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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이름마다 사연이 있지만 특별히 '며느리'라는 이름이 들어간 꽃은 고부간의 갈등 속에서 고단한 삶을 살아야만 했던 며느리들의 아픔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궁핍했던 시절 모진 시집살이를 견뎌내야 했던 며느리들의 슬픈 사연을 담고 있는 꽃을 보면서 왜곡된 고부간의 갈등관계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 꽃은 일설에 의하면 며느리를 벌주기 위해 화장지 대신 이 풀을 쓰도록 하고 시아버지가 이 풀을 화장실 옆에 심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니 시아버지나 시어머니 모두 며느리에게 압제자였던 셈이지요. 서로 사랑하며 돌보아주며 살아야할 관계들임에도 이렇게 왜곡된 삶을 살아야만 했던 시대, 어쩌면 지금도 그런 삶이 강요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그에 대한 반발로 반대의 경우도 있는지 모르겠구요.
'하루는 시어미가 밭을 매다가 갑자기 뒤가 마려워 밭두렁 근처에 주저앉아 일을 보았것다. 일을 마치고 뒷마무리를 하려고 옆에 뻗어 나 있는 애호박잎을 덥석 잡아 뜯었는데, 아얏! 하고 따가워서 손을 펴 보니 이와 같이 생긴 놈이 호박잎과 함께 잡힌 게야. 뒤처리를 다 끝낸 시어머니가 속으로 끙얼거리며 하는 말이 "저놈의 풀이 꼴보기 싫은 며느리년 똥 눌 때에나 걸려들지 하필이면…."해서 며느리밑씻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이야기가 경상북도 안동군 풍산읍 상리에서 전해 내려오고 있다네그려.'<야생초편지>(pp.33-34)
'며느리라는 이름이 붙으면 내 자식도 밉다.' '가을볕에는 딸을 쪼이고, 봄볕에는 며느리를 쪼인다.' '배 썩은 것은 딸을 주고, 밤 썩은 것은 며느리 준다.' '죽 먹은 설거지는 딸 시키고, 비빔 그릇 설거지는 며느리 시킨다.' '딸의 시앗(첩)은 바늘방석에 앉히고, 며느리 시앗(첩)은 꽃방석에 앉힌다.' '며느리 시앗은 열도 귀엽고, 자기 시앗은 하나도 밉다.' '흉이 없으면 며느리 다리가 희단다.' '굿하고 싶어도 맏며느리 춤추는 꼴 보기 싫다.' 가을볕보다 봄볕에 살이 많이 타고 거칠어지니 며느리를 쪼인다거나, 며느리의 첩은 열이라도 귀여워 꽃방석에 앉힌다는 속담까지 읽다보면 며느리는 단지 손을 잇는 씨받이 내지는 말하는 동물 정도밖에 취급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잡초라든지, 쓸모가 없다든지 하는 모든 구분들은 인간중심 분류법에 불과한 것이죠. 산야에 피어있는 이름 없는 들풀조차 그들 처지에서는 온 천하보다도 귀한 존재인 것이죠.
특히 막 어둠을 뚫고 떠오르는 햇살에 비친 발그레한 모습은 참으로 예쁘고 싱싱했습니다. '야, 이런 며느리 얻었으면 딱 좋겠다.' 아주 작은 꽃이지만 볼수록 예쁘고, 자기를 지키기 위한 가시도 가지고 있어 조금은 콧대가 높고 도도한 것 같으면서도 그저 그렇게 수수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꽃으로 나에게는 다가왔습니다.
어쩌면 궁핍했던 시절, 아무리 고된 시집살이라고 할지라도 이렇게 가뭄에 콩 나듯 웃을 수 있는 기쁜 일이야 없었겠는가 생각도 들고, 그렇게 기쁜 일이 있어도 소리내어 활짝 웃지 못하는 수줍은 듯한 모습에서 아련한 아픔이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꼬마들이 글자를 익히기 전 동화책을 보면 그림을 보면서 온갖 상상을 다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림을 보면서 나름대로 동화를 구성하는 것이죠. 그런데 글자를 익히면서부터는 상상력보다는 글자라는 틀에 갇히게 된다고 합니다. 글자를 너무 빨리 깨우치는 것이 그다지 좋은 것이 아니기에 조금 글자를 늦게 깨우친다고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상기된 꽃몽우리 그 작은 마음들마다 애절한 어릴 적 추억 가득히 담았는가 따스한 햇살 같은 그리운 나의 어머니 재 넘어 연지곤지 꽃마차 타고 온 날 어머닌 삼 년 삼 년 참아야 할 것들을 자그만 처녀가슴에 그리 깊이 새겼소 고향생각 눈물 질 때 돋아나던 작은 아픔 나조차 놀랄 만큼 총총히도 맺었구나 날 스쳐 지날 때에 나도 같이 데려가소 <김민수 詩 / 며느리밑씻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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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1/09 오전 5:37 ⓒ 2004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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