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20칼럼] 사상 초유의 제1야당 대표 체포동의안

[전국학비노조 전남지부]

이의엽 민중교육연구소 소장

검찰이 16일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사업과 성남FC 후원금 비리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제1야당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헌정사상 최초다. 서울중앙지법은 18일 서울중앙지검에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 요구서를 보냈다. 요구서는 대검찰청과 법무부를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은 뒤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24일 본회의에서 보고되고 27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여당은 이 대표의 범죄 혐의가 ‘토착비리’라며 더불어민주당에 체포동의안 가결을 촉구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9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전 성남시장의 개인 비리, 인허가 부정비리, 토착비리를 막아주는데 왜 민주당 의원님들이 앞장서서 행동대원이 되고 홍위병이 되어야겠나”라고 말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이재명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다면, 국민은 민주당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검찰의 영장 청구에 “희대의 사건”이라고 했고, 당도 “검찰 독재 정권과의 전쟁”이라면서 불체포특권은 이런 때 쓰라고 있는 것이라며 맞받았다. 김의겸 대변인은 19일 논평에서 “불체포특권은 형사권을 악용한 정치공작을 막기 위해 헌법이 국회의원에게 부여한 것이다. 윤석열 검찰 같은 극악무도한 검찰에 맞서라고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 들어 검찰의 정치권 수사는 지극히 편파적이다. 이 대표 외에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탈북어민 북송 사건, 민주당 노웅래·이학영 의원 사건 등 오로지 전 정권과 야당 쪽으로만 향하고 있다. 반면에,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작금의 검찰 수사는 최소한의 형평성조차 상실해 ‘정치 검찰’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 13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1심 법원 판결문이 공개됐다. 판결문을 보면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활용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통정 가장 매매(*주1)는 모두 102건이고, 이 가운데 무려 48건이 김 여사의 계좌를 이용한 거래다. 비중으로 따지면 47%에 달한다. 유죄로 인정된 통정 가장 매매 가운데 김 여사 계좌로 이루어진 거래의 비중이 절반 가까이에 이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유죄 판결의 주요 근거가 바로 김 여사 계좌로 이루어진 통정 가장 매매였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계좌의 주인에 대한 검찰 수사는 감감무소식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검찰은 권력의 시녀에서 권력의 몸통으로 등극했다. 검찰이 정치를 주도하고 좌우하는 모양새다. 검찰이 야당 대표를 수사하고 기소하면 여당은 검찰이 유포한 피의사실을 앵무새처럼 따라 한다. 검찰이 야당 의원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하면 여당 의원들은 일체 군소리 없이 행동대원으로 나선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검찰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일개 거수기로 전락한 꼴이다. 헌법에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보장한 까닭은 권력의 눈치 보지 말고 소신 있게 의정활동을 하라는 취지다. 그런데 입법부의 국회의원이 행정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거수기 역할에 그칠 거라면 굳이 이런 특권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없다.

놀라운 것은, 정의당이 현직 제1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찬성한다는 점이다. 정의당은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전에 체포동의안이 가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 편을 들고 나선 것이다. 이정미 대표는 14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검찰과 권력이 일정하게 그러한 (정치탄압) 의도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없는 죄를 만들어서 증거를 조작하거나 이럴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봅니다.”(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17일 이은주 원내대표도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정의당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찬성이 당론”이라고 답했다. ‘체포동의안 찬성이 당론이냐’는 거듭된 질문에 그는 “이번 사안을 두고 별도로 당론을 결정하고 말고 할 것도 없다”며 “그렇게 표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가 막힌다. “없는 죄를 만들어서 증거를 조작하거나 이럴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현직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이 누구인가. 검찰 출신의 이시원 비서관은 검사 시절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씨 간첩 조작 사건’의 관련 당사자이다. 2013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소속 검사였던 이 비서관은 유 씨를 간첩 혐의로 수사해 재판에 넘겼는데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유 씨의 중국-북한 출입경기록이 위조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법무부는 이 비서관에게 정직 1개월을 징계 처분했으나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솜방망이 징계에 불과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출범해 재조사가 이뤄졌고 2019년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은 “큰 과오가 있었다”며 사과했다. (이 비서관은 재조사가 진행 중이던 2018년 불명예 사직했다)

무고한 사람을 간첩 만들고 증거 조작하는 데 책임 있는 사람을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영전시켜서 공직기강을 잡겠다고 하는 윤석열 정부의 황당한 인사에 대한 비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의당도 이시원 비서관의 인사에 대한 비판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국민을 간첩으로 조작한 국정원의 불법 공작을 묵인하고 동조했던 이시원 전 검사를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지명한 것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망동입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조롱을 넘어 권력과 조작으로 언제든지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는 퇴행입니다. 7.80년대 공안검찰의 전면 등장이라는 우려를 감출 수 없습니다.” (2022년 5월 6일, 정의당 선대위 대변인 국회 소통관 브리핑)

그랬던 정의당이 태도를 바꿔서 “없는 죄를 만들어서 증거를 조작하거나 이럴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하면서 검찰과 윤 정부 편을 드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아하기 짝이 없다. 정의당이 국민의힘과 한 편이 돼서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찬성한다는데, 과연 이걸 정상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누가 있을지 의문이다. ‘국민의힘 2중대’라는 비난은 지나친 표현일지 모르나, ‘정의 없는 정의당’이라는 비판은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물론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이 방탄용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으므로 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 검찰이 무소불위의 특권을 휘두르고 있는 윤 정부에서 이런 주장을 펴는 것은 잘못이다. 윤 정부에 대해 ‘검찰 독재’라는 비판 여론이 비등하다. 정치 검찰의 편파 수사와 기소권 남용은 아무리 비판해도 지나치지 않다. 심각한 불신의 대상인 검찰의 권력 남용을 개혁하고 통제하는 것이 우선이며,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폐지는 그 다음의 일이다. 심지어 정의당은 김건희 특검에도 반대하고 있다. (*주2) 검찰 수사를 촉구한다는 건데, 이게 말이 되는 소린가. 정의당의 ‘정의’란 과연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하여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는 것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대하여 찬성하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체포동의안에 대한 찬반 입장은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윤석열 정부와 정치 검찰에 대한 입장 문제이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하여 비판적이고 이 대표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체포동의안에 대해선 반대하는 것이 올바른 입장이다. 윤 정부와 검찰을 감싸는 정의당은 욕을 먹어도 싸다. (2023년 2월 20일)


*주1. 통정 가장 매매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거래가 활황인 듯이 보이게 조작하여 주가를 조작하기 위해 꾸미는 거래를 말한다. 사고파는 행위를 혼자 했을 경우를 가장매매,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다른 경우를 통정매매라 한다. 통정 가장 매매는 법으로 금지돼 있다.

*주2. 설령 김건희 특검법이 국회에서 통과된다고 해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그만이므로 특검이 실제 시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제는, 정의당이 아예 특검 자체를 반대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