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군 묘량면 영양리 장동마을 면사무소 사이에 자리잡은 노인복지센터 ‘여민동락'에서 강위원 원장이 물리치료를 받고 있는 마을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주민과 하나되는 공동체 형성"
너도나도 이웃에 봉사하는 농촌문화 형성
귀농인 집 마련 위한 '빈집정보센터' 운영
"모든 사람들이 처음에는 무모한 도전이라고 생각했지만, 점차 지역주민들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영광군 묘량면 영양리 장동마을 면사무소 사이에 자리잡은 노인복지센터 ‘여민동락'.
'여민동락'은 지난해 6월 97년 5기 한국대학생총학생회연합(한총련) 의장 출신인 강위원(39)씨 부부를 비롯한 옛 운동권 동지 세 부부가 귀농해 농촌 공동체 터전으로 자리잡으면서 화제를 모았다.
1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아직도 고난의 길은 남았지만 이들은 청보리 같은 공동체 새싹을 돋아내고 있다.
◆되돌아본 귀농 1년
이들이 귀농을 결심하고 세운 원칙이 있다.
'나랏돈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기 지갑부터 열어 먼저 나누자', '스스로 농민이 돼 밭 한 평이라도 노동하고 경작하자는 소신', '복지 안에 갇힌 복지가 아닌 지역민의 일원으로 지역일체형 생활공동체를 만들자는 철학을 이뤄 가는 일'이다.
그러나 도시생활에 익숙한 이들에게 제아무리 꼼꼼한 설계와 준비를 했다 해도 새로운 삶터를 일구는데는 갈등과 눈물의 연속이었다.
현실의 벽은 늘 두꺼웠다. 하지만 이들이 마음을 다시 다잡을 수 있었던 것은 지역주민들 덕분이다.
강위원 여민동락노인복지센터 원장은 "가난한 살림살이 걱정보다 주민들의 참여와 나눔으로 행복할 때가 많았다"며 "고향을 아껴줘서 고맙다며 적지 않은 돈을 보내온 출향민부터 익명으로 상금을 기부한 사람들까지 예상치 못했던 사랑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민동락의 '주인 없는 시골찻집'과 '단돈 10원짜리 커피자판기'는 운영되고 있었고, 주민 모두가 주인처럼 드나들고 있다.
◆멀기만한 귀농정책
"농촌에 새로운 젊은이 한 명이 들어오면 마을의 큰 자산이 된다"는 강 원장.
하지만 "현재 귀농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많은데 귀농정책은 탈북자들에게 지원금을 주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아이들 교육문제 등 농촌생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하나 하나 해결하지 않고서는 귀농정책이 겉돌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강 원장은 "지금처럼 단순히 지자체별로 정착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시골학교를 폐교하고 행정기관을 통폐합하면서 농토는 줄이고 기업유치와 관광단지 개발만을 위주로 하는 시장중심적 접근은 이미 실패한 정책이다"고 말했다.
이들은 묘령면사무소와 협약으로 '빈집정보센터'를 운영중이다.
그동안 도시에서 집 한채 마련하기 위해 '아둥바둥'사는 이들에게는 꿈도 꾸지 못할 '내집마련의 꿈'을 실현시켜주기 위해서다. 물론 귀농을 하는 이에 한에서다.
◆새로운 농촌 '공동체' 형성
'여민동락'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농촌문화가 만들어졌다.
지역주민들 모두가 '너도나도' 자원봉사자로 나서고 있는 것.
자원봉사자 대부분은 60세 이상의 고령이지만 자신보다 더 몸이 물편해 거동조차 힘든 어르신들을 위해 복지센터에 출근도장을 찍고 있다.
여기에다 강 원장을 비롯한 세 부부는 마을에 있는 교회에서 조손가정 아이들 12명을 대상으로 야학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세 부부는 영어, 수학, 과학, 논술 등 과목별로 나눠 직접 교사가돼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세 부부와 함께 마을주민들은 앞으로 노인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역 특산물인 모싯잎을 이용한 공장을 만들는 '사회적 기업'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서 장날 거동이 불편해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기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 이동 5일장을 준비해 필요한 물건을 직접 배달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강원장은 이제 갓 출발한 센터를 위해 대외적으로도 무척 바쁘다. 지역민들에게 더 많은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앞으로 이곳에서 난 농산물을 '여민동락'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지역민들의 소득과 일자리창출을 위해 또 한 단계 더 나아간 공동체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지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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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0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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