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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스러움에 걸음이 멈춰진다, 한반도 육지의 끝 해남 땅끝에 섰다. 걸어서는 더 이상 나아갈 곳이 없다. 오롱조롱 둥둥 뜬 섬들만 눈앞에 조용하다. 뜨겁게 태양을 품던 하늘은 붉은 노을을 토해내며 수평선 밑으로 사라진다. 점점이 흩어진 섬들 사이로 몇 개의 불빛만이 어둠 속에 깜빡인다. ![]() 황토밭에서 고구마를 심는 아낙네들. (해남군청 제공)
해남은 드넓다. 14개 읍·면을 거느려 군 단위로는 전라남도에서 제일 크다. 높은 산은 없지만 두륜산, 달마산 등 바구니를 엎어놓은 듯한 야트막한 산들이 들판을 감싸고 있다. 산허리 한 굽이를 넘어서자 시야가 넓게 펼쳐진다. 붉은 황토밭에 배추와 고구마 등 농작물을 짓는 시골의 정경이 안온하게 느껴진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해남을 “서울에서 먼 곳에 있으며 겨울에 초목이 마르지 않고 벌레가 움츠리지 않는 곳”이라고 했다. 겨울에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일이 별로 없고 추워봤자 영하 2, 3도가 보통이다. 지금은 강원도 고랭지채소에 밀려 예전만큼 그 명성을 얻지 못하지만 해남은 국내 최대의 배추 산지이다. 겨우내 해풍을 견디고 얼었다 녹았다 하며 튼실하게 자란 배추는 첫맛부터 끝맛까지 달다.
![]() 최고의 명당자리 중 하나라는 녹우단. (해남군청 제공) 녹우단은 호남지방에서 가장 연대가 오래됐으며 규모가 큰 민가로서 대문, 사랑채, 사당 및 제각으로 구성되어 있다. ㄷ자로 남향해 앉은 고옥(古屋)은 원래가 수원에 있었던 것. 세자시절 가르침을 받았던 효종이 고산 윤선도를 늘 곁에 두고 싶어 수원에 이 집을 지어 주었으나 효종이 승하하고 조신들의 모함에 낙향하게 되자 옛 왕과의 정을 생각해 집을 여기로 옮긴 것이다. 사당은 안채 뒤 동쪽 담장 안에 한 채가 있고 담장 밖에 고산서당이 있다. 뒤편 동북쪽 숲 속에는 어초은의 제실인 추원당(追遠堂)이 있다. ![]() 대흥사 가는 길의 ‘숲 터널’. (장원수기자) 13대종사(大宗師)와 13대강사(大講師)를 배출한 유서를 자랑하는 이 절은 입구까지의 산책로가 정겹다. 동구로부터 산문까지 약 4㎞의 산로(山路)는 삼나무를 비롯한 원시림처럼 무성한 짙은 녹음 속에 싸여 있다. 숨을 깊이 들이쉬면 푸른 기운이 몸 안에 가득 들어찬다. 송림과 잡목 사이로는 계곡물이 흘려 속세의 시름을 잊게 한다. 한걸음에 봄 향기를 느끼고, 또 한걸음에 숲 내음을 좇는다. 이 길을 두고 옛 사람들은 구곡장춘(九曲長春)이라고 했다. 봄 길이 그만큼 길고 좋다는 뜻이다. 대흥사 또한 청초한 좌우의 환경과 어울러서 이름난 도량으로서 부끄러움이 없다. 시냇물에 의지한 침계구(枕溪樓)를 위시하여 대웅보전, 천불전, 무량수각 등의 규모도 장엄하려니와 각종 건물의 현판이 원교 이광사, 완당 김정희 등 명필들의 필적으로 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사찰 안에 있는 유교 형식의 사당인 표충사는 1789년에 건립됐으며 서산대사와 그의 문도인 사명(四溟)대사, 뇌묵(雷黙)대사의 영정을 봉안하고 있다. 대웅전 법당에서 동남으로 오솔길을 30분쯤 걸어 들어가면 차의 명인이자 거장인 초의선사가 정진하던 일지암(一枝庵)의 옛 터가 있다. 화려하지 않고 단출한 정감을 주던 일지암은 최근 대웅전, 문화센터 등이 들어서면서 자유인의 차(茶)마음을 우려내고자 했던 선사의 뜻이 퇴색된 된 것 같아 아쉽다. 한반도 땅끝에서 설움과 희망을 노래하다 한반도 최남단은 북위 34도 17분 21초의 해남군 송지면 갈두산 사자봉 땅끝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는 우리나라 남쪽 기점을 이곳으로 잡고 북으로는 함경북도 온성부에 이른다고 말하고 있다. 육당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에서는 해남 땅끝에서 서울까지 천리, 서울에서 함경북도 온성까지를 이천리를 잡아 삼천리 금수강산이라고 하였다. ![]() 생태 탐방로에서 바라본 땅끝탑. (장원수기자) 사자봉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 수평선을 바라보면 진도를 비롯해 어룡도, 백일도, 흑일도, 조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갈두리 선착장에서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노화도와 보길도를 오가는 연락선의 모습을 보며 가슴에 묻어 둔 것들을 훌훌 털어 버린다. 시인 김지하는 “땅 끝에 서서 더는 갈 곳 없는 땅 끝에 서서/돌아갈 수 없는 막바지 새 되어서 날거나 고기 되어서 숨거나…(중략) 내 마음속에 차츰 크게 열리어/저 바다만큼 저 하늘만큼 열린다”며 내면의 아쉬움과 시원함을 읊었다.
![]() 달마산 중턱에 자리 잡은 미황사. (장원수기자) 미황사는 해남군 송지면 달마산(489m) 중턱에 있다. 달마산은 백두대간의 맥이 마지막으로 솟아올라 이루어진 두륜산의 끝자락에 이어진 산으로 이곳의 지맥이 바다를 통해 한라산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남도의 금강산’으로 칭송될 만큼 산세가 수려해 기암괴봉이 등줄기를 따라 줄지어 솟아올라 변화하는 풍광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 울돌목의 거센 조류. (장원수기자) 이런 지형을 이용해 이순신 장군은 13척의 배로 왜선 133척을 격파해 명랑대첩을 거뒀다. 또한 수적인 열세를 적군에게 보이지 않기 위해 주민들이 바닷가에서 손을 잡고 돌며 아군이 많아 보이게 했다는 강강수월래의 기원이 있는 곳이다. 충무사에 있는 명량대첩비는 높이 2.67m, 폭 1.14m나 되는 거대한 비석으로 1688년에 이충무공의 명량대첩을 기념하기 위해 당시 우수영에 건립했다. 일제는 임진왜란 때 자기네들이 크게 패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1942년 명량대첩비를 강제로 뜯어다 경복궁 근정전 뒤뜰에 숨겼다. 해방 후 우수영 유지들이 충무공의 유적을 찾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갖은 난관 끝에 찾아내 다시 세웠다.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목포IC에서 2번 국도를 타고 성전을 지나면 해남읍에 닿는다. 5시간 정도 소요. 남해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순천IC에서 빠져 벌교-보성-장흥-강진을 거치면 해남읍까지 내달릴 수 있다. KTX는 서울-목포간 1일 5회 왕복한다. 고속버스는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해남까지 하루에 7회 왕복 운행한다. 연락처/ 해남군청 문화관광과 061-530-5229, 5919 해남군 버스터미널 061-534-0885 두륜산도립공원 061-530-5543 땅끝관광지 061-530-5544 맛집/ 천일식당/해남읍 농협 뒤에 있다. 80년 전통을 자랑하는 한정식집으로 떡갈비정식(2만 원)은 전국에 알려져 있다. 061-536-4001 양지가든/고산 윤선도유적지 바로 앞에 있다. 염소탕(8000원), 수육·전골 등 흑염소 요리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061-532-7709 호남식당/대흥사 주차장 입구에 있다. 산채정식(4인 기준 7만 원), 산채비빔밥(6000원)과 버섯요리가 맛있다. 061-534-5500 금강산횟집/진도대교 입구 팔각정 옆에 있다. 20년 전통의 뻘낙지 요리와 모듬회(12만 원), 회덮밥(1만 원)을 잘한다. 061-535-5114 숙박/ 유선관/대흥사 사찰 입구에 있으며 원래 신도나 수행 승려의 객사로 쓰였다. 영화 <서편제>와 KBS <1박2일> 촬영지로 유명하다. 061-534-3692 땅끝비치모텔/땅끝 마을 가까이에 있어서 바다 전망이 좋다. 061-534-1002 사파이어모텔/해남읍에 있으며 시설이 깔끔한 편이다. 061-537-4825 해남관광호텔/두륜산 케이블카 탑승권 소지 고객에 객실 요금을 최대 40%까지 할인해준다. 061-533-12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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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가보고 싶었던 곳이랍니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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