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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학회 발표 "당금애기"이야기의 공간 이 영 지(박사과정 3년) 발표일: 2000년 11월11일
1. 들머리 신화 연구가 문헌신화에서 구전으로 이어지는 무속신화로 넓혀짐으로써 우리 신화의 본질적인 모습이 드러나고 무속신화를 연구하면서 그 속에서 온전한 신들의 세계를 보게 되었다. 신화가 바로 신들의 이야기로 창조의 이야기이며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능력과 권능을 가진 초월자의 이야기라고 한다면 온전한 신들의 존재하는 공간도 이런 신적 능력을 지닌 초월자들의 공간이다. 신화의 상상력은 인간에게서 나온 것이므로 인간의 상상력 안에 있지만 신화에 등장하는 대상과 그들의 세계는 신화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이런 신들의 공간에서 신들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신화는 굿으로 전하는 무속신화라고 할 수 있다. 무속신화는 원래 세상의 발생 근원을 밝히는 내용을 중심으로 인간이 세상에 존재하기 이전의 세계를 그린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우주의 근원을 밝히는 과정에서 신들이 세상을 다스리기 위한 신으로서의 능력을 획득하고 신이 다른 신에게 신능을 부여하는 내용들이다. 이런 신성한 이야기는 고대에는 실제의 사실로 받아들여졌으며, 고대에는 국가적 제의의 대상으로 여겨졌으나 시대와 정치적 특성이 변함에 따라 무속신화는 무당이 단골들의 신적 축원을 위한 굿거리로 남아 인간 생명 점지신 이야기로 전해왔다. 그 중 "당금애기" 이야기는 생명과 수복을 주관하는 무조이야기로서 굿으로 전하여 지역마다 '당금애기', '당고마기', '제석본풀이', '셍굿', '삼태자풀이', '초공본풀이', '삼한세존풀이' 등으로 구전되어왔다. 기록되지 않고 전해내려온 무속 신화로서 그 본디 모양의 이야기는 알 수 없으나 세속적 내용이 적은 유형의 이야기를 본디 모양으로 여기며 다른 본들과 견주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신화가 세속화되어 신화적 속성을 잃어 가는 것은 신화를 구술하며 제의를 받들던 계급의 사람인 무격(巫覡)1)인들이 신분적으로 하락되어 가면서 "당금애기" 이야기가 정치 사회적 영향으로 일반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로 변화되어 내려왔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전하는 무속신화 "당금애기"의 내용도 전체적으로는 신화이지만 신의 이야기와 인간의 이야기가 섞이면서 등장하는 대상들이 대부분 인간으로 묘사되어 있다. 인간세상의 정치적 지배 질서에 영향을 받으며 천대를 받고 멸시를 받으며 인간의 윤리관에 종속되어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야기를 잘 읽어 보면 인간의 세계로 설명할 수 없는 상징적이고 초월적 세계가 그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당금애기에 대한 것으로 앞서 발표된 논문들은 당금애기를 땅어미신(땅신)으로 여기고 제석신을 하늘아비신(하늘신)으로 해석하여 이 이야기를 하늘신과 땅신의 결합으로 삼태자인 새로운 신을 탄생시킨 것으로 설명되었다. 하지만 당금애기는 땅신이 아니다. 이글에서는 각 지역별로 흩어진 "당금애기" 이야기의 각편 중 신이야기 속성이 가장 강하게 남아있는 유형의 지역본를 원형으로 삼아 "당금애기" 이야기가 본질적으로 어떤 신화적 속성을 지니고 있는가하는 점을 이 신화의 공간 세계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당금애기가 땅신이 아님을 밝혀보고자 한다. 이제까지 발표된 연구2)는 제석신은 천상의 나라에서 내려온 신으로 여겨지지만 당금애기의 가족들의 세계는 지상의 인간세계로 인식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당금애기" 이야기에서 지상의 세계로 세속화되어 인간의 이야기로 나타나는 신화의 배경이 실제는 신적 공간 세계임을 이야기의 마디을 분석하면서 밝혀가 보기로 한다.
2.. "당금애기"의 마디3) '당금애기' 이야기는 전국에 분포되어 전하는 신이야기이다. 남쪽 지역에 비해 북쪽으로 갈수록 하늘의 요소가 다소 강하고 신이야기 요소도 강한 편이지만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남쪽의 신이야기 중 천상의 요소가 적고 그에 따라 신이야기의 마지막에 반드시 나타나야할 신능과 신직의 수여도 사라지고 인간적 행복을 누리는 이야기로 끝나기도 하지만 그것이 신화의 지역적 이유에 의한 것으로 보기보다는 정치적 논리와 사회 제도의 영향으로 지역에 따라 정치성과 사회적 지배질서가 강한 쪽은 그에 맞게 무가가 변형되어 전수된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가장 남쪽인 제주도의 '당금애기' 신화가 다른 남쪽 지역의 신화요소와 비교할 때 북방지역보다 강한 천상의 요소가 함축되어 있으면서 독창적인 화소가 나타나는 것은 제주도가 정치적 지배력에서 거리를 두고 있으며, 시대가 표방하는 사회제도의 종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지역적 특성 때문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여기서 현재 "당금애기" 신화의 유형으로 전하는 이본들 중 각 지역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아홉 군데의 본들의 마디를 정리하여 '당금애기' 신화들의 특징을 분석해 보면 다음의 표와 같이 나타난다4)
위 각 지방별 "당금애기" 유형 중 여기서는 강릉본을 중심으로 주제를 이어나가려고 한다. 하나의 유형화소인 강릉본은 지역상 중간에 위치한 신화로 신의 능력을 부여하고 세상을 창조한 신화적 상상력이 본디모양(원유형)5)으로 보기는 어려우나 다른 이본들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이야기 마디를 고루 갖추고 있어 이것을 기준으로 삼고 다른 본을 비교하여 "당금애기"의 신화적 공간이 지닌 특성을 알아본다. 그러면 강릉본 신화 "당금애기"를 이야기 단락별로 살펴보기로 하자.
(1)하늘의 석가(삼한)시준님이 천상궁에서 개비랑국 매화부인의 옆구리로 태어나다. (2)세상에 자손을 점지하고 명과 복을 주고자 세상에 내려오다. (3)서천서역국의 '당금애기' 집에 재미(齋米)동냥을 온다. (4)당금애기는 부모와 아홉오라버니가 천하공상, 지하공사, 말글, 천기, 바둑공사를 가서 곳간문을 열 수 없다고 시주를 거절한다. (5)겹겹이 잠긴 곳간문을 연 시준님은 당곰애기씨쌀을 일부러 밑빠진 자루로 받아 저로 도로 담아 달라고 하며 밤에 이른다. (6)시준님은 잠자리를 청하며 당곰아기가 원래 중의 가정에서 태어난 사주임을 말하고 둔갑술을 부려 취한 후 아침에 박씨 세낱을 주고 떠난다. (7)삼태자를 밴 당곰애기를 집으로 돌아온 부모와 오라버니가 보고 양반의 수치로 여겨 죽이고자함 (8) 당곰아기가 작두로 쳐도 죽지 않자 뒷산 돌함 속에 가두어버림 (9)당곰애기가 삼태자를 낳자 청학백학이 돌봄 (10)당곰애기의 어머니가 당곰애기와 삼태자를 데리고 집으로 감 (11)삼태자가 총명하게 자라자 부친의 내력을 물음 (12)박씨 세낱을 심어 당곰애기를 모시고 금강산 절로 부친을 찾아감 (13)종이버선에 물안묻히기, 회친붕어살리기, 짚닭으로 산닭만들기, 피섞기 시험을 거쳐 친자확인 (14)삼태자에게 각산의 산신령, 부처님, 미륵님의 신직을 주고 당곰애기는 자식을 불궈주는 삼신할머니의 신직을 줌6) "당금애기" 이야기를 중심사건을 모티브로 단락를 설정한 내용 중 (1)(2)(3)(4)(5)(8)(12)가 공간적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이 부분을 중심으로 다른 마디들을 보충하며 살펴보기로 한다.
3. "당금애기" 이야기의 공간 위 신화의 화소에 나타나는 공간은 크게 천상궁와 서천서역국7)으로 나타나는 공간 세계이다. 제석신이 머무는 천상궁과 당금애기가 사는 지상국으로 이분화되어 신이 인간의 세계로 내려와 인간의 생명과 명, 복을 준 신화로 묘사되고 있으나 신화적 본질에서 보면 아직 인간세계가 열리지 않은 시기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따라서 제석신이 내려온 공간이 인간의 세계처럼 묘사되고 인간적 정치, 신분질서가 있으나 아직 인간이 존재하기 전의 이야기이다.8) 신이야기가 인간들의 이야기처럼 변화된 것은 구술로 전하는 이야기가 가질 수밖에 없는 시대적 현실반영의 한계일 것이다. 하지만 신화의 근원적 본질에서 살펴보면 "당금애기"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대상들은 신이며 그들이 활동하는 공간은 인간세계가 아니라 신의 세계이다. 당금애기에 등장하는 아래와 같은 내용은 원시적 신이야기 세계의 질서이다.
"......옛날에는 나무도 말을 하고 새 짐승들도 말을 하며 돌고 말을 할 때여서 대나무들이 사방에서 아버지라고 대답하며 나서는데 그 중 큰 장수대가 나서며, ..........."9)
여기서 이 신이야기의 중심 사건을 제공하여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제석신이다. 제석신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인간세상을 다스리고자하는 것이며 그러려면 인간이 존재해야한다. 그것을 위해 제석신은 인간의 생명을 점지하고 복과 명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하는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금애기가 사는 공간으로 내려 온 것이다. 제석신 자신의 일을 도와줄 대상이 필요한데 그가 바로 당금애기라고 할 수 있다. 위 신화의 화소를 통해 보면 능력과 신성에 변화를 일으킨 대상은 당금애기와 그가 낳은 삼태자이며, 제석신과 당금애기의 부모, 오라버니들은 아무런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다. 변화를 증명하는 것은 공간의 이동이다. 이야기의 신들의 공간과 이동내용을 살표보면 아래와 같다.
③ ④
위 그림에서 ①의 공간은 천상궁이다. 여기는 제석신과 옥황상제가 존재하며 옥황상제가 절대신으로 존재하나 신능은 제석신과 동일한 존재로 보아도 무리가 없다.10) 최고의 신성을 지닌 신의 공간이다. ②는 서천서역국이다. 당금애기 가족들이 살고 있는 세계인데 신화에서는 지상처럼 나타난다. 이 공간에는 당금애기와 당금애기부모, 오라버니, 하인들 등 인간가족의 구성원으로 형성되어 인간적 삶을 사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③은 제석신이 공간을 이동한 경로를 나타낸다. 그는 원래 천상궁에서 서천서역국으로 왔다가 다시 자신의 공간인 천상궁으로 돌아감으로써 실질적으로 존재하는 공간의 변화는 없다. 서천서역국에 와서 목적을 달성하고 자신의 세계로 되돌아간 것이다. ④는 당금애기와 삼태자가 이동한 경로이다. 이들만이 공간에 변화가 생겼다. 공간의 변화와 함께 신적 능력도 변화한다. ②의 공간에서는 아무 힘을 가질 수 없었으나 제석신이 지닌 목적의 대상이 됨으로써 공간이 이동되고 신능도 가지게 된다. 이와 같이 공간의 본모습이 신화의 본질을 밝히는 실마리가 된다고 보았다. 그것을 다음의 글에서 따져가 보고자 한다.
3.1 천상궁 위 그림에서 ①번에 나타나는 천상궁은 옥황상제와 함께 제석신11)의 세계이다. 본에 따라 천상궁(천상국 또는 천국)이 아니라 산으로 묘사된 지역본들도 많이 있다.12) 남부지방으로 내려갈수록 유형화소들 중 천상궁이 산위의 절로 나타나는 경향이 짙다. 신이야기가 형성될 때에는 하늘에 신이 있어 밑으로 내려온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인간의 능력으로서 이해하기 힘든 자연현상들이 많았고 그것을 설명할 힘은 신령함이었다고 할 것이다. 천상궁은 절대적인 권능을 지닌 옥황상제와, 천상궁과 서천서역국13)을 왕래하는 제석신이 있는 곳이다. 이들은 모두 완전한 신으로 활동한다. 완전하다는 것은 신으로서 신직을 지니고 신령과 신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옥황상제는 거의 추상적인 존재로 이야기에 구체적으로 등장하지 않으며 그가 '당금애기' 이야기에서 하는 역할이 제석신과 같아 제석신을 중심으로 정리해도 관계없다고 본다. 천상궁에 오르면 신직과 신능이 없던 신들이 그것들을 가지고 완전한 천상의 신으로 자리잡게 된다. 제석신이 당금애기와 삼태자에게 신직과 신능을 부여하는 곳도 이곳이며 당금애기와 삼태자가 그것을 부여받는 곳도 이곳이다. 천상의 신으로서 제석신의 완전한 것은 천상궁에서 삼태자와 당금애기에게 신의 권능을 주는 것에서 명징하게 보여준다. 삼태자가 고난과 시련을 당하는 서천서역국에서 아버지 제석신을 찾아 박씨가 열어 이어진 박줄을 타고 오른 천상궁의 모습이다.
박 순을 따라 정처없이 가는구나 얼마쯤을 가누라니 은하수가 걸렜더라 팔선녀가 길을 막고 ....... 박 넉 줄이 뻗는 데로 찾아가니 옥황상제 일월성신이 계시더라 선관도사 수미선관이 좌기하고 선간 서인이 태연무사히 앉었는데 서인님에 무릎 아래로 박순이 뻗었구나. 14)
강릉본에는 박줄이 금강산의 절로 이어져있다. 제석신이 처음 하강할 때는 천상궁에서 내려온 것으로 나타나지만 삼태자가 부친을 찾아가는 장소는 천상궁이 아니라 명산의 절이다. 원래 왔던 천상궁으로 되돌아가는 유형도 있으나 산 속의 절로 돌아갔다는 내용으로 등장하는 것은 무속신화가 하늘에서 내려온 천신을 숭고하게 생각하여 천신이 기거하는 곳을 높은 산으로 생각한 것과 일치한다. 천신을 산신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그렇다.15) 또 신화의 공간이 사회를 수용함으로써 현실적 공간으로 변화해간 특성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천상궁의 현실적 변용 공간이 산 속의 절이며 실제적으로 천상궁과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천상궁에서 제석신의 모습은 당금애기 이야기 본론보다는 인세차지경쟁을 벌이는 미륵과 석가의 이야기에 드러나고 있으며 '당금애기'이야기 자체에는 아래와 같이 드러날 뿐이다.
"원래 삼한 시준님네는 하늘 위에 있는 천국에서 살았는데, 글 한자를 잘못지어 개축년 칠월 보름날에 지상으로 정배돠어 개비랑국 정반왕 씨의 마야부인에게 잉태........"16) "천상서 천궁에서 여러 신인들이 모아앉어 만국조회를 베풀었다......... 천화풍 조화를 내었는데 자장법사는 지하(지상)를 내려가서 인종씨를 마련한 도술을 알리겠다쿠고"17)
이 이야기가 진행되는 중심공간은 제석신이 천상에서 내려간 서천서역국이다. 하지만 굿이야기로서 무당들이 굿조상으로 섬기는 신들은 모두 천상으로 오른 신들이다. 제석신이 무엇인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서천서역국으로 가서 제석신에게 중요한 당금애기와 삼태자를 얻어서 그들을 목적에 맞게 신으로 완성시키는 공간은 천상궁인 것이다. 부여와 광주본에는 '당금애기' 이야기가 이런 신직과 신능을 지닌 신령한 신을 탄생시키는 기능은 사라지고 제석신이 당금애기와 삼태자를 만나 행복하게 잘 산다는 고대 소설적 결론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두 지역을 뺀 다른 지역에서는 제석신이 당금애기와 삼태자에게 신직과 신능을 부여하고 있다. 모자에게 주어지는 신직과 신능은 그들이 완전한 신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을 검증하고 난 뒤 주어진다. 서천서역국 위의 신으로서 신성을 보여주는 곳은 천상궁의 공간이다. 제석신은 굿에서 불교의 복장을 한 신으로 무조격의 조상신이며 우리민족의 토착신으로 보인다18). 이같은 완전한 신들의 공간이 천상궁이다. 그러면 서천서역국은 어떠한 신들의 공간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3.2. 서천서역국 ②의 공간이다. 이곳에는 당금애기와 당금애기 부모, 오라버니, 종들이 살고 있으며 인간적 질서를 갖추고 있다. 제석신은 인간세상을 다스리고자하는 목적을 가지고 이곳으로 내려온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행동과 사회질서가 인간 세상으로 드러나지만 등장하는 대상들이 하는 일과 행동은 인간적인 것들이 아니다. 서천서역국에서 활동하는 대상들이 지닌 능력을 통해 이곳의 본모습을 찾아보기로 한다. 이야기 첫부분에 천상궁에서 완전한 신의 모습으로 있었던 제석신이 서천서역국으로 내려오면 신의 모습을 중의 모습으로 변장을 하고 나타난다. 본마다 내용에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의 본에서 화려한 치장으로 변장을 하는 내용이 나타난다.
" 삼한 시준님이 스님이 되어 내려오는데 풍신 좋고 인물 좋은 데다 백팔 염주를 목에 걸고 시나 단주를 팔에 걸고 설흔대 자 홑장삼에 쉬흔대 자 겹장삼에, 한 자 한 치 홑꼬깔에 두 자 두 치 겹고깔에 가사를 두른 데다 진홍 띠를 눌러 매고 구리 백동 달은 장도를 고름에다 차고 호산반죽 열두 마디에 쇠고리를 길게 달아서 처절거리고 내려온다."(강릉본)
천상의 제석신은 중의 신분으로 변장하고 서천서역국에 나타난다. 치장을 화려하게 하고 나타나지만 그의 행동은 이곳의 질서에 부딪히게 된다. 이 공간에서 제석신은 자유롭지 못하다. 본에 따라 당금애기 집으로 가는 길에 서울 양반왈패를 만났는데 이들은 제석신을 중으로 놀리며 하대한다.19) 그리고 당금애기네 집에 올 때도 당금애기를 만나기 위해 부모와 오라버니가 없는 사이를 찾아 만난 뒤 그들이 오기 전에 떠난다. 제석신과 당금애기 부모, 오라버니와는 이야기 속에서 만나지 않는다. 이것은 우연한 것이 아니라 이들 둘 사이의 어떤 힘의 균형이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제석신이 그들과 만나면 자신의 목적을 이룰 수 없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당금애기나 그의 시녀들은 얼마든지 다룰 수 있는 입장에 있었고 제석신의 신적인 능력도 당금애기와 시녀들 앞에서는 여전히 발휘할 수 있다. 당금애기를 열두 대문 겹겹으로 잠구어 숨겨두고 떠나지만 제석신은 단 번에 물을 열고 시주를 받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서천서역국에서 자신의 실제 모습을 감추고 자신을 낮추어 당금애기에게 접근하여 그를 취한다. 천상의 신으로 하지 못할 것이 없는 그가 서천서역국에서는 양반패에게 조롱을 당하고 당금애기에게서 거절을 당하는 등 자신의 신능을 자유롭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당금애기의 가족들이 가지는 성격을 통해 알수 있을 것이다. 당금애기 가족의 공간인 서천서역국은 앞서 밝혔던 것처럼 인간세상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유교적 가치 질서로 이루어진 조선시대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중이 하대를 받으며 양반이 숭상되고 양반이 과거에 합격해 정치에 나아가는 것이 이상적인 삶으로 나타난다. 물론 이것은 '당금애기'이야기가 비롯된 원시적 모습이 아님은 구전의 속성으로 살피면 당연한 사실이다. 본에 따라 "당금애기" 무가의 내용에 '대한국이 만만세라'20) 하고 구술되는 부분이 들어 있는가하면, 기독교의 예수 이야기가 무가에 불려지는 내용도 들어있다.21) 이렇게 원형의 신화가 시대의 영향을 받아 변형되고 변화된 모습은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원래 신이야기가 지닌 고갱이는 현재 전하는 유교적 질서와 사뭇 다른 이야기일 것이다. 즉 유교적 질서를 지닌 모습은 외형일 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이야기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제석신이 활동하는 신의 나라 천상궁과 당금애기 가족들이 활동하는 신의 나라 서천서역국이 나누어져 두 나라의 신들끼리 신능을 대결하는 양상을 보인다. 서천서역국의 중심은 당금애기 부모와 오라버니이다. 이들은 신화 속에 등장하지 않으나 천상의 어떤 공간으로 가서 자신의 소임을 한다. 서천서역국에서 이들이 맡은 신직은 부모가 천하공사, 지하공사를 맡고 있으며 오라버니들은 말, 글 공사를 맡고 있다.22) 그들이 하는 일이 신화 속에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신적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으나 천상을 자유로이 드나들고 하늘의 명을 받아 하늘나라에 벼슬을 사는 직책임을 보아 신능을 행사하는 신임에 분명하다. 이런 점들은 이들을 인간세계의 사람들로 볼 수 없으며 특히, 당금애기의 어머니까지 지하공사를 하는 벼슬을 살고 있다는 것은 유교적 질서가 지배하는 세상의 일이 아니다. 이들은 각자 인간세상을 창조하기 위해 세상에 필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과정 중에 남은 것은 인간 자손을 생산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들은 신으로서 무엇인가 경계하는 대상이 있다. 당금애기를 두고 각기 천하공사, 지하공사, 말, 글공사 등을 떠나면서 열두 대문을 겹겹이 잠그고 간다. 자신들이 있을 때는 관계 없으나 없을 때는 위험이 되는 대상은 그들과 비슷한 능력을 가진 대상일 것이다. 제주도본에서는 당금애기와 삼태자에게 신적 권능을 주어 인간생명과 수복을 담당하게 신직을 부여하는 이가 당금애기의 부모이다. 제주도본만의 변이유형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당금애기 부모들도 제석신과 동등한 신적 능력을 지니고 있는 신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당금애기네 가족들은 서천서역국에 외부세력이 등장할 수 있다는 염려를 한 것이며 외부세력의 등장은 자신들의 세력을 앗아가는 존재일 것이다. 이런 신들의 다툼은 "당금애기"신화의 앞 부분에 여러 지역본에 포함되어 등장하는 인세차지 경쟁화소의 미륵과 석가 사이에서 볼 수 있다. 여기서 빼앗길 수 있는 대상은 당금애기인 것이다. 그리고 인간세상을 차지하고자 한 제석신도 역시 당금애기의 능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당금애기는 홀로 신적 능력을 펼 수 없는 존재이다. 당금애기는 제석신에게도 당금애기 부모들에게도 중요한 존재라 할 수 있다. 당금애기가 중요한 이유는 신직이 없으므로 신으로서 신능이 없어 천상궁과 서천서역국 두 곳 어디에도 분명히 소속되어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제석신에게 필요했고 당금애기 부모들에게는 불안한 요인이라 하겠다. 따라서 신직의 임무를 다하러고 천하, 지하 공사를 가면서 그들은 '어디에도 나가지 말 것'을 단단히 다짐하고 시종 옥단춘이에게도 단속을 일러둔다. 당금애기의 부모와 오라버니들은 동등한 가치와 목적을 가지고 같이 행동하고 있다. 그들은 서천서역국이라는 신의 공간에서 이동하지 않는다. 공사를 가는 곳이 있으나 그곳은 신화 속에 등장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신적 변화의 중요한 장소는 아니다. 그들이 공사를 마치고 다시 서천서역국의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을 때 당금애기에게 변화가 생긴 것을 발견한다. 당금애기의 수태가 증거인데 이것이 마치 인간세상의 가족내의 문제로 표현되고 있으나 실제는 자신의 신적 능력을 능가하는 외부의 신이 자신의 영역안에 침입하여 당금애기를 침해한 것이라 보아야 한다.23) 자신의 신적 공간인 서천서역국을 자신보다 능력이 더 높은 외부신이 침입해 자신의 것을 앗아간 것에 그들은 격노한다. 목적과 가치가 다른 신의 침입으로 자신의 신권이 도전을 받은 셈이다. 또한 서천서역국의 당금애기 집안은 가족의 형태를 하고 있으나 가족간의 효와 사랑으로 이루어진 인간적 삶의 관계로 보긴 어렵다. 외부신의 침입으로 신적인 성격이 변한 당금애기를 당장에 죽이려함은 외부신의 침입에 상당히 놀라 일을 과격하게 수습하려는 모습이다. 가족에 의한 인간관계에서 당금애기를 가족들의 수치로 여겨 죽이고자 하는 일은 가족적 의미의 해결법은 아니다. 당금애기의 부모와 오라버니들은 격노한 나머지 당금애기를 죽이고자 하는데 아무리 죽이고자 해도 죽지 않자 산 위 돌함 속에 가두어 둔다. 모든 본들에서 당금애기를 죽여야할 당금애기 가족들의 명분을 '양반집안의 흉사'로 내세운다.24) 양반집안에 큰일이라고 한 것은 조선 사회가 반영된 것이며 원형은 본모습은 서천서역국의 신으로서 명분을 빼앗긴 당금애기를 이 공간 밖으로 축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서천서역국까지 뻗쳐온 외부신과 맞서려는 태도로 보아야 할 것이다. 서천서역국은 외형적으로 중세적 가치관이 반영된 유교의 옷을 입고 있다. 이것은 천상국이 불교의 옷을 입고 있는 것과 비교할 수 있는데 이것은 외형적 표현이지 신이야기가 추구하는 내용은 아니다. 서천서여국에서 당금애기는 가장 신적 지위가 낮으며 부모들이 집을 비우고 공사를 떠나면 집속에 갖혀 지내는 신으로 신능이 없는 신으로 살아간다. 서천서역국의 지하공사, 천하공사 신직을 맡은 부모를 두고 말, 글, 바둑 공사를 신직으로 맡은 오라버니를 두고 있다. 신직이 없는 당금애기는 외부적 존재와 차단된 집안에 갖혀 지낸다. 이 공간에서는 아주 불온전한 신이다. 능력도 가질 수 없고 활동도 하지 못하고 갖혀 지내다 수난과 고난을 받게 되는 장소이다. 수난과 고난은 제석신이 원인을 제공하였지만 또한 제석신에 의해 자신의 신직을 얻게 되고 원래 지닌 본질적 신으로 신령을 얻게 된다. 서천 서역국에서 당금애기가 이런 불완전한 신으로 존재하는 것은 원래 천상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천상국 존재가 서천서역국에서 신령을 가지기 위한 고난과 시험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미 제석신이 서천서역국에 내려올 때 당금애기에게 시주를 가는 것은 이미 정해진 일이다. 제석신이 당금애기에게 시주를 와서 하룻밤 자기를 청하여 당금애기가 동침을 거절하자 제석신이 다음과 같이 말을 한다. 그러자 당금애기는 순순히 받아들인다.
" ......... 사주책을 내놓고 살펴보면 아기씨는 분명히 중의 가정에 태어났을 터이니 어서 사주책을 보시오' 한다. 당금애기 더욱 기가 막혀 '아이구, 이것이 진담이오? 처녀의 몸으로 스님께 희생될 수 없오. 하며 벽장문을 열고 사주책을 내어 한 장, 두 장. 세 장 넘기며 살펴보니 중의 가정에 태인 몸이었다. 그 길로........스님 품에 안겨 잠자리를 같이 했다." 25)
위의 이야기는 울주본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 ..... 당신은 이 세상 사램이 아입니더 천상사람이라 천상배필을 못만내서 나가 삼십 먹이도록 서른 살까지 별당에서 자랐는데 당신캉 내캉 전생에 배혼인데 나는 천상살고 자기는 지하살아도 ........"26)
강릉본에서 당금애기가 중의 가정에 태인 몸이라고 제석신이 말하자 모든 사실을 수용한다. 중은 서천서역국의 존재가 아니다. 천상궁(천상)에서 내려오거나 산에서 내려온 존재로 당금애기 신분도 이와 같다고 알려준다. 중은 불교의 이름을 한 천상신이며 당금애기도 천상신이라는 말이다. 서천서역국으로 시주를 와서 당금애기(서장애기)를 본 제석신(서인님)은 '한 켠에는 해가 돋고 한 켠에는 달이 돋아 월궁 선녀 분명하다.'27)고 노래하고 있어 당금애기가 천상의 존재였음을 여러 군데서 말하고 있다. 천상의 신이었던 당금애기가 서천서역국의 천하공사, 지하공사 신직의 딸로 나타난 일에 대해 정확한 해석은 신화에 나타난 내용만으로는 알기 어렵다. 다만 당금애기가 신으로서 신능이 없는 이유는 서천서역국이 자신의 신적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금애기는 서천서역국에서 외부신에 해당된다. 그 사실을 당금애기 자신도 천하공사, 지하공사부부 자신도 알지 못하였으나 제석신이 그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으며 그 사실을 알게 된 천하공사, 지하공사 부부는 당금애기를 물리친다. 당금애기가 천상의 신이었다는 사실은 당금애기가 삼태자를 잉태한 죄로 부모와 오라버니가 작두에 죽이려고 해도 죽일 수 없었던 것과 뒷산의 돌함 속에 버려졌을 때 청학, 백학이 와서 추위, 더위를 막아주고 도와주어 죽지 않게 도와준 것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칼날은 쟁그랑 부러지고요. 칼자루는 땅에 떨어지고 뇌성벽력을 내려 놓는지라(무가)/ 그 즉시는 뇌성벽력이 내려서 우레줄에 번개가 치고 비락 악수로 쏟아지고 그래도 당고마기 앉은 자리는 햇발이 짜랑짜랑비치는 것 같도 앉아가지고 있을 때"28)
서천서역국에서 당금애기는 스스로 신능을 행사하지 못하지만 천상궁의 신들로부터 특별한 도움을 받고 있다. 서천서역국의 신인 당금애기 부모들이 능가할 수 없는 권능을 보이므로써 당금애기를 침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쫓겨난 당금애기는 다시 서천서역국의 집으로 돌아옴으로써 아직 신능을 부여받기 위한 고난과 시험이 더 요구된다. 그 고난과 시련은 삼태자에게 이어진다. 삼태자 역시 천상의 씨를 이은 천상의 신이기 때문에 서천서역국의 세계에서는 외부적 존재로 천대를 받는다. 천상국의 고귀하고 신성한 혈통을 이어 받고 있는 삼태자이지만 서천서역국에서는 오히려 그것으로 인해 하대와 멸시를 받으며 서천서역국의 질서에 따른 신분에 비해 뛰어난 능력으로 오히려 죽음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29) 이런 과정 중 당금애기와 삼태자는 각기 다른 면을 보여준다. 당금애기가 자신이 천상의 존재임을 제석신에 의해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것에 비해 삼태자는 자신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찾아나가는데 서천서역국에서 받는 자신의 지위에 대한 불만과 갖혀진 부자유를 스스로 풀어나가고자 하는 것이다. 서천서역국은 삼태자가 신능을 가지기에 부적합한 공간이며 불완전한 존재로 남게 만드는 세계이다. 따라서 완전한 존재 곧 신능을 가진 신이 되기 위해서는 완전한 신능을 가진 두 신의 결합으로 탄생해야 한다. 그 공간은 서천서역국이 아님을 안다. 완전한 신이 되기 위해서는 신능이 필요하므로 그 신능을 줄 대상을 찾아야 한다. 서천서역국은 천상궁의 아들로 태어난 삼태자가 수난과 고난을 받는 곳이며 천상궁 신의 아들이 고난을 받고 아무 능력도 펼 수 없는 곳이다. 이점은 건국신화와 대조된다. 건국신화에서는 신의 아들로 태어난 건국주는 인간의 세상에서 고난과 시련은 있었으나 세계와 대결하여 승리하고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무속신화에서 삼태자는 서천서역국의 세계와 싸워서 이기지 못하고 아버지를 찾아 여기를 떠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맏아들은 손에다 칼을들고 둘째 아들은 꽃을 들고 셋째 아들은 불을 들고 어머니 앞에 꿇어 엎드려 '어머니여, 오늘 우리 아버지를 찾아 주시는 말씀을 않해 주실 것 같으면 우리 삼태성이는 이 한 칼에 다 죽겠습니다. ........아버지를 찾아 가는데 절절이 들려가던가베...."30)
삼태자는 아버지를 찾아 절로 간다. 절은 천상궁과 같은 신의 공간이며 올라가야 하는 곳이다. 서천서여국을 떠나야하는 것은 서천서역국이 신의 아들인 삼태자를 능가하는 또 다른 신들의 세계이기 때문에 삼태자가 싸워 이기지 못한다. 서천서역국의 능력을 능가하는 신으로부터 신능을 받을 수 있는 아버지를 찾아가는 것이다. 아버지는 가족의 개념에서 주어지는 혈육을 뜻하는 대상이 아니라 자신에게 신능을 부여해줄 신족(神族)인 것이다 결국 서천서역국은 천하공사, 지하공사, 말글공사를 맡은 신들의 공간이다. 따라서 이곳에서 외부신으로 소외되는 신들의 이동이 이루어진다.
3.3. 공간 이동 '당금애기' 이야기에 나오는 신들이 모두 어디론가 이동하여 돌아온다. 여기서 당금애기 부모와 오라버니들은 그들이 서천서역국을 떠나 공사를 한 장소가 구체적이지 않고 그들의 이동은 이글에서 중요한 소임이 없다. 뜻이 있는 이동은 위 그림 ③과 ④에 해당하는 것으로 ③은 제석신이 천상궁에서 목적을 이루려고 서천서역국으로 왔다가 다시 돌아간 경로이며, ④는 당금애기와 삼태자가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이동은 바로 ④의 이동이라 하겠다. 제석신은 서천서역국에 내려와 목적을 달성하고 미래까지 예언한 뒤 아무런 어려움도 미련도 없이 왔던 곳으로 되돌아간다. 그는 자신의 이동 자체가 목적이 아니며 당금애기의 이동을 부추겨 목적을 이루려 할 뿐이다. 이에 반해 당금애기와 삼태자는 신적 공간의 이동이 필연적이다. 이들만이 이동에 따른 신적 능력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당금애기는 서천서역국에 갖혀 '나는 새와 기는 짐승인 쥐'도 들어갈 수 없는 곳에 있을 때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것을 알려 주는 것은 제석신이다. 제석신에 의해 자신이 천상궁의 존재임을 알게 되고 천상궁에 올라 신적 능력과 권능을 부여받는다. 그로 인해 신령을 가진 신으로 자리하게 되는 것이다. 서천서역국에서 천상궁으로 이동한 당금애기와 삼태자는 입장이 크게 변한다. 서천서역국에서 수난과 고난의 이유였던 중의 자식이라는 점과 그 중의 자식이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 천상궁으로 이동하므로써 천상궁의 중이라는 귀한 신분의 자식이 되고 능력은 완전한 신으로 되게 해준다. 서천서역국에서 세계와 대결할 수 없었던 삼태자는 어머니인 당금애기를 데리고 서천서역국을 떠나 아버지를 찾아 박줄을 타고 천상궁으로 오른다. 그 후 천상궁의 신으로 들어가기 위한 신의 자질을 검증하는 시험31)을 거쳐 아버지 제석신에게 인정을 받게 된다. 이로써 제석신이 원래 서천서역국을 내려갈 때 이루고자 했던 목적을 삼태자와 당금애기를 통해 이루게 된다. 삼태자는 명과 복을 주는 신령을 마련하고 당금애기는 자손을 점지하는 삼신할미로 마련한다. 살펴보면 당금애기와 삼태자에게 서천서역국은 불완전한 신으로 존재하는 공간이라면, 천상궁은 완전한 신으로서 신능과 신직을 부여받은 신이 되는 공간이다. '당금애기' 이야기가 다른 신들의 이야기와 차이를 보이는 것은 당금애기와 삼태자가 천상궁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것은 신들의 결합으로 인간을 다스릴 새 신이 탄생하고 그가 나라를 연다는 다른 신이야기와 사뭇 거리가 멀다. 당금애기가 지모신이라는 주장은 위 사실을 통해 맞지 않음을 알 수 있다.
4. 공간의 속뜻 천상궁과 서천서역국으로 나타나는 공간을 상징하는 외형적 표현은 다르다. 천상궁의 모습과 사건들은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지 않으나 서천서역국은 인간세상의 모습과 사건들로 잘 표현되어 있다. 천상궁은 신성하고 신능이 뛰어난 영험의 공간으로 나타난다. 그에 비해 서천서역국은 세속적이고 인간적인 사실적 공간으로 등장한다. 모두 신능을 행사하는 신의 세계이지만 그 외형이 성과 속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특징들로 인해 서천서역국을 인간세상으로 받아들여 논의가 진행되어왔다. 하지만 외형으로 드러난 배경과 달리 그들이 활동하는 공간과 자유로운 행동은 신들의 능력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아홉오라버니 어머니 아버지가 삼천궁녀 갖은 풍악을 재피시옵고 천하 머물러 가셨던 아버지 지하 머물러 가셨던 어머니 아홉 형제 오라버니가 들어오는데 장관이었던가베....."32) ".......하늘로 무지개 다리를 놓고 옥녀 무당에게 점을 치러 올라간다."33)
이렇듯 천하(하늘), 지하 등으로 활동하는 공간이 인간적 능력이 아니다. 겉으로 드러나기는 유교가 깔린 조선시대 인간사회로 나타나지만 나오는 대상들이 하는 행동은 인간들이 아니다. 원시의 우리 신이야기가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인간적인 상상력으로 창조된 공간이 서천서역국이라 하겠다. 이런 결과는 천상궁과 서천서역국이 도교, 불교와 유교의 대립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성과 속의 대립적 상징으로 수용된다. 무당은 자신들이 신령으로 모시는 신을 제석신과 당금애기, 삼태자로 삼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천상궁의 신직을 가지고 있다. 그에 비해 서천서역국에 존재하는 신들은 무당들에게 신령으로서 아무 가치가 없다. 이것은 조선조 현실을 반영한 무당들의 해석으로, 현실적으로는 유교적 질서 속에 유교적 가치를 지닌 것들이 높고 고귀하지만 영적 세계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무속의 조상들 중 최고의 신령을 가진 대상들을 도교와 불교에서 차용한 것은 무당이 당시 사회적으로 받는 천대가 두 종교와 닮았기 때문으로 해석되어진다.34) 여기서 과거 '각색 초목이 넘놀고 각색 짐승들이 다 말을 했다'35)는 시절의 신화로 돌아가 종교적이고 사회적으로 변한 내용을 다 접어버리면, 천상궁과 서천서역국은 고대인들이 세상이 열리고 인간들이 탄생하게 된 나라를 상상한 신들의 나라이며, 인간을 지배하는 거대한 힘을 지닌 신들의 신직과 신능을 창조해낸 원초적 상상력의 공간이라 하겠다. 이런 신들의 공간을 통해 살필 수 있는 것은 '당금애기' 이야기는 옛신 이야기의 구조로 설명되는 천부지모(천남지녀)이 맺어져 새로운 신인이 탄생하는 신 이야기와 다르다는 것이다. 흔히 당금애기가 '주몽신화'의 유화부인과 비교하여 논의되지만 속내용을 살피면 퍽 다르다. 신의 자식으로 태어난 것은 같으나 지상의 나라를 다스리는 신을 낳지 않았다는 것과 지모신으로 남지 않았다는 것이 큰 차이이다. 당금애기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신인 제석신과 융합하여 삼태자를 낳았으나 지모신으로 남은 것이 아니라 삼태자와 더불어 천신의 자리를 찾아 하늘로 올라감으로써 제석신으로부터 천신의 신직을 부여받아 인간세상에 신령을 행사하는 신으로 남은 것이다. 삼태자 역시 땅 위의 나라를 다스리는 신이 아니라 천상궁으로 올라 인간세계에 신령을 행사하는 신이 된 것이다. 이들을 천상의 신으로 올려 놓으므로서 무당들이 영험한 굿의 권능을 높이려 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무당들의 무조상(巫祖上)으로 신령을 지닌 신들은 서천서역국에 있지 않고 모두 천상궁으로 올라 천신으로 남았다.
5. 마무리
앞에서 "당금애기"이야기의 공간에 대해 살펴보았다. 공간에 대해 논의를 하게 된 것은 '당금애기'이야기가 지닌 신화의 속성질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당금애기'이야기에서 공간은 시간보다 중요한 상징적 요인이었다. 중심되는 두 공간은 천상궁과 서천서역국인데 특히 서천서역국을 좀더 속속들이 보고자 한 것은 이미 나온 논의들이 이곳을 인간세계로 설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살핀 것처럼 서천서역국의 당금애기 부모나 오라버니, 그리고 당금애기, 삼태자는 모두 신들이다. 이런 신들이 신으로 차례를 매기고 신능을 얻어가는 이야기이다. 특히 '당금애기'이야기는 창세신화와 함께 구술되는 지역본이 많은데 이것은 이 이야기가 신화적 속성이 강하다는 것을 보이는 일면이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신들은 무당들에게 최고의 신능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위 신화에 등장하는 공간의 특징을 보면 천상국은 불교와 도교적 외형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서천서역국은 유교적 질서의 외형으로 그려져 있다. 이런 외형적 특징으로 서천서역국이 조선조를 배경으로 하는 인간세상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외형적 성격이 나타난 이유는 원형의 신화를 구술해온 무당들의 내면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여진다. 무당이 살고 있는 현실은 유교적 질서에 의해 신분과 부귀가 나누어 지고 자신들은 이런 질서 속에 가장 천한 존재로 살아가지만 신령한 영험의 세계에 들어가면 영적 힘에 의해 상하가 나누어질 것이라는 의식으로 보이며, 불교와 도교의 신들이 실제 무당들이 섬기는 신령의 최고 지위를 누리는 것은 조선조 유교사회에서 배척당하는 불교가 무당의 소외와 서로 상통하기 때문이라고 추론해본다. 신화는 신들의 이야기를 말한다는 단순한 바탕에서 비롯한다면 "당금애기" 신화에 등장하는 모든 공간과 대상이 신의 공간이며 신이라는 것은 기본 전제이지만 '당금애기' 이야기가 무당의 굿으로 구술되어 전하므로 해서 신화적 세계의 상상력이 현실화되어 민담적 공간과 대상으로 변형되어 왔다. 이것을 다시 원형으로 접근하여 신화의 원초적 의미를 중심으로 "당금애기" 신화의 공간을 살펴보았다. 신화가 이야기문학의 시작을 연 갈래이므로 문학에 더 없이 소중한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그 내용을 파고 들어가는 길과 결과는 실로 다양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혼란이 아니라 다양성이 주는 흥성함일 것이다. 이 '당금애기' 이야기에 관해 연구가 많이 나왔으나 아직도 많은 것들이 어둠 속에 잠재되어 해석을 기다리고 있다. 일예로 '쌀'을 제석신이 시주왔을 때 곳간마다 당금애기 가족들의 쌀단지가 있는데 그들 쌀단지들의 특성이 다르다. 사소하게 보아 넘길 수 없는 상징적 의미들이 이것 외에도 많이 있으나 이 글에서는 능력과 소재의 한계로 여기서 그친다. 산만하고 부족한 내용을 더 살뜰이 메울 수 있기를 바라며, 앞으로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신들의 역할과 능력을 중심으로 신적 계보를 정리하여 신화의 체계를 세워 우리 신화의 맥락을 짚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1) 무당은 주로 여자를 지칭하는 말로 쓰며 남자무당을 박수로 달리 부르면서 격(覡)으로 적고 있다. (유동식, "한국무교의 역사와 구조", 연세대 출판부, 1997, p 274) 2)송효섭 "무속신화와 기호체계" 전북어문집과 장덕순, 서대석 "제석본풀이" 동아문화 9, 서울대 동아문화연구소, 1970 신경숙 "동명왕편과 제석본풀이의 대비 연구", 고려대대학원, 1984 임치균"제석본풀이 일고찰" 홍익어문 제 9집, 1984 김준기 "당금애기 무가의 의미와 기능" 박이정출판사, 1998, p481 3)마디는 일반적으로 화소, 단락, 모티프, 기능소, 삽화 등으로 불려진다. 4) 1. 강릉본: 강릉사는 무녀 박용녀의 구연을 바탕으로 화소를 뽑았다. 김헌선 "한국의 창세신화", 길벗, 1994 2. 함흥본: 함경도 함흥무녀 강춘옥의 구연내용 3. 평양본: 평양에서 월남한 무인 정운학의 구연 '삼태자풀이'(임석재, 장주근의 "관서지방무가", 문화재관 리국, 1966)에서 참고한 내용 4. 경북 영덕본: 최음전의 구연 '당금아기'(최정여, 서대석 "동해안무가" , 형설출판사, 1977) 김헌선의 앞 의 책 재수록본 참조 5. 충북본: 김태곤 "한국의 무속신화", 집문당, 1989, p177에 실린 '제석푸리'(김영진 충남도무가, 1976에서 재수록)를 참고함. 6. 부여본: 김태곤,. 앞의 책, p159 7. 경남 울주본: 정상박, 김현우 채록, 경남 울산시, 울주군(2) 「한국구비문학대계」-한국 정신 문화 연구 원- 1983, 218쪽∼242쪽, "삼한 세존 풀이" 울주군 온양면 외광리 이금선 구술, 여, 53 8. 광주본: 김태곤, 앞의 책, p155 9. 제주본: 김태곤, 앞의 책, p164
5) 임재해 "설화작품의 현장론적 분석" 지식산업사, 1991 p 76.에서 설화 각편들을 유형으로 나누어 내용을 주체, 행위, 장소 세 요소를 기준으로 분석하여 유형화소를 원유형과 변이유형으로 구분하였다. 6)박용녀 구연 '당고마기 노래' 에서는 미륵님과 석가님이 인세차지경쟁을 하고 속임수로 석가님이 이겨 세상에 내려 오는 이야기가 있으나 여기서는 당금애기 이야기 부분만 단락으로 뽑았다. 7) 서천서역국은 인도땅을 가르키는 말로 불교의 출생지로 제석신이 중심이 되어야 할 나라이지만 신화속에는 당금애기의 나라로 제석신이 하대받는 나라로 나타난다. '바리공주' 신화에서는 바리데기 부모를 살릴 약물이 있는 신비스런 나라로 나타난다. 8) 고대 신화 시대가 점차 세계의 강한 도전과 함께 자아의 한계를 보이면서 자아가 세계에 종속되거나 대결의 어려움을 겪는 전설, 민담의 시대로 변화된다고 본다. (조동일, "한국문학통사" 1, 지식산업사, 1994) 그런데 무속신화에 신적 초월세계를 잘 유지하고 신화성을 덜 잃고 있는 것은 무당들이 자신의 영험함을 입증하고 설명할 신령한 세계를 지녀야 했기 때문으로 보기도 한다. (조동일, "동아시아 구비서사시의 양상과 변천", 문학과 지성사, 1997, p123-124) 9) 김태곤, 앞의 책, '당곰애기'편 강릉본 10)제석신과 옥황상제는 불교적 명칭과 도교적 명칭의 차이가 있으며 함흥본에는 제석신이 옥황상제의 명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동일신으로 여기는 것이 무속의 일반적 견해이다. (유동식, 앞의 책, p269 참조) 11) '제석(帝釋)'은 당금애기의 굿 명칭인 제석본풀이가 대표적으로 쓰여 일반적으로 쓰고 있으나 이야기 속에 석가시준님, 서인님, 중, 스님, 자장법사,화주승, 방덕이 등으로 나타나며 오히려 당금애기의 부친이 제석님으로 나오는 본이 있다. 여기서는 제미동냥을 온 주인공 중을 지칭하는 말로 삼겠다. 12) 함흥본, 평양본, 강릉본, 울주본(온양면의 이금선 구술) 등은 천상궁(천국, 천상, 천궁)등에서 내려온 것으로 표현되었으며 나머지 본은 산 속의 절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나타난다. 13) 본에 따라 여러 지명으로 나타남은 앞에서 살펴 보았다. 이 글에서는 서천서역국을 쓰고자 한다. 14)평양본.월남인 정운학 구술 15) 단군신화에서 하늘신의 아들 단군이 이생의 수명이 다 하여 산신이 되었다 전한다. 천신과 산신의 특성에 대해서는 유동식, 앞의 책. p 58 참고 16)강릉본(김태곤의 "한국무가집1")에 나타난 내용 17)울주본, 이금선 구술 18) 조흥윤, "한국의 무", 정음사, 1986, p98 참조 19) 강릉본과 동해 영덕본에서 중으로 내려 오는 제석신에게 "여봐라 중아" 하는 말을 하며 소소한 물음을 물으며 놀린다. 20) 김헌선의 앞의 책, 평양본 '삼태자풀이' 정운학 구연 21) 김헌선의 앞의 책, 함흥본 '셍굿' , 강춘옥 구연, 내용중에 " ... 동양 삼국에 불도를 펴자 하니 마리아 아들야 예순님이 나와서 예수님의 도는 인간 백년의 도인데 백년 닦은 도를 믿는 거고 마귀도를 어찌 믿겠소 서인님이 하는 말이....." 22)천하공사, 지하공사의 내용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본에 천지 배판 또는 나라배포하는 일로 등장한다. 23) 당금애기를 겹겹의 대문으로 잠궈서 숨겨두고 갔으나 힘들이지 않고 자신이 마련한 자물쇠를 열고 당금애기를 취했다는 것은 신적 능력이 대단함과 더불어 자신의 영역 침해인 것이다. 24) 함흥본, '셍굿'에서는 공가(孔家)집안으로 나타남 25) 당곰애기, 강릉본, 김태곤의 앞의 책 26) 울주본, 온양면 무가 , 한국구비문학대계, 경남편, 이금선 제공 27) 평양본으로 삼태자풀이 , 정운학 구연, 김헌선의 앞의 책 28) 앞의 것, 강릉본, 박용녀 구술 29) '어머이 선생님이 우리 아바지 성을 달아 오라요 셍멩없는 아들 어찌 글을 공부하겠능가 합니다' (함흥본), '하루는 서당군들이 삼형제를 보고 .......죽이려고 하여 삼형제가 " 이놈들아 우리 삼형제를 왜 죽이려 하느냐" 하니 서당군들이 "느그 삼형제는 애비 없는 홀에미 자식이다. 홀에미 자식이 글을 배운들 벼슬이나 할 수 있나, 주임관 날갈나나, 판임관 나갈나나, 금테짜리 되어 나간단 말이냐. 느그 삼형제 글을 배워도 소용없고 쓸 곳이 없다"아유하니........."어머니요 우리 삼형제 왜 아버지가 없습니까?..........아버지를 찾아 주시오'(강릉본) 등에 나타나며 중의 자식으로서 겪는 고난이 여러 사건에 걸쳐 자세히 정리된 것은 제주도본이다. 30) 앞의 책, 강릉본 31) 앞의 표에 나타나 있음. 32)김헌선, 앞의 책, 강릉본 33)김태곤, 앞의 책, 강릉본 34) 조흥윤, 앞의 책 p95~. 조흥윤은 무당이 섬기는 신령을 계급별로 나누었는데 최고 신령은 옥황상제, 일월신성, 칠성, 산신, 삼신제석, 뇌공신장, 기도대신, 부처님, 신중이 있다. 이에 불교, 도교 신령이 많음. 35) 김헌선의 앞의 책, 박용녀 구술의 강릉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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