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부자들의 리그-청약시장

[목운]

중장년층이라면 대부분 자신만의 `주택 청약의 역사`를 갖고 있을 것이다. 수십 번 도전한 끝에 생애 최초로 내 집을 마련했다거나, 좁은 집을 탈출해 주택 규모를 넓혀 가는 데 성공한 짜릿한 스토리 같은 거 말이다. 2~3번이나 당첨된 `청약 대가`들도 있고, 수차례 문을 두드렸지만 단 1번도 당첨 안된 `불운아`들도 있을 것이다. 일단 당첨되면 어떤 단지든 중도금대출을 받을 수 있었고, 어쩌다 인기 아파트에 당첨되면 시세차익도 쏠쏠히 거둘 수 있었다.

운과 노력으로 중산층도 점프할 기회를 얻었다는 점에서 청약제도는 공평한 `주거 사다리` 기능을 해왔다. 요즘의 청약 시장은 과거와 비교하면 요지경이다. 2016년부터 분양가가 9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에 대한 중도금대출이 중단되면서 차익을 남길 수 있는 `로또 아파트`나 강남의 인기 단지는 `현금 부자들의 놀이터`가 됐다. 지난 2월 청약을 실시한 서울 광진구 `e편한세상 광진그랜드`는 최저 분양가가 9억원을 넘었지만 예비당첨자 중 20·30대 비율이 82%에 달했다. 자수성가한 2030이 이렇게 많을 리는 없고 부모로부터 현금 증여를 받은 `금수저`가 청약 시장에 몰렸을 가능성이 크다.

부적격 당첨이나 계약 포기 물량을 배분하기 위해 2월 도입한 `무순위 청약제도`는 이런 양극화를 더 부추기고 있다. 지난 2~3일 진행된 서울 서초구 `방배 그랑자이` 사전 무순위 청약에는 무려 6738명이 몰렸다. 19세 이상이면 청약통장도 필요 없고 주택 소유 여부도 관계없다 보니 혹시 발생할 미계약분을 잡겠다며 몰려든 것이다. 이 단지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무려 4687만원. 전용 59㎡(약 25평) 분양가는 10억1200만~12억2000만원, 84㎡(32평)는 17억원이 넘는다. 분양가 9억원 이상은 중도금대출이 막힌 것을 고려하면 이들은 `실탄`을 두둑이 보유한 현금 부자들이란 얘기다. 과거에도 미계약분을 건설사가 처분하는 무순위 청약이 있었다. 하지만 견본주택 앞에 줄을 세우는 방식에 공정성 시비가 일자 정부가 2월부터 인터넷 청약으로 전환한 것이다. 그러나 청약 조건이 까다로워지고 분양가가 높아진 탓에 부적격 당첨, 계약 포기가 급증하면서 현금 부자들이 이런 물량을 다 쓸어 가고 있다. 오죽하면 `줍줍(줍고 또 줍는다)`이라는 신조어가 생겼겠나. 투명하게 분배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엉뚱하게 부자들을 위한 `제3의 시장`을 열어주었다는 평가다.

반면 자금이 부족한 무주택자나 새집으로 갈아타려는 실수요자에게 알짜 단지는 `그림의 떡`이다. 중도금대출이 꽉 막히면서 중산층이 강남권 인기 단지 청약으로 차익을 얻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러다 보니 중산층 사이에서 `유전 청약, 무전 포기`라는 자조적인 말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억제 기조가 느슨해지면서 분양가가 치솟는 것도 실수요자들에게는 악재다. 집값 상승으로 부촌이 아닌 서울 마포구의 전용 59㎡도 9억원을 넘은 상황이고, 공시가격도 인상된 마당에 고가 주택 기준을 여전히 9억원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고가 주택 기준을 시세에 맞게 상향하거나 무주택자에게라도 대출규제에 예외를 두는 것이 합리적이다.

매매시장은 어떤가. 투기과열지구인 서울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로 묶이면서 지렛대 활용이 어려워졌다. 빚을 내서 새집으로 갈아탔던 1주택자 중산층들도 대출이 충분치 않아 이사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싼 급매물도 자금력이 풍부한 이들에게만 접근 가능해지면서 매매 시장 역시 `현금 부자들의 리그`로 바뀌고 있다.

투기 억제를 위한 대출규제를 핵심으로 하는 9·13 대책이 발표된 지 8개월이 지났다. 널뛰던 집값이 안정세로 돌아선 건 맞는다. 하지만 매수심리 위축으로 인한 거래절벽은 심각한 수준이다.

표면적으로 집값은 하락했지만 청약 시장과 매매 시장 속을 들여다보면 무주택자나 중산층보다 현금 부자 친화적인 환경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대출규제의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중산층과 서민들이 "누구를 위한 부동산 정책이냐"고 비판하는 것도 이런 문제 때문이다. 정부는 시세가 안정됐다고 자화자찬할 게 아니라 정책 취지에 역행하는 부작용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다영]

내집하나 살려고 무던히도 절약하고 그리 살았습니다
근데 요즘 젊은분들은? 새아파트만 골라서 단기로 살다가 이사가고
그런식으로 하더래요^^;

[반월 김두찬]

무전유죄 유전무죄
부익부 빈익빈
돈 놓고 돈 먹기

[묘산]

빈부격차를 더욱 심화시키는 정책이네요~
고래 싸움에 새우~ 찌찍~

[청도]

에휴 고맙습니다.

[진교[眞橋]]

우짜든 출세하고 봐야합니다~

[수인(修仁)]

요즘은 재성시대입니다.

[서연[瑞硯]]

그들의 리그..

[청사]

그림의 떡입니다.

[서해[西海]]

돈놓고 돈먹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