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는 사람들>
때로는 엄격한, 그러나 늘 학생들의 순수한 열정에 눈높이를 같이하는 지도교수
실력이나 노력에 있어 자타가 인정하는 영희
까불까불 여기저기 늘 공사가 다망한, 그러나 밉지는 않은 윤희
서구적인 체형과 외모로 개성 있는 매력을 지닌 조금은 현실적 성격의 혜원
연예기획사에 픽업 될 정도로 빼어난 외모를 지녔으나 성격포악하고 불의에 앞장서는 세라
영희 팀 멤버로 노래를 잘하는 연주와
힙합을 잘하는 정원
또 세라 팀 멤버인 노래를 잘하는 지혜
재즈발레를 잘하는 서정
그리고 특별히 잘하는 것 없지만 세라 옆에 붙어서 온갖 악행을 일삼는 나영
그밖에 윤희 팀 멤버로 엉뚱한 나나
여기에 오디션은 물론 무의미한 학교생활을 하는 아웃사이더 미주
또 퉁퉁한 외모에 어울리게 늘 잠만 자는 자연
그 외 다수
FADE IN:
S#1. S여대 캠퍼스, 밖 - 낮
경쾌한 배경음악과 함께 화면 밝아지면,
봄꽃들이 만연한 S여대 캠퍼스 전경이 펼쳐지고,
학생들 재잘거리며 즐거운 모습으로 그 곳을 지난다.
S#2. 동. 연기영상과 강의실, 안
강의실 뒷자리 한구석에 홀로 떨어져 앉아, 창밖 풍경을 망연히 바라보고 있는 미주.
그녀의 귀에는 여전히 MP3 이어폰이 꽂혀있다.
그리고 삼삼오오 흩어져서 잡담들을 나누는 다른 학생들.
서정: 어제 지혜랑 클럽에 갔다가 나 정말 깜짝 놀랐잖아.
(얼굴을 심하게 찡그리며) 아저씨들만 우글우글한 게 난 무슨 스탠드바에 온 줄 알았다니까!!
지혜:(여전히 머리 빗질에 열중하며) 아저씨들은 무슨..., 한 삼십 대 초반 밖에 안 되어 보이던데!
서정:(지혜의 말 무시하고) 그런데 그 아저씨들 춤은 안 추고,
(눈 가늘게 해보이며) 눈을 이렇게 게슴츠레 뜨고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는데...,
(몸서리를 치며) 어휴, 징그러워 죽는 줄 알았다.
지혜:(여전히 빗질하며) 너 보는 게 아니라 니 옆에서 춤추던 언니들 보던데 뭘!
(친구들에게) 키들이 다 170은 넘어 보이는 게 모델들 같더라고!!
서정:(참다못하고 지혜를 향해) 얘가 눈이 사팔 인가? 언제 남자들이 그 언니들 쳐다보대.
남자들 키 큰 여자 안 좋아해. 대나무처럼 밋밋한 여자들 누가 좋아하니?
정원:(지혜의 빗을 빼앗아 서정의 몸에 대고 곡선을 그려 보이며) 그럼. 나올 땐 나오고,
들어갈 땐 들어간 우리 서정이의 요철 몸매가 남자들한테 더 먹히지!!
서정:(자랑스럽게 몸매를 뽐내며) 정원이가 뭘 좀 볼 줄 알긴 아네.
정원:(가슴께에서 빗을 누르며) 근데 왜 여기가 쏙 들어가지?
서정:(얼른 팔로 가슴을 가리며) 어딜 만져, 얘가?
정원: 너 그거 뽕이구나?
서정: 뽕은 무슨...?
정원: 아니긴...,
(푹푹 들어가는 시늉을 하며) 푹푹 들어가는 게 뽕을 넣어도 몇 장은 넣은 것 같은데..., 어디서 뻥을 치냐?
연주: 그게 말 되네. 뽕에다가 뻥에다가!!
서정:(신경질적으로) 아니라니까!!
연주: 그럼 내가 확인을 좀 해봐야 되겠다.
연주, 본격적으로 서정의 가슴을 만지려고 손을 쭉 뻗어 내민다.
얼른 팔로 가슴을 가리고 고개를 숙이는 서정.
그러자 서정이의 겨드랑이를 간질이는 연주.
그렇게 웃고 떠드는 아이들.
세라의 말에 나영이 아이들 바라보면,
각종 사우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네 아줌마들 모습으로 분장한 아이들이 고스톱을 치고 있다.
나영:(혀를 끌끌 차며) 그러게 말이야. 서정이 쟤는 쓰리고 불렀다 완전히 독박 쓴 꼴 아니니?
막판에 독박 쓰고 절규하는 서정의 처절한 모습.
순간 세라, 자신이 혐오하는 고스톱 용어를 마구 쓰는 나영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면,
얼른 세라의 눈치를 보며 아부 섞인 미소로 말실수를 무마하려는 나영.
세라:(심하게 얼굴 찡그리며) 뭐, 쓰리고?, 독박?
나영:(나지막이) 지금 서정이 상황이 그렇다고...,
한편 어느 새 본래 모습으로 돌아온 아이들.
정원: 어쨌든 재미있는 곳이라니까 우리도 한번 가볼까?
연주: 좋지. 언제 갈까? 말나온 김에 오늘 밤에 갈까?
그때 강의실에 들어선 윤희 끼어들며,
윤희: 어디 간다고? 뭐 맛있는 거 먹으러 가는구나! 그럼 나도 끼어줘야지!!
정원: 먹으러 가는 게 아니라 클럽 간다고?
윤희: 클럽? 컨트리클럽?
(부러운 눈빛으로) 너희들 골프도 치니?
서정:(답답해 가슴을 치며 본격적으로 골프 치는 흉내를 내며) 골프를 치는 컨트리클럽이
(두손으로 과장되게 x자를 그리며) 아니라,
(섹시한 춤동작을 선보이며) 댄스, 춤, 알지! 이런 댄스를 추는 그 클럽에 간다고!!
윤희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윤희: 아항, 난 또 뭐라고...,
(김샌 얼굴로) 난 춤은 젬병이니까 니네들끼리나 가라!
끼워줄 생각도 없었던 아이들.
어이가 없다는 표정들이다.
윤희:(지나가는 말로) 근데 이렇게 화창한 봄날 뭐 하러 비싼 돈 내고 그 시컴한 지하 속에 쳐박히려는지 원!
(혀를 차며) 이런 날은 산이나 들로 엠티를 가야 되는데 말이야!
엠티라는 말을 듣는 순간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윤희를 바라보는 아이들.
아이들의 노골적인 시선을 한몸에 받은 윤희 놀라 긴장하며,
윤희: 왜, 왜..., 왜들 그래, 나, 난 단지!!
그러나 윤희의 태도는 아랑곳 않는 아이들.
다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확신을 하듯,
서정: 맞아, 우리 새 학기도 시작됐는데 엠티 한번 가야 되는 거 아니니?
지혜:(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그러게. 야, 과대표!
한쪽에 앉아 혜원과 얘기를 하고 있던 영희.
이마에 과대표라고 쓰여진 머리띠를 메고 있다.
영희: 왜?
지혜: 우리 과 친목과 화합을 위해 어디 한번 놀러갔다 와야 되는 거 아냐?
영희: 아앙~ 엠티! 즉 지혜 네 말은 우리도 멤버쉽 트레이닝 가자는 뜻?
영희의 모범생 척 행동을 모두 질린 듯 넋 나간 표정으로 바라보는 아이들.
정원: 엠티든 반팔 티든 봄바람이나 쐬고 오자고? 어때?
영희: 교수님한테 여쭤볼게
서정:(노래 부르듯) 에이~. 교수님 가시면 재미없지!
연주:(따라서 음정 맞추며) 남학생들하고 조인도 못하고...!
영희:(여전히 FM 모범생인 척 난감한 표정으로) 그래도 과 전체가 움직일 땐 말씀을 드려야 되는데...
지혜: 우리가 무슨 어린애들이냐. 허락은 무슨....
영희: 그래? 그럼 애들한테 의견을 물어보지 뭐. 많이 가겠다고 하면 한번 추진을 해보고...,
윤희: 물어볼 필요도 없어. 놀러가자는 데 싫다는 사람이 어딨냐?
(동의를 구하듯 반을 둘러보며) 안 그래? 날짜랑 장소만 정해서 재미있게 놀다 오자고. 어때?
정원: (어느새 준비한 듯 모닥불과 성냥을 들어 보이며) 좋지. 모닥불 피워 놓고 캠프파이어도 하고...!
윤희: (역시 삼겹살 한 접시를 들어 보이며)불 꺼지면 거기다 삼겹살도 구워먹고,
서정: (소주 한 박스를 들어 보이며) 거기에 술이 빠지면 안 돼지!!
윤희, 아이들의 적극적인 자세에 고무된 듯,
자신의 이마에 두른 과대표 완장을 과감히 벗어 제치며,
영희:(결연한 표정으로) 너희들 뜻이 정 그렇다면...,
침을 꼴깎이며 소망어린 표정으로 영희를 바라보는 아이들.
영희: 가자, 멤버쉽 트레이닝!!!
영희의 끝까지 범생척에도 마다않고 환호하는 아이들.
정원:(한층 기분이 들떠서) 내가 아버지가 담가 놓으신 매실주 한 병 몰래 빼올게.
서정: 그럼 장소는 어디가 좋을까? 산으로 갈래, 바다로 갈래?
지혜: 무슨 바캉스 가냐? 산은 왜 찾고 바다는 왜 찾아? 엠티는 엠티 촌으로 가야 제 맛이지!!
웃고 떠드는 아이들.
세라: 고스톱 모임에서 이젠 완전히 계모임으로 바뀌었구만. 안 그러냐?
세라 나영을 보면,
나영 어느새 엠티 가는 복장을 하고 여행가방까지 메고 있다.
나영: 세라야 가자.
(뒤도 안돌아 보고 아이들에게 뛰어가며) 춘천 쪽으로 가자. 가서 닭갈비도 먹고, 막국수도 먹고...,
자신은 아랑곳 않고 좋아 소리치며 아이들 쪽으로 달려가는 나영의 모습을 바라보는 세라의 표정.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입을 삐죽이는 세라.
아이들, 이러쿵저러쿵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해 떠드는데,
갑자기 끼어드는 나나.
나나: 이왕 갈 거 좋은 데로 가자. 남국의 정취와 정열을 느낄 수 있는 사이판이나 괌 같은 덴 어때?
수영도 하고, 선탠도 하고. 응?
너무나 태연한 나나의 말에 뜨악해하는 학생들.
S#3. 동. 캠퍼스 앞, 밖 - 엠티 가는 날 아침
연기영상와 엠티라는 플랭카드를 찬란히 휘날리며 웅장하게 서있는 학교버스.
학생들, 즐거운 모습으로 차에 올라타고 있다.
S#4. 동. 버스, 안
흥겨워서 웃고 떠들고 있는 학생들.
영희:(차에 올라 명단과 아이들을 둘러보며) 지금 누구누구 안 왔지?
정원: 세라하고 나영이. 나영이는 온다고 했고, 세라는 무슨 엠티냐고 툴툴거리던데 오려나 모르겠네!
혜원: 나나랑 자연이도 안 보여!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코고는 드르렁 소리!
아이들 소리 나는 곳을 보면,
엠티가는 복장에 배낭까지 완벽히 갖춘 자연이 버스 맨 뒷좌석에서 자고 있다.
혜원:(순간 장학금받는 101가지 방법 책을 들고) 아 마의 미스테이크!! 자연이 아니라 미주가 안보이네.
정원: 나름대로 공주님인 나나야 항상 제일 늦으시고,
지혜: (여행 모자를 쓰고 있는 와중에도 머리를 빗질하며) 미주야 뭐 과일엔 전혀 관심 없잖아!!
연주: 맞아. 지난달에 있었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도 빠졌잖아
영희: 올 거야. 교수님이 데리고 온다고 하셨어!
서정: 뭐, 교수님? 무슨 교수님?
영희: 무슨 교수님은. 우리교수님이지.
서정: 야, 너 교수님한테 말씀 드렸어?
영희:(위기를 느낀 듯 조심스럽게 다시 과대표 완장을 머리에 쓰며) 나는 그냥 조교님한테만 살짝 귀뜸만 했는데,
조교님이 교수님한테 말씀을 드렸나 보드라고.
(빛나는 과대표 완장을 차고 당당한 모습으로) 어쩌지?
뭔가를 들어서 던지려고 하는 학생들.
두 팔로 머리를 감싸며 눈 질끔 감는 영희.
영희:(살며시 눈 뜨며) 니네도 내 위치에 있어봐. 어린애들 물가에 데리고 가는 데 안 불안한가?
영희의 시선을 따라 아이들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연주, 정원, 혜원이 어느새 갖난아기 모습으로 어린아이 젖병을 빨고 있다.
서정: 근데 교수님이 같이 가시겠대?
영희: 조교님 말씀이 교수님만 빼놓고 간다고 되게 서운해하시더래.
그래서 내가 혹시 시간되시냐고 여쭤봤더니 어린애처럼 되게 좋아하시더라!
아이들 영희의 말에 눈물을 흘리며 상상하면,
역시 갖난아기 모습으로 젖병을 물고 계시는 교수님 모습이 인서트 된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거세게 가로저으며 엽기적 상상을 지워버리는 아이들.
연주: 야, 그럼 계획이 다 틀어지잖아. 남학생들하고 같이 노래 부르면서 캠프파이어 하는 거 어떻게 되는 거야?
어젯밤 꿈도 잘 꿨는데
서정: (또다시 자신의 몸매를 과시하며) 옷 다 벗고 술 마시는 건 또 어떻게 되고?
지혜: 교수님도 참. 우리랑 무슨 재미로 같이 가신대....
웅성거리는 학생들.
윤희: 야, 니네들 그래도 교수님 왔는데 싫은 내색하지 마라. 그 소심한 성격에 한번 삐지면 몇 달 가는 거 너희들도 다 알지? 그러니까 일단 버스에 올라오시면 우FP와 같은 박수로 환영을 하자고. 알았지?
영희:(웃고 전화 걸며) 나영이니? 어디까지 왔어? 세라는?
S#5. 동. 캠퍼스 앞 버스정류장, 밖 - 그 시각
마침 도착한 버스에서 내린 세라와 나영.
여전히 발길을 옮기지 않으려는 세라의 팔을 나영이 잡아끈다.
세라: 엠티는 무슨..., 나 그냥 집으로 갈래 (돌아선다).
나영:(잡아 끌며) 집에 있으면 뭐해. 가서 콧바람이나 쐬고 오자
세라: 민박촌인가 어딘가에서 애들 몇 십 명씩 우글거리면서 자는 게 싫어서 그래!
나영: 그럼 너는 독방 하나 얻어달라고 할게. 그럼 됐지? 가자!!
잡아끄는 나영.
싫다고 하면서도 끌려가는 세라.
그러면서도 그녀의 엠티복장은 너무나 완벽하고 화려하다.
S#6. 동. 캠퍼스 주차장, 밖
도착하는 주임교수의 차.
S#7. 주임교수 차, 안
시동을 끄고 벨트를 푸는 주임교수.
주임교수:(미주에게) 안 내리고 뭐해?
예의 반항적인 태도로 앉아있는 미주.
마지못해 벨트를 푼다.
미주: 꼭 가야 돼요?
주임교수: 학과 일인데 가야지, 그럼!!
미주: 학사 일정에 포함된 것도 아니잖아요?
주임교수: 스~
애써 엄한표정을 짓는 주임교수.
그러나 이내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는다.
주임교수: 어떤 학사 일정보다도 더 중요한 행사야. 특히 친구들하고 어울리기 싫어하고,
모든 일에 시큰둥해하는 너 같은 녀석한테는. 그래서 내가 특별히 너를 모시러 너희 집까지 간 거다. 알겠냐?
억지로 차에서 내리는 미주.
그러나 여전히 불만인 듯, 고개 숙인 채 죄 없는 땅만 발로 툭툭 찬다.
주임교수:(삐익 눌러 차 문을 잠그고) 죽어라 학교 오기 싫어하는 놈들도 소풍갈 때는 좋아하는데,
미주 넌 대체 어떻게 된 애냐. 내가 이해를 못 하겠어. 이번에 가서 얘기 좀 하자. 빨리 따라와!!
앞서가는 주임교수.
불만에 차서 입 삐죽 내미는 미주.
그러나 결국 마지못해 주임교수의 뒤를 따른다.
S#8. 동. 엠티행 버스, 안
환호성을 울리며 이름까지 연호하는 학생들.
아이들 속도 모르고 순박하게 좋아서 손들어 화답하는 주임교수.
주임교수:(자아도취 말기증상을 보이며) 이 꺼질 줄 모르는 인기!!
(마치 햄릿이 된 듯) 아!! 도대체 내가 어떻게 해야 나를 향한 너희들의 그 열정을 식힐 수 있겠니?
순간,
또다시 날아드는 주임교수의 썰렁한 농담에 쓰러지는 아이들.
거의 회생 불능이다.
그러나 분위기 파악이 전혀 안되는 주임교수.
급기야 결정타를 날리는데,
주임교수:(기세등등하게) 자식들. 내가 같이 가니까 좋지?
일제히 “예!”하고 소리치는 아이들.
그러나 이내 애꿎은 버스를 걷어찬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 않고 그저 좋아서 웃으며 손들어 보이고 맨 앞자리에 앉는 주임교수.
주임교수: 영희야 다 왔냐?
영희: 예. 나나만 오면 되거든요.
S#9. 동. 캠퍼스, 밖
영희:(차 밖으로 나오며 전화를 건다) 나나니? 어디야? 교수님도 오셨는데...,
(길 쪽을 쳐다보며) 다 왔다고?
S#10. 동. 엠티행 버스, 안 - 잠시 후
웃고 떠드는 학생들.
그런 학생들을 둘러보는 주임교수.
미주, 맨 뒷자리에 앉아 모자를 푹 눌러쓴 채 MP3를 들으며 창밖만 응시하고 있다.
주임교수: (혀를 차고는) 하여튼 자식 하고는...!
그때 버스 입구에서 들려오는 부산한 소리.
나나:(소리) 죄송해요, 교수님! 제가 좀 늦었죠?
주임교수: 그래. 어서 와라.
무심코 돌아보는 주임교수.
그러나 이내 놀라움에 떡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학생들도, “유나나. 빨빨리 못 다녀.”하고 한마디씩 하면서 보다가 놀란 표정으로 일제히 정지.
나나, 꽃무늬 원피스에 챙이 둥근 깃털 모자 그리고 알이 큰 선글라스까지 완전히 바캉스 복장을 하고 서있다.
그녀의 표정은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S#11. 동. 캠퍼스, 밖
문 닫히고, 드디어 출발하는 엠티행 버스.
S#12. 동. 캠퍼스 앞, 밖
교문 밖을 나서 녹음이 짙게 드리운 도로 위를 내달리는 버스.
S#13. 경춘 국도 - 낮
국도 위를 힘차게 질주하는 버스.
S#14. 동. 버스, 안
강줄기를 따라 달리는 버스의 차창 밖 풍경이 아름답다.
마냥 들떠 탄성을 지르며 차창 밖을 바라보는 아이들.
미주, 요란스러운 아이들의 반응에 무심코 건너편 차창 밖 풍경을 보려 고개를 들다 주임교수와 눈이 마주친다.
순간 자상한 미소와 함께, 윙크를 해 보이는 주임교수.
그러자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자는 척 해버리는 미주.
한편, 흥분한 나영이도 좋아서 세라의 팔을 때리면,
세라는 아프다고 찡그리며, 팔을 툭툭 털어낸다.
그러나 이내 창밖의 아름다운 풍경에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주는 세라.
그렇게 잠시나마 지난한 일상에서 벗어난 아이들은,
서서히 포근한 자연의 품안으로 젖어든다.
S#15. 경춘국도.
아이들의 행복을 가득히 싣고 내달리는 버스.
가파른 고갯길도 거뜬히 넘어선다.
S#16. 강촌 엠티 촌 주차장, 밖 - 낮
목적지에 다다른 버스의 문이 열리자 주임교수가 내리고, 뒤따라 학생들이 줄지어 내린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소리를 지르며 강 쪽으로 뛰어가는 학생들.
그런 학생들의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보내는 주임교수.
순간, 생각난 듯 버스로 시선을 돌리면,.
아직도 버스에서 내리지 않고 있는 미주의 모습이 보인다.
그 모습을 연민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주임교수,
그러나 이내 표정을 바꾸고 버스로 다가가 미주의 창문을 두드린다.
S#17. 동. 버스, 안
이어폰을 빼고 창밖을 바라보는 미주.
주임교수, 빨리 나오라고 손짓한다.
잠시 고민하는 미주.
할 수 없다는 듯 마지못해 일어나 밖으로 나온다.
그런데 그때 역시 버스에 남아 졸고 있던 자연.
두 눈을 감고 졸면서 미주의 뒤를 따라 걸어 나오는 그녀의 모습이 마치 강시같다.
S#18. 동. 주차장, 밖
두 눈을 감고 졸면서 걷는데도 용케도 넘어지지 않고 엠티 촌을 향해 걸어가는 자연.
나름대로 귀여운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는 주임교수와 미주의 시선이 더 불안하다.
그때 학생들을 내리고 흙먼지를 날리며 다시 학교로 되돌아가는 버스.
버스의 모습이 아득히 멀어지면,
주임교수와 미주가 다시 조용해진 주차장 한복판에 어색하게 서있다.
미주, 그 어색한 분위기가 견디기 힘든 듯, 쭈삣쭈삣 어색한 걸음으로 엠티 촌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주임교수:(강 쪽을 가리키며) 그 쪽이 아니라 이 쪽이야.
미주:(뒤도 안 돌아보고) 전 숙소에 먼저 가서 쉬고 있을래요.
주임교수:(웃으며) 어디서 묵는 줄 알아?
미주, 엠티촌 쪽을 보면,
마치 복사라도 한 듯 똑같은 모양의 숙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난감한 표정의 미주.
주임교수: 놀러 왔으면 신나게 놀아야지. 빨리 친구들한테 가 봐!
미주, 강 쪽을 본다.
신나서 뛰어다니는 학생들.
서로 강물을 튀기는 학생들도 있고, 벌써부터 신발을 벗고 발을 담근 학생들도 보인다.
다시 주임교수를 바라보는 미주.
주임교수,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인다.
S#19. 동. 강가, 밖
신나서 장난치는 학생들.
뚜벅뚜벅 걸어온 미주.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뒤쪽에 떨어져서 앉는다.
그리고 이내 예의 MP3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그 모습을 먼발치서 바라보는 주임교수.
그의 입가에 자그만 탄식이 베어난다.
S#20. 엠티 마을 숙소 방1, 안 - 그날 오후
우르르 몰려들어오는 혜원, 지혜, 서정, 연주.
각자의 짐을 내려놓는다.
종이에 적힌 인원수를 체크하는 영희.
연주: 우리 방에 여섯 명이라면서 한 사람은 너고, 또 한 사람은 누구야?
영희: 어. 미주!
지혜: 걔 우리 방이야?
서정: 그러게. 난 걔 불편한대. 다른 방으로 보내면 안 돼?
영희:(웃으며) 그럼 미주 저쪽 방으로 보내고 대신 세라 불러올까?
연주: 됐어. 걔랑 방을 같이 쓰느니 차라리 우리 엄마를 불러오지.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으며) 저번에 오티 때 보니까 세라 걔 잔소리가 우리 엄마보다 더 심하더라.
영희:(웃고) 다섯 시까지 자유시간이고, 그 다음부터 저녁 준비를 할 거야.
조별로 음식을 만들어서 테스트를 할 거니까 뭘 만들지 잘 생각해봐!
혜원: 테스트? 그럼 잘 만들면 무슨 상 같은 것도 주니?
영희: 정교수님께서 특별 선물을 하사하시겠데.
지혜: 특별선물!! 그게 뭔데?
영희: 나야 모르지. 그럼 쉬었다가 다섯 시까지 마당 앞으로 모여!
영희, 방문을 나선다.
나름대로 짐을 푸는 아이들.
S#21. 동. 숙소 방2, 안 - 잠시 후
방으로 들어서는 영희.
그런데 방 분위기가 살벌하다.
영희:(눈치를 보며) 이 방 공기가 왜 이렇게 냉랭하냐? 벌써부터 에어컨 틀어났을 리도 없고. 무슨 일 있어?
세라:(당장 잡아먹을 듯한 표정으로) 한영희, 조를 대체 어떻게 짠 거야?
영희: 조가 어때서?
영희, 둘러보면,
크게 힙합 음악을 틀어놓고 춤 연습을 하고 있는 정원.
정원: 장기자랑 상품이 크다며? 내가 꼭 일등할 거야, 으싸으싸!!
영희, 다시 춤을 추는 정원에게서 나나로 시선을 옮기면,
가방에서 갖가지 옷들을 꺼내서 방바닥에 쫙 펼쳐놓고 있는 나나.
나나:(혼자만의 행복한 상상을 하며) 이건 장기자랑 할 때 입을 거고, 이건 밤에 캠프파이어 할 때 입는 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이건 잠잘 때 입어야지!!
한편, 아직도 엠티복장에 배낭을 메고 방한구석에 늘어져 자고 있는 자연 곁에서,
뭘 찾는지 가방에서 물건들을 꺼내 마구 늘어놓는 윤희.
윤희: 아이, 반바지를 어디에다 넣어놨지. 분명 넣었는데
그녀가 늘어놓는 옷가지와 물건에 서서히 묻혀가는 자연.
마침내 싸여진 물건에 숨쉬기가 곤란한 듯 벌떡 일어난 가쁜 호흡을 고르는 자연.
잠결에 무심코 윤희의 슬리퍼 한짝을 내 던지면,
스리퍼, 정확히 세라의 얼굴로 날아든다.
그러나 예의 날렵한 순발력으로 날아드는 슬리퍼를 잡아내는 세라.
영희에게 보라는 듯 슬리퍼를 신경질적으로 내던지며,
세라: 상황이 이렇거든. 그래서 난 방을 따로 하나 줬으면 좋겠다. 추가비용은 내가 낼게!
영희: 어쩌지? 지금이 엠티 시즌이라 방들이 꽉 찼대. 그래서 주임교수님도 주인집에서 주무셔.
세라:(괜히 화풀이하듯 나영에게) 거봐. 내가 뭐라고 그랬어. 난 안 온다고 했지. 이런 데서 어떻게 이틀이나 지내?
나영:(말을 돌리듯) 깔끔 떠는 우리의 나름대로 공주 나나도 가만히 있는데 왜 그래. 우리 조금만 참자, 응?
그때 또다시 세라의 얼굴로 날아드는 윤희의 옷가지.
윤희:(기뻐하며) 찾았다.
이번에는 피하지 못한 세라.
윤희의 옷가지를 뒤집어 쓴 채, 계속 눈으로 나나를 가리키며 자신을 달래는 나영과 실갱이를 벌이고,
자연의 코고는 소리 점점 커져만 가는데,
그 소란에도 아랑곳 않는 나름대로 공주 나나.
계속 이 옷 저 옷 몸에 대보며 나름대로 패션쇼를 벌이고 있다.
S#22. 동. 숙소 앞마당, 밖
미주의 MP3:(소리) 강렬한 비트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마당 의자에 홀로 앉아 이어폰 끼고 음악 듣고 있는 미주.
영희가 그녀의 앞으로 다가와 뭐라고 말을 한다.
미주, 이어폰을 빼면,
음악소리 사라진다.
미주: 나한테 뭐라고 했어?
영희: 왜 안 들어가고 여기 있어?
미주: 신경 쓰지 마. 난 여기가 좋으니까!!
영희:(손으로 가리키며) 저기 왼쪽 방이 니 방이야. 나랑 혜원이랑 같이 쓰는데 괜찮지?
미주: 마음대로 해, 난 아무 데나 상관없어.
영희: 넌 음식 잘하는 거 없니? 저녁에 요리 대회 할 거거든. 그래서...,
미주: 난 프랑스 달팽이 요리 잘하는데 재료는 있니?
미주의 쌀쌀한 반응에 한숨을 내쉬는 영희.
방으로 발길을 돌리고,
잠시 씁쓸한 미소를 머금는 미주, 이내 이어폰 다시 끼면,
다시 격렬한 비트의 음악이 그녀의 외로운 모습위로 흐른다.
S#23. 동. 강가, 밖 - 저녁 무렵
해 저문 노을빛이 강물위로 흘러내린다.
S#24. 동. 숙소 방1, 안 - 그 시각
떡볶이를 만드느라고 정신이 없는 영희, 혜원, 서정, 지혜, 연주 등.
S#25. 동. 숙소 방2, 안 - 같은 시각
부추전을 만든다고 소란을 피우는 정원, 나영, 윤희 등.
나나는 기름이 튈 새라 멀찌감치 떨어져서 신기한 것 구경하듯 보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음식을 하는 아이들은 입지 않은 화려한 레이스가 달린 주방용 앞치마까지 두른 나나.
그 한편에서 이제는 아예 얼굴에 종이팩을 하고 떡하니 누워 있는 세라.
그때 곁에서 잠자다 뒤척이던 자연의 묵직한 손과 발이 그녀를 덮치면,
밀려드는 온갖 짜증에 애써 공들여 팩한 그녀의 얼굴에 주름이 가득하다.
S#26. 동. 강가, 밖 - 저녁
이어폰을 끼고 저녁 강가를 천천히 걷고 있는 미주의 모습위로 음악이 흐른다.
S#27. 동. 숙소 방1, 안 - 잠시 후
상 위에 올려진 떡볶이 접시와 부추전 접시.
주임교수가 떡볶이 하나를 집어서 입에 넣는다.
천천히 맛을 음미하는 주임교수.
그런 표정에 주목을 하는 학생들.
방 2의 학생들까지 모두 모여 있다.
이윽고 엄지손가락을 펴 보이는 주임교수.
와아 함성을 지르는 방1의 학생들.
주임교수, 이번에는 부추전을 집어서 먹는다.
음미하는 주임교수.
윤희: 어떠세요 교수님. 제가 온 정성과 땀을 흘려서 만든 건데요!!
정원: 정말 윤희 땀으로 반죽할 해서 좀 짜실 거예요.
와아 터지는 학생들의 웃음.
주임교수:(역시 엄지손가락을 펴 보이며) 이것도 맛있다!!
역시 환호하는 숙소 방2조 학생들.
연주: 그럼 승자는 누구에요, 교수님?
주임교수: 둘 다 똑같다. 아주 맛있어. 나 놀랬다. 너희들한테 이런 재주가 있는 줄 몰랐어!!
윤희: 교수님. 요즘 세대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하는 식의 양다리를 제일 싫어합니다.
일등, 이등 순위를 확실히 매겨 주십시오.
(비밀을 얘기하듯 손으로 입을 가리고) 큰 선물이 달린 문제라서?
주임교수:(다소 난감한 표정으로) 글쎄...,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데...!
윤희: 교수님. 30초의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제가 선택해주십시오 하시면 바로 접시를 들어주시면 됩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숟가락 하나를 들고 텔레비전 프로그램처럼) 오늘의 맛대 맛! 드디어 결정의 순간이 왔습니다.
신선한 부추를 넣고 건강에 좋은 올리브유로 노릿 노릿 고소하게 구워낸 부추전이냐?
혜원:(윤희의 숟가락을 뺏어들고) 각종 어묵과 쫄깃쫄깃한 쌀떡을 매운 고추장 양념에 넣어서 만든 홍초 불 떡볶이냐? 결정의 바로 그 순간!
윤희, 혜원:(동시에) 결정해주십시오!!
주임교수, 웃으며 학생들을 쳐다본다.
긴장돼서 쳐다보는 학생들.
주임교수, 천천히 그릇 쪽으로 손을 가져간다.
윤희, 긴장된 나머지 침을 꼴깍 삼키는 순간,
두 접시를 모두 들어 올리는 주임교수.
아이들:(일제히) 에이~
주임교수:(두 접시를 모두 내려놓으며) 야 이놈들아. 왜 내가 결정을 쉽게 못하는 지 알아?
둘 다 너무 맛이 없어서야. 니네들이 한번 먹어봐라. 매워야 할 떡볶이가 싱겁고, 고소해야 할 부침개가 달고. 그래서 둘 다 똑같이 맛없다는 거다. 근데 뭘 자꾸 등수를 매기라고 해!
밉지 않게 눈을 흘키는 주임교수.
S#28. 한편, 동. 강가, 밖 - 밤
둥근 달이 떠있고,
은은히 비추는 그 푸른 달빛을 머금고 유유히 흐르는 강물.
S#29. 동. 숙소 앞마당, 밖 - 그 시각
캠프파이어.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그 주위에서 학생들의 장기자랑이 한참이다.
노래, 춤, 마술, 개그 등 각자의 솜씨를 선보이는 학생들.
생마늘을 마구 먹는 차력 시범 순서에서는,
모처럼 잠들지 않은 자연이 진지한 모습으로 열연해 아이들을 쓰러뜨리고,
춤과 노래를 할 때는 모두들 몰려나와 발광하듯 논다.
학생들에게 이끌려 주임교수도 합류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S#30. 동. 일각, 밖 - 그 시각
한편, 열광하는 일행들 몰래 자리를 빠져나오는 미주.
그 뒤로 노래하고 춤추는 학생들의 모습과 소리들.
미주, 그 쪽을 한번 힐끗 쳐다보더니 이내 빠져나간다.
S#31. 동. 강가, 밖 - 잠시 후
봉지 하나를 들고 강기슭을 걷는 미주.
멈추더니 떠있는 달을 망연히 본다.
그때 꼬불꼬불 산길을 힘겹게 내달리는 자동차 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는 미주.
어둠에 잠긴 산기슭을 따라 달리고 있는 자동차 불빛.
미주, 강가 한쪽으로 가서 자리에 앉더니 봉지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여 문다.
그리고 이내 한숨처럼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는 미주.
그녀가 내뿜는 회색빛 담배연기는 이내 짙은 어둠속으로 소리없이 흩어진다.
S#32. 동. 숙소 마당, 밖
주임교수와 학생들이 모두 어깨동무를 하고 ‘사랑으로’같은 단합가를 부른다.
주임교수, 노래를 하다 문득 미주의 모습을 찾는다.
그러나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조금 굳어지는 주임교수의 표정.
마침내 노래가 끝나고, 모두가 박수를 친다.
영희: 일단 공식 일정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랜만에 바깥바람 쐬러왔는데 뭔가 빠져서 아쉽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1호실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서정:(시치미를 떼며) 뭐가 빠져서 아쉬운 건데?
연주:(역시 시치미를 떼며, 한술 더 떠서) 혹시 남자들하고 미팅 있는 거 아니야, 그런 거야?
영희: 그냥 수다나 떨자는 거지.
(애교섞인 미소로 주임교수 눈치를 보며) 약간의 알코올을 곁들여서...,
주임교수: 너무 많이들은 마시지 마. 내일 아침엔 등산도 한다면서...,
영희: 교수님도 같이...,
주임교수: 내가 끼면 무슨 재미냐. 너희들끼리 편하게 마셔. 대신 안주 없다고 나를 너무 씹지는 마라!
웃고 나가는 주임교수.
아이들:(마치 대한독립을 맞은 독립투사라도 된 듯 해방을 맞은 기쁨에 큰소리로 일제히) 안녕히 주무세요!!!
인사하는 학생들에게 손들어 보이며 나가는 주임교수.
주임교수 사라지자,
학생들, “소주냐”, “맥주냐”하며 떠들면서 방으로 들어간다.
S#33. 동. 숙소 근처 길, 밖 - 잠시 후
걸어오는 주임교수.
미주의 모습을 찾는 듯 주위를 살핀다.
S#34. 동. 강가, 밖
비워진 맥주 캔을 구겨서 봉지에 넣고 새로운 캔을 따는 미주.
주임교수:(소리) 술 남은 거 있냐?
미주, 고개를 돌리면,
주임교수, 옆에 앉더니 봉지를 뒤져 캔 하나를 꺼낸다.
주임교수:(봉지 안을 들여다보며) 야 대체 몇 캔을 산거야? 미주 너 술 세구나. 몇 병까지 마시냐?
애써 분위기를 바꾸려 너스레를 펼치는 주임교수.
그러나 미주의 굳은 입술은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
주임교수: 소주 두 병 정도 마시냐
또다시 침묵하는 미주.
그런 미주의 반응에 아랑곳 않는 주임교수.
경쾌한 소리를 내며 맥주 캔을 딴다.
주임교수:(미주를 향해 캔을 들어 보아며) 건배 한번 할까?
주저하는 미주.
주임교수: 괜찮아, 임마! 밖에 나오면 오빠 동생이고, 친구고 다 그런 거야. 격식 차리고 그럴 필요 없어!
(캔 내밀며) 자, 건배!!
미주,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캔을 들어 건배를 한다.
주임교수:(한모금 마시더니) 크~ 좋다. 달빛 아래에서 흘러가는 강물 벗 삼아 술 마시니까 좋네.
주임교수, 미주를 보면,
조심스럽게 한 모금 마시는 미주.
주임교수: 근데. 무슨 재미로 혼자 술을 마시냐?
또다시 침묵하는 미주.
주임교수: 한 가지만 묻자. 친구들이 너를 왕따 시키는 거냐, 니가 친구들을 왕따시키는 거냐?
순간 굳어있던 미주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스친다.
주임교수: 내가볼 땐 후자 같은데. 내 생각이 틀렸냐?
미주:(주임교수를 보며) 근데 교수님은 왜 저한테 그렇게 신경을 많이 쓰세요? 감사하기도 하지만...,
(주임교수 눈치를 보며) 가끔은 그게 부담스러워요.
주임교수: 양치기는 말이야. 아흔아홉 마리의 양보다 홀로 뒤떨어진 한 마리의 양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법이야.
주임교수를 따스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미주.
주임교수: 이 잘 생긴 교수님의 시선이 부담스러우면 자꾸 혼자 튀는 행동 하지 마라, 그 얘기야!!
또다시 미소를 머금는 미주.
그녀의 모습에 조금씩 온기가 돈다.
그 순간을 놓치진 않는 주임교수.
주임교수: 학교생활이 재미가 없니?
미주의 침묵.
주임교수: 그럼 집 안에 무슨 일 있어? 지난 산불에 집이 다 탔어? 아니면...,
미주, 또다시 미소 짓는다.
주임교수: 야, 이놈아. 웃지만 말고 대답을 해봐. 왜 혼자 따로 떨어져서 노는지...!
S#35. 동. 숙소 방2, 안 - 그 시각
세라, 벌써 씻고서 손거울 보면서 화장품을 바르고 있다.
그 앞에서 화장을 들어주고 있는 나영.
나영:(세라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옆방에서 애들 술 마신다는 데 안 갈래?
세라: 이 밤중에 무슨 술이니. 피부 다 망가져!!
나영: 그럼 음료수 마시면 되잖아
세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지. 그래야...,
나나:(소리) 나영아. 나 어때?
나영, 무심코 보면,
나나가 화려한 나이트가운을 입고, 좌우로 몸을 바꿔 서 보인다.
세라: 야, 너 여기 무슨 신혼여행 왔니? 꽃무늬 원피스에, 나이트가운에...,
너 혹시 안에 망사로 된 속옷 입고 있는 거 아냐?
나나: 망사는 아니고 빨간색 레이스 속옷..., 한번 볼래?
나영:(손 들어보이며) 워. 워. 워! 오늘은 여기까지...,
진정해라, 나나야!! 세라 얘 돌아버리게 하면 오늘 우리 잠 못 잔다.
나영, 나나, 세라를 바라보면,
세라 이미 거품 물고 쓰러져 있다.
그 틈을 타 옆방으로 내빼는 나영.
그녀의 뒤를 나이트가운을 휘날리며 나나도 뒤따른다.
순간 한편에서 잠자던 자연도 벌떡 일어나 그녀들 뒤를 따르는데...,
넘어지지도 않고, 잠자며 내달리는 자연의 모습이 가히 기네스북감이다.
S#36. 동. 숙소 방1, 안 - 잠시 후
가운데 맥주와 소주, 막걸리까지 그득 쌓아놓고 술판을 벌이고 있는 학생들.
나나와 나영도 들어와서 한 자리 끼고 앉고,
자연도 자리를 틀고 앉아 이내 잠이 든다.
나나와 나영의 잔에 술을 따라주는 친구들.
잠든 자연의 잔에도 술을 채운다.
영희: 그럼 우리 건배부터 먼저 한번 할까? 구호는 누가 외칠래?
윤희: 일단 "S대 연기영상과를 위하여"부터 외쳐야지. 자, 잔들 다 들어!
잔을 높이 치켜드는 학생들.
역시 잔을 드는 자연, 그 순간 그녀의 코고는 소리가 진동한다.
또다시 기이하게 바라보는 아이들.
여전히 미스터리다.
그때,
윤희: S대 연기영상과 7기의 영원한 우정과 발전을 위하여!
학생들:(일제히) 위하여!!”
구호와 함께 거침없이 술잔을 비우는 아이들.
나나: 아, 써. 소주 말고 다른 술 없어?
지혜: (술병 들며) 여기 맥주도 있어. 따라줄까?
나나: 와인 같은 건 안 사왔니? 샴페인이라도 상관없고...,
학생들, “또, 또, 또 시작이다”하며 장난스럽게 혀를 찬다.
영희:(나영에게) 세라는?
나영: 피부 관리 하느라고 정신없어.
정신없이 안주를 집어먹는다.
영희:(둘러보더니) 근데 미주 모습이 안 보이네? 누구 본 사람 있니?
혜원: 그러고 보니까 그러네. 아까 캠프파이어 때부터 사라진 거 같은데...,
서정: 또 어디에 짱 박혀 이어폰 끼고 있겠지, 뭐!
지혜: 근데 미주 성격이 왜 그렇게 바뀌었지? 신입생 때는 안 그랬잖아!
학과에 무슨 일 있으면 제일 먼저 앞장섰던 앤데 말이야!!
연주: 하긴, 지난 해 체육대회 때 응원단장도 자원해서 했었잖아.
혜원: 그래 맞아. 그런데 작년 말부터 갑자기 말이 없어지고 우리랑 어울리는 것도 꺼리고...,
정원: 냅둬! 사춘기가 늦게 왔나 보지 뭐. 야, 자꾸 분위기 다운되는 얘기하지 말고. 일단 건배나 다시 한번 하자!
S#37. 동. 강가, 밖 - 같은 시각
나란히 앉아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 주임교수와 미주의 뒷모습.
주임교수: 아, 알겠다. 너 실연 당했구나!
미주:(장난스럽게 발끈하며) 제가 왜 실연을 당해요. 남자를 찼으면 찼지...,
주임교수: 남자 문제도 아니면 도대체 뭐가 문제냐?
미주, 다시 굳은 표정으로 말문을 닫는다.
그런 미주를 바라보는 안타깝게 바라보는 주임교수.
그러나 이내 부드러운 미소로 표정을 고쳐 잡으며,
주임교수: 미주 너 입학시험 면접 볼 때 내게 했던 말 기억나니?
미주 궁금한 표정으로 주임교수 바라보면,
주임교수: 그대 네가 한 말이 맘에 들어 널 합격시켰는데...,
미주: 제가 뭐라고 그랬는데요?
정교수:(흉내를 내듯) 제가 지금은 부족한 게 많지만...,
(미주의 눈을 바라보며)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학교와 교수님의 이름을 빛내는 학생이 되겠습니다
살포시 미소를 머금는 미주.
그러나 그때 생각이 나는지 이내 표정이 굳는다.
주임교수: 일학년 때는 그 말대로 열심히 했잖아?
미주: 그 말 취소할래요. 지금은 그 약속 못 지킬 것 같아요.
주임교수: 왜? 뭐 뜻대로 잘 안 되는 거 있니?
미주:(깊은 탄식과 함께) 세상에는 노력해서 되는 게 있고,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알았거든요!
주임교수:(단호한 어조로) 노력해서 안 되는 건 없어!
미주: 우리가 아직 교수님 학생일 때나 통하는 말이죠.
(주임교수의 보며) 우리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뛰어드는 그 순간에도 똑같은 말씀을 하실 수 있을까요?
순간 쉽사리 말문을 열지 못하는 주임교수.
미주:(감정이 격해지며) 노력하면 된다. 열심히 하면 못 이룰 게 없다!!
주임교수:(조심스럽게 말문을 열며) 다행히도 아직은 미주 니가 내 학생이니까 하는 말인데...,
노력하면 다 된다. 말해봐라. 학생으로서 노력해서 안 된 게 뭐가 있는지...,
미주:(순간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죄송해요 교수님. 저 피곤해서 들어가서 자야겠어요.
뛰듯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미주.
주임교수:(일어나서) 미주야. 강미주!!
애타게 부르는 주임교수의 소리를 뒤로 한 채, 미주의 모습은 저만치 멀어져만 간다.
S#38. 동. 숙소 방1, 안 - 그 시각
술을 마시는 학생들.
웃고 떠들고 신났다.
S#39. 동. 숙소 방2, 안
이불 펴고 얼굴 팩 하고 누운 세라.
옆방에서 들려오는 학생들의 웃음소리와 말소리.
세라:(벌떡 일어나더니) 잠 되게 안 오네!
또 다시 터지는 웃음소리.
세라:(귀를 기울이며) 뭐가 그렇게 재밌는 거야? 이것들 혹시 내 욕하고 있는 거 아냐?
S#40. 동. 숙소 방1, 안
웃고 떠들며 마시는 학생들.
그때 방문이 열리며 세라 들어선다.
세라: 야, 조용히 좀 못해! 도대체 사람이 잠을 잘 수가 있어야지...!
정원: 놀러 와서 초저녁부터 잠자리에 든 사람이 잘못이지.
세라: 뭐? 너 지금 그게 말이니, 막걸리니?
윤희:(막걸리 병 들어 보이며) 막걸리는 여기 있는데. 한잔 따라 줘?
웃는 학생들.
말문이 막힌 채 씩씩대는 세라.
영희:(웃으며) 세라야, 이왕 잠 깬 거 너도 합석해라. 응?
세라를 잡아끄는 영희.
세라: 됐어. 술이 칼로리가 얼마나 높은데..., 그거 빼려면 한 두 시간 런닝머신에서 뛰어야 돼.
나영:(같이 잡아끌며) 잘 됐네. 우리 내일 등산한다잖아. 그럼 오늘 먹은 거 다 빠질 거 아냐.
영희: 그래. 딱 한잔만 마시고 일어나!
세라:(마지못해 앉으며) 알았어. 영희가 하도 부탁을 하니까, 과대표 체면 봐서 딱 한잔만 마시고 일어날게.
세라에게 잔 건네는 영희.
영희: 맥주? 소주?
세라:(태연하게) 섞어!!!
S#41. 동. 숙소 근처 벤치, 밖 - 그 시각
달려와서 가로등 밑에 있는 벤치에 앉는 미주.
갑자기 터져 나오는 울음에 두 손으로 얼굴 가린 채 서럽게 흐느낀다.
S#42. 동. 숙소 마당, 밖
어느새 짙은 새벽이슬이 내려앉은 앞마당에 아이들 방 불빛만이 은은히 새어나온다.
세라:(소리) 이왕 마시는 거 한잔 더 따라봐!
S#43. 동. 숙소 방1, 안
세라의 잔에 폭탄주를 따르는 영희.
그 술잔 받아서 원 샷! 하는 세라.
나영:(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역시 우리 세라는 화끈하다니까!!!
서정: 근데 너 왜 잠 안 자고 갑자기 건너왔냐? 솔직히 얘기해봐. 그 방에서 혼자 심심했지?
세라: 심심하긴. 니네들이 얼마나 내 욕을 하는지 귀가 간지러워서 잠을 잘 수가 있어야지.
영희: 우리 니 욕 안 했어.
세라: 안 하긴, 낄낄거리면서 웃고 떠드는 게 딱 남 흉보는 거던데...,
나영: 아냐. 왜 우리가 니 욕을 해. 미주 얘기만 좀 했지.
혜원: 그래. 미주가 자꾸 겉도는 것 같아서 걱정돼서 몇 마디 한 거지. 니 얘기는 안 했어.
윤희: 그리고 나영이가 같은 방에 있는데 우리가 어떻게 니 욕을 하냐?
정원: 맞아. 첩자 앞에서...,
나영: 듣고 보니까 기분 나쁘네. 내가 뭐 세라 몸종이라도 된다는 얘기냐?
그러는 와중에도 세라의 시중을 드는 나영.
그 모습을 바라보는 아이들.
다 같이 나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다.
세라:(좀 취해서) 미주 그렇게 된 거 난 이해해.
학생들의 시선이 모두 세라에게 쏠린다.
영희: 이해한다니, 뭘?
지혜: 미주에 대해서 아는 것 좀 있니, 세라야?
세라: 상처 많이 받았을 거야, 미주, 걔!!
자신이 술 따라서 마신다.
윤희: 뭔데? 남자한테 채였냐? 아니면...,
세라: 작년 가을에 미주 걔 어느 기획사랑 계약한다는 얘기 있었지?
연주: 맞아. 한참 그 얘기 있어서 우리가 부러워했었는데...,
혜원: 그러게. 근데 어느 순간 그 얘기가 쏙 들어갔네.
윤희: 미주 테스트하고 면접하면서 떨어졌구나!
지혜: 그런 걸로 낙담하면 이 바닥에 어떻게 살아남아. 우리 직업이라는 게 테스트와 오디션의 연속인데...,
정원: 자꾸 세라 말 자르지 말고, 세라 말을 들어보자고. 기획사랑 계약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세라: 기획사에서 성형수술비니 캐스팅 로비 자금이니 하면서 몇 천 만원을 요구했나 보드라고...,
혜원: 그럼 그거 사기네. 그렇게 해서 연예인 지망생들 돈 뜯어내는 기획사들 많잖아, 요즘...,
영희: 미주도 돈을 갖다 준 거야?
세라: 돈은 둘째 치고...,
감독이나 광고주 접대 명목으로 이런 저런 술자리에 불려 다니면서 온갖 수모를 다 당한 모양이더라고...,
나영: 성희롱인가 뭔가 그런 것도 당하고?
세라: 어떤 날은 기획사 사장이란 놈이 호텔로 미주를 부르더래.
그래서 그날로 계약 취소하겠다고 돈 돌려달라고 했더니, 돌려주기는커녕,
위약금 물어내라고 협박을 해대서 또 한바탕 소동을 치른 모양이야.
윤희: 아주 질 나쁜 놈한테 걸렸구나, 미주가...!
연주: 우린 그런 것도 모르고...,
웅성거리는 학생들.
세라: 돈 요구한다고 하길래, 내가 수상하니까 자세히 알아보라고 몇 번이나 얘길 했는데도...,
윤희: 돈은 얼마나 갖다 줬대?
세라: 내가 아는 것만 삼천만원이야.
윤희: 뭐, 삼 천 만원!!
입이 딱 벌어져서 친구들을 돌아본다.
모두들 놀라서 웅성거리는 학생들.
혜원: 내가 알기로 미주네 반 지하 전세방 사는 걸로 알고 있는데...,
(한숨 내쉬며) 그 돈이면 꽤 큰 액수다.
세라: 그 돈 자연이 부모님이 집 보증금 빼서 마련해준 거래.
혀를 끌끌 차며 동요하는 학생들.
혜원: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우리라고 그런 거미줄에 걸려들지 말란 법 없잖아.
연주: 왜 그런 일들이 자꾸 생기지?
정원: 하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기회는 별로 없으니까 그렇지!
지혜: 하긴 요즘 대학에 새로 생기는 과는 거의 다가 영화나 방송에 관련된 거더라.
영희: 갈수록 낙타가 바늘구멍 뚫기지. 영화사에서 단역 하나 모집하는데도 경쟁률이 엄청나잖아.
서정: 야! 놀러 와서 왜 맥 빠지는 소리들만 하고 앉아 있냐.
(잔을 치켜들며) 그런 우울한 얘기는 그만 때려치우고, 우리 기분 좋게 술이나 더 마시자!!
세라: 그래. 이제 막판이니까 섞어, 섞어. 맥주에다 소주도 섞고, 소주에다 막걸리도 섞고. 다 섞어버려!
나영:(흔들며) 세라야. 너 많이 취했나보다. 우리 방으로 건너가자. 내가 부축해줄게.
일으켜 세우는데, 그 손을 뿌리치는 세라.
세라: 에이 씨 놔. 야, 뭣들 해. 술도 마시고,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보더니) 너희들이 안 하면 내가 한다.
갑자기 일어나더니 관광버스 춤을 추기 시작하는 세라.
놀래서 그런 세라를 보는 학생들.
S#44. 동. 숙소 마당, 밖 - 얼마 후
숙소 마당에 들어 선 미주.
방으로 들어간다.
S#45. 동. 숙소 방1, 안
방문을 들어서는 자연.
술에 취해서 여기 저기 엉켜서 자고 있는 아이들.
미주, 친구들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윤희는 입에 오징어 다리를 물고 씹으면서 자고 있다.
미주, 피식 웃음이 터진다.
이불장으로 가서 베개를 꺼내 친구들을 베어주고, 또 이불을 꺼내 덮어주는 미주.
그리고 다시 아이들을 바라보는 미주의 얼굴에 짙은 외로움이 베어난다.
전등 스위치를 끄는 미주.
방안을 가득 메운 어둠 사이로 또다시 미주의 흐느낌이 들려온다.
주임교수:(아래를 향해 큰소리로) 이것들 봐라. 어제 도대체 몇 시까지 술을 마신거야? 빨리빨리들 못 올라 와!
주임교수, 학생들이 올라가기를 기다린다.
학생들이 지나갈 때마다 한마디씩 하는 주임교수.
주임교수: 니가 어제 술 제일 많이 마셨구나. ...눈을 보니까 술이 아직도 안 깼네. ...이거 얼굴 퉁퉁 부은 거 봐라.
아이들:(투덜거리며) 좀 쉬었다 가면 안 돼요? 그냥 여기서 내려가면 안 돼요?
결국 주저앉는 아이들도 있다.
주임교수:(독려하듯) 이렇게 굼벵이처럼 가서 언제 정상에 오를 거야?
맨 마지막에 미주가 힘들어하며 올라온다.
미주까지 올라가자,
뒤따라 올라가며 소리치는 주임교수.
주임교수: 우리 중에 누구 한 사람이라도 낙오자가 있으면 오늘 산 못 내려오는 줄 알아, 알았냐?
S#48. 동. 산 중턱 쉼터, 밖 - 잠시 후
여기저기 털썩 주저앉아 땀을 닦거나 물을 나눠 마시는 학생들.
주임교수를 중심으로 빙 둘러앉듯 한 학생들.
영희, 주임교수에게 생수병 하나를 건네고, 한쪽에서 떨어져 앉은 미주에게 다가간다.
영희:(생수병을 내밀며) 목마르지?
미주: 괜찮아!
영희: 괜찮긴. 입술이 다 말랐는데...,
(병뚜껑을 돌리려며) 뚜껑까지 따줘?
미주:(받아들며) 잘 마실게.
영희:(옆에 앉아 땀 닦으며) 아이고 힘들어. 멀리서 볼 때는 동네 뒷산 정도밖에 안 돼보였는데 꽤 높네.
아직 반 밖에 못 올라왔대!
미주, 뚜껑을 열고 물을 마신다.
영희:(두 팔 벌려 숨을 들이키며) 공기 하나는 끝내준다. 그치?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는 미주.
주임교수:(둘러보며) 아이고 헉헉거리고 있는 꼴들이 꼭 여름날에 혀 빼물고 있는 강아지들 같네.
지혜: 술만 안 먹었으면 이까짓 산 날라 다닐 텐데...!
주임교수: 아무리 밤 새워서 술을 마셨어도 그렇지. 나 젊었을 땐 삼일 낮밤으로 술을 마시고도 공연 올리고 그랬어.
윤희: 그래서 순서를 헷갈리신 적도 있으셨다면서요!
주임교수:(정색을 하며) 누가 그래?
윤희: 저번에 교수님 친구 분이 특강하실 때 그러시던데요.
교수님이 순서를 건너뛰는 바람에 1시간 30분짜리 공연이 50분으로 줄었다고...,
주임교수: 아, 그건 술 먹고 그런 게 아니라, 연기하는데 갑자기 배가 아파서...,
정원: 그러니까 약주를 많이 드셔서 탈이 나신 거잖아요. 그게...,
주임교수:(우물쭈물 위기를 모면하려) 뭣들 하냐. 목 축였으면 그만들 일어나라. 갈 길이 멀다.
먼저 일어서는 주임교수.
“에~”하는 학생들.
주임교수와 학생들이 우르르 일어나는 것을 본 영희.
영희:(미주에게) 우리도 일어나자.
미주,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나는데 왼쪽 발을 부여잡고 쓰러진다.
영희: 왜 그래, 미주야?
왼쪽 발을 잡고 아픔을 참느라고 입술 꼬옥 깨물고 있는 미주.
아이들과 주임교수가 달려온다.
세라: 그래, 조금만 힘내. 이왕 산에 오르기 시작한 거 정상까지는 한번 밟아봐야 될 거 아냐.
세라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미주.
세라: 나도 너 같은 경우 여러 번 당했어. 그 바닥 생리가 원래 그렇잖니?
(한숨을 내 쉬며) 지금도 여기저기서 손을 내미는 검은 유혹이 어디 한둘인 줄 아니?
미주: 나 연기 안 할 거야. 학교도 때려치울까 생각중이고...,
세라: 그 나쁜 놈들한테 속은 것도 억울한데, 그 놈들 때문에 니 인생을 포기하겠다고?
미주, 대답을 하지 못한다.
세라: 그렇잖아. 그 일 때문에 사람들이 싫어지고, 무대에 염증을 느끼는 건 당연한 거지만,
그렇다고 니가 좋아하는 일까지 포기할 이유가 어디 있어?
미주: 어디 그 사람들뿐이겠니? 그런 일이 이번뿐이겠냐고?
세라: 가끔 나쁜 사람들도 있지만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 내가 아는 피디선생님, 분장 언니...
얼마나 다 좋은 분들인데
미주: 그렇겠지. 근데 난 재수 없게 진흙탕을 밟은 거고...,
세라: 내 말이 바로 그거야!
진흙탕에 빠졌으면 빨리 빠져나와야지, 왜 거기서 허우적거리고 있냐고?
세라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미주.
세라가 달라 보이는 듯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세라: 니가 지금 딱 그 꼴이야. 진흙탕인 줄 알면 빨리 나와야 될 거 아냐?
누가 그러더라. 젊음이 좋은 건 길을 잘못 들어도 돌아 나올 수 있는 거라고. 우린 아직 스무 살밖에 안됐잖아.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미주의 시선을 느낀 세라.
세라:(웃으며) 왜? 내가 이런 소리 하니까 이상하니?
미주: 그래. 꼭 누가 써준 대본 외우는 것 같다.
세라: 어떻게 알았어? 나랑 어울리지도 않는 착한 사람 연기하려니까 괜히 몸이 근질 근질거리고 죽겠다 지금...,
미주와 세라.
서로 마주보며 살포시 미소 짓는다.
S#49. 동. 막바지 정상 인근의 등산로
정상을 향해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 주임교수와 학생들.
S#50. 동. 산 정상 - 잠시 후
정상에 모인 학생들.
산 아래를 내려다본다.
주임교수: 어떠냐. 기분 좋지?
아이들:(일제히) 예!
주임교수:(진심어린 목소리로) 언젠가 누가 나한테 말하더라. 노력해서 안 되는 것도 있다고...,
주임교수의 말에 고개를 떨구는 미주.
주임교수: 맞다. 노력만 가지고 안 되는 게 이 세상에 비일비재하다. 아마 너희들이 사회에 나가서 생활하다보면 그걸 몸으로 뼈저리게 느끼게 될 거다. 그러면서 좌절도 하고 절망에 빠지기도 하겠지.
미주를 비롯해, 주임교수의 말을 진지하게 듣고 있는 아이들.
주임교수: 그렇다고 지레짐작 겁부터 먹고 아예 노력을 안 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그런 말 있지? 사랑을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사랑을 하고 후회하는 게 낫다고. 왜냐! 그건 바로 실연의 아픔 때문에 사랑을 시작하지 않는 사람은 사랑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손가락으로 산 아래를 가리키며) 산에 오르지 않은 사람은 이 정상에 설 수 없다. 산에 오르기 시작하는 사람만 이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거야. 물론 개인의 능력에 따라 다른 사람보다 이 정상을 더 빨리 오르는 사람도 있을 테고, 올라오다가 다시 뒤로 굴러 떨어지는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오르려는 마음만 있다면 언젠가 는 오르게 돼있다.
주임교수, 학생들을 둘러보면,
감동어린 눈빛으로 진지하게 경청하는 학생들의 모습.
주임교수: 우리 정상에 올라왔으니까 야호는 한번 해야지!
윤희: 촌스럽게요?
주임교수: 이런 데선 촌스러운 게 좋은 거야.
웃는 학생들.
주임교수: 영희가 과 구호를 외치면, 그 다음에 아주 큰 목소리로, 발성 연습 한다고 생각하고 야호를 크게 외쳐보자. 알겠지! 목소리 제일 작은 놈한테 벌칙을 줄 거야.
지혜: 무슨 벌칙인데요?
주임교수: 나 업고 내려가는 거, (웃고) 영희야!
영희:(앞으로 나와서 손을 든다) 아자!
아이들:(일제히 손을 들고) 아자!
영희: 어. 저기 손을 안 든 사람이 있습니다.
학생들 시선 돌아가면,.
미주가 뻘쭘히 서있다.
아이들, “에이~”하면서 장난스럽게 한마디씩 하면,
미주, 멋쩍게 웃으며 손을 든다.
영희: 그럼 제가 먼저 선창을 하겠습니다. S여대 연기영상과 아자, 아자 파이팅!
학생들도 따라서 과 구호를 외친다.
열심히 따라서 외치는 미주.
이어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달려가서 산 아래를 향해 “야호!”를 외친다.
목이 터져라 외치고 또 외치는 학생들의 모습.
그 속에 미주의 희망에 찬 모습도 끼여 있다.
미주와 주임교수의 눈이 마주친다.
윙크를 해 보이는 주임교수.
그러자 미주의 얼굴에 오랜만에 더없이 행복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첫댓글 와!!!!완전고마웡!!!!!!!!!!^o^생마늘먹는자연의모습이빅히트예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완죤 생마늘 못먹는데~ 완죤 큰일났네~ㅠ.ㅠ
그럼 살짝 구어먹는것두 괜찮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