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마산 국도 14호선 명동삼거리에서 한림면사무소 방향으로 2㎞가량 가다 퇴래천과 화포천이 합류하는 지점. 수생 및 수변식물이 초지처럼 우거진 화포천 하천습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습지와 도로가 경계를 이룬 곳에는 장승처럼 우뚝 선 버드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등 화포천은 습지 입구에서부터 습지 생태계의 전형을 보여줬다.
화포천은 유역면적이 김해시 진례면과 진영읍, 한림면에 걸쳐 총 500만여 ㎡에 이른다. 이 중 한림면 230만여 ㎡에 이르는 화포천 습지가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다. 환경부는 화포천 생태계 조사를 사실상 끝낸 상태이며 연말까지 습지보호구역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생태습지로 거듭나게 될 화포천 일대를 인제대 조경제(환경공학부) 교수와 30일 미리 둘러보았다.
▲수생식물의 보고=이 습지는 2㎢에 이르는 중앙부 자연형 습지와 6㎞ 구간의 평균 너비가 400m에 달한다. 조 교수는 "하천형 습지로 이만한 규모는 전국에서 찾아볼 수 없다"며 "우포늪보다 경관이 좋다"고 말했다.
이날 조 교수와 화포천을 따라 습지 깊숙이 들어서자 수로 한쪽에 자라풀이 가득 꽃을 피우고 있었다. 화포천 중간 부분인 화포교에서 상류인 진영 쪽을 바라보면 하늘을 향해 한창 줄기를 키우고 있는 갈대 군락이 촘촘하게 자란 잔디처럼 푸름을 더하고 있다. 화포교와 습지 하류를 가로질러 가설된 장재2교 사이에는 화포천 습지 중에서도 가장 식생이 좋았다.
김해시가 전문용역업체인 케이에스엠에 용역을 의뢰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실시한 화포천 습지 식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생식물이 분포하는 수역과 갈대 선버들 등 수변식생이 형성된 습지, 물억새와 갈대가 분포하는 초지로 구분돼 하천습지의 전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습지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하천형 습지 형태를 띠고 있으며, 습지 주변은 활엽수림과 침엽수림이 상존하고 내륙수와 해양수, 혼효림 등 다양한 산림생태계가 양호하게 형성된 것으로 조사됐다.
조 교수는 "수로가 잘 발달되어 있고 수생 및 수변식물이 골고루 분포돼 있다"며 "습지 중간에 있는 비닐하우스를 걷어내고 3~4년 놔두면 습지를 완벽하게 보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로를 지나자 인기척을 느낀 청설모가 샛바람처럼 소나무 가지 위로 펄쩍 솟구쳤다. 습지는 일부에서 경작 등으로 인한 인위적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제2의 우포늪'으로 불릴 만큼 보존가치가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