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여가지 가공식품 제조·판매도 성공
완주군은 거점가공센터 운영 통해
식품인허가 업무 전담하며 농가 지원
옥천순환경제공동체가 마련한 순환경제공동학습 마지막 교육은 국내 로컬푸드 산업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완주군을 견학하는 시간으로 준비됐습니다. 공동체 회원은 옥천군귀농귀촌인연합회 회원 등 많은 주민들이 참가해 그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견학은 지난달 23일 △완주군 모악산 로컬푸드 직매장 및 뷔페레스토랑 행복정거장(해피스테이션)△전주시 효자동 로컬푸드 직매장 △완주군 거점 농민 가공센터 △완주군 지역경제순환센터 순서로 이루어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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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로컬푸드 협동조합(이사장 안대성, 이하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직매장 4개소의 월 매출은 약 20억원이 넘으며 1년 매출은 대략 3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전국 로컬푸드 직매장 20개소의 매출을 합친 것보다 많은 액수다. 일 평균 1천명의 소비자가 다녀가는 완주 로컬푸드 직매장의 규모는 1천여 농가가 월급을 받아갈 수 있을 정도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 다수의 소농이 생산하는 다품종 농산물의 가치
직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은 300여가지 농산물과 150여가지 가공식품이 준비된 매장에서 식재료를 구입한다. 식재료만큼은 직매장에서 모두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당일 수확한 농산물을 살 수 있다는 매력이 소비자들의 발길을 끌고 있었다. 완주군 모악산 직매장을 찾은 김소연(33)씨는 "식재료는 여기서 다 해결한다"며 "가격이 저렴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오늘 딴 채소의 신선함을 맛보고 나면 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수의 소농이 생산하는 다품종 소량생산 체계를 만들기 위해 협동조합에서는 '기획생산'에 힘을 쏟았다. 지역에서 어떤 작물이 재배되고 있는지 조사했고, 소농을 중심으로 필요한 작물을 재배하게끔 격려했다. 이 작업에만 1년이 넘는 시간이 투자됐다고 한다. 품목의 다양성을 확보한 직매장은 지금의 매출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직매장에서는 판매 농산물 및 가공식품 수를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농산물이 생산 될 수 있도록 적극 격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은 곧 소비자들이 원하는 물건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생산을 요구한다는 뜻이 된다. 협동조합에서는 이를 '시소'라 부르고 있었다. 전주시 효자동 직매장에서 만난 박묘염(39)씨는 "완주에 피망이랑 파프리카 농가가 생긴 것 같다. 오늘 물건이 처음 들어왔다"며 "안 그래도 건의를 했었는데 이렇게 매장에서 보니 반갑다"고 말했다.
순환경제공동체 회원 김민희(32)씨는 "유통업자들에게 좌우되는 농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웠던 적이 많았다"며 "이런 시스템, 매장이 마련되면 농가에서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매장의 역할이 소농과 고령농들의 생산품을 안정적으로 팔 수 있는 창구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완주로컬푸드 협동조합 안대성 이사장은 직매장의 숨겨진 역할로 '지역순환경제'를 가능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안대성 이사장은 "마트에서 소비되는 돈은 모두 지역을 빠져나가지만, 직매장에서 소비되는 것은 지역 안으로 들어온다"며 "300억원의 돈이 완주를 순환하고 있다고 보시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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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공의 부가가치를 농민에게, 거점가공센터
밥상의 절반은 가공식품이라고 할 정도로 현재 가공식품에 대한 수요가 높다. 때문에 직매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공식품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 완주로컬푸드 직매장에는 150여종의 가공식품들이 마련돼 있는데, 이는 '거점가공센터(이하 거점센터)'가 중심이 돼 가공식품을 개발하고 생산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기 때문이다. 거점가공센터의 애칭은 '공용방앗간'이다. 센터를 찾은 농가들은 센터 내에 마련돼 있는 기구를 이용해 다양한 가공품을 생산할 수 있다.
공용방앗간이지만, 이를 이용해 만든 식품이 직매장에 가기까지는 엄격한 절차를 필요로 한다. 무엇보다 위생적인 환경에서 균일한 맛과 품질의 식품을 만들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제의 맛과 오늘의 맛이 같아야하고, 수요에 맞게 공급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제품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 거점센터에서는 상·하반기를 나누어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준비된 4개월간의 교육을 이수해야만 가공품을 직매장에 내놓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건식 △습식 △반찬류 △제과·제빵으로 나눠진 교육에서 교육생들은 전문가의 수업을 통해 또 다른 전문가로 성장하게 된다.
교육은 2대1의 경쟁률을 뚫어야 들을 수 있을만큼 인기가 높다. 거점센터에서는 공동체와 소농에게 우선권을 주고 있다. 공동체라고 해서 거창할 것 없다. 2인 이상이면 공동체로 인정된다. 이러한 선발과정을 거치고, 수개월의 교육을 이수한 농가는 가공식품을 직매장에 내놓을 수 있게 된다. 농가들이 제일 어려워하는 '식품인허가'와 같은 행정 절차는 거점센터가 전담하고 있다.
순환경제공동학습에 참여한 초록농원 백효숙 대표는 "가공식품은 인허가 문제부터 시설까지 우리지역 농가들이 다가가기 어려운 부분이었다"며 "군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준다면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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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지원조직, 지역경제순환센터
고령농과 소농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완주에서는 농가들과 그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지닌 어려움을 협동을 기반으로 한 경제공동체 구성을 통해 풀어보려는 시도로 지역경제순환센터(이하 순환센터)를 만들었다. 중간지원 조직으로서 순환센터는 마을이 사업계획을 세우는데 적극 협조하고, 농가를 교육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완주군 내에 있는 400여개의 마을을 전수 조사한 순환센터는 각 마을이 어떤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데이터를 확보해 놓은 상태다. 이를 바탕으로 △발굴 △육성 △정착 △도약 △안정화라는 육성시스템을 가동해 마을이 지속가능한 생산기반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순환센터 윤석진 팀장은 "우리나라 4만5천개 마을 중 1천200개 마을이 지원을 받아 사업을 하는데 그중 1%만 성공한다"며 "완주에서는 행정과 전문가 그리고 지역주민이 결합해 3년 정도 기반을 닦게 한 다음 마을회사로 성장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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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의 성공, 아낌없는 지자체 지원이 큰 역할 완주로컬푸드, 꾸러미 판매로 시작해 협동조합 결성까지 ![]() 영농조합이 성공하느냐의 관건은 초기 소비자를 모으는 데 있었다. 이는 완주군의 노력에 힘 입은 바 크다. 완주로컬푸드 협동조합 안대성 이사장은 "당시 군수가 공무원들에게 1인당 5명의 소비자를 책임지고 모아오라 지시했다"며 "꾸러미 모집 개수가 인사고과에 반영되기도 할 만큼 군수의 의지가 강했고, 덕분에 2년 동안은 안정적으로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관이 소비를 책임져주는 동안 영농조합은 운영 기반을 다져 나간 것이다. 꾸러미 판매는 홍보에 박차를 가해 2012년부터는 관의 도움 없이 안정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영농조합은 다시 완주군과 축협, 농협에서 출자를 한 주식회사로 변신한다. 군이 5억, 축협은 3억, 단위농협에서는 3~5천만원을 출자해 총 12억5천900만원을 모았다. 이렇게 자금을 모은 이유는 '로컬푸드 직매장'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첫 번째 직매장은 용진농협에 마련됐는데, 참여 농가를 모으는 것부터 시설을 짓는 것까지 관의 노력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초기 참여 농가였던 50여 농가는 관에서 일일이 설득과 교육 과정을 거쳤고, 시설사업비에는 군비 5억여원이 투입됐다. 용진농협 직매장은 성공적으로 운영됐고, 전주시 효자동과 완주군 모악산 인근에 연이어 직매장을 열게 됐다. 협동조합으로의 전환은 지난해 12월부터 준비됐다. 매출이 높고, 운영이 안정적으로 되는 만큼 더 이상 관이 주인으로 있지 않아도 되겠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안대성 이사장은 "수익이 나는지, 독립이 가능한 지 그리고 지속가능한 모델인지 등등을 따져보았다"며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원래 주인이라 생각했던 농가에 돌려주는 작업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군과 축협, 농협에 출자금을 모두 돌려주었고, 1천80농가와 직원 40명이 참가해 8억 가까이 되는 출자금을 모으게 됐다. 이렇게 탄생한 완주로컬푸드 협동조합은 농가가 주인인 회사이며, 고령농과 소농이 생산한 생산품을 안전하게 팔기 위해 힘쓰고 있다. 안대성 이사장은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로컬푸드 직매장의 지속가능성은 농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농민들이 소비자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것. 안대성 이사장은 "농민이 농산물 가격을 마트 가격과 비교해 틈나는 대로 올리려고 한다거나, 먼저 팔고 싶어 한다거나 하는 모습을 보이면 반드시 실패하게 된다"며 "유혹을 뿌리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지속적인 교육을 받도록 해 초심을 잃지 않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직매장에 출하하기 위해서는 6번의 교육을 이수해야 하지만, 출하를 하고 난 뒤에도 한 달에 한 번은 꼭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