도 하고 어둠이 되기도 하지요. 알렉에게 테스는 바로 그 불가사의한 힘을 지닌 존재였어요. 이건 테스나 알렉, 그 누가 의도한 것이 아니라 그냥 그럴 수밖에 없는 어떤 힘 같습니다. 테스를 본 알렉의 반응이 이를 입증합니다.

	The effect upon her old lover was electric, far stronger than the effect of his presence upon her. His fire, the tumultuous ring of his eloquence, seemed to go out of him. (그녀의 모습이) 그녀의 옛 애인에게 미친 영향은 전광석화 같았다. 그녀가 그를 보고 받은 놀라움보다 훨씬 더 강한 것 같았다. 그의 불같은 열정, 격앙되어 울려 퍼지던 그의 열변이 그에게서 사라진 것 같았다.

알렉은 이미 테스가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압니다. 테스를 쫓아온 그는 테스에게 자신을 유혹하지 않겠다고 돌기둥에 손을 얹고 맹세를 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 마음은 이미 맨 처음 집으로 찾아왔던 테스를 보았던 그때의 알렉으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테스가 손을 얹고 맹세한 그 돌기둥은 알렉이 알고 있던 것과 달리 십자가가 아니라 죄인이 못 박혀 죽은 처형대였지요. 알렉과 테스의 맹세가 완전히 어긋난 것임을 이보다 더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요? 그 뒤 알렉은 아프리카로 가서 선교사가 되겠다며 테스에게 결혼해서 함께 가자고 청혼을 합니다. 물론 테스는 에인절과 결혼했다며 거절하지요. 그러나 홀로 있는 테스를 보며 상황을 짐작한 알렉은 끈질기게 그녀를 찾아와 졸라대며 이전의 자신으로 돌아갔음을 고백합니다.

	“Tess, my girl, I was on the way to, at least, social salvation till I saw you again!...And why then have you tempted me? I was firm as a man could be till I saw those eyes and that mouth again—surely there never was such a maddening mouth since Eve’s!...You temptress, Tess; you dear damned witch of Babylon—I could not resist you as soon as I met you again!”  “테스, 내 사랑, 적어도 너를 다시 보기 전까지 나는 사회를 구원하는 길을 걷고 있었어....그런데 왜 나를 유혹한 거지? 나는 네 그 눈과 입술을 다시 보기 전까지는 정말 어느 누구 못지않게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어. 정말 이브의 입술 이후 이렇게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입술은 없었을 거다!...테스, 이 요부야. 저주받았지만 사랑스러운 바빌론의 마녀야. 널 다시 만나자마자 나는 네 유혹에 저항할 수가 없었어!”

 
이후 알렉은 아예 순회 설교 일을 그만두고 테스를 찾아옵니다. “나를 옛날로 되돌아가게 만든 게 너(You have been the cause of my backsliding”)라며 남편을 떠나 자기와 살자고 끈질기게 졸라대고 한편으로는 궁핍한 고향집에 도움을 주면서 테스의 마음을 얻고자 애를 씁니다. 테스는 에인절에게 편지를 쓰며 마음을 다잡고 알렉을 밀어냈지만 엄마가 병으로 쓰러지고, 아버지마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더 이상 소작을 할 수 없게 되고 집마저 떠날 처지가 되자 결국 알렉의 청을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그때, 십 년의 세월을 보내고 나서야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고 테스에 대한 사랑을 되찾은 에인절은 영국으로 돌아와 부모님 집에 온 편지를 통해 테스의 처지를 알고 그녀를 찾아옵니다. 그러나 이미 늦은 뒤였지요. 알렉과 함께 있는 자기를 찾아온 에인절에게 테스는 말합니다.

	“He has won me back to him.” “그가 나를 다시 그 사람의 것으로 삼았어요.”

이 말을 듣고 절망한 에인절이 떠난 후 테스는 자신을 파멸로 몰아가고 두 번이나 자신에게서 에인절을 떠나게 만들었던 알렉을 살해하고 에인절을 뒤따라갑니다.

	“Angel, will you forgive me my sin against you, now I have killed him? I thought as I ran along that you would be sure to forgive me now I have done that. It came to me as a shining light that I should get you back that way. I could not bear the loss of you any longer—you don’t know how entirely I was unable to bear your not loving me! Say you do now, dear, dear husband; say you do, now I have killed him!” “에인절, 제가 그 사람을 죽였으니 이제 제 죄를 용서해주시겠지요? 달려오면서 제가 그 일을 처리했으니 틀림없이 저를 용서해주실 거라 생각했어요. 그렇게 당신을 되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번개처럼 떠올랐어요. 당신을 잃는 걸 더는 견딜 수 없어요. 당신이 저를 사랑하지 않는 걸 얼마나 견딜 수 없었는지 당신은 모를 거예요! 사랑한다고 말해줘요, 소중한 내 남편이여. 그렇게 말해줘요. 이제 그 사람을 죽였으니까요!”

마침내 함께 있게 된 두 사람, 테스와 에인절. 그러나 둘의 행복한 시간은 사흘을 넘기지 못합니다. 테스는 뒤쫓아 온 경찰들에게 잡혀 교수형을 당하고, 에인절은 테스의 부탁대로 테스의 처제와 결혼하기로 하며 떠나는 것으로 테스의 비극은 막을 내립니다.

▲ 영국 BBC 드라마 <더버빌가의 테스>의 후반부 알렉을 죽인 뒤 에인절과 재회한 테스.

인생의 비극을 초래하는 우주의 힘
이 소설에서 인간의 비극에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있습니다. 자연에 존재하는 초자연적인 힘입니다. 작가 토마스 하디가 ‘내재적 의지(immanent will)’라 부른 이 힘은 사실 우주 내에서 무기력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비극을 초래하는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운명, 혹은 우연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하디에게 이 운명이나 우연은 공교롭게도 언제나 인간에게 비극적 결말을 낳는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하디 소설의 비극적, 비관적 세계관을 반영하는 이 힘은 이 소설에서도 곳곳에서 작용합니다.

하필이면 중요한 배달을 앞둔 전날 아버지가 술에 취해 배달을 나가지 못하게 되고, 대신 말을 몰던 테스가 전날의 피곤함으로 인해 고삐를 잡고 깜빡 잠이 들고, 그날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사고가 난 것, 알렉의 농장에서 새벽부터 나선 피로함과 동료 여자 일꾼들과의 다툼 때문에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알렉의 말을 타게 된 상황, 홀로 남은 테스가 피곤함에 잠이 들어 알렉에게 겁탈을 당하게 된 것 등 모두가 테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어떤 힘이 작용한 결과이지요.

그리고 또 하나, 에인절과 결혼을 앞두고 테스는 알렉과의 일을 에인절에게 미리 알리지 않고 결혼하는 것은 죄가 되는 것 같아 그 일을 적은 편지를 쓰지만 직접 전하지 못하고 에인절의 방으로 밀어 넣어 전하려고 했습니다. 다음날 에인절이 전과 다름없이 자신을 대하는 모습을 보고 그가 자신을 용서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결혼을 한 것이지요. 그러나 사실 그녀가 문 밑으로 밀어 넣은 편지는 문 앞 깔개 밑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에인절에게 전해지지 못했던 겁니다. 아마 그 편지가 전해졌더라면 에인절과 테스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게 진행이 되었겠지요. 이와 같은 모든 일들은 테스나 에인절이 어쩔 수 없는 우연 혹은 운명 같은 힘의 작용 때문이었지요. 그 힘이 테스의 비극으로 이어지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습니다.

하디의 ‘내재적 의지’가 잘 표현된 시가 있습니다. 타이타닉 호의 침몰을 다룬 「한 쌍의 만남( The Convergence of the Twain)」이라는 시입니다. 시에는 인간들이 공들여 타이타닉 호를 건조하는 동안 자연은 북극해에 거대한 빙하를 만들고, 마침내 건조가 끝난 타이타닉 호가 출항하듯 똑같이 북극해에서 흘러오기 시작한 빙하가 타이타닉 호의 침몰 지점에서 충돌하게 만드는 힘, 바로 이 같은 힘이 인간의 삶에 작용하는 자연 혹은 우주의 ‘내재적 의지’라는 것이죠. ‘우연’이라고 할 수도 있는,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인간 삶의 비극을 초래하는 어떤 힘을 하디는 염두에 두었던 것 같습니다. 

농촌과 농촌사람들에 대한 애정 어린 사실적 묘사
하디의 이 소설에서 또 하나 주목할 사실은 농촌사람들에 대한 시선입니다. 그는 농촌사람들에 대해 관습적인 비판을 가하지도,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우호적인 시선을 보이지도 않습니다. 가능한 객관적이고 사실적으로 바라보려는 태도가 두드러집니다. 이런 모습은 특히 탈보테이스 농장에 머문 에인절의 시선을 통해 잘 드러납니다. 자연 속에 머물면서 자연의 세세한 변화를 새롭게 느끼고 알게 된 에인절은 함께 생활하는 농부들도 새롭게 보게 됩니다.

	The conventional farm-folk of his imagination⎯personified by the pitiable dummy known as ‘Hodge’⎯were obliterated after a few days' residence....The typical and unvarying Hodge ceased to exist. He had been disintegrated into a number of varied fellow-creatures⎯beings of many minds, beings infinite in difference; some happy, many serene, a few ★depressed, one here and there bright even to genius, some stupid, others wanton others austere; some mutely Miltonic, some potentially Cromwellian into men who had private views of each other. 그의 상상 속에 있던 관습화 된 농장일꾼은⎯‘시골뜨기’라는 이름의 불쌍한 멍청이로 정형화된⎯며칠이 지나고 나니까 완전히 지워졌다....전형적이고 한결같은 시골뜨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해체되어 수많은 다양한 동료 인간들로 바뀌어 갔다.⎯감정이 다양한 사람들, 무한한 차이를 지닌 사람들. 어떤 이들은 행복하고, 또 많은 사람들은 차분하고, 몇몇은 침울하기도 하고, 여기저기 천재라고 할 만큼 똑똑한 사람도 있고, 멍청한 사람도 있고, 변덕스럽고, 엄숙한 사람들도 있고. 어쩌면 각자의 개별적 관점을 지닌 말 없는 밀튼 같은, 잠재적인 크롬웰 같은 이들도 있었다.

한 문장만 인용했지만 작품 곳곳에서 보이는 농촌과 농촌사람들의 삶에 대한 하디의 이 같은 사실적이고 객관적이면서도 애정 어린 묘사는 이 소설은 물론 하디 전체의 작품에서도 중요한 미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토마스 하디의 『더버빌가의 테스』는 고대 그리스 비극의 ‘고귀한’ 주인공이 겪은 운명과 시련을 테스라는 평범한 인물을 통해 소설 속에 현대적 비극을 그려냈으며, 사회적 규범이나 전통보다는 자연적 충동을 옹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에인절과 테스의 경우에서처럼 서로 다른 사회계층의 결혼은 좌절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취해 전통주의자로서의 하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 소설은 연재 후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는데, 연재 당시 알렉이 테스를 겁탈하는 장면이 문제될 것 같다는 조언이 있었답니다. 하디는 그 조언을 받아들여 테스가 알렉에게 속아서 결혼하고 첫날밤을 보낸 것으로 수정하였다가 나중에 단행본에서는 원래 자신의 생각대로 바꿨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그만큼 당시에는 충격적인 내용일 수 있었다는 것이었지요. 논란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얻어 하디에게 경제적 풍요를 안겨다 주었을 뿐 아니라 오늘날까지도 하디의 대표작이자 세계문학의 보물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고 있는『더버빌가의 테스-순수한 여인』이었습니다.  

	잉글랜드 서남부 도싯셔(Dorsetshire) 출신으로 석공이자 건축업자였던 부친의 영향으로 하디도 젊은 시절에 건축사 사무소에서 건축을 배웠다고 합니다. 독학으로 라틴어를 비롯한 고전과 영문학 작품을 읽은 것을 바탕으로 소설가와 시인이 됩니다. 소설은 빅토리아 시대의 정서를, 시는 현대의 정서를 담고 있어서 소설가로서는 19세기, 시인으로서는 20세기 작가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그의 대부분의 소설 속 배경이 되는 영국 남부 웨섹스 지방은 하디 자신의 고향을 배경으로 했다고 하는데요. 그의 대부분의 작품에는 인간의 삶은 비극적이라는 비관적 세계관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녹음 아래서』(Under the GreenWood Tree, 1872), 『광란의 무리를 떠나서』(Far from the Madding Crowd, 1874), 『귀향』(The Return of the Native, 1878), 『캐스터브리지의 시장』(The Mayor of Casterbridge, 1886), 『더버빌가의 테스』(Tess of  the d'Urbervilles, 1891), 『무명의 주드』(Jude the Obscure, 1895) 등 15편의 장편소설과 40편의 단편소설을 남겼으며, 12권의 시집에 수록된 1천여 편의 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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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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