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연시화첩(耆老宴詩畵帖)
耆老宴詩畵帖
이 시화첩은 조선 중기의 문신 약포(藥圃) 정탁(鄭琢: 1526∼1605)선생의 유물에 포함되어 있다.
1599년(선조32) 6월 24일 선조가 약포(藥圃) 정탁(鄭琢, 1526∼1605)과 청천(聽天) 심수경(沈守慶, 1516~1599), 서교(西郊) 송찬(宋贊, 1510~1601) 등 조정의 원로공신 3인에게 베풀었던 기로연(耆老宴)에서 조정 신료와 문인들이 원로들에게 증정한 축하시 등을 모으고, 시첩의 뒤에는 연회의 광경 및 기타 그림을 첨부하였다. 보물 제494-10호로 지정되어 있다.
기로연(耆老宴)은 조선시대에 70세 이상의 원로 문신들을 위로하고 예우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국가에서 베푼 잔치이다. 정탁은 당시 73세였고 심수경은 이보다 10세 위였으며, 송찬은 이보다 6세 위였다.
시문의 내용은 주로 기로소(耆老所)의 역사적 내력과 의미를 적고, 이에 참여한 세 분에게 공적과 덕행을 칭송하고 장수를 기원하였다. 특히 중국 기영회와 송(宋)나라 문언박(文彦博)의 낙양기영회(洛陽耆英會)와 진(晉)나라 왕희지(王羲之)의 회계산(會稽山) 난정(蘭亭)의 고사를 빌어 설명하였다.
시문을 지은 사람은 이희득(李希得)으로부터 시작하여 김륵(金玏)ㆍ이수광(李睟光)ㆍ차천로(車天輅) 등 모두 28명의 문사(文士)가 정탁의 원운(元韻)에 차운(次韻)하고, 이어서 혹은 별운(別韻)으로 짓거나 혹자는 소감을 산문으로 기술한 서문을 짓기도 했다. 본문의 끝부분에는 윤계선(尹繼善)이 쓴 ‘정태야기로편집후(鄭台爺耆老篇集後)’가 수록되어 있다.
이들은 시문을 지은 문사들의 친필(親筆)은 아니고 후대에 몇 사람이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서체를 분석해 보면 대체로 몇 가지 유형이 나타나는데, 이 가운데 본문도 이희득의 시 앞 장과 정장(鄭樟)의 후반부, 권임(權任)의 전반부 등이 훼손되었다. 수록된 시문이 지어진 기간은 선조 31년(1598)년 12월부터 이듬 해 7월까지이다.
이어서 물가에서 유상곡수(流觴曲水, 흐르는 물에다 술잔을 띄워 보내면 그 술잔을 받은 사람마다 시를 지어 화답하는 놀이)하며 풍류를 즐기는 모습과, 장수를 축원하며 동자가 선인(仙人)에게 천도(天桃)를 올리는 장면, 혹은 노인이 시냇물에 탁족(濯足)하거나 달을 완상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 6장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마지막 장의 그림 반쪽은 망실되었다.
이 첩에 실린 김륵(金玏)ㆍ이수광(李睟光)ㆍ이춘영(李春英)ㆍ차천로(車天輅)ㆍ윤두수(尹斗壽)ㆍ구사맹(具思孟)ㆍ정탁(鄭琢)의 시문은 간혹 빠진 시나 수정된 구절 또는 글자의 출입이 있지만, 그들의 문집에 각기 수록되어 있다.
특히 세 분 가운데 가장 연배가 적었던 약포 정탁 대감이 다른 어른에게 올린 ‘기로편봉정본소제선생(耆老篇奉呈本所諸先生)’과 기로연을 회상하며 지은 ‘기로소의설회연가(耆老所擬設會筵歌)’ 등은 『약포집(藥圃集)』의 권1에 각기 수록되어 있다.
기로연시화첩(耆老宴詩畵帖) 번역문
(앞 부분 훼손)
▩..▩許得忝席末 復見大平故事 則雖死
無憾 謹此效嚬 冀助一粲
자리 끝에 참여하여 다시 태평스러운 고사(故事)를 보았으니, 비록 죽더라도 유감이 없다. 삼가 효빈(效嚬)하여 한 번 웃기를 바랍니다.
七十稀年不自期 일흔의 드문 나이를 스스로 기약하지 않았더니
始知脩短各參差 비로소 오래살고 일찍 죽음이 각자 들쭉날쭉함을 알겠네.
豈料八載妖氛淨 어찌 8년간의 재앙이 깨끗해짐을 헤아렸나.
何幸三朝舊老遺 다행히도 세 조정의 원로(元老) 남았네.
洛社諸賢今會此 낙사(洛社)의 제현들이 지금 이곳에 모였으니
蘭亭故事正如斯 난정(蘭亭)의 고사가 바로 이와 같았으리.
白頭未死參筵末 백발이 죽지 않아 자리 끝에 참석했으니
倚醉重吟聖德詩 취해서 기대어 거듭 성스러운 덕을 읊네.
萬曆己亥元月下澣 淸潭 李希得
만력(萬曆) 기해년(己亥年) 원월(元月) 하한(下澣)에 청담(淸潭) 이희득(李希得)
奉次別韻 별운(別韻)에 받들어 차운함
莫道鮐文自享年 복어 무늬 절로 수명 누렸다 말하지 말라.
誰知宿德在人先 누가 숙덕(宿德)이 남보다 먼저 있음을 알랴.
匡時已作淸朝相 시대를 바로 잡으려고 벌써 맑은 조정의 재상 되었더니,
脫世終成福地仙 세상을 벗어나 마침내 복된 땅의 신선 되셨네.
坐上獨留方丈日 앉은 자리에 홀로 방장(方丈)의 해가 머물고
飮中還占混沌天 마시는 가운데 도리어 혼돈한 하늘을 차지하네.
好將花月相邀約 꽃과 달로 서로 맞이하는 약속을 하니
驅使風光入繡筵 풍광을 몰아 수놓은 자리로 들어가네.
象外何煩禮數加 형상 밖에 어찌 번거롭게 예수(禮數)를 더하랴,
笑談隨意不嫌多 웃고 이야기함이 뜻에 따라 많음을 싫어하지 않네.
盈簪鶴髮皆相似 비녀에 가득한 흰 머리카락 모두 비슷하지만
屈指龜齡各有差 손가락 굽혀 나이 따지면 각기 차이 있다네.
飮可淺深飛玉斝 마심에 얕고 깊은 술잔을 날리고
吟能長短散瑤花 읊음에 길고 짧은 구절의 꽃들을 흩뿌리네.
千年洛社傳佳會 천 년의 낙사(洛社)가 아름다운 모임을 전하니
畵出風流分外侉 풍류(風流)를 그려내어 분수 밖에 자랑하네.
만력(萬曆) 기해년(己亥年) 원월(元月) 하완(下浣)에 동포(東浦) 김륵(金玏) 재배(再拜)
삼가 차운함 [敬次]
백발의 암랑(巖廊)께서 장수를 누려 [鶴髮巖廊壽耈期]
달존(達尊)은 나이와 벼슬이 함께 줄지었네. [達尊齒爵共鱗差]
사호(四皓)의 높은 풍모 상안(商顔)이 나란한데 [高風四皓商顔並]
천년의 빼어난 일 낙사(洛社)에 남겼네. [勝事千年洛社遺]
지금 기영(耆英) 몇 분이 남았나, [今日耆英餘幾箇]
옛날 문물(文物)을 이에서 느끼네. [舊時文物感於斯]
태평의 가송(歌頌)이 사람의 입에 오르니 [大平歌頌騰人口]
다투어 황비(黃扉) 제 1시를 외우네. [爭誦黃扉第一詩]
하늘이 군현(群賢)과 더불어 오랫동안 참아 [天與群賢耐久期]
나라 근심으로 살쩍이 하얗게 쭈삣쭈삣해졌네. [鬢因憂國白差差]
암랑(巖廊)의 한결같은 절개 평탄하고 험함을 겪어 [巖廊一節經夷險]
세 조정 곤직(衮職)의 과실을 보충했네. [袞職三朝補闕遺]
낙하(洛下)의 풍류를 이제 다시 보니 [洛下風流今復見]
산음(山陰)의 성대한 모임 예전에도 이와 같았으리. [山陰盛會古如斯]
덕성(德星)이 밤중에 남극(南極)을 비추어 [德星中夜輝南極]
기꺼이 사림(詞林)으로 들어가 시 몇 수를 읊노라. [喜入詞林幾首詩]
만력(萬曆) 기해년(己亥年) 원월(元月) 하완(下浣)에 이수광(李睟光) 재배(再拜)
삼가 차운함 [敬次]
일흔도 드문 나이인데 하물며 여든을 넘었으니 [所貴稀年況耋期]
하얀 수염과 눈썹이 들쭉날쭉 비치네. [鬚眉皓白暎參差]
땅이 신령스럽고 사람이 걸출하니 장수를 누려야 하고 [地靈人傑宜遐壽]
화락함을 신이 위로하여 남겨두었네. [愷悌神勞合愸遺]
참새와 제비 높이 나르는 것은 어찌 저 때문인가, [燕雀高飛焉用彼]
낙타같이 허리 굽음도 이처럼 부지런함 보았다오. [槖駝傴僂見勤斯]
우연히 수창(酬唱)함도 모두 운수소관이니 [偶然酬唱皆關數]
감당(甘棠)과 남겨두어 시를 채록하게 함직하네. [留與甘棠可採詩]
왜적(倭賊)이 물러나고 군현들 모임 기약하지 못했더니 [賊退群賢會不期]
낙락장송(落落長松)이 멀리 들쭉날쭉하네. [長松落落逈參差]
오경(五更)의 면목은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었고 [五更面目皤皤是]
구로(九老)의 모습은 하나하나 남았네. [九老儀容箇箇遺]
만 번 죽을 고비 넘기고 돌아와 모두 등에 복어 무늬이니 [萬死歸來總鮐背]
한 때 술 잔 들고 시 읊으며 사이에 종사(螽斯)를 읊네. [一時觴詠間螽斯]
불그레한 얼굴과 하얀 머리가 서로 비추니 [紅顔白髮交相暎]
장난삼아 비단 치마를 잡고 크게 시를 쓰네. [戱把羅裙大寫詩]
사업은 일찍이 푸른 하늘을 두고 기약했으니, [事業曾將宵漢期]
참새가 느릅나무 넘어 바다를 갈라 가도 들쭉날쭉함은 같네. [槍楡擘海等參差]
마음 잡아 보존하고 힘써 학문하던 정명도(程明道)요, [操存力學程明道]
시상(詩想)을 높고 깊게 하던 두습유(杜拾遺)라네. [詰崛須深杜拾遺]
매 번 고담을 허락하며 단상(彖象)을 꺾고 [每許高談摧彖象]
먹의 묘함을 구하 이양빙(李陽冰)과 이사(李斯)보다 났네. [耽求墨妙勝氷斯]
만일 지금 또 기영록(耆英錄)을 짓는다면 [如今又作耆英錄]
군현들의 시축(詩軸)에 가득한 시를 쓰게 하리. [要寫群賢滿軸詩]
자신이 어리석음 알면서 공자(孔子)와 안연(顔淵)을 기약하고 [許身愚妄孔顔期]
제가와 친압하며 경차(景差)를 비웃네. [狎翫諸家笑景差]
도리는 끝이 없어 나이가 팔십인데, [道理無窮年八十]
속정은 시기함도 많아 세 번 변소에 갔다 하네. [俗情多忌矢三遺]
여러 신선 좋게 모임이 지금 이와 같으니 [群仙際會今如此]
썩은 쥐는 낮고 작으니 누가 이를 취할까. [腐鼠卑微孰取斯]
하늘 위와 인간은 천만 리인데 [天上人間千萬里]
때로 머리 들고 침 뱉으니 시가 되네. [有時頭戴唾成詩]
만력(萬曆) 기해년(己亥年) 중하(仲夏) 하완下浣)에 류조인(柳祖訒) 절하고 지음
삼가 차운함 [敬次]
살았을 때 황하(黃河)가 맑아짐은 천년에 한 번 기약인데, [生際河淸千一期]
사람의 일이 마침내 들쭉날쭉함을 어찌 알랴. [豈知人事竟參差]
종래에 은총을 입어 남다른 우대를 받았으니 [從來寵渥沾優異]
난리 뒤의 의형(儀刑)은 남겨두셨네. [亂後儀刑見愸遺]
낙사(洛社)의 높은 풍모 예로부터 전했는데 [洛社高風傳自古]
주(周)나라 문왕(文王)이 노인을 잘 봉양함이 이보다 성대했나. [周家善養盛於斯]
문물(文物)을 중흥함도 응당 모두 볼 것이니 [中興文物應咸覩]
행위시(行葦詩)가 어찌 대아(大雅)에 없겠는가. [行葦寧無大雅詩]
위는 기로소 [右耆老所]
몸은 태평시대 은택을 입었으니 [身沾雨露大平年]
학같은 풍골을 사람들이 쳐다보니 고니와 백로보다 앞서네. [鶴骨人瞻鵠鷺先]
남극(南極)의 빛나는 모습 상서로운 표본되고 [南極光儀爲瑞表]
묘당(廟堂)의 단위(端委)는 곧 신선일세. [廟堂端委卽神仙]
누각 지은 당일 땅이 없다고 알았더니 [起樓當日知無地]
주졸(走卒)도 다른 날에 청천(聽天)을 외우리. [走卒他時誦聽天]
삼 년의 은휴(恩休)는 선인(仙人)이 먼저 가니 [三載恩休仙已去]
풍표(風標)를 어찌 다시 빈객의 자리에서 보겠나. [風標那復見賓筵]
위는 청천(聽天) 상국 [右聽天相國]
네 조정의 원로인데 다시 누구와 견주랴, [四朝耆舊復誰肩]
이에 이르러 나이와 덕이 온전함을 알겠네. [到此方知齒德全]
근심과 즐거움 서로 잊어서 용모가 변하지 않고 [憂樂相忘容不變]
시와 서의 돈독하고 좋은 도는 허물이 없네. [詩書敦好道無愆]
포상함은 벌써 남다른 대우를 받았고 [褒嘉已用非常數]
잔치를 내려 줌에는 제일 첫째 자리라네. [錫宴行當第一筵]
풍골이 지상의 선인이라 원래 다르니 [風骨地仙元自異]
응당 거북과 학처럼 장수를 누리리. [會應龜鶴共長年]
위는 서교(西郊) 대로 [右西郊大老]
만력(萬曆) 기해년(己亥年) 초가을 하한(下澣)에 시생(侍生) 이해수(李海壽) 배(拜)
삼가 차운함 [敬次]
성대한 자리 거듭 열려 기약이 있으니 [盛席重開自有期]
태평한 옛일이 어찌 들쭉날쭉하랴. [昇平舊事豈參差]
풍류를 오래 흠앙한 심의자(深衣子)요, [風流久仰深衣子]
좋은 시로 놀라게 한 두습유(杜拾遺)라네. [瓊韻還驚杜拾遺]
낙사(洛社)의 모임이 예전부터 전해 옴을 아니 [洛會已知傳自昔]
향산(香山)이 기어코 이 보다 낫지는 않았으리. [香山未必勝於斯]
조정에서 노인 우대함을 이제 징험할 수 있으니 [朝家優老今方驗]
한 번 맑은 향기 잡고 억지로 시를 짓네. [一挹淸芬强綴詩]
좋은 때에 은택을 내려 나이 많은 분 모임을 허락하니 [芳辰恩許集高年]
문석(文席)의 풍류는 누가 뒤에 하고 먼저 하나. [文席風流孰後先]
이미 암랑(巖廊)이 되어 재상으로 조용(調用)했고, [已向巖廊調鼎鼐]
도리어 평지를 따라 신선이 되셨네. [還從平地作神仙]
조정에서는 절로 삼달존이고 [朝廷自是尊三達]
우로(雨露)는 구천(九天)의 은택 입었네. [雨露偏知荷九天]
바닷가 나라에 장수하는 지역 열렸다고 말하니 [爭道海邦開壽域]
노인이 오늘 저녁에 화려한 자리를 비추네. [老人今夕照華筵]
만력(萬曆) 27년 기해년(己亥年) 가을 하완(下浣)에 풍양(豊壤) 조익(趙翊) 재배(再拜)
삼가 차운함 [敬次]
망연하니 누가 백세를 기약했으랴, [惘惘誰爲百歲期]
요절하고 질병 듦이 괴롭게도 들쭉날쭉하네. [夭昏瘥札苦參差]
응당 노송(魯頌)에서 난로(難老)라 과시한 것과 같으니 [應同魯頌誇難老]
어찌 주시(周詩)에 남겨두지 않음을 원망함이 있을까. [豈有周詩怨不遺]
비파를 타는 모년에 어찌 슬퍼하랴. [鼓瑟暮年寧戚若]
잔치여는 여가 날에 매번 부지런했네. [開筵勝[暇]日每勤斯]
다른 때 좋은 일로 전하는 곳에 [他時勝事流傳處]
제공들의 시축(詩軸)에 가득한 시가 빛나리. [焜耀諸公滿軸詩]
세 분이 장수 누려 백세를 사시리니 [三壽行看到大期]
금장(金章)과 구장(鳩杖)의 그림자가 들쭉날쭉하네. [金章鳩杖影參差]
시대가 위태로워 비록 우상(虞庠)에서의 봉양은 결했지만 [時危縱缺虞庠養]
모임은 훌륭하여 낙사(洛杜)의 유풍(遺風)을 따랐네. [會勝還追洛杜遺]
기구(耆舊)를 지금도 오히려 이처럼 숭상하는데 [耆舊卽今猶尙爾]
풍류(風流)는 예로부터 조금 이와 같았네. [風流從古少如斯]
맑은 시 권자(卷子)에 가득하여 모두 주옥같고 [淸篇滿卷皆珠玉]
보내기 어려운 서생(書生)은 졸렬한 시를 잇네. [難遣書生繼拙詩]
남은 나이 구분하지 않고 흥치를 기약하기 어려운데 [不分殘年興亂期]
칼끝은 좀이 먹어 흰 빛이 가지런하지 않네. [劒鋒塵蝕白差差]
황발(黃髮)이 모유(謨猷)로 도움을 기뻐하고 [猶欣黃髮資猷度]
아직도 창생(蒼生)의 혈유(孑遺)를 안정시킴이 있네. [尙有蒼生奠孑遺]
멋진 날 손님 맞는 자리에 예전을 추모하니 [勝日賓筵追往古]
다른 때 좋은 일 지금을 기억하리. [他時好事記今斯]
태정(台庭)의 보묵(寶墨)에 기함을 놀래니 [台庭寶墨驚奇絶]
널리 사람에게 1만 수의 시를 취하였네. [博取人間萬首詩]
이상 3수는 본래 운자 [右三首本韻]
남은 생에 다행히 태평스러운 세월을 보겠으니 [餘生幸觀大平年]
성대한 일은 이제부터 있을 것이라네. [盛事從今亦有焉]
기구(耆舊)를 따라감에 어찌 적막하랴, [耆舊追隨寧寂寞]
거문고와 술잔 등 절물(節物)에 매양 머물렀네. [琴樽節物每留連]
맑은 시를 넉넉히 보내 사람마다 외우게 하고 [淸篇剩遣人人誦]
훌륭한 자취는 응당 대대로 전하리. [勝迹猶應世世傳]
때에 맞추어 즐겁게 노님을 모쪼록 기록하여 [行樂及時須記取]
늙어오는 광경을 더디게 하지 않으리. [老來光景不遲延]
덕(德)이 하나에 도리어 벼슬과 나이도 더했으니 [德一還應爵齒加]
달존(達尊)이 당세에 다시 많지 않네. [達尊當世更無多]
향산(香山)의 노인도 오히려 몰아가는데 [香山佚老猶驅使]
노국(潞國)의 풍류에 혹시 차등이 있네. [潞國風流或等差]
술잔 잡고 근심스럽게 빌미를 짓지 않으니 [把酒不敎愁作祟]
시를 적으며 다시 눈이 어둑해 지랴. [題詩寧復眼昏花]
지금 누가 단청(丹靑)하는 솜씨로 [祗今誰是丹靑手]
새롭게 그림 그려 다른 세상에 자랑할까. [繪入新圖異世誇]
이상 2수는 별운(別韻) [右二首別韻]
태전(台躔)의 풍채가 당년에 비치니 [台躔風采映當年]
이에 밝은 조정에 서서 선후가 되었네. [爰立明朝作後先]
진정(鎭靜)은 함께 황각(黃閣)의 옛 신하로 추대하고 [鎭靜共推黃閣舊]
문장은 상서로워 옥당(玉堂)의 신선으로 합당하네. [文章端合玉堂仙]
평생의 맑은 절개 오히려 세속을 놀라게 하고 [平生淸節猶驚俗]
만년의 행함과 감춤은 도리어 천명에 따랐네. [晩歲行藏却聽天]
슬프게도 수성(壽星)이 지금 문채를 감추어 [惆愴壽星今晦彩]
여러 노인들로 하여금 눈물이 자리를 적시게 하네. [剩敎諸老淚沾筵]
이상은 심상(沈相)의 운 [右上沈相韻]
높은 연세는 당대에 누가 어깨를 겨루랴. [高年當代孰差肩]
참으로 세상에 복록(福祿)이 온전하네. [信有人間福履全]
벗과 술은 매번 아름다운 절기를 따라 모이니 [朋酒每追佳節會]
양식이 어찌 잠시라도 부족할까. [餱乾寧復蹔時愆]
항상 후배들에게 이룬 덕을 보게 하니 [常敎後輩瞻成德]
함께 구선(臞仙)이 수연(壽宴)에 내려왔다 말하네. [共說臞仙降壽筵]
마침 반도(蟠桃)가 다시 열매 맺기를 기다리다가 [會待蟠桃重結子]
웃으며 천 년 동안 동적(銅狄) 을 만지리. [笑摩銅狄一千年]
만력(萬曆) 기해년(己亥年) 초추(初秋) 하완(下浣) 완산(完山) 체소재(體素齋)
恭蒙 台座下 示耆老會詩近體 四篇 仍命賤生 以鄙技和進 自聞敎語丁寧 惟懼靡安謹調澁 竽 聲律難諧 敬就元別兩韻 各和一首 竊恐蛙音多 則益厭 奉呈台座
삼가 대좌하(台座下)께서 보여주신 기로회시(耆老會詩) 근체(近體) 4편(篇)을 받아보았는데, 인하여 천생(賤生)에게 비루한 재주로 화답(和答)하라고 명하셨다. 간곡하신 말씀을 듣고부터 오직 편안하지 못하여 삼가 생삽한 피리를 조화시켰으나 성률(聲律)은 화해(和諧)하기 어려워 공손히 원운(元韻)과 별운(別韻) 두 운자(韻字)에 맞추어 각기 한 수(首)를 화답했다. 와음(蛙音)이 많으면 더욱 싫을까 두려워 태좌에(台座)에 올린다.
남극성(南極星)이 빛나 기한을 바꿀 수 있으니 [南極星輝可易期]
달존(達尊)이 자취를 이으니 가히 들쭉날쭉하네. [達尊聯武乍參差]
가죽 띠로 모두 향하니 몸이 평온하고 [犀鞓摠向身輕穩]
구장(鳩杖)은 인연이 많아 다리가 건강하네. [鳩杖多緣脚健遺]
격양가(擊壤歌)는 어찌 내가 응수하랴. [擊壤歌酬何有我]
임천탄(臨川嘆)은 흘러감이 이와 같음을 사례하네. [臨川嘆謝逝如斯]
향산(香山)과 낙사(洛杜)의 꽃다운 자취를 따르고 [香山洛社追芳躅]
성대한 일을 모두 읊으니 곧 수연시(壽宴詩)라네. [盛事輸唫卽壽詩]
나라의 새로운 운수를 맞아 중흥하는 해에 [邦家新數中興年]
노인을 잘 봉양하는 상서로움은 정사(政事)의 으뜸이네. [善養端宜政最先]
반은 삼전(三躔)의 태좌(台座)로 늙었으니 [半是三躔台座老]
모두 일종의 땅위 신선이라 일컫네. [俱稱一種地行仙]
한가로운 지위로 이 날 시사(詩社)에 함께 하니 [閑班此日聊同社]
은택이 평소에도 매번 하늘에서 오네. [渥澤平時每自天]
모쪼록 성군(聖君)께서 천수를 누려 [須祝聖君千萬壽]
진솔하게 자주 잔치 열기를 원하네. [好將眞率屢開筵]
만력(萬曆) 기해(己亥) 중추(仲秋) 시교생(侍敎生) 광성(廣城) 이정면(李廷冕) 백배
奉和幷序 받들어 화답함. 병서
鄭相公大老爺 見示耆舊詩一章 幷序 且命和之 韻强不押 重違盛敎 別抽五律 奉塵 台案
정상공(鄭相公) 대로야(大老爺:鄭琢)께서 기구시(耆舊詩) 1장(章)과 서문을 함께 보여 주시고, 화답하라고 명하셨다. 운자가 강하여 맞추어 짓지 못하고 성대한 부탁을 어기기 어려워 별도로 율시 5수[五律]를 지어 태안(台案)에 받들어 올린다.
주(周)나라는 연세 높은 노인을 존경하니 [周家黃耉謹高年]
숙덕(宿德)이 높은 지위에 올라 모두 선두에 계셨네. [宿德崇班摠在先]
단할(袒割)로 삼로(三老)의 자리를 우대하였고 [袒割禮優三老席]
종사(宗師)는 한 때 현인으로 이름이 중하였네. [宗師名重一時賢]
옥 같은 복숭아 열매 맺어 신선의 봄이 예스러운데 [玉桃結子仙春古]
구장(鳩杖)이 몸을 따라 성스러운 세월을 늘였네. [鳩杖隨身聖日延]
성대한 일은 다만 썩지 않아 시문(詩文)으로 전하리니 [盛事祗應傳不朽]
향산(香山)만 어찌 시편을 지었으리. [香山何止有詩篇]
동안(童顔)에 흰 명주옷 서리 같은 수염 밝으니 [童顔練皎鬢霜明]
대아(大雅)의 풍류는 전형(典刑)이 있도다. [大雅風流有典刑]
일찍이 상방(尙方) 영수장(靈壽杖)을 하사받았고 [曾賜尙方靈壽杖]
함께 남극(南極) 노인성(老人星)을 보네. [共看南極老人星]
천년에 변화한 학은 진골(眞骨)이 남았고 [千年鶴化餘眞骨]
오총(五總)의 신령한 거북은 모년의 연령을 늘이네. [五總龜神引暮齡]
같이 달존(達尊)으로 옥적(玉籍)에 잇달았으니 [同是達尊聯玉籍]
기영(耆英)의 고회(高會)는 향기로운 땅 같네. [耆英高會地如馨]
태평의 남은 자취 시귀(蓍龜)에 있으니 [大[太]平餘迹在蓍龜]
난리 뒤에 제현(諸賢)들은 아직도 남아 있네. [亂後諸賢尙憗遺]
하늘이 노성(老成)에게 고사를 전하고 [天欲老成傳故事]
세상이 장차 모범으로 삼으려 선지(先知)를 우러르네. [世將矜式仰先知]
서리 같은 눈썹과 눈발 같은 백발은 모습이 준엄하고 [霜眉雪髮形神峻]
나라의 그릇과 경의 재주로 덕업에 마땅하네. [國器卿才德業宜]
좌해(左海)는 지금 낭렵(狼鬣)이 어둑한데 [左海卽今狼鬣暗]
오경(五更)에서 거듭 한나라 관리(官吏)의 거동을 보네. [五更重見漢官儀]
원로가 때를 같이하니 덕은 외롭지 않은데 [元老同時德不孤]
청운(靑雲)이 걸음을 잇달으니 성은이 감도네. [靑雲聯步聖恩紆]
하늘이 국보를 머물러두니 인현(仁賢)이 함께하고 [天留國寶仁賢並]
세상은 스승에게 기대니 영수(領袖)가 갖추었네. [世賴人師領袖俱]
서리 같은 머리카락은 시대의 변화에 맡기지만 [霜髮任從時變易]
칼 같은 마음으로 어찌 일의 영고성쇠를 쫒을까. [劒心寧逐事榮枯]
우리 왕의 원로 봉양함은 주(周)나라 문왕(文王)보다 넉넉하니 [我王善養優周伯]
다만 제공들은 마땅히 지팡이 잡고 달려가야 하리. [祗合諸公杖翼趨]
기구(耆舊)의 조정은 곧 세신(世臣)이니 [耆舊朝端卽世臣]
벼슬에 있는 사람은 일찍이 태평한 세상 사람이네. [官聯曾是大[太]平人]
몸은 마른 학 같지만 마음은 오히려 원대하고 [身如瘦鶴心猶遠]
지혜는 원구(元龜) 같아 늙어도 더욱 신령하네. [智似元龜老更神]
사호(四皓)의 의관은 예전 제도를 보존하고 [四皓衣冠存古制]
여덟 분(八公)의 얼굴은 선인의 참다움을 띠었네. [八公顔貌帶仙眞]
일소(逸少)의 글씨 묵은 자취라 하지 마라. [莫敎逸少書陳迹]
모쪼록 용면(龍眠)의 솜씨 빌려 새롭게 그린다네. [須倩龍眠粉繪新]
만력 기해 원월 24일 해고(海皐) 후인(後人) 차천로(車天輅) 재배
삼가 차운함 [敬次]
일대의 기영(耆英)이 모이는 기약이 있으니 [一代耆英會有期]
응당 차례가 들쭉날쭉하다고 괴이하게 여기지 말라. [不應年序怪參差]
난정(蘭亭)은 거칠어졌지만 풍류는 남았고 [蘭亭蕪沒流風在]
낙사(洛杜)는 예전에 없어졌지만 성대한 자취는 전해오네. [洛社舊沈盛迹遺]
은나라가 노성(老成)을 중시함이 이와 같았고 [殷重老成嗟若彼]
주나라는 구조(耈造)가 많아 이를 징험할 수 있네. [周多耈造足徵斯]
이를 따라 동토(東土)에도 새소리 들을 수 있음을 알겠으니 [從知東土聞鳴鳥]
천추의 아송(雅頌)이 다시 시가 있네. [雅頌千秋更有詩]
천세에 거듭 낙사(洛社)의 기약 찾으니 [千歲重尋洛社期]
비녀에 가득 누른 머리카락 그냥 두어 들쭉날쭉하네. [滿簪黃髮任參差]
산에서 나와 한나라 안정시킨 기년(耆年)이 모였고 [出山安漢耆年聚]
바다에서 물러나 주나라로 돌아간 숙덕(宿德)이 남았네. [辭海歸周宿德遺]
제(齊)나라가 달존(達尊)을 공경함이 여기에 있음을 알겠고 [齊敬達尊知在此]
상(商)나라 원로를 구함이 이에 미더웠네. [商求黎老信於斯]
추생(鯫生)이 다행히 자리에 오른 뒤에 [鯫生幸忝登龍後]
아름다운 풍모 노래하니 시를 지음이 합당하네. [歌頌休風合賦詩]
이상은 원운이다. [右元韻]
여든 나이에도 아이의 치아와 얼굴이니 [兒齒童顔八袠年]
위수(渭水) 강태공과 상산(商山) 기리계(綺里季)도 앞서지 못하네. [渭姜商綺莫之先]
난정(蘭亭)엔 예전 조정의 원로가 모였고 [蘭亭昔會朝端老]
봉도(蓬島)에는 지금 지상의 선인이 둘러있네. [蓬島今徧地上仙]
관개(冠盖)가 서로 따르니 날씨도 따뜻하고 [冠盖相隨宜暖日]
연화(烟花)를 함께 감상함은 봄기운이 좋네. [烟花共賞可春天]
소생(小生)은 노두(老杜)의 붓이 모지라지도록 [小生願禿長杜筆]
계등(溪藤)에 다 적어 훌륭한 자리를 기록하리. [寫盡溪藤記勝筵]
조정 위에서 이윤(伊尹) 주공(周公)과 오래 어깨를 견줄만하더니 [朝右伊周久拍肩]
노년의 석덕(碩德)은 영예도 온전하네. [老年碩德令譽全]
염매(塩梅)로 조정(調鼎)하던 재능 어긋남이 없고 [塩梅調鼎才無爽]
응봉(鷹鳳)이 조정에 날리니 예의가 어기지 않네. [鷹鳳揚庭禮莫愆]
잔을 들고 읊는 한 마당 좋은 날에 여니 [觴【詠】一場開勝日]
안개와 꽃의 만 종류 화려한 자리를 비추네. [烟花萬種照華筵]
은(殷)나라 팽조(彭祖)의 7백 살은 한도 많아 [殷彭七百逾多恨]
다시 교송(喬松)의 분수 밖의 나이를 축원하네. [更祝喬松分外年]
이상은 별운이다. [右別韻]
만력 기해(1599, 선조 32) 중하 상완에 이경운(李卿雲) 머리를 조아리고 절함.
삼가 차운함 [敬次]
헌면(軒冕)이 때를 만나 좋은 기약 나아가니 [軒冕逢辰赴好期]
좌중(座中)이 은덕(恩德)을 입은 것이 들쭉날쭉하니 않네. [座中承德不參差]
당시의 팔로(八路)에 풍진(風塵)이 어둑하더니 [當時八路風塵暗]
금일 중흥(中興)하여 예전 원로 남았네. [今日中興故老遺]
총애 받은 은총을 갚지 못했는데 [報得寵恩方未了]
퇴직(退職)하고 돌아가 감히 이처럼 말하네. [乞歸骸骨敢言斯]
취하여 소매 가득 여주(驪珠)가 있으니 [醉來滿袖驪珠在]
천고에 시 몇 수를 떠들썩하게 전하리. [千古喧傳數首詩]
인간의 벼슬과 수명을 지극하게 누렸으니 [享極人間爵與年]
지금 시대에 영화와 기쁨이 누가 먼저인가. [榮歡今代孰居先]
안개 낀 물결 별서(別墅)에 높이 모여 [烟波別墅拚高會]
화려한 마루에 횃불 켜고 여러 선인 감싸네. [蠟炬華軒擁列仙]
남쪽으로 수성을 바라보니 빛이 땅을 비추고 [南望壽星光照地]
동에서 오는 자기(紫氣)는 밤에 하늘을 가로지르네. [東來紫氣夜橫天]
시대가 평안하여 예전 일을 다시 보며 [時平舊事還重覩]
임금 은택 도달함을 축원하니 눈물이 자리에 떨어지네. [祝到君恩淚墮筵]
짧은 머리카락 바람에 날려 눈처럼 어깨 비추니 [短髮颼颼雪映肩]
전란 뒤에 남은 목숨 다행히 같이 보전했네. [干戈餘命幸同全]
비색하고 태평한 운세가 때때로 대신한다 말하지 말라. [休言否泰時相代]
함께 군왕의 덕에 허물없음을 믿었네. [共信君王德罔愆]
꽃을 취한 모자에 꽂아줌을 부끄러워 마소 [花蘂莫羞簪醉帽]
병과 잔이 잠시 후에 꽃다운 자리에 모두 거꾸러졌네. [壺觴須【臾】倒芳筵]
스스로 반악(潘岳)이 일찍 노쇠한 모습이 부끄러우니 [自慚潘岳衰容早]
남은 인생이 또 몇 년이나 되는가. [能得殘生又幾年]
만력 27년 기해 7월 초7일 대방(帶方) 양경우(梁慶遇) 머리를 조아리고 절함.
삼가 차운함 [敬次]
삼달존(三達尊)은 세상에 기약하기 쉽지 않은데 [三達人間未易期]
제공께서 겸하여 누린 것이 어긋나지 않네. [群公兼有不參差]
백성들은 재상(宰相)을 우러러 존중하는 마음 품고 [民懷調鼎巖瞻重]
하늘은 전도(顚倒)함을 부지하여 숙덕(宿德)을 남겼네. [天許扶顚宿德遺]
좋은 일은 지금까지 전하여 무너지지 않고 [好事祗今傳不墮]
풍류는 예로부터 여기에 성대했네. [風流振古盛於斯]
미천한 내가 다행스럽게 성명을 이으나 [賤生自幸聯名姓]
어떻게 양춘(陽春) 백설(白雪) 시로 화답할까. [奈和陽春白雪詩]
만력 기해 초가을 하완에 배용길(裴龍吉) 황공 재배
삼가 차운함 [敬次]
인(仁)한 사람이 수(壽)를 누림은 종래로 성인이 기약한 바인데 [仁壽從來聖所期]
밝은 그 이치 어긋나지 않네. [昭昭其理不參差]
난리에도 다행히 중흥(中興)의 운을 만나 [亂離幸値中興運]
회복하여 흔쾌히 대로(大老)가 남음을 보았네. [恢復欣看大老遺]
한북(漢北)의 성대한 자리 지금 어찌 혼자이라, [漢北盛筵今豈獨]
낙양(洛陽)의 아름다운 모임 예전에도 이와 같았네. [洛陽佳會古如斯]
인간의 어려운 일은 삼달존(三達尊)을 갖춤이니 [人間難事俱三達]
손뼉치고 축하하며 사운(四韻) 시를 짓네. [抃賀恭酬四韻詩]
일찍이 동방에서 기약하지 못한 바이니 [曾是東方所未期]
제공의 나이와 벼슬이 각기 들쭉날쭉했네. [諸公齒爵各參差]
승평(昇平)의 우로가 모두 흡족함을 알겠고 [昇平雨露知皆沐]
난리의 풍진이 이처럼 남겨줌도 다행이네. [離亂風塵幸此遺]
수역(壽域)의 건곤(乾坤)에 이를 자 드문데 [壽域乾坤臻者鮮]
호중(壺中)의 일월은 이곳에 있네. [壺中日月在於斯]
어리석은 내가 아직 장춘곡(長春曲)을 만들지도 못했는데 [愚生未製長春曲]
오직 강구(康衢)에서 배를 두드리는 시에 화답하네. [惟和康衢鼓腹詩]
만력 기해 7월 하완에 시교생(侍敎生) 청원(淸原) 정장(鄭樟) 배
삼가 차운함 [敬次]
삼달존(三達尊)의 원대한 기약 있으니 [三達諸尊有遠期]
수염가의 머리카락이 하얗게 쭈삣쭈삣해졌네. [䰅邊華髮白差差
(부분 훼손)
耆老篇 奉呈本所諸先生
琢嘗以 社稷臘饗大祭獻官 入齋于太常寺 有一丫童踵後而至 問之則西郊宋丈所伻耆老所廳直也 乃知本所已復故事 無任感嘆慶喜 因竊自語曰
本朝舊例 宰臣年滿七十者 皆得與於耆老 愚年今已七十有三 吾其幸哉 昔蘭亭修稧 少長皆許咸集 洛中耆英會
潞國公文彦博年七十七 溫國公司馬光則纔踰六十 以最少稱
今吾年視文公不及 而比馬公則殆過之 雖無二公德業 而至於序齒 則實居二公之間 且擬蘭亭稧會 未必不在少者之先 方今尙齒之會 亦當溷矣 噫 人生七十古來稀 而七年兵火 全活者蓋寡吾今得保 而年踰七十 爵又躋崇班 卽今寇亂且平 泰運重回 若從 諸老先生杖屨之後 以娛餘景 幸孰甚焉 敢效 近體詩一篇 以寓後生歆豔之意 投進本所諸大老 兼呈洛中僉尊位 以及當代詞伯 要與知敎 嗚呼 投瓜致瓊 裒成大集 得令一時盛跡垂諸永久 則蘭亭淸譽 洛社高風 亦不得 專美於前 豈不韙歟
기로편 본소 여러 선생에게 올림
탁(琢)이 일찍이 사직납향대제(社稷臘饗大祭)의 헌관(獻官)으로 태상시(太常寺)에 들어가 재계하였는데, 아동(丫童) 하나가 나를 따라 왔기에 물어보니 서교(西郊) 송장(宋丈)이 심부름 보낸 기로소(耆老所) 청직(廳直)이라 했다. 이에 본소(本所)의 고사를 복원하게 되었으니 감탄스러움과 기쁨을 견딜 수가 없었다. 인하여 가만히 스스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본조(本朝)의 예전 관례로는 재신(宰臣)의 연세가 만 일흔인 사람은 모두 기로(耆老)에 참여할 수 있다. 나의 나이가 지금 벌써 일흔 셋이니 나는 그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예전 난정(蘭亭)의 수계(修稧)에 젊은 사람과 어른들이 모두 함께 모이는 것을 허락하였고, 낙중(洛中)의 기영회(耆英會)에 노국공(潞國公) 문언박(文彦博)이 나이는 일흔 일곱이었으며, 온국공(溫國公) 사마광(司馬光)은 겨우 예순을 넘었으니, 가장 젊었다고 지칭되었다.
지금 나의 나이를 문공(文公)에게 비기면 미치지 못하지만 마공(馬公)에 비기면 많으니, 비록 두 분 같은 덕업(德業)은 없지만 나이에 있어서는 실로 두 분의 중간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난정계회(蘭亭稧會)에 비겨도 기어코 젊은 사람의 선두에 있지는 않을 것이니, 방금 나이를 숭상하는 모임에서도 마땅히 섞일 만하다.
아, ‘인생 칠십은 예로부터 세상에 드물었다오[人生七十古來稀]’라 했으니 일흔에 병화(兵火)를 만나 온전하게 살아남은 사람이 대개 적은데, 내가 지금까지 보전하여 나이가 일흔이 넘었고 벼슬도 높은 반열(班列)에 올랐다. 곧 지금 왜구(倭寇)의 난리가 장차 평정되어 태평한 운세가 거듭 돌아오니 만일 여러 노선생의 장구(杖屨)의 뒤를 따라 남은 해를 즐긴다면 이보다 다행한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이에 감히 근체시(近體詩) 한 편을 지어 후생(後生)으로써 부러워하는 뜻을 부치고, 본소 여러 대로(大老)들에게 올리고 겸하여 낙중(洛中) 여러 존위(尊位)에게 올려 당대 사백(詞伯)에게 미치도록 하여 가르침을 받고자 한다.
아, 하찮은 나의 시를 주어 주옥같은 시문을 이르게 하여 크게 모아 한 때의 훌륭한 자취를 영구하게 후세에 남겨준다면, 난정(蘭亭)의 맑은 명예와 낙사(洛社)의 높은 풍모도 앞에서 아름다움을 독차지 하지 못할 것이니 어찌 아름답지 않은가.
일흔은 고희(古稀), 백세는 기(期)라 하는데 [七十云稀百曰期]
노공(潞公)과 온공(溫公)의 나이 저절로 들쭉날쭉했네. [潞溫齒序自參差]
신선(神仙)은 천상에 많은 이가 없고 [神仙天上無多子]
기로(耆老)는 인간에 몇 사람이 남았나. [耆老人間幾箇遺]
낙사(洛社)의 풍류는 지나간 옛날을 쫒고 [洛社風流追往古]
난정(蘭亭)의 훌륭한 일이 이곳에 있네. [蘭亭勝事在於斯]
모든 사람의 선전하는 입이 그림으로 돌아가고 [喧傳萬口歸圖畫]
또 높은 표치(標幟)를 잡아 좋은 시에 표현하리. [又把高標入好詩]
噫 兵亂之餘 豈有耆老古風 然所以云云者 此是不過頌禱期待之辭 而亂極思治之意 幷存乎其間 墜典斯
擧 復見太平故事 則今此之作 未必不爲後日詩語之讖 而終係國家興衰之景象 此豈可以閑談浪話視
之哉 惟冀僉諒
萬曆戊戌臘冬下浣 琢 拜稿奉
아, 병란(兵亂)의 나머지에 어찌 기로(耆老)의 고풍(古風)이 남아 있겠는가.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까닭은 이것이 송도(頌禱)하고 기대하는 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어지러움이 지극하면 다스림을 생각한다[亂極思治]는 뜻이 그 사이에 함께 남아 있어서, 추락된 전형(典型)을 이에 회복하여 다시 태평스러운 시대의 고사를 볼 수 있으니, 이번에 지은 것은 반드시 뒷날 시참(詩讖)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요. 마침내 국가의 흥쇠(興衰)의 경상(景象)과 연계될 것이니 이 어찌 한가롭고 쓸데없는 이야기로 보겠는가. 오직 여러분은 헤아려 주기 바란다.
만력 무술 납동 하완에 탁(琢)은 절하고 지어 올림
또 별운으로 드림 [又呈別韻]
인간 세상에 아흔의 나이 만나기 어려우니 [人世難逢九十年]
그 사이에 일흔도 드물다 했다네. [其間七十亦稀焉]
금장(金章)의 광채는 신령한 서정(犀鞓)과 함께 빛나고 [金章光與靈犀並]
오궤(烏几) 그림자 비둘기 지팡이 따라 이었네. [烏几影隨鳩杖連]
성대한 일은 원래 천고에 드물고 [盛事元來千古罕]
풍류는 만인이 전함을 깨닫지 못하네. [風流不覺萬人傳]
동쪽 성 남쪽 두렁에 2,3월이니 [東城南陌二三月]
맑은 기쁨 쇠하지 말고 해마다 뻗어가리. [勿替淸懽歲歲延]
연세 많고 덕이 높아 벼슬도 겸하니 [年高德邵爵兼加]
일대의 높은 영화 복록도 많네. [一代尊榮福祿多]
섬돌과 지도리에 오르내리니 몸은 더욱 건강하고 [堦戺降登身轉健]
손님 자리에 절하고 구부리니 예법에 어긋남이 없네. [賓筵拜俯禮無差]
바람이 머리카락에 불어오니 흰 눈보다 희고 [風吹鶴髮白勝雪]
술이 얼굴에 오르니 붉은 꽃과 다투네. [酒入童顔紅鬪花]
비로소 인간에 선인이 실제로 있음을 믿겠으니 [始信人間仙實有]
도원(桃源)이란 말은 본래 과장이 아니었네. [桃源之說本非誇]
만력 기해 원월 상완에 탁(琢) 배
작별하는 시운을 청천(聽天) 태좌(台座) 앞에 받들어 올림
덕(德)과 벼슬이 높고 또 연세도 많으니 [德爵兼尊又大年]
조정의 연로한 분은 누가 먼저인가. [朝家遐耈孰居先]
풍자(風姿)를 다투어 우러르니 귤(橘) 속의 늙은이요, [風姿爭仰橘中叟]
골격(骨格)을 모두 바라보니 학(鶴) 위의 선인일세. [骨格俱瞻鶴上仙]
연초(烟草)와 금화(錦花) 속에 술 마시고 시 읊는 곳이요, [烟草錦花觴詠地]
서쪽 이웃과 남쪽 두렁에서의의 따스한 봄날일세. [西隣南陌艶陽天]
누가, 늙지 않는 병 속의 노인을 알랴? [誰知不老壺天老]
다만 인간 기구(耆舊)의 잔치에 있음을… [只在人間耆舊筵]
만력 기해 원월 상완에 탁(琢) 배
별운을 서교(西郊) 서안 앞에 받들어 올림 [別韻奉呈 西郊案前]
왜구의 날 리가 처음 평정되어 기쁜 마음으로 쉬니 [寇亂初平喜息肩]
조정에서 나이를 숭상함이 덕(德)도 겸하여 온전히 했네. [朝家尙齒德兼全]
성군(聖君)께서 명을 내려 예우(禮遇)도 후하고 [聖君錫命禮從厚]
기구(耆舊)가 은택을 받은 의식이 어그러지지 않았네. [耆舊承恩儀不愆]
백발과 동안(童顔)은 장수하는 지역을 빛내고 [鶴髮童顔光壽域]
금장(金章)과 서정(犀鞓)의 광채는 손님의 자리를 비추네. [金章犀彩耀賓筵]
서교(西郊)는 해마다 꽃이 비단 같으니 [西郊歲歲花如錦]
선인의 복숭아를 또 몇 년이나 받듦을 알겠네. [知捧仙桃又幾年]
(이 때 서교는 나이 아흔이었는데, 특명으로 숭정(崇禎)의 품계(品階)에 가자(加資)되었다)
만력 기해 원월 상완에 탁(琢) 배
차운 [次韻]
스스로 연령이 모기(耄期)에 가까움을 다행스럽게 여겨 [自幸年齡近耄期]
지금 수염과 살쩍이 하얗게 쭈삣쭈삣해졌네. [只今鬚鬢白差差]
세월이 탄환같이 빨리 지나감에 맡겨 두니 [任敎歲月跳丸過]
일찍이 공명(功名) 보기를 헤어진 신발 버리듯 했네. [曾視功名敝屣遺]
혼란을 면한 것이 완전히 예전 같은데 [得免亂亡全似舊]
도리어 기로(耆老)가 여기에 성함을 듣네. [還聞耆老盛於斯]
태평의 훌륭한 모임 참으로 다시 할 만하니 [太平勝會眞堪復]
사람들이 정대감(鄭大監)의 시 전함을 기뻐하네. [却喜人傳鄭相詩]
낙하(洛下)에서 따르다가 몇 년을 떨어져 있었더니 [洛下追隨隔數年]
모여 이야기 할 때 자리가 먼저 임을 잊기 어렵네. [難忘會話坐爲先]
글과 술을 논함에 누구를 짝하고 [欲論文酒誰相伴]
늙어 전원으로 돌아감에 신선에 가까워지네. [歸老田園近作仙]
기로회가 일찍이 번성했던 날 [耆會曾於全盛日]
거듭 닦음은 마땅히 태평으로 돌아온 날일세. [重修宜在泰回天]
남은 인생 환락에 참여함을 감히 잊을까, [殘生敢忘參歡樂]
머리를 드니 오히려 훌륭한 자리일 듯 생각하네. [矯首猶堪想勝筵]
공이 숲 사이로 물러나 모년이 맞았으니 [公退林間屬暮年]
구차하게 사는 것을 어찌 사양하겠는가. [家居窮寠敢辭焉]
금문(金門)의 거리는 이 몸에서 서로 멀어 [金門紫陌身相遠]
메조 밥과 명아주 국으로 목숨을 겨우 이었네. [糲飯藜羹命僅連]
나라에서 기영(耆英)을 대우하다가 지금 끊어지고 [國餉耆英今廢絶]
사사로이 노인자리를 만드니 예전부터 전해왔네. [私開老席古流傳]
삼태(三台)로 칠순을 넘긴 공이 일찍이 도착하니 [三台七袠公曾到]
이를 따라 응당 수복(壽福)이 뻗어남을 알리. [從此應知壽福延]
만력 기해 원월 상완에 청천(聽天:沈守慶)
차운 [次韻]
장수하는 지역의 높은 연령 백세에 이르니 [壽域脩齡自到期]
지금 나이를 차례 지음이 우연히 들쭉날쭉하네. [而今序齒偶參差]
시문으로 높은 관원을 모음은 난정계(蘭亭契)에서 시작되었고 [文會崇班蘭契始]
총애 받은 신어(宸語)는 해와 별처럼 남겼네. [寵榮宸語日星遺]
관리들을 부르려고 하면 모두 오유(烏有)이고 [欲呼吏輩皆烏有]
공연히 시도(廝徒)를 그리워함은 지작관(鳷鵲觀)과 비슷하네. [空憶厮徒類鳷斯]
조물주도 응당 병화(兵火)의 참상을 가련하게 여기니 [造物應憐兵火慘]
추락한 법전(法典)을 일으키려면 대감의 시를 요구하리. [欲興墜典要台詩]
차가운 교외 봄기운 얕지만 시 읊는 어깨 솟구치는데 [寒郊春淺聳吟肩]
새해에 가슴 열었지만 병으로 먼저 하지 못했네. [新歲開懷病未先]
유선(儒仙)을 사랑하는 정이 벌써 두텁고 [愛友儒仙情已厚]
고로(故老)를 높이는 믿음이 어찌 잘못일까. [尊賢故老信何愆]
진한 술은 아마 하액(霞液)을 따른 듯하니 [酒醇疑是斟霞液]
반찬이 좋음은 화려한 주연(酒宴)에 모자란 걸 싫어서라네. [饌盛還嫌欠綺筵]
한 잔 마심도 명철한 군주께서 내리지 않음이 없으니 [一飮無非明主賜]
화봉(華封)은 항상 천년 동안 장수할 것을 축원했네. [華封恒祝壽千年]
(태상(台相)의 사위 종실(宗室)이 마침 가심리(佳心里)에 살다가 태상께서 내방하신다는 말을 듣고 찾아와 순주와 성찬을 보내왔기에 병든 몸으로 추가로 씀)
만력 기해 원월 하완에 서교(西郊)
원운(元韻)으로 수창(酬唱)하여 서교(西郊)에게 받들어 주는 시
이 날 동쪽 성에 기약 있는 것이 기쁜데 [此日東城喜有期]
따스한 언덕 봄나물은 들쭉날쭉해 보이네. [陽厓春菜看參差]
술자리 간략히 베풀기에 마땅하고 좋으니 [盃盤草設還宜好]
세상 일이 어지러워도 정사를 버릴 수 있겠나. [世事絲紛政可遺]
남곽(南郭) 선생은 능히 그칠 데에 이르니 [南郭先生能至止]
동편 이웃 장로(丈老)들도 이곳에 왔네. [東隣丈老亦來斯]
한 집에서 반나절 그윽한 회포 열었지만 [一堂半日開幽抱]
깊은 정을 짧은 시에 담아내기 어렵네. [難把深情入小詩]
만력 기해 원월 하완에 탁(琢) 배
차운 [次韻]
높은 벼슬 많은 연령을 감히 스스로 기약하니 [巍秩遐齡敢自期]
신명이 복을 내려 어긋나지 않았네. [神明錫福不參差]
기영(耆英)과 낙수(洛水)는 세 조정의 옛일이고 [耆英洛水三朝舊]
도솔(兜率)과 향산(香山)에 모든 일이 남았네. [兜率香山萬事遺]
천상의 풍류는 기쁨이 다하지 않았는데 [天上風流懽未歇]
인간의 광경은 물처럼 흘러가네. [人間光景逝如斯]
선가(仙家)의 훌륭한 모임은 보배롭게 숨겨야하니 [仙家勝會須珍秘]
좋은 종이에 쓸데없는 시를 적지 마시오. [休把瑤牋寫浪詩]
어울려 태평 시대를 같이 즐기니 [聯翩同樂太平年]
나이와 벼슬이 다르고 높낮음을 어찌 따지랴. [齒爵寧論異後先]
성대(聖代)의 암랑(岩廊)이 참 재상이고 [聖代岩廊眞宰相]
옥황(玉皇)의 향안(香案)에 늙은 신선일세. [玉皇香案老神仙]
좋은 일은 원래 속됨이 없음을 알겠으니 [方知勝事元無俗]
단지 가운데 별천지가 있음을 믿지 못하겠네. [未信壺中別有天]
남강(南岡)에 꽃이 늦게 핀다는 말을 들으니 [聞說南岡花事晩]
혹시 술을 가지고 자리를 열 수 있을까. [倘能携酒爲開筵]
금초반(金貂班) 속에 오랫동안 어깨를 따랐으니 [金貂班裏久隨肩]
수명과 귀함은 둘 다 온전함이 드물었음을 알겠네. [壽貴從知罕兩全]
난리 뒤에 의관(衣冠)이 얼마나 남았나, [亂後衣冠餘有幾]
요사이 근력(筋力)이 다행히 탈이 없네. [邇來筋力幸無愆]
신선의 동네로 찾아와 모자에 꽃을 꽂고 [輪蹄仙洞花簪帽]
이름난 정원에서 노래하고 악기 타며 잔치에서 기생을 끼네. [歌管名園妓擁筵]
번화하게 옛일을 쫒아갈 필요도 없지만 [未必繁華追舊事]
술잔 들어 요(堯)임금 같은 나이를 축수함도 방해되지 않으리. [不妨杯勺祝堯年]
만력 기해 청화절 상완에 아계(鵝溪) 이산해(李山海)
차운 [次韻]
세상이 어지러워 인생도 기약하지 못하니 [世亂人生不可期]
일찍이 호랑이 굴 가엽게 여긴 것과 몇 번이나 비슷한가? [曾憐虎穴幾參差]
어찌 수많은 전쟁에서 이긴 뒤에 [豈知百戰干戈後]
오히려 세 조정의 기로(耆老)가 남아있음을 알리. [尙有三朝耆老遺]
흰 머리카락 푸른 얼굴로 함께 있고 [白髮蒼顔同自在]
거친 차와 담담한 밥으로 이곳에서 즐기네. [麤茶淡飯樂於斯]
맑고 한가로운 경계에서 길이 서로 보전하여 [淸閑境界長相保]
오히려 화봉(華封)의 성인을 축수하는 시를 지으리. [猶作華封祝聖詩]
바닷가에서 선문자(羨門子)와 안기생(安期生)을 배우려 했더니 [海上長生學羨期]
인간의 벼슬길은 꿈속에서 어긋나네. [人間宦路夢參差]
공명과 골법(骨法)은 매우 비슷하고 [功名骨法頗相類]
진솔한 가풍은 곧 예로부터 남긴 것. [眞率家風卽古遺]
학은 요성(遼城)을 향하여 자신에 차서 돌아가고 [鶴向遼城歸自得]
별은 남극(南極)을 따라 이곳에 모였네. [星從南極聚於斯]
낙사(洛社)를 찾아 사마(司馬)를 따라 [欲尋洛社追司馬]
모경에 날고 싶지만 시가 부족한 것이 부끄럽네. [暮景飛騰愧乏詩]
만력 기해 맹하 하완에 오음(梧陰) 윤두수(尹斗壽)
삼가 차운함 [敬次]
수명이 일흔에 이름도 기약하지 못하니 [壽到稀年不可期]
예로부터 장수하고 단명함은 본래 들쭉날쭉하네. [古來脩短本參差]
여러 기영(耆英)이 낙사(洛社)에 모이니 인간에 성함이요 [群英會洛人間盛]
모든 노인이 잔치 벌이니 상제(上帝)가 남겨 두었네. [諸老開筵帝憗遺]
난리 뒤에 다행히 옛날 일 수복함을 만나 [亂後幸逢修舊事]
눈앞에 장차 이곳에서 즐김을 보겠네. [眼前將見樂於斯]
언제 함께 금 술통 술잔 잡고 [何時共把金尊酒]
취하여 거듭 성덕(聖德) 시를 지을까. [醉作重恢聖德詩]
만력 기해 7월 상완에 월사(月槎)
차운 [次韻]
헌면(軒冕)이 멀리서 함께 기한에 맞추어 오니 [軒冕超超共赴期]
화려한 비녀와 하얀 머리카락이 들쭉날쭉 비치네. [華簪鶴髮映參差]
기영(耆英)의 옛 모임 지금 겨우 마련하니 [耆英舊會今纔辦]
난리에 남은 인생 홀로임을 탄식하네. [兵甲餘生嘆孑遺]
오직 태평을 기뻐하니 도리어 조짐이 있고 [唯喜太平還有象]
다시 문물이 여기에 성함을 보겠네. [復看文物盛於斯]
불후(不朽)의 참된 자취 남기게 되었으니 [從敎不朽留眞跡]
몇 수 보배로운 악부시(樂府詩)일세. [數首珍篇樂府詩]
상공(相公)의 이름도 소중한데 또 연세도 높으니 [相公名重又高年]
이윤(伊尹)과 여상(呂尙)의 경륜(經綸) 누가 앞서리. [伊呂經綸孰後先]
몇 번이나 단심(丹心)을 품고 사직(社稷)을 걱정했을고 [幾抱冊忱憂社稷]
다시 황각(黃閣)을 사양하고 신선을 배웠네. [更辭黃閣學神仙]
군현(群賢)이 난정(蘭亭)에 모여 계를 결성했고 [群賢修稧蘭亭會]
기로(耆老)의 덕이 우로(雨露)의 은택 흠뻑 적셨네. [耆德偏霑雨露天]
늙은 몸 부축하여 장구(杖屨)를 따르니 [扶得殘骸隨杖屨]
저녁을 마치도록 꽃다운 자리에 취함을 마다않네. [不辭終夕醉芳筵]
이상은 청천(聽天)의 시운을 이용함
성스러운 시대의 명성은 누가 먼저인가, [聖代聲名孰敢先]
일생의 충과 효를 둘 다 온전히 하셨네. [一生忠孝兩能全]
시대를 근심하여 벌써 모습이 변했고 [憂時已遣容顔變]
나라에 보답하다 어찌 등골 힘이 빠졌음을 알겠나. [報國寧知膂力愆]
서교(西郊)에서 패물(佩物) 풀어 그대로 엽경(獵景)했는가, [解佩西郊仍獵景]
좋은 절기에 만나 함께 자리를 열었네. [盍簪佳節共開筵]
노쇠한 나도 여러 선인의 반열에 끼었으니 [龍鍾亦忝群仙籍]
여든은 유유한 견마(犬馬)의 나이라네. [八十悠悠犬馬年]
이상은 서교(西郊)의 시운을 이용함
따로 율시(律詩) 한 수를 올림 [別呈一律]
재주도 없으면서 다행히 수연에 참여하니 [非才幸忝壽筵間]
백발로 도관(道冠)을 쓰는 것이 더욱 마땅하네. [鶴髮偏宜頂道冠]
나라 걱정하며 초야에 은거할 계책을 이루지 못하고 [憂國未成丘壑計]
술동이 열어 기영(耆英)의 기쁨을 회복하려 하네. [開尊欲復耆英歡]
당시 낙사(洛社)는 여러 현인의 자취이니 [當時洛社群賢跡]
몇 번이나 수양(睢陽)의 오로(五老) 단(壇)을 쌓았을고. [幾築睢陽五老壇]
난리 뒤에 훌륭한 놀이 미루어 생각하니 [追想勝遊兵火後]
모쪼록 그림으로 그려 길이 전하여 보게 해야 하리. [須憑繪事永傳看]
만력 기해 청화절(淸和節) 상완에 풍암거사(楓巖居士)
화답하는 시를 올리고 함께 서문을 지음
왜적(倭賊)과 보루를 마주하고 전쟁을 치른 지가 이제 7년이 되었는데, 천운(天運)이 순환하여 하루 저녁에 적이 물러나 달아나고 나라가 평정되니 기쁨을 가눌 수 가 없었다. 삼가 내려주신 시장(詩章)을 보고 세 번 반복하여 읊어 마지않았다. 다른 날 여러 연로하신 재상들을 모시고 다시 기영회(耆英會)를 베푸니 위안되고 다행스러움이 더욱 깊었다. 이에 비루함을 헤아리지 않고 감히 차운하여 삼가 올린다.
성대한 모임 이제부터 기한을 정한 게 있으니 [盛會從今定有期]
팔순과 일흔 나이가 차이 나네. [八旬七十歲參差]
외람되게 자리 끝에 끼인 것이 분수에 맞지 않아 놀라운데 [叨承席末驚非分]
시장(詩章)으로 사랑하여 버리지 않으시네. [寵以詩章荷不遺]
나이를 숭상함은 본래 노인을 존경함이고 [尙齒本來尊老者]
자리를 내림은 도리어 은택을 입었네. [錫筵還憶被恩斯]
봄이 되면 다시 모시고 잔치를 열려고 하니 [開春準擬陪重宴]
억지로 훌륭한 시문에 두 수를 화답하였네. [强和珠璣兩首詩]
금구(金甌)를 바로잡아 회복할 날을 가리키니 [匡復金甌指日期]
기영(耆英)의 아름다운 모임 거의 들쭉날쭉하네. [耆英佳會幾參差]
낙사(洛社)의 아름다운 풍류를 좇아 이루니 [追成洛社風流美]
멀리 향산(香山)의 남은 고사 보다 낫네. [遠勝香山故事遺]
일흔은 예로부터 드물다는 구절이 있고 [七十古來稀有句]
백세를 장수로 헤아림이 여기에 성하네. [期頥壽算盛於斯]
덕과 나이를 온전히 함이 일찍이 귀함을 알겠으니 [能全齒德曾知貴]
늙어서야 억계(抑戒) 시를 좇아 생각하네. [到老追思抑戒詩]
노년에도 절조를 온전하게 했으니 이는 기덕이라 할 것이다. 마지막 구절에 ‘억계(抑戒)’로 언급하였다.
만력 무술 납월 하한에 류곡(柳谷)
삼가 차운함 [敬次]
장구(杖屨)로 모심을 기약하지 못하니 [杖屨陪從未可期]
추생(鯫生)의 나이가 아직도 들쭉날쭉하네. [鯫生年紀尙參差]
어찌 외람되게 시를 지어 보답하랴, [豈宜濫和篇章報]
다만 함부로 잇달아 이름 남김을 기뻐하네. [只喜叨聯姓字遺]
고국의 기영(耆英)이 오히려 반열에 있고 [故國耆英猶在列]
성스러운 조정의 넉넉한 예우는 이에 합당하네. [聖朝優禮合先
거듭 어진 재상으로 말미암아 성대한 일 회복하니 [重恢盛事由賢相]
송도(頌禱)하고 인하여 몇 수 시를 적네. [頌禱仍題幾首詩]
이상은 원운 [右元韻]
높은 연령이 어찌 일흔을 앞설까, [脩齡奚止軼稀年]
덕과 지위가 모두 높아 백벽(百辟)의 으뜸이네. [德位俱隆百辟先]
물러나 쉬며 오히려 각박한 풍속 바로잡을 만하고 [休退尙堪刑薄俗]
바라보고 의지하며 다투어 참 선인이 있다고 하네. [瞻依爭道有眞仙]
서로 잊고 넉넉히 남은 날 즐기고 [相忘剩占娛餘日]
남겨두지 않았다면 어찌 하늘 부르짖음을 금할까. [不憗那禁呌老天]
제공(諸公)이 예전 모임 찾는 걸 헤아리니 [料得諸公尋舊會]
응당 다시는 화려한 자리에 앉지 못함을 상심하리. [應傷無復壓華筵]
이상은 청천(聽天)에게 드림 [右呈聽天]
대로(大老)와 누가 감히 어깨를 견주랴 [大老伊誰敢比肩]
오직 공의 나이와 덕 둘 다 온전함을 기뻐하네. [惟公齒德喜雙全]
매번 사한(詞翰)이 오히려 더욱 나아감을 흠모하고 [每欽詞翰猶加進]
더욱 정신이 조금도 어그러지지 않음을 깨닫네. [愈覺精神不少愆]
명복(命服)이 더욱 옛 마을을 빛내고 [命服益增輝故里]
법존(法尊)은 손 대접하는 처음 자리에 서 있네. [法尊聊竚秩初筵]
지극히 화합한 왕환(王渙)은 당시 장수를 누렸으니 [至和王渙當時壽]
바로 서교(西郊)에 있으면서 보양하는 해일세. [正在西郊葆養年]
이상은 서교(西郊)에게 드림 [右呈西郊]
만력 기해 중추 상완에 팔곡(八谷) 구사맹(具思孟)
삼가 차운함(敬次). 병서(幷序).
공손히 경장(瓊章:詩文)을 받들어 손을 씻고 세 번 반복하여 읊으니 어지러웠던 마음이 갑자기 확 트여 지극히 공경하고 탄식함을 견디지 못하였다. 마침 지금 국운(國運)이 태평함으로 향하여 요망한 기운이 크게 맑아져서 종묘사직을 다시 세우고 시사(時事)가 점차 평안해졌으니, 기로(耆老)의 성대한 일을 머지않아 장차 보겠고 낙사(洛社)의 풍류를 거의 쫓을 수 있을 것이다. 노생(老生)이 금년 75세로 병화(兵火)의 나머지 다행히 성명(性命)을 보전했으니 만일 여러분들의 … 을 입는다면 (원본 훼손)
… 숙덕을 탄식하여 마침내 싫어함이 없고 [□嗟宿德終無斁]
임금이 순충(純忠)하여 길이 버리지 않았네. [君爲純忠永不遺]
일찍이 아홉 기영(耆英)이 낙하에서 놀았다 하더니 [曾說九英遊洛下]
지금 다섯 원로(元老)가 이곳에 모인 것을 보네. [今觀五老會於斯]
그 가운데 훌륭한 자취 그림으로 나타내기 어려우니 [箇中勝迹難模畵]
도리어 주옥같은 시에 연명한 것이 부끄럽네. [還愧聯名玉屑詩]
이 삼달존(三達尊)을 겸함도 기약이 있으니 [兼此三尊若有期]
일생의 훈업(勳業)이 조금 들쭉날쭉하네. [一生勳業少參差]
임금은 어진 보좌를 생각하여 유달리 은혜롭게 돌보셨고 [主思賢佐殊恩眷]
하늘은 중흥(中興)을 위하여 특별히 남겨두었네. [天爲中興特愸遺]
흰 머리카락으로 임금 그리니 충성이 얼마인가, [白首戀君忠幾許]
나라 보답하는 데에 부끄러움이 없으니 뜻이 부지런하네. [毋愧報國志勤斯]
좋은 때에 연세 높은 분들이 모임을 가지니 [芳辰轉作高年會]
훌륭한 일을 시축(詩軸)에 가득히 싣네. [勝事却輸滿軸詩]
일찍이 낙사(洛杜)에 연세 높은 분 모였다 들었는데 [曾聞洛社聚高年]
지금 기영(耆英)들이 또 이곳에 모였네. [今會耆英又此焉]
북두(北斗) 잔은 남두(南斗)의 잔을 겸하고 [北斗盃兼南斗酌]
수성(壽星)의 광채는 복성(福星)과 이었네. [壽星光與福星連]
진세(眞世)에 오름은 도규(刀圭)를 빌리지 않고 [昇眞不用刀圭借]
오래 보면 어찌 비록(秘籙)을 전할 필요가 있겠나. [久視寧須秘籙傳]
좋은 사방의 이웃이 수역(壽域)을 여니 [好是四隣開壽域]
일반의 상서로운 문채가 다시 뻗어나네. [一般祥彩更綿延]
연세와 덕이 모두 높은데 벼슬과 녹이 더하니 [齒德兼隆爵祿加]
하늘이 여러 복록을 공에게 많이 허여했네. [天敎庶福與公多]
두 조정의 원로는 일찍이 질병이 없고 [兩朝元老曾無疾]
반세의 심기는 어긋나지 않네. [半世心期未有差]
기운 삼키고 배를 많이 채워 눈동자 벌써 푸르고 [嚥息幾多瞳已碧]
정기(精氣)를 온전히 하니 마침내 얼굴이 꽃 같으리. [全精畢竟面如花]
이 사이에 저절로 장생(長生)하는 비결 있으니 [此間自有長生訣]
구름 속에 노닐며 보첩(寶牒)을 자랑하지 마라. [莫把雲遊寶牒誇]
좌석 위의 잠영(簪纓:高官)이 대년(大年)을 맺으니 [席上簪纓結大年]
일생에 삼달존(三達尊)은 예전에도 없었네. [一生三達古無先]
의건(衣巾)은 완연히 상산(商山) 노인 같고 [衣巾宛似商山老]
골격은 방장(方丈)의 선인이라 일컬을 만하네. [骨格堪稱方丈仙]
총애한 영광은 우로(雨露)처럼 깊고 [寵以光榮深雨露]
거듭하여 보우함은 하늘로부터 했네. [申之保佑自星天]
지금의 행락(行樂)은 예사로운 일이니 [今辰行樂尋常事]
잔풀과 연화(烟花)는 자리가 필요 없네. [細草烟花不用筵]
다섯 노인의 풍류는 누가 겨루랴, [五老風流孰比肩]
나이와 벼슬을 함께 온전히 한 것을 축하드리네. [共將齒爵賀兼全]
때맞추어 모여서 서로 권면하고 [及時聚會惟相勉]
차례대로 단란하니 덕은 잘못되지 않았네. [取次團欒德罔愆]
서로 좋으니 본래 벌목(伐木)을 노래함이 없고 [相好本無歌伐木]
취하여 돌아가니 누가 다시 초연(初筵)을 읊을까. [醉歸誰復詠初筵]
이 가운데 성대한 일은 그림으로 묘사하기 어려우니 [此中盛事描難畵]
송축(頌祝)하여 오직 억만년에 전하리. [頌祝唯傳億萬年]
만력 기해 중추 상완에 권임(權任) 머리를 조아림
기영회 시를 차운함 [次耆英會韻]
세상에 백세를 누리는 사람을 드물게 보니 [人間罕見享頥期]
낙사(洛社)의 높은 풍채 이와 다르네. [洛社高風此等差]
회린(悔吝)을 상고하니 시채(蓍蔡)가 있고 [悔吝可稽蓍蔡在]
나라에 속한 명망 전형(典刑)을 남겼네. [邦家屬望典刑遺]
반도(蟠桃)는 삼천세만에 익고 [蟠桃報熟三千歲]
성조(聖祚)는 거듭 억만년에 빛나네. [聖祚重熙億萬斯]
성대한 자취 지금 다 묘사하지 못했는데 [盛跡祗今描不盡]
마침 노래 불러 새로운 시에 편입하리. [會須歌詠入新詩]
숭록(崇祿)의 높은 반열(班列)에 덕과 연세 함께 하니 [崇祿高班並德年]
삼달존(三達尊)이 고금에 누가 이보다 더하랴. [達尊今古孰加焉]
수성이 남극에 임하여 망각(芒角)을 타고 [星臨南極乘芒角]
기운이 봉래(蓬萊)에 무성하여 멀리 연접되었네. [氣鬱蓬萊逈接連]
아침 햇살에 거북이가 기운 삼키며 호흡함을 믿지 못했더니 [未信朝暾龜嚥吸]
현묘한 비록(秘籙)을 학이 울며 전함을 다시 보네. [更看玄籙鶴嘶傳]
천심(天心)이 있어서 원로를 남겨두었으니 [天心有在遺元老]
높은 수명은 대약(大藥)으로 늘인 것이 아니라오. [遐壽非因大藥延]
하룻밤 원림(園林)에 봄뜻이 화창한데 [一夜園林春意和]
풍류와 훌륭한 일은 이 때에 많도다. [風流勝事此時多]
사람들이 낙사(洛社)에 없지만 자취를 비교할 만하고 [人無洛社迹堪比]
선인(仙人)에 악전(偓佺)이 있으나 견주기엔 어긋나네. [仙有偓佺肩可差]
비녀가 영롱하여 광채가 해를 따르고 [簪佩玲瓏光徇日]
문장이 빛이나 붓에서 꽃이 피네. [篇章輝暎筆生花]
종래의 숙덕(宿德)은 신령이 응당 도와주니 [從來宿德神應佑]
연못의 국화와 샘의 모래를 크게 자랑하네. [潭菊泉砂語大侉]
또 연(年)자를 차운하여 청천(聽天) 상공을 애도함 [又次年字韻 悼聽天相公]
어느덧 세월이 90년인데 [倏忽光陰九十年]
공께서 지금 승화(乘化)하여 어찌 먼저 가셨나. [公今乘化逝何先]
세상에서 길이 세 조정의 원로를 잃었지만 [人間永失三朝老]
천상에서 응당 두 세상의 선인이 되리. [天上應爲再世仙]
다시 번화한 예전 재상의 집이 아니니 [非復繁華舊相宅]
비바람에 떨어지는 꽃이 가련하구나. [可憐風雨落花天]
금장(金章)과 구장(鳩杖)으로 부축하던 곳에 [金章鳩杖扶携處]
어찌 차마 거듭 지난해의 자리 열겠나. [那忍重開去歲筵]
또 견(肩)자 운으로 서교(西郊) 상공을 읊음 [又用肩字韻 詠 西郊相公]
지금 시대에 공과 같은 사람 누가 견주리, [今代如公孰比肩]
달존(達尊)은 예로부터 세 가지를 온전히 한 사람 드물었네. [達尊從古罕三全]
참된 선인은 골격이 있으니 원래 단련한 게 아니고 [眞仙有骨元非鍊]
큰 복이 하늘에 응하니 길이 어긋나지 않네. [胡福膺天永不愆]
사정(砂井)이 샘솟는 물결에 옥 술잔 따르고 [砂井湧波斟玉斝]
수성(壽星)이 오르는 문채가 좋은 자리 비추네. [壽星乘彩照瓊筵]
곁에서 보니 벌써 도끼 자루가 장차 썩음을 보았으니 [傍觀已覺柯將爛]
동해의 뽕나무 밭은 몇 년이나 바뀌었나. [東海桑田換幾年]
만력 기원 용집(龍集) 기해 중추에 후학 조우인(曺友仁) 절하고 씀
삼가 차운함 [敬次]
백아(伯牙)는 어찌 종자기(鍾子期)만 만났을 뿐이랴, [伯牙奚啻遇鍾期]
기로(耆老)의 풍류가 스스로 어긋나지 않네. [耆老風流自不差]
벌목(伐木) 시를 항상 노래하며 잔치로 넉넉히 노니 [伐木常歌優以燕]
곡풍(谷風)은 누가 읊었기에 잊은 듯이 버리는가. [谷風誰詠棄如遺]
성은(聖恩)은 바다같이 넓으며 깊이도 이러하니 [聖恩海闊深如許]
신하의 축원은 숭산(崇山)처럼 높아 다시 이곳에 있네. [臣祝嵩高復在斯]
다른 날 전원으로 돌아간 뒤에 [他日田園歸去後]
의연한 면목은 이 시를 생각하리. [依然面目想玆詩]
만력 기해 중추 상완에 김득렴(金得磏) 절하고 씀
삼가 차운함 [敬次]
거북 얼굴에 학의 골격은 안기생(安期生)인가, [龜容鶴骨是安期]
삼도(三島)의 하의(荷衣)를 지음이 어긋나지 않네. [三島荷衣製不差]
교목(喬木)은 왕가(王家)의 촉망을 다투고 [喬木王家爭屬望]
여주(驪珠)는 푸른 바다에서 누가 버림을 탄식하는가. [驪珠滄海孰嘆遺]
경림(瓊林)의 성대한 예는 옛일을 전해 들었고 [瓊林盛禮傳聞古]
강굽이의 화려한 자리는 처음 이곳에서 보았네. [江曲華筵始見斯]
청산에 묻기 위해 참으로 적는 날에 [爲問靑山眞寫日]
또한 맑은 덕을 칭하며 새로운 시를 지었네. [亦稱淸德有新詩]
배득인(裴得仁) 재배
삼가 기로회시에 차운하여 약포(藥圃) 노야(老爺) 태석에 삼가 올림
네 분 원로 기영(耆英)을 만날 기약이 있으니 [四老英賢會有期]
한 마음의 끝과 시작이 어찌 어긋나랴. [一心終始豈參差]
백년의 교목이 바람 앞에 서 있고 [百年喬木風前立]
천세의 곧은 솔은 눈이 온 뒤에도 남았네. [千歲貞松雪後遺]
하얀 머리카락으로 선도(仙都)에서 자주 취하였고 [白首仙都頻醉止]
정성스럽게 상부(相府)에서 얼마나 부지런했던가. [好誠相府幾勤斯]
달존(達尊)은 모두 임금의 은택이 흡족하니 [達尊總是君恩洽]
우리 왕의 성스러운 덕을 위하여 시를 읊으리. [爲賦吾王聖德詩]
하늘이 정영(精英)을 내림이 전성기를 응하니 [天降精英應盛期]
제현의 덕업(德業)이 어긋나지 않네. [諸賢德業不參差]
성성한 소발(素髮)은 장추부(張樞府)요, [星星素髮張樞府]
간절한 단성(丹誠)은 두습유(杜拾遺)라네. [懇懇丹誠杜拾遺]
봉황이 춤을 춤이 세상에 참으로 여기에 있고 [儀鳳人間眞有此]
걸어 다니는 선인이 지상에 어찌 없으랴. [行仙地上豈無斯]
금 술잔으로 낙사(洛社)의 좋은 때 취하여 [金樽洛社良辰醉]
이름난 사람의 비단 같은 시를 받아 드리네. [納入名流錦繡詩]
삼가 차운함 [敬次]
선인이 노니는 바람 부는 날이 아름다운 시기에 속하니 [仙遊風日屬嘉期]
인(仁)한 사람이 장수를 누림은 종래로 이치가 어긋나지 않네. [仁壽從來理不差]
한결같은 절개는 난국에도 남들이 간여하지 못하고 [一節艱危人不間]
세 조정의 훈업(勳業)은 헤아려 빠트림 없네. [三朝勳業算無遺]
시국을 근심하여 하얀 머리카락 3천발이고 [憂時白髮三千丈]
높은 연령을 기원하여 억 만이라네. [祈耈遐齡億萬斯]
낙사(洛社)의 높은 발자취 지금 다시 이으니 [洛社高蹤今再續]
마침 노래하고 읊음이 새로운 시에 편입하리. [會須歌詠入新詩]
만력 기해 중추 하한에 천령(天嶺:咸陽) 후인 박수서(朴守緖) 배
우러러 차운함. [仰次]
삼가 기로(耆老)가 지은 시를 보니 소생은 지극히 감격하여 기쁨을 견디지 못하고 감히 차운하여 올리고, 밝은 조정에 송축(頌祝)하고 노래하는 나머지 경계로 갖추기를 바랄 뿐이다.
기로(耆老)가 나라를 일으킬 기약 있음이 기쁘니 [耆老興邦喜有期]
상서는 예로부터 본래 차이가 없네. [禎祥終古本無差]
7년의 병란으로 지난날 어지러웠음에 놀라고 [七載兵塵驚昨亂]
네 조정의 원로가 지금도 남았음을 축하하네. [四朝元老賀今遺]
석덕(碩德)과 높은 연세 모두 자리에 있으니 [碩德高年俱在席]
태평스럽고 밝은 세상을 이곳에 회복했네. [太平熙世復於斯]
소근(小謹)이 스스로 장구 모심을 자랑스럽게 여기니 [小謹自多陪杖屨]
잔치를 맞아 숭시(嵩詩) 바칠 것을 원하네. [當筵願祝獻嵩詩]
만력 기해 중춘 하완에 중추부배록사 이수형(李壽馨) 백배
우러러 차운함 [仰次]
오래 살고 귀한 영춘(靈椿)이 백세를 누리니 [壽貴靈椿享耄期]
지위가 별처럼 높아 들쭉날쭉 늘어섰네. [位尊星斗列參差]
시국을 근심하여 하얀 머리카락은 문로(文潞)를 밀어내고 [憂時素髮推文潞]
대궐을 그리는 붉은 마음은 습유(拾遺)를 뛰어넘네. [戀闕丹心邁拾遺]
낙사(洛社)의 풍류는 예로부터 드물었고 [洛社風流稀自古]
난정(蘭亭)의 훌륭한 일 여기에 빛나네. [蘭亭勝事耀於斯]
장궤(杖几)를 받들어 모시고 뒤에 참석하여 [奉陪杖几叨塵後]
주(周)나라의 대로시(大老詩)를 드리고자 하네. [擬獻周家大老詩]
만력 기해 계하 하완에 금루직(禁漏直) 이정(李精)은 백 번 절하고 올림
기로소에 잔치를 베풀려는 것을 두고 지은 노래 [耆老所 擬設會筵歌]
황명(皇明) 기원(紀元) 27년에 바다 왜구가 평정되니 나라의 백성들이 어깨를 펴고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암랑(巖廊:議政府)의 기로(耆老)와 향안(香案)의 유선(儒仙)이 한강 변에서 예전 모임을 하려고 풍류 있는 지역을 정하다가, 화창한 날씨를 만나 꽃을 꺾어 산가지를 놓고 풀을 깔고 앉아 담요처럼 여겼으니 성대한 일은 엄연하고 훌륭한 자취도 의연하였다.
좌우에 잔을 돌리고 앞뒤로 둘러 앉아 각자 주량에 따라 마시되 취하면 곧 잠을 잤다. 이 일은 진솔하여 절제하고 베푸는 방도에 합치되어 지금도 시끄럽게 외우며 예로부터 전해 와서 쇠하지 않고 인용하니, 어찌 권면하지 않겠는가. 아, 큰 난리가 겨우 안정된 것이니 어찌 참으로 이런 일이 있었겠는가. 또한 혼란이 지극하면 다스려지기를 생각한다는 뜻일 뿐이다.
만력 기해 모춘 하완에 탁(琢)은 쓰다.
정태야(鄭台爺)의 기로편집(耆老篇集) 뒤에 적음 [題 鄭台爺耆老篇集後]
푸른 바다의 신령한 자라가 섬 세 개를 등에 지고 [碧海靈鰲背三島]
부상(扶桑)의 새벽녘에 천계(天雞)가 일찍 우네. [扶桑拂曙天雞早]
우리 공께서 뛰어난 신채(神采)가 아침빛을 쏘니 [我公神秀射朝暉]
금규(金閨)의 출신은 일을 그윽이 토벌하네. [金閨出身事幽討]
천 리 고향은 남극(南極)이 아득하고 [家鄕千里南極遠]
봄바람에 장안(長安)의 풀은 몇 번이나 푸르렀나. [春風幾綠長安草]
봉황 연못은 동원(東垣)의 겨드랑이와 통하고 [鳳凰池通東垣掖]
용과 뱀의 해 재액은 아미(峨嵋)의 길이라네. [龍蛇歲厄峨嵋道]
옛 동산으로 돌아오니 성곽이 황폐하여 [歸來故園城郭荒]
땅에 가득한 미친 바람에 간과 뇌가 온통 널렸네. [滿地狂風遍肝腦]
구름은 화표(華表)에 어두워 외로운 학이 슬퍼하고 [雲昏華表孤鶴悲]
쓸쓸한 산하는 회포를 마주하네. [寥落山河對懷抱]
환한 얼굴과 복어 무늬 등에 누런 머리카락 기다라니 [韶顔鮐背黃髮長]
옛날의 기영(耆英)은 한 둘을 상고할 수 있다네. [古來耆英一二攷]
위천(渭川)의 어부는 한가로운 가운데 조용하고 [渭川漁父靜閑中]
상산(商山)의 붉은 지초는 사호(四皓)에 넉넉하네. [商山紫芝饒四皓]
명의 길고 짧음은 하늘로 말미암고 사람에게 있지 않으니 [修短由天不在人]
신령한 바다 풍파는 보전하지 못한다네. [靈海風波苦不保]
동방의 어린 아이 복숭아 훔쳐내니 [東方小兒解偸桃]
여러 선인 손 가운데 화조(火棗)도 많네. [群仙手中多火棗]
진흙 부엌에서 단(丹)을 이루니 용과 호랑이 싸우고 [泥竈丹成鬪龍虎]
옥토끼는 섬궁(蟾宮)에서 길이 약을 찧네. [玉兎蟾宮藥長搗]
공은 이런 비술(秘術) 없이도 어찌 홀로 장수했나. [公無此術奚獨壽]
고상한 정은 형역(形役)에 괴로움 당하지 않았네. [高情不爲形役惱]
조정에서 궤장(几杖)을 남이 집는 것 어찌하랴, [朝端几杖人策何]
삼태(三台)에 심서교(沈西郊) 원로가 계시네. [三台有沈西郊老]
지금 공께서 기로(耆老)의 자리에 오른 것이 자랑스러우니 [多公今躋耆老席]
서로 백 년 동안 여유롭게 노니니 참으로 좋구나. [相與優游百年眞箇好]
만력 기해 맹하 하완에 윤계선(尹繼善) 머리를 조아리고 절함
첫댓글 우리 청주 정문의 귀중한 보물입니다...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기로연의 시와 차운시 잘 보았습니다. 한 시대의 문장가가 총망라 된 듯합니다. 노인을 공경하고 받드는 풍속은 후세 사람들이 배울 점이 많습니다.
아주 소중한 자료를 공개해 주셔서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귀중한 자료 잘 접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