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이 요리만 하는 곳은 아니다 집의 공간이 허락된다면 정갈하게 정리된 부엌에 긴 테이블을 놓아보자. 친구들이나 손님들을 초대했을 때 굳이 바닥에 앉아야 하는 교자상을 사용하지 않아도 좋으니 여러모로 시도해 봄직하다. 적어도 열 명 정도는 충분히 앉을 수 있어 손님들이 편하게 식사할 수 있고 테이블 장식도 모임의 성격에 맞게 자유롭게 바꿔 볼 수 있다. 나는 언제는 우리 집 공간에 놓을 수 있는 한 가장 긴 테이블을 간절하게 원했다. 결혼 후 세 차례 집을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도 나는 항상 부엌에 긴 직사각형 테이블 놓기를 시도했고, 그 까닭에 새로운 디자인을 감행하기도 했다. 신혼 초에는 20평 아파트에 흔히 놓는 2인용 정사각형 식탁을 들여놓고 싶지 않아 많은 생각 끝에 가구점에서 긴 테이블을 주문 제작해 싱크대와 마주보도록 놓았다. 효율적인 배치를 시도한 덕분에 좁은 공간을 충분히 활용했던 기억이 난다. 아일랜드 식탁(조리대 겸용 보조식탁)라는 것을 알지도 못했던 시절인데 18년 전부터 아일랜드 테이블을 좁은 공간에 고집했던 것이다.
그 후 28평 아파트를 리모델링할 때도 시스템 키친회사에 내가 원하는 디자인의 부엌 인테리어를 의뢰했다. 처음 시도하는 디자인이라 시공이 불가능할 것 같다고 했지만, 결국 원하는 대로 고집했고 나중에는 오히려 그 업체의 우수 사례로 홍보되기도 했다. 이제는 흔한 디자인이 되었지만 당시에 고집했던 구조는 아주 새로운 것이었다. 우선 공간이 좁았기 때문에 냉장고를 부엌에 딸린 베란다로 내보냈고 ‘ㄷ’자형인 부엌의 구조에서 창문 쪽으로 향해 있던 개수대를 주부가 섰을 때 거실을 바라보도록 위치를 바꾸었다. 출근이나 등교 전에 잠깐이나마 가족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수도관을 옮기는 데 비용이 들긴 했지만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과감히 결정했다. 그리고 그 앞으로 아주 긴 테이블을 붙였다.
내가 원하는 집, 내가 꿈꾸어왔던 공간을 만들고 싶다면, 무조건 안 된다는 전문가의 말이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때로는 무모하지만 새로운 시도와 용기는 꼭 필요하다. 긴 테이블에 대한 집착은 꽤 괜찮은 완성품으로 결실을 맺었고, 가족과 지인들, 친구들이 모여 식사를 하거나 함께 얘기하는 멋진 공간으로 거듭났다. 또한 부엌에서의 생활 패턴도 많이 달라졌다. 가족 식사는 아일랜드 테이블에서 해결하고, 동선도 짧아 음식을 만들고 내놓는 시간이 많이 절약됐다. 특히 출근과 등교로 바쁜 아침 시간에는 더없이 효율적인 공간이 되었다.
이제 부엌은 음식을 만들고 먹는 공간에서 가족의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집 안의 중요한 결정들은 가족이 식탁에 모여 앉는 시간에 주로 이뤄진다. 그렇다고 식탁에서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설교하는 것은 금물이다. 대화가 아닌 일방적인 설교는 자칫 불쾌한 분위기를 조성해 식사 시간을 빨리 접게 만들 뿐이다. 부부가 식탁에서 즐겁게 와인 한잔을 나누며 가족의 미래를 계획하고 아이와 함께 앉아 책을 읽기도 하며, 때때로 안주인은 식탁을 책상 삼아 자기만의 일에 몰두하기도 한다.
살림을 즐겁게 해주는 요리도구
기능적인 도구들을 갖추고 그것들 체계적으로 수납해서 쓰는 것은 요리를 즐겁게 해준다. 또한 도구를 잘 갖추고 쓸 줄 알면 요리 시간을 줄일 수 있고, 그만큼 주부에게는 좀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진다. 부엌에서는 특히 항상 손쉽게 필요한 것을 찾아 쓸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수납해야 한다. 필요한 것을 찾기 위해 물 묻은 손으로 앞에 가려진 물건들을 치워야 하는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말이다. 우선 중복되거나 자주 사용하지 않는 도구들은 수납장에 넣어 둔다. 반대로 자주 사용하는 물건은 손 닿는 곳에 배치한다. 물건을 정리할 공간이 부족하다면 주방도구 사용 후 제자리에 두지 않게 된다. 때문에 주방도구와 소품들은 사이즈별 혹은 아이템별로 나누어 각자의 자리를 만들어 주면 깔끔하게 정리된다.
대부분의 가정주부들은 부엌 살림살이에 욕심이 많다. 이렇게 저렇게 부엌 살림살이를 모으다 보면 그 정확한 명칭과 쓰임새를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코너별 데커레이션이나 테이블 세팅을 할 때도 이런 도구들의 명칭과 쓰임새를 알면 전문가 못지 않은 솜씨를 뽐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