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 Elation
elation n. 의기양양
a. 기분 좋은
sweet elation : 행복한 기분
Sweet Elation 3rd.
“자, 오늘은 한국의 국민 남동생들. 마린 프린스 이민우씨와 테니스 황태자 신혜성씨를 모셔봤습니다.”
“와아아아!!!~”
촬영장을 가득 메운 스텝들의 환호성에 쑥스러운 표정으로 걸어 나오는 혜성과 평소와 다름없이 무표정한 모습으로 걸어 나오는 민우의 모습이 TV 카메라에 생생히 잡히고 있었다.
“와. TV에서 보던 분들을 이렇게 실제로 보니까, 정말 멋있는데요?”
MC류의 말에 혜성의 볼이 연한 복숭아색으로 물들었고, 그 모습에 여자 스텝들은 촬영장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오늘 이렇게 힘든 자리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저희도 감사합니다.”
MC류의 말에 TV출현이 익숙치 않아 빨갛게 변한 볼을 손바닥으로 식히고 있는 혜성을 대신해 인사하는 민우의 모습에 여자 스텝들은 다시 작게 비명을 질렀다.
“오늘은 이민우씨, 신혜성씨와 함께 요즘 전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는 수영과 테니스를 해 볼 텐데요. 우선 저희가 이렇게 차려입으신 것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처음에 해 볼 종목은 테니스입니다. 신혜성 선수, 두 분이 오시기 전에 저희가 새벽부터 나와서 기초 체력운동과 근력 운동을 했는데요. 오늘 신혜성 선수와 저희가 해볼 훈련은 무엇인가요?”
“오늘 함께 해볼 훈련은 우선 서브인데요. 테니스에서는 서브를 받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렇죠. 시합에서는 기선 제압이라는 게 중요하죠?”
“네. 일단 시속 100Km가 넘는 서브를 받아 넘기는 건 선수들에게도 힘든 일이고, 또 서브를 받아 넘긴다는 것은 시합을 이어갈 수 있는 중요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저희가 신혜성 선수와 이민우 선수가 오시기 전에 서브 연습을 해 봤는데요, 박준하씨가 최고 잘 서브를 받아쳤어요. 신혜성 선수가 박준하씨에게 한 번 서브를 넣어 주시겠어요?”
“네.”
MC류의 말에 혜성은 작고 노란 공을 튀기며 베이스 라인으로 걸어갔다. 지난 번 스포츠 웨어 CF 촬영 후 받았던 테니스 복은 혜성과 민우가 색만 다르고 디자인이 같은 것이었다. 가장 작은 사이즈의 남성용 테니스 웨어와 중간 사이즈의 남성용 테니스 웨어가 나란히 놓인 것을 보고 커플룩 같다며 웃는 찬희의 모습에 얼굴이 붉어졌던 기억이 난 혜성의 볼이 다시 붉게 물들었다.
“히이익! 어, 얼른 일어나요!!!”
정혁의 침실문을 연 진은 완전한 나체로 얇은 시트를 감싸고 잠이 든 정혁의 모습에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으음… 무울….”
“여기요.”
건조한 공기에 예민한 건지 아침마다 일어날 때면 목이 잔뜩 가라 앉아 물을 찾는 정혁 때문에 건조기를 한 대 놓는 게 어떠냐고 묻는 진의 말에 정혁은 장장 30분이나 건조기의 세균들에 대해 연설을 늘어놓았다. 그래서 젖은 수건을 침실에 걸어 놓았지만 정혁은 여전히 마른 목 때문에 까칠한 목소리로 손을 휘저으며 중얼거렸고 진은 준비한 물컵은 정혁의 손에 쥐어주었다.
“어어?”
“잘 잤어?”
하지만 받아든 물컵은 사이드 테이블에 내려놓고 그대로 진의 손목을 잡아 당겨 쓰러진 진을 끌어안은 정혁이 빙긋 웃으며 인사했다. 마치 영화나 화보의 한 장면 같은 그 환한 미소에 진의 가슴은 철렁했다.
“아, 안녕하세요?”
“어색한 인사인데?”
“그럼 뭐라고 인사 할까요?”
“모닝 키스. 쪽!”
“히이익!!!”
진의 이마에 입 맞추는 정혁의 행동에 진은 기겁을 하며 정혁의 가슴을 밀어내고 일어났다.
“아침 밥은 다 됐어?”
“히잉….”
속옷조차 안 입고 자는 정혁은 미끈한 나체로 욕실로 들어가며 물었고, 정혁의 뒤에서 정혁에게 키스 당한 이마를 열심히 부비며 울먹거리는 진의 목소리가 정혁의 침실에 가득 울려 퍼졌다.
-파앙!!!
하얀 선 위에 다운 더 라인으로 내리 꽂히는 노란 공의 위력에 촬영장은 잠시 정적에 휩싸였다.
“와아아아아!~”
그리고 한 순간 촬영장은 감탄사와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우와~ 이민우 선수는 수영 선수가 아니라 테니스 선수라고 해도 믿어질 정도인데요?”
“우와아아...”
“그 정도는 아닙니다.”
MC류의 감탄어린 대사와 다른 연예인들의 놀라움이 가득 섞인 목소리, 스텝들의 함성 속에서도 민우는 담담하게 인사하며 다시 주머니에서 작고 노란 공을 꺼내 코트 바닥에 튕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정말 세게 주니어 선수권 대회에서나 볼 법한 모습이었기에 혜성 역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민우는… 테니스도 잘하는 구나….
운동 선수란 선천적으로 운동 근육과 운동 신경이 잘 발달 된 관계로 전반적인 운동을 다 잘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민우의 테니스 실력은 가히 주니어 선수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시속 150km가 넘는 서브는 처음 테니스 라켓을 잡은 사람이 칠 수 있는 공이 아니었다. 혜성은 라켓을 든 채 멍하니 서서 담담히 공을 튀기는 민우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럼 제비 뽑기에서 뽑힌 신혜성 선수와 정현동씨, 그리고 저희 나머지 멤버와 이민우 선수의 시합을 시작해 볼까요?”
일방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던 시합은 의외로 선전한 박준하 덕분에 팽팽한 시합이 되었고, 한 시간 가까이 계속된 시합은 결국 계속 도전팀의 체력이 바닥남과 동시에 혜성의 승리가 되었다.
“아… 역시 이민우 선수의 도움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저희 팀이… 이길 수 없었는데요…. 그럼… 이제… 다음 경기를… 해 볼까요? 하아….”
MC라는 사명을 다하기 위해 정말 초인적인 힘을 내 진행하는 MC류의 모습에 혜성은 작게 웃었다. 모두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모습이었지만, 조금이라도 카메라에 나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프로답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카메라가 꺼지자마자 바닥으로 쓰러져 버리는 모습에서 진짜 그렇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수건으로 닦는 사이 막내 작가로 보이는 통통한 여자가 새빨간 얼굴로 음료수 병을 들고 혜성에게 다가와 건네며 말했다.
“드, 드세요.”
“아, 감사합니다.”
음료수 병을 받아 들고 뚜껑을 따 마시자 시원한 보리 음료가 깔깔해진 목으로 부드럽게 넘어갔다.
“자.”
목으로 넘어간 보리 음료를 꿀꺽 삼키는 순간 볼에 닿는 차가운 느낌에 화들짝 놀란 혜성이 고개를 돌리자 이온 음료를 든 민우가 서 있었다.
“어?”
“마셔.”
“아, 하지만….”
민우가 건네는 음료가 혜성이 시합 후 늘 마시던 이온 음료지만, 지금 손에 들고 있는 보리 음료도 아직 절반 이상 남아있었다.
“맞교환.”
“어?”
혜성의 손에 들린 보리 음료를 왼손에 빼앗듯 쥐고는 오른손에 들려 있던 이온 음료를 혜성의 빈손에 쥐어준 민우는 뚜껑이 열린 보리 음료를 입에 대고 꿀꺽 꿀꺽 마셨다.
“아아?”
놀란 혜성이 이온 음료를 든 손을 번쩍 들었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단번에 음료 한 병을 비운 민우가 빈 통을 흔들며 돌아서는 순간 혜성은 손에 들린 이온 음료를 가슴에 가 더욱 꼭 쥐었다. 차가운 음료 덕분에 빠르게 뛰던 가슴이 조금은 진정 되는 것 같았다.
“점심 식사 후에 수영장 촬영 시작할 게요.”
“네.”
친절한 여자 스텝의 설명에 혜성은 화들짝 놀라 가슴에 대고 있던 이온 음료를 등 뒤로 숨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한쪽에 모여 있던 코디와 작가진들은 다시 크게 소리 질렀다.
“오늘 점심은 이민우, 신혜성씨 팬클럽에서 보내오신 점심 도시락입니다~.”
“에?”
한 남자 스텝의 커다란 목소리에 벤치에 앉아 아직 뚜껑도 따지 않은 이온 음료 병을 만지작 거리던 혜성은 놀라 고개를 갸웃 거렸다. 팬… 클럽이라니?
“혜성군 팬클럽에서 아주 대대적으로 해 보냈던데? 민우쪽에서야 종종 있던 일이지만…. 그 덕분에 도시락이 두가지예요. 뭐 좋아해요? 샌드위치? 아니면 캘리포니아 롤?”
상큼한 표정으로 샌드위치와 캘리포니아 롤이 담긴 도시락 두 개를 각각 오른손과 왼손에 든 채 묻는 찬희의 모습에 혜성은 조금 고민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아… 두 가지 다 좋아해요.”
“그럼 두 개 다.”
혜성의 왼손에는 샌드위치를 오른손에는 캘리포니아 롤이 담긴 도시락을 올려준 찬희가 환하게 웃었다. 찬희의 행동에 혜성은 양 손에 도시락을 든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했다.
“네?”
“많이 먹고, 힘내요? 수영은 힘든 운동이예요.”
“아, 네. 감사합니다.”
“감사는… 덕분에 맛있게 잘 먹을게요~.”
혜성의 인사에 찬희는 화사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며 돌아섰다. 찬희의 하늘색 실크 원피스가 하늘하늘 흩날렸다.
“아줌마 신났군.”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민우가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혜성이 놀라 고개를 돌린 채 물었다.
“저기, 근데… 팬클럽이라니?”
“가끔 촬영 있을 때면 이렇게 음식 해주기도 해.”
“근데, 난 팬클럽 같은 거 없는데?”
혜성의 말에 민우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혜성을 바라봤다.
“너… 인터넷 안하냐?”
“해. 메일도 보내고, 인터넷 서핑도 하고.”
민우의 희번뜩한 눈빛에 약간 기가 죽은 혜성은 어깨가 조금 움츠러들었지만, 그래도 당당한 눈빛으로 민우에게 말했다.
“그럼 네 팬 사이트도 가입 안 하거냐?”
“팬… 사이트?”
“하아… 그 녀석들도 대단하군.”
민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찬희와 민호의 난리 덕분에 자신의 모든 팬 카페와 팬 사이트는 물론이고, 관련된 대부분의 내용을 알고 있는 민우였다. 사실 민우는 가입만 해두었지, 관리 하는 건 찬희와 민호의 담당이었다.
“와아….”
데리야끼 소스에 절여 구은 치킨과 토마토, 양상추, 양파로 만든 샌드위치와 터키, 살라미, 훈제 햄에 양상추와 토마토, 양파에 피클과 머스타드 소스를 곁들인 샌드위치가 정갈하게 놓인 옆자리에 깨끗하게 다듬어진 포도와 청포도들이 담겨 있었다.
다른 도시락에는 갖은 야채와 크림치즈가 들어간 롤 위에 아보카도, 새우, 연어, 장어가 색색깔 올려져 있었고, 그 옆에는 싱싱한 채소 위에 신선한 드레싱이 올려져 있었다.
“어때? 도시락 맛있었어?”
양치를 마치고 소화를 시킬 겸 몸을 푸는 민우의 곁으로 다가온 찬희가 음료수 병을 건네며 물었다. 민우는 스트레칭 하던 다리를 양쪽으로 쭉 뻗은 채 음료수 병을 받아 들어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괜찮았어.”
“혜성이 부모님께서 신경 많이 쓰셨어. 사실 혜성이가 초밥 좋아한다는데, 초밥은 시간이 조금 지나면 상할 수 있어서 롤로 했어.”
“그래.”
“그래도 팬클럽에서도 신경 많이 썼더라. 쬐끄만 아가씨들이 그 무거운 음료수도 박스째 직접 들고 오고….”
“그래?”
“응. 근데 이민우도 많이 컸네?”
아들 정우에게 하듯 머리를 쓱쓱 쓰다듬는 찬희의 행동에 민우는 화가 난 듯 손을 툭 쳐냈다.
“뭐가?”
“친구 식성도 고려해주고 말이야.”
“괜히 촬영 펑크 내면 나만 곤란해져.”
“귀염성 없는 건 여전하지만?”
“됐어.”
“그럼 오후 촬영은 잘 해라?”
“가는 거야?”
“나도 우리 아들 좀 챙겨야지. 녹화 끝나면 혜성이 잘 챙겨서 나와. 저녁도 좀 사주고. 알았지?”
“… 알았어.”
“그럼 간다~. 감독님~ 수고 많으셨어요. 저 오후 촬영 때는….”
예전부터 안면이 있는 스텝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는 찬희를 뒤로 하고 들어간 탈의실에는 혜성뿐이었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겉옷을 입는 게 체온 유지에 좋아.”
“어? 아. 으응.”
수영복을 꺼내 놓고 뚫어지게 바라보며 앉아있는 혜성을 향해 말한 민우가 가방에서 수영복을 꺼내자 혜성은 벌떡 일어나 수영복을 끌어안은 채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 나… 수영복 갈아입고 올게.”
그냥 그 자리에서 갈아입으면 될 것을 저 멀리 있는 쪽으로 뛰어가 갈아입고 나오는 혜성의 모습에 민우는 작게 웃었다. 수영복 위에 방수 운동복을 걸치고, 수영모와 물안경을 손에 든 민우가 혜성이 사라진 쪽을 바라보자 어색한 표정의 혜성이 트레이닝복을 위 아래로 입은 채 쭈뼛쭈뼛 걸어 나왔다.
“긴 바지를 입는 것도 좋지만, 그렇게 방수가 안 되는 경우에는 다 젖어.”
“아, 그, 그래? 그, 그럼….”
민우의 말에 혜성은 놀라 그 자리에서 트레이닝 바지를 벗기 시작했다. 바지 밖으로 나온 희고 가느다란 허벅지를 보는 순간 민우는 콧등이 욱씬 하는 게 느껴져 손으로 코를 막은 채 고개를 돌렸다.
“아, 안에는… 안 추울까?”
“이, 이거 입어.”
가방에 들어있던 방수 반바지를 꺼내 혜성에게 던진 민우가 서둘러 수영장으로 나왔다. 중간에 있는 샤워장에서 몸을 축이는 것조차 잊은 민우를 놀릴 찬희가 없었다는 건 천만 다행이라는 것조차 민우는 잊고 있었다.
“아….”
혜성에게 반바지를 던져주고는 사라진 민우의 모습에 혜성은 어쩔 줄 몰랐다. 운동 선수에게 자신의 물건은 꽤 소중한 것이었다. 물론 그런 징크스가 없는 선수들도 종종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정말 친한 동료에게도 자신의 물건을 빌려주지 않는 게 이 세계의 무언의 룰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우가 던져준 반바지를 입고 싶은 게 혜성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딱… 한번만….”
-똑똑!
‘여긴 또 왜?’
‘나가자.’
‘싫어.’
‘선호야아…,’
“웬만하면 쇼는 그만 하고 둘 다 나가지 그래? 신경 쓰여.”
민호와 선호가 앉아있는 도서관 테이블을 똑똑 두드리는 동완을 보고 미간을 찌푸린 채 수화에 가까운 손과 입동작으로 대화를 나누던 선호를 향해 민호가 싸늘하게 말했다.
“히잉…,”
“둘 다 얼른 나가.”
선호가 울먹이며 버텨봤지만, 민호의 날카로운 째림에 얼른 가방을 챙겨 도서관을 빠져나왔다. 동완의 손에 끌려 도서관 문을 빠져나오자마자 선호는 동완의 손을 뿌리치며 소리쳤다.
“동완 혀엉!!!”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진짜 왜 이래?!!”
“뭐가?”
“왜 나 공부도 못하게 하는 건데?”
“시험 끝났잖아.”
“지난 주에.”
“그러니까 놀아야지.”
“그래서 지난 주말에 형네 집에 가서 놀았잖아.”
“그건 우리 어머니, 형들이랑 논 거지. 나랑 논 게 아니잖아.”
“그게 그거잖아.”
“전~혀 다르지.”
“대체 뭐 하자고?”
“밥부터 먹자.”
“밥 먹을 거면 누나도 데리고 나오지?”
“민호한테는 뇌물 먹였어.”
“겨우 이런 걸로 선호를 빼내다니… 쯧.”
민호는 팔짱을 낀 채 자기 앞에 놓은 케이크 상자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일단 욕심이 나서 받아 놓기는 했지만, 왠지 찜찜한 기분은 버릴 수가 없었다.
“어머? 그거 [L'AmAnt] 새로 나온 초코 케이크 아냐?”
“응.”
“설마 동완 오빠가?”
“그래.”
“와아~ 진짜 동완 오빠는 통도 크다니까?”
“그래. 난 이까짓 초코 케이크 하나에 동생을 팔아먹은 나쁜 누이야… 흐흑. 근데… 진짜 맛있다. 흑.”
결국 포크를 들어 케이크 조각을 잘라 입어 넣으며 민호는 눈물을 흘렸다.
“민호야. 눈물 닦아. TV에 민우 나온다.”
“이런… 젠장. 더 눈물 난다.”
도서관 휴게실에 있는 TV를 가리키며 말하는 경희의 말에 민호는 왼쪽 주먹으로 눈물을 닦으며 다시 케이크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아하하하~.”
“그래서 말이지….”
“조명 조심해!~”
“카메라도 제대로 방수 처리해라. 월급 제대로 받고 싶으면?”
수영장 가득 스텝들의 목소리가 웅웅 거릴 정도로 울리고 있었다.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며 옆에 놓인 것을 잡았다. 물컹거리는 무언가는 어린이나 초보자가 처음 수영을 시작할 때 사용하는 보조 기구였다.
“아하하….”
그걸 보는 순간 10여 년전 기억이 떠올라 혜성은 어이 없이 웃으며 뒷걸음질을 쳤다. 그 순간….
-철썩!!!
“까아아악!!!!”
수영장에는 여자 스텝들의 비명과 남자 스텝들의 커다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성. …혜성… 정신 들어? 신혜성.”
희미하게 들리는 목소리에 눈을 뜨자 보이는 건 밤이면 항상 희미하게 보이던 얼굴.
“…민우….”
“그래. 나 이민우야. 정신 들어?”
“아!!! 나 어떻게….”
민우의 목소리에 몸을 벌떡 일으킨 혜성이 어리럼증에 몸을 휘청이자 민우가 혜성의 어깨를 잡아주며 말했다.
“발이 미끄러져서 수영장에 빠졌어. 머리 괜찮아? 어디 부딪힌 거 아냐?”
“아, 괜찮아.”
혜성의 머리 뒤통수를 만져보며 묻는 민우의 목소리에 민우의 손길에 혜성은 어깨가 굳어 고개를 끄덕였다.
“촬영 계속 할 수 있겠어요?”
“이 상황에서 어떻게 촬영을….”
“네. 할 수 있어요.”
“신혜성!”
걱정스레 묻는 스텝의 물음에 당연히 할 수 없다는 말을 하려던 민우는 일어서며 할 수 있다고 말하는 혜성의 대답에 목소리를 높여 소리쳤다.
“나 할 수 있어. 괜찮아.”
“마음대로 해!!!”
화가 난 건지 지금까지 꼭 잡고 있던 혜성의 손을 뿌리친 채 걸어가 버리는 민우의 모습에 스텝들이 당황했지만, 혜성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촬영 시작해요. 죄송해요. 저 때문에 촬영 지연 돼서….”
“정말 괜찮겠어요?”
“네. 괜찮… 아….”
괜찮다며 대답을 하고는 풀장 쪽으로 몸을 돌리던 혜성이 출렁이는 물을 보고 놀라 멈칫 뒤로 물러섰다.
“혜성군?”
“일시적인 현상이예요. 선수들도 갑작스런 사고로 물에 빠진 경우, 한동안 물에 대한 공포감 때문에 입수를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모습에 놀라 눈을 크게 뜨는 스텝들 사이에서 걸어 나온 정혁의 설명에 스텝들은 정혁의 설명보다는 느닷없는 정혁의 등장에 더욱 놀랐다. 하지만 정혁은 그런 주변의 반응에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진지하게 말했다.
“그냥 심판을 보게 하면 어떨까요?”
“심판?”
“네. 입수해서 수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촬영에 참여하고, 또 얼른 촬영을 재개하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테니스 경기와 달리 수영장에서는 오랜 시간 촬영할 수 없으니까, 얼른 촬영 시작해서 끝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좋아요. 그럼 촬영 시작합니다~.”
그렇게 느닷없이 나타난 정혁의 제안에 촬영은 제개 되었다.
“오늘 수고 많았어요.”
“죄송해요. 저 때문에….”
“죄송은. 내가 더 미안하지. 혹시 오늘 일 때문에 시합에 지장 있거나 한 건 아니겠지?”
수영장 촬영 중에 생긴 작은 에피소드에 잔뜩 미안한 표정으로 사과하는 혜성에게 오히려 걱정스레 묻는 담당 PD의 모습에 혜성은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괜찮아요.”
“그럼 두 사람 다 수고 많았어요.”
“수고 하셨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수십명에 달하는 촬영 스텝들에게 차례로 인사를 하며 수영장을 빠져나온 혜성이 벌써 캄캄해진 밤 공기를 폐 깊숙이 들이마셨다. 폐 안으로 가득 들어오는 맑은 공기에 기분이 상쾌해진 혜성이 싱긋 웃으며 민우에게 말했다.
“오늘… 고마웠어.”
“저녁은 초밥 먹자.”
“응?”
인사를 하고 그대로 헤어져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그걸 알면서도 그 사실이 왠지 아쉬워서 머뭇거리던 혜성은 느닷없이 말하며 발걸음을 내딛는 민우의 모습에 혜성이 얼떨결에 민우를 따라 한걸음 내딛으며 물었다.
“원래 물에서 움직이는 게 힘이 많이 들어서 배고프거든.”
“아. 아아…. 응.”
혜성은 민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따라 뛰었다.
“어? 형 소파 바꿨어?”
현관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보이는 붉은 소파의 모습에 선호는 운동화를 벗으며 물었다. 동완은 신고 있던 로퍼를 벗고 거실로 들어서 방 안으로 들어가 가방과 겉옷을 벗어 놓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새 거였잖아.”
새로 자리한 새빨간 소파에 앉아 엉덩이로 푹신한 쿠션감을 느끼며 중얼거리듯 말하는 선호의 곁으로 스쳐 지나가 냉장고 문을 연 동완이 감귤 주스가 담긴 유리병을 건네며 대답했다.
“쿠션이 별로라고 했잖아.”
“누가?”
“니가.”
“내가? 언제?”
“지난 번에 왔을 때.”
“그래서? 그래서 바꿨다고?”
“응.”
선호의 뒤로 팔을 올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동완의 모습에 선호는 몸을 돌려 동완과 마주보며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형.”
“응?”
“진짜 왜 이래?”
“뭐가?”
“왜 뭐든 내 핑계야?”
“핑계?”
“그래. 매번 민호 누나 만나러 학교 가는 것도 내 핑계. 집에 침대며 쿠션 바꾸는 것도 내 핑계. 주말마다 우리 집에 놀러오는 것도 내 핑계.”
몸을 완전히 왼쪽으로 돌려 동완과 마주본 채 심각하게 말하자 동완 역시 얼굴에서 미소를 지워버린 채 선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어째서 그게 왜 핑계라고 생각해?”
“그럼 아냐?”
-휘이익!
“혀, 혀엉.”
“시험 해볼까?”
그대로 선호의 가슴팍을 밀어 소파에 눕힌 동완이 선호의 얼굴에 얼굴을 가까이 들이민 채 말하자 동완의 뜨거운 숨결이 선호의 입술에 닿았다. 그 뜨거운 느낌에 선호의 가슴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뭐, 뭐얼?”
“쿠션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혀엉!”
“왜?”
“자, 장난 그만해.”
“무슨 장난?”
“이런 장난.”
“이게 장난 같아?”
“뭐?”
“지금 이제 장난 같냐고?”
“자, 장난이 아니면 뭔데?”
“이래도… 장난 같아?”
“혀, 혀어엉…. 히이익! 혀어엉….”
선호의 티셔츠 안으로 손을 밀어 넣으며 묻는 동완의 행동에 선호는 놀라 몸을 움직이며 도망치려 했지만, 동완은 선호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힘이 셌고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었다.
“형. 혀어엉…. 흐… 흐으….”
선호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분위기 좋은 회전초밥 집에 민우와 혜성이 들어서자, 민우의 단골 가게인 듯 주방장 복장을 한 남자 직원들이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 중 나이가 지긋한 남자가 민우와 혜성의 앞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안 그래도 찬희가 전화 했더라. 오늘 계속 도전 촬영이었다면서? 뭐부터 줄까?”
“우선 우동 두 그릇 주세요. 광어 초밥 하고요.”
“그래. 알았어.”
익숙하게 대화하며 주문하는 민우의 모습에 혜성이 민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자주 오는 가게야?”
“누나 단골이야.”
“아아… 찬희 누나?”
“응.”
“나랑 찬희가 친구거든. 민우는 절대 이런 얘기 안 할 테니까 내가 먼저 말해.”
“아아….”
혜성과 민우에게 작은 우동 그릇을 건네며 말하는 주방장의 말에 혜성은 우동 그릇을 받아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혜성군도 자주 놀러 와요. 서비스 많이 줄 테니까.”
“네에.”
혜성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영… 못하지?”
“에에?”
민우의 느닷없는 질문 공격에 혜성은 통통한 우동 면발을 입에 문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민우를 바라봤다. 그 귀여운 모습에 민우는 웃음을 터뜨렸다.
“큭. 우동 먹어.”
“꿀꺽. 켁. 켁켁.”
“쯧. 괜찮아?”
“콜록! 아. 괘, 괜찮아….”
자리에서 일어나 혜성의 등을 두드려 주며 묻는 민우의 목소리에 혜성은 더욱 놀라 콜록이며 손을 저었다.
“그게 그렇게 놀랄 질문인가?”
“아, 아니. 그게….”
“너 수영장에 나오면서부터 이상했어. 혹시 물 무서워 해?”
“아니. 물을… 무서워 하는 건 아냐.”
“그럼?”
“그냥… 그냥… 깊은 물에서 수영하는 게… 무서워.”
“왜?”
“어릴 때… 물에 빠진 적이 있어.”
민우의 집요한 질문에 혜성은 착한 아이처럼 꼬박꼬박 대답했다.
“바닷가에서?”
“아니. 수영장. 어려서는 수영 곧잘 했는데, 어느 날 성인 풀장에서 수영하고 있는데, 어떤 어른이 수영을 하다가 쥐가 났는지 갑자기 날 붙잡은 거야. 난 자꾸 벗어나려고 하는데 벗어날 수 없었어. 그때 처음 알았어. 어른이 그렇게 힘이 세다는 걸….”
“누구나 물에 빠지면 힘이 세지곤 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그 뒤로는… 한 번도 수영장에 가 본 적이 없어. 바닷가도…. 일부러 안 간 건 아니고… 그냥…. 바빠서 못 간 것도 있고, 일부러 찾아 가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그런데 왜 촬영 하겠다고 한 거야?”
민우의 물음에 혜성은 눈을 크게 뜨고 숨을 훅 들이쉬었다.
“아, 할 수… 있을 줄 알았어. 이제는.”
“여전히 무서워?”
“그런 거 같아. 아까 수영장에 들어가는 순간 귀가 멍해졌거든. 헤헤.”
민우의 물음에 혜성이 어색한 표정으로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마. 당분간은 수영장에 못 갈 거 같아.”
“내가….”
“응?”
민우의 느릿한 목소리에 혜성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가르쳐 줄게.”
“아….”
뜻밖의 제안에 혜성은 눈을 크게 뜨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모습에 민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말했다.
“내가 가르쳐 줄게. 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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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음... 다시 스윗 시리즈가 먼저 나왔습니다. ^^
스윗 시리즈 1 A-D의 입금은 다음 주부터 입금 받겠습니다.
입금 공지 참고 해주세요.
그럼 귀엽고 사랑스런 혜성군과 시크하지만 깜찍한 민우군, 진도 빠른 릭진 커플과 은근한 완디 커플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스윗 E는 계속 됩니다. 쭈욱~ 크흣-
첫댓글 헉....러브님...저 일등 첨 해봐요...^^;;; 오늘은 혹시나 소설이 올라오지 않았을까 하고 매일 들렸는데~ 감사해요~^^ 혜성군 완전 귀여워요~~>.<ㅋㅋㅋ 무심한척 하지만 자상한 민우군도 좋아요~^^ 러브님 화이팅~!!!!! 싸랑해요~~~!!
와우...ㅎㅎ 오늘 스윗시리즈는 대박이네요..ㅎㅎ >_ < 민우군은 언제나 만능이네요..^^ 아아.. 스윗시리즈 E도 포함되었으면 더 좋으련만.. 제가 제일먼저 입금하고 싶네요..ㅠㅠ 퇴마연의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선물로 표지 올렸습니다.. 기쁜 맘으로 받아주세요..^^;;
꺄아~ 너무좋아요~~ 선호씨 당신 너무 둔한건가요? 아님 정말 순.진.한건가요? 란 질문을 던지고 싶네요 러브님화이팅!!! 다음편 기대할께요
정말.............오늘부터 시험인데.................이러시면.........................................정말 좋아요>_<ㅋㅋㅋㅋㅋㅋㅋ
여섯명 다 귀여워요~ 내일 비소식이 있어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뜻밖의 선물 받은 기분이에요^^
에헤~ㅎ 상위권 조아조아 러브님도 조아조아
헉 ..... 다음주부터 입금을받으신다면 .... 흑흑 다음달초에 월급을타는 저는 .... 어 ... 어찌하란말씀이세요오 ... ㅜㅜ 엉엉 ..
와후우~ㅋ 너무 잼있어요오오오~^^막 다음이야기가 궁금해 미칠라는..+_+ 프롤로그부터가 예사롭지 않더니~오호호호/// 앞으로도 기대할게요~^^
너무너무 재밌어요. 읽으면서 저절로 미소가~ 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아 진짜 너무 귀여워요, 여섯분 모두! 퇴마연의가 안돌아와서 슬펐지만 이번 시리즈가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나요 ㅎㅎ
시험때문에 일주일째 제대로 잠못자고 있지만 ;ㅁ; 그래도 스윗시리즈와 퇴마아가들은 챙기고싶어요 ㅎㅎ 최악의 일주일에 유일한 활력소 ㅠ!!
어머..// 저도 물 공포증 있는데... 민우오빠가 가르쳐 주시면 할수 있을것 같아요...+.+
민우야 수영만 가르쳐줄거야~~?우후후훗~~~
으컁컁 진짜 재밌어요 ㅠㅁ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