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가 가장 희망하는 바는 두 말할 나위 없이 당뇨병의 완치일 것입니다. 그러나 당뇨병은 현실적으로 완치되기 어려운 병이지요. 끊임없이 약을 복용하거나 인슐린을 투여하고 항상 식사요법과 운동요법에 신경을 쓰더라도 당뇨병이 완치되는 것은 아닙니다. 엄격히 말하면 그것은 다만 당뇨병이 합병증을 부르지 않도록 관리하는 차원이지요.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는 대부분의 당뇨병 치료방법은 당뇨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평생동안 지속해야 하는 관리의 개념에 의한 것입니다. 당뇨병은 자칫 관리를 소홀히 하면 언제든지 합병증을 불러 심각한 상황에 이르게 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당뇨병은 완치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일까? 물론 당뇨병 완치의 길은 있습니다. 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거나 분비되더라도 제대로 작용을 하지 못하는 병입니다. 궁극적으로 췌장의 기능이 왕성하지 못해 생기는 병이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췌장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상황에서 췌장을 자극하여 인슐린을 분비케 하는 약물 복용이나 인공적으로 인슐린을 투여하는 방법으로는 당뇨병을 완치시킬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당뇨병의 완치 방법은 기능이 떨어진 췌장을 대신하여 기능이 왕성한 췌장을 이식함으로써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요. 다시 말해 췌장이식을 통한 당뇨병 완치의 개념은 신장에 이상이 생겨 혈액투석을 해야만 하는 환자가 신장을 이식함으로써 완쾌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췌장이식은 아직 신장이식만큼 활성화되어 있지 못하고 수술 후 성공률이 떨어집니다. 그와 같은 이유로 췌장이식을 할 수 있는 대상도 아직 한정되어 있습니다.
▣ 췌장이식의 역사
인체에서의 췌장이식은 1966년 미네소타대학의 Lillihei 교수가 사체공여자에서 부분 췌장이식술을 시행한 것이 효시였으나 수술 후 성공률이 저조하였고 동대학 외과의 Sutherland 교수가 1977년 당뇨병과 관련해 췌장이식술을 재시도하여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2백여 개 이상의 이식센터에서 1만 예 이상의 췌장이식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췌장이식은 1992년 7월 필자(한덕종 님)에 의해 처음으로 신부전증을 수반한 제1형 당뇨병환자에게 뇌사자의 신장과 췌장을 동시에 이식한 수술이 성공적으로 시행된 후 26예에서 시행되었고 국내에서 현재까지 총 32예가 시행된 바 있습니다.
▣ 췌장이식의 대상자
췌장이식은 장기 제공자가 많지 않을뿐더러 아직까지 수술 후 여러 합병증에 의한 부작용이 예상되므로 대상자가 제한되고 있습니다. 췌장이식 대상자는 인슐린의존형 당뇨병환자로서 인슐린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혈당조절이 잘 안 되거나 합병증(망막질환, 신장기능 장애, 신경증상 등)이 발생한 경우에 그 대상이 됩니다. 혈당조절이 잘 되는 당뇨병환자의 경우 당장 췌장이식을 고려할 필요가 없으며 앞에서 언급한 문제들이 발생하였을 경우에는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췌장이식의 대상이 되는 인슐린의존형인 소아당뇨병 환자도 세 분류로 구분될 수 있다. (1) 첫째, 신장이식을 받아야 할 환자로서 면역억제제를 필히 사용해야 하는 당뇨병환자입니다. 이는 췌장과 신장의 동시 이식 대상자가 됩니다. (2) 둘째, 당뇨병의 합병증이 췌장이식 수술 후의 부작용보다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나 당뇨병 초기에 신장병변이나 진행성 망막변화나 신경변화가 있는 환자로서 이는 췌장 단독 이식 대상자가 됩니다. (3) 셋째, 당뇨병에 의한 신부전증으로 이미 신장이식을 받은 환자에서 혈당조절의 근본적인 치료로서 췌장이식이 고려됩니다.
▣ 췌장이식 성공률
췌장이식의 성공률은 이식 췌장의 1년 이상 생존으로 고려할 때 서구에서는 70~80%에 이르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조금 떨어져 60~70%정도입니다. 그러나 최근 서구에서 사용되는 면역억제제가 국내에서도 사용 가능하게 되어 이식 성공률이 향상될 것입니다. 국내에서 췌장이식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장기적으로 당뇨병 치료를 받지 않는 사례로는 지난 92년 10월 필자에 의해 췌장 단독 이식수술을 받고 6년 9개월간 인슐린을 완전히 끊고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31세 남자 환자가 있습니다.
췌장이식은 아직까지 신장이식에 비해 수술 후 장기의 생존률이 떨어지기는 하나 면역억제제의 개발, 수술방법의 개선, 수술 대상자의 적절한 선정, 수술 후 관리 개선 등으로 그 결과가 다른 장기이식에 버금가는 생존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최근에 췌장이식은 당뇨병의 근본 치료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지요.
▣ 췌장이식의 방법
췌장이식은 전체 췌장이식, 부분 췌장이식, 췌장도세포이식 등이 가능합니다. 전체 췌장이식과 췌장도세포이식은 뇌사자로부터 췌장을 이식 받아야 하며, 부분 췌장이식은 살아있는 사람으로부터 이식 가능하므로 가족간에 이식할 수도 있습니다.
췌장이식에 있어서 기증자는 뇌사자나 살아있는 사람 모두 당뇨병이 있거나 췌장에 직접 외상을 받은 경우 이외에는 모두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췌장이식의 수술 전 처치로서는 당뇨병 합병증의 정도를 알기 위해 안검사 및 신경검사를 시행하고 특히 심장기능 및 관상동맥 우회술을 시행합니다. 이는 실제 췌장이식 후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예들이 있기 때문이지요.
▣ 췌장이식 후유증
췌장은 인슐린 뿐만 아니라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장기로서 이식수술후 효소 분비에 따른 수술 합병증이 있으며 다른 장기이식에서와 같이 거부반응이 발생하므로 면역억제제로 거부반응을 예방해야 합니다. 따라서 현재의 의학 수준으로서는 장기이식 후 거의 평생 면역억제제를 사용해야 하며 이에 따른 면역기능 약화에 의한 감염, 암 발생 등이 야기될 수 있습니다.
▣ 췌장의 보존
뇌사자에게서 적출한 췌장은 24시간까지 체외 보존이 가능하므로 신속하게 수술이 이뤄져야 합니다. 췌장을 보존하기 위해 주입하는 관류액은 다른 장기와 마찬가지로 위스콘신용액이나 콜린스용액 및 HTK용액을 사용합니다. 일반적으로 체외 보존 시간이 짧을수록 이식 후 췌장의 기능 회복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수술절차 및 비용
전체 췌장이나 췌장도세포이식은 수술에 필요한 기본 검사를 마친 다음 장기이식 프로그램에 이식 대상자로 등록합니다. 그리고 뇌사자가 발생하면 즉시 필요한 검사를 받고 입원하여 스케줄에 따라 수술하게 되지요. 부분 췌장이식은 장기 제공자와 수여자 모두 이식을 위한 기본 검사를 마친 후 스케줄에 따라 입원하여 정밀검사를 받고 최종적으로 이식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수술에 들어갑니다.
췌장이식 수술에 관련된 진료비는 의료보험에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일부 이식수술 비용과 약제 비용이 적용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췌장이식 수술은 보편화된 수술이 아니므로 환자에 따라 비용면에서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세한 수술절차나 비용에 관해서는 담당 전문의와 상의하거나 병원이 장기프로그램에 문의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여호와 샬롬(*^^*) <출처 : 이상의 내용은 '당뇨병 극복할 수 있다'에 게재된 한덕종 님의 글로, 당올다 가족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샬롬(^_^)이 일부 편집, 가필하여 올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