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좋을 것인가?
좋은 교수(敎授) 방법에 대한 연구와 논의는 그동안 교단을 중심으로 수없이 행해져 왔고, 지금도 교육현장에서는 그에 대한 많은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들이 너무 많고, 특히 교사 변인의 경우, 개별 교사의 수준과 특성이 너무나 다양하여 교수(敎授)의 왕도를 찾는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처럼 교육은 다양한 세포로 구성된 유기체여서 어떤 곳에서는 효과적인 교수 방법이 다른 곳에서도 여전히 효과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교수 방법이 좋고 어떤 것이 나쁘다고 말하기도 쉽지 않고, 어떤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어느 것이 가장 비능률적이라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문화적 차이와 경험의 배경에 따라서 교수의 방법은 다를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교수 방법은 국민성이나 사회적 배경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예컨대 서양의 풍토에서 태동한 열린 교육과 구성주의 교수 방법이 우리의 교육현장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저항을 받는 것도 그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교수(敎授)에 왕도(王道)는 없다’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수에 왕도(王道)는 없을지라도 정석(定石)은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교수의 정석(定石)을 찾기 위한 노력을 우리는 한시도 게을리 할 수 없으며 따라서 우리의 시각은 늘 밖을 향해 열려 있어야 할 것입니다.
&-#41946; 『단 한명의 외국인 학생을 위해 통역 선생님을 붙여주는 교육제도, 수업 시간보다 쉬는 시간이 더 긴 학교, 예체능에 소홀하면 국&-#8228;영&-#8228;수를 아무리 잘해도 소용없는 진학제도, '우리 모두 똑같이 잘하자'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 선생님들』
15세 학생 창의력 테스트에서 세계 일등을 차지한 스웨덴 학교의 모습입니다.
&-#43088;열다섯 살 하영이의 스웨덴 학교 이야기’ 속에는 우리가 찾아야 할 교수의 정석(定石)이 무엇인지에 대한 시사가 들어 있습니다.
스웨덴 학교는 점심시간이 1시간 30분이고, 쉬는 시간은 30분이라고 합니다. 쉬는 시간에는 학생들을 밖으로 다 내보낸 다음, 교실 문을 걸어 잠그고 절대 열어주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는 교실 환기도 시키고 학생들도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운동을 해야 학습 효과가 높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43088;모두 똑같이 잘하자&-#43089;라는 교육목표를 가지고 모두가 승자되는 사회를 지향하는 스웨덴 학교는 인간관계와 협동, 협상, 협력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데 이러한 가치가 몸에 밴 학생들은 웬만해서는 싸우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교사는 항상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야 해결할 수 있는 과제를 내 주는데, 이러한 과제들은 대개 모둠을 구성하여 해결하도록 하며, 서로의 개성 있는 의견을 모아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내게 함으로써 다같이 성취의 기쁨을 느끼도록 하고 그 결과, 모두가 승자가 되도록 돕는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스웨덴 교육은 최고와 일류를 지향하며 경쟁을 도구로 사용하는 우리와는 교수 방법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과연 어느 것이 교수의 정석(定石)일까요.
스웨덴의 수학교과서에는 숫자와 공식보다 글자가 더 많고, 생각하고 서술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하는데, 예컨대 우리의 경우엔 ‘1+1은 무엇인가(1+1=□)’ 라고 묻지만 스웨덴에서는 ‘1+1이 2인 이유는 무엇인가’를 서술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학교를 졸업하려면 스웨덴어, 영어, 수학은 반드시 기본 점수를 받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웨덴어 점수가 미술 점수보다 더 높게 평가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즉, 주요 과목에서 만점을 받아도 예체능 과목을 소홀히 하면 자신이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기가 힘들며 이들이 모두 주요 과목과 똑같은 비중으로 취급된다고 합니다.
&-#41946; 미국에서는 모든 과목의 수업시간에 교과서 내용과 동일한 주제의 동화책을 읽도록 하는데 이는 학생들이 이야기를 통해서 배우는 것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미국 학생들은 역사를 가장 싫어하는 과목으로 꼽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문에 역사 시간에는 교과서 주제에 맞는 동화책을 수업에 적극 활용하며, 이렇게 하여 초등학생이 한 해에 한 과목을 통해 읽는 동화책이 적어도 10여권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미국 학교에는 ‘디어(DEAR : Drop Everything And Read)’라는 독서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이 시간만 되면 전체 교직원이 하던 일을 멈추고 일제히 책을 읽는다고 합니다. 또한 가정에서도 ‘디어’ 시간을 정해 놓고 책을 읽는데 알람을 켜놓고 모든 일을 정지한 채 15분 동안 책만 읽는데 텔레비전도 이때는 자동으로 꺼지게 설정해 놓는다고 합니다.
미국의 학교에서는 ‘쇼 앤드 텔(Show & Tell)’이라는 시간을 운영하기도 하는데, 초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이 매일 순서를 정해 자신의 집에 있는 동화책을 학교에 가지고 와서 친구들 앞에서 읽는 시간입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책에 대한 흥미가 길러지고 다양한 종류의 책을 접할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41946; 미국의 역사수업은 ‘왜 이 사건을 배워야 하는가’ 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고 합니다.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학생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이유와 근거를 말하고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된 후에도 사건이나 텍스트에 관한 강의는 거의 없으며, 교사는 역사적 사건에 관한 여러 개의 질문을 준비하여 학생들에게 묻는데, 학생들은 이 질문에 끊임없이 고민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며 토론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고 합니다.
우리의 역사시간은 주로 텍스트에 의존하여 역사적 사실을 가르치고 학생들은 사건의 내용을 요약하여 노트에 정리하며 암기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곤 합니다.
따라서 역사적 사건에 대한 텍스트의 내용 전달이 주가 되고 학생들의 다양한 관점과 판단은 논의되지 않은 채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들 교실에서는 역사적 사실이 학습목표 도달을 위한 1차적 자료로 활용되지 않고 교수의 최종목표가 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텍스트는 팩트의 집합체이고, 이 팩트를 학생들이 다양하게 가공해 보도록 함으로써 탐구력, 창의력, 문제해결력, 비판적사고력 등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 교수의 본질이며 정석(定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역사를 배우면서 역사적 사건을 통해 비판적 안목을 기르지 않는 역사 수업이라면 그 역사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지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우리들 교실에는 이렇듯 교수의 목표 설정에서부터 내용 선택, 방법 구안, 평가 구성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수립해야 할 많은 교수 정석이 있습니다.
자신만의 전문성과 노하우가 묻어나는 교수 정석, 교수 매뉴얼을 갖는다는 것은 교원들의 필수적인 자질이며 그것은 전장의 병사가 무기를 갖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가.
나는 어떤 교수 정석(定石)을 가지고 있는가.
이에 대한 해답 찾기는 교단의 끊임없는 고민이자 과제이며 화두가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