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을 한 주일 앞두고 상동은 벌써 깊은 겨울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저녁 시간 꼴두바우까지 갔다오는 산책길에서 사람을 전혀 만나지 못하는 날도 있습니다. 2005년의 활기를 기약하며 상동의 2004년은 조용히 저물어갑니다.
오늘은 우리 학교 3학년 진효순 학생에 대한 얘기를 올립니다. 먼저 이 학생에게 보여주신 동문 여러분의 깊은 관심과 따스한 애정에 고맙다는 말씀부터 드립니다.
어제 날짜로 합격자를 발표한 춘천교대 수시전형에서 이 학생이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한양대 등록금 문제로 고심하면서도 한편으론 춘천교대에 잔뜩 희망을 걸어왔기에, 학생은 물론 지도하는 저희 입장에서도 안타까움을 떨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있을 정시모집에는 지원할 수 없는 상황이라 이젠 도리없이 한양대 진학으로 진로를 굳혀야 할 것 같습니다.
이 학생의 실제 목표는 첫째가 춘천교대 그 다음은 한국교원대 또는 강원대 사범대 진학이었습니다. 부모없이 언니와 생계를 꾸려갈 수밖에 없는 집안 형편과 대학 졸업 후의 취업을 고려하면 당연한 것이지요. 하지만 평소 마음 속 깊이 소망하고 있는 신문방송학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혹시나 하는 기대로 한양대 사회과학부에 응시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온갖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까다로운 전공적성시험에도 당당히 통과하여 수능시험과 관계없이 최종합격했습니다. 우리 학교의 학생수가 적어 내신성적에서도 불리할뿐더러 사교육과는 거리가 먼 시골학생으로서는 감히 꿈도 꾸지 못하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한양대 합격 이후에도 진효순 학생의 최종 목표는 춘천교대임을 일깨워주면서 마음을 다잡고 수능시험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담임선생님을 비롯해서 모든 교사가 성심껏 지도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능시험에서 춘천교대 합격점수에 이르지 못하고 불합격의 결과를 얻고 만 것입니다.
이러한 현재의 상황에서 동문 여러분과 지역사회 주민들이 도와주신 등록금 마련 활동은 큰 힘이 되었습니다. 학교 입장에서는 이 학생이 단지 공부를 잘해서 또 서울 유명대학에 진학했다는 것만으로, 적극적으로 도와주려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 능력은 물론 인간성면에서도 그냥 주저앉히기엔 안타까운 학생이기 때문입니다. 원주나 강릉의 명문고로 유학할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집안 형편 때문에 큰댁 신세를 지며 우리 학교에서 공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늘 밝고 건강하게 생활하는 가운데, 전교 학생회장을 맡을 정도로 동급생은 물론 선배와 후배로부터 호감을 받는 학생입니다.
집에는 컴퓨터가 없는 터라 학교 컴퓨터실에서 인터넷으로 EBS교육방송을 활용하며, 독학으로 공부할 정도로 학생으로서의 본분을 야무지게 실천하는 학생입니다. 학업 성적이 남보다 두드러짐은 물론 말하기와 쓰기 능력도 뛰어나 전국 학생들과 겨루는 전국독서토론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하는 등 강원도와 영월군의 크고 작은 글짓기대회와 웅변대회에서 많은 수상 실적을 거두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졸업을 앞둔 학생들을 단지 상급학교에 진학시키는 것으로 만족하지는 않습니다. 진정한 교육은 모든 학생으로 하여금 대학에 진학하든 취업의 길을 택하든 자신의 능력과 적성과 특기를 살릴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 자아실현의 기회를 부여하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진효순 학생의 간절한 소망인 동시에, 적성과 능력에도 맞는 신문방송 분야에 진출하여 자기의 재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우리 교사들의 당연한 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앞으로 진효순 학생이 맞이할 상황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본인은 물론 저희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학생이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으로 볼 때, 너끈히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이 학생은 자신의 좌우명인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떳떳하고 당당하게’를 몸소 실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이렇게 온갖 역경을 무릅쓰고 자기의 앞길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제자를 볼 때마다 교사로서의 보람을 느낍니다.
진효순 학생이 우리 학교를 떠난 뒤에도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상동인으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당당한 사회인으로 성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 봅니다.
상동중고 동문 여러분께서도 올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고, 희망찬 새해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진명우 드림
첫댓글 멋지신 스승이 있기에 ㅜㄹ륭한제자가 있듯이 상동중고교의 선생밍께 감사의 박수를.... 짝짝짝. 건강하세요
깊은 시련과 고난 뒤에는 반드시 광명이 있을것입니다. 훌륭한 후배를 키워 주신 모교 선생님께 졸업생의 한사람으로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최악의 교육여건속에서 자란 진효순학생은 선생님들의 노고와 기대를 절대 저버리지 않고 꿋꿋이 우뚝 서리리 믿습니다. 최선을 다하고 노력하는 자는 승리합니다. 홧 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