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1.daumcdn.net/cfile/cafe/163312374F01B1E119)
다시 홋카이도에 갔다.
2005년 9월, 애인과 함께 떠났던 그 여행은 6년이 지나고, 부인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 되었다.
같은 사람과 다시 찾아가는 여행. 6년 전 그 때는 나의 홋카이도에 대한 추억을 들려주는 여행이었지만,
6년 후 이 번은 서로의 추억을 다시 떠올리는 여행이 되었다.
여전히 함께 할 수 있는 그녀에게, 고마웠다.
공항에서 공항으로
공항이라는 장소는 묘하게 사람을 들뜨게 한다. 떠나기 전부터 떠난 듯하고, 도착하기 전부터 도착한 듯 하다.
작년 뉴욕 여행 이후니까, 1년 반 만에 공항에 온 그녀는 마음이 한 껏 들떠있다.
종종 출장을 다니는 나도, 여행으로 도착한 공항에서는 새로운 설레임이 든다.
게다가 6일간 오롯이 둘이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다. 부인의 시험준비에 시간이 엇갈려 한 2주간은 정말,
얼굴도 보기 힘든 시간이었는데. 집에서 보내지 못한 시간을, 해외에서 만든다... 이 것도 또 새로운 설레임.
라운지를 구경 못해본 부인을 위해 아껴두었던 모닝캄 라운지 이용권을 그어준다. 여행 전 라운지의 아침식사.
점심은 비행기 기내식. 시작부터 제대로 여행이다.
삿포로 공항의 벤치에서 홋카이도의 감성을 느끼고, 자동문 틈새로 들어오는 바람에서 홋카이도의 기온을 느낀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21A893A4F01B6870F)
![](https://t1.daumcdn.net/cfile/cafe/206DF23B4F01B67417)
삿포로의 멋과 맛
버스를 타고 나카지마 코엔에 내려 숙소를 찾아 걷는다. 삿포로에서 밟게 되는 첫 길. 거리에 쌓인 눈들에 마냥 신이 난다.
가끔 '미끌'하면서 휘청거려도, 쌔한 바람이 얼굴을 스쳐도, 즐겁다. ㅋㅋ
이 근방은 아무런 관광지도 아니고 그냥 거리다. 스스키노가 인근이라 크고 작은 호텔들이 놓여 있고.
그 사이에서 모던한 예식장 건물과 보기에도 과거에 한 가닥 했을 것 같은 정체불명의 오랜 건물이 놓여있다.
홋카이도를 특히 삿포로를 걷고 있으면, 이런 뜬금없는 배치가 재미있다. 1900년 전후의 개항으로 들어선 오래된 건물들과
경제부흥에서 살짝 밀려나 대대적이고 일괄적인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고, 일본의 모던한 감성이 담긴 최신의 건물들이
사이사이 자생적으로 들어서는, 그 뜬금없는 분위기. 그러니 이 곳에 3번 째나 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대리와 학생이었던 5년 전에 비해, 과장과 (한 때 회사원이었던) 학생의 여행이니 씀씀이가 커졌다.
그래서 조금 더 좋은 데서 자고, 조금 더 좋은 음식을 먹게 된 여행. 이번 목적지 중의 하나는 카니혼케라고 유명한
게 창작요리점이다. 물론 제대로 저녁식사를 하기에는 꽤나 부담스럽다. 1인당 10만원 정도.
그나마 5시 이전에 점심 코스를 시키면 1인당 4~5만원짜리 코스를 먹을 수 있으니 당연히 이른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다. 5시 이전이라는 것은 음식을 order 하는 시간이 아니라, 방을 비워주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식당에 도착하니 4시. 주문을 하려니 역시나 걱정스런 안내를 해주고, 우리는 '도전~'을 외친다.
사실 난 그리 음식에 집착하는 편은 아니다. 부인과 연애/결혼 생활을 하며 맛의 구분(?)을 좀 하게 되었다지만,
역시나 혼자 다닐 때는 맥도날드를 찾아가는 것이 편하다. 그나마 부인과 여행을 할 때 식도락 코스를 들리게 되는데.
아... 이 맛은... 환상적이다. @.@ 그냥 게를 먹는 것과 다르게 다양하게 첨가된 향과 맛이...
(더 묘사를 하면 요리왕 비룡같은 유치찬란한 표현이 나올 것 같아 여기에서 마무리.)
객관적으로 평가해도 엄청 맛있고, 또 Greasy하고 묵직한 맛만 추구하는 Western요리는 따라올 수 없는
상큼하고 발랄한 맛이 한가득 이었다. 소고기, 감자, 우유, 옥수수. 지난 여행에서는 땅의 음식들에 감탄하고 돌아갔는데
이번에는 게요리가 다시 한 번 홋카이도의 매력을 UP! 시켜준다.
카니혼케에서 또 하나 감동스러웠던 것은 서비스였다.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4시20분. 사실 코스 요리이다보니
40분만에 만들고 먹기가 엄청 급하다. 어쩌면 자기들 페이스에 맞출 법도 한데, 그 시간을 최대한 아껴주려고 음식을
엄청나게 서둘러서 서빙을 해준다. 물론 눈 앞에서 서두르는 것은 아니다. 식탁에 놔줄 때는 정성껏 다소곳이.
그런데 방문 밖에서 서빙하는 사람의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려온다. 기모노 때문에 걸음폭도 작을 텐데 쉴 새 없이
뛰어가며 사락사락 기모노 스치는 소리. 왠지 고마웠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51A4B374F0314473B)
카니혼케 내부... 음식이 나올 때는 시크하게, '유치하게 무슨 음식 사진이야...' 했는데 먹고나서 후회했다.
이런 건 기록으로 남겼어야 하는데. ㅜ.ㅡ 그래서 뜬금없이 식당 복도 사진을 찍게되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33A98354F03146B10)
![](https://t1.daumcdn.net/cfile/cafe/1371FD394F03147C2D)
![](https://t1.daumcdn.net/cfile/cafe/18611E364F03183127)
크리스마스 점등과 화이트 일루미네이션
12월 말의 홋카이도는 4시부터 어둑어둑 해지다가 5시면 한 밤이 된다. 아름다운 조명이 일찍 켜져서 좋은 점도 있겠지만,
태양을 받아야 아름다운 것들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지극히 짧아진다는 아쉬움.
삿포로 눈축제는 2월이니, 그 때의 삿포로 관광이 절정이다. 12.24까지만 한다는 크리스마스 점등과 스스키노 거리의
화이트 일루미네이션에 기대를 한다. 타국에서의 크리스마스를 환상적이고 낭만있게... 그렇지만 기대는 허상으로 판명.
오오도리 공원의 크리스마스 점등은 좀, 아니 꽤 초라했다. 이미 서울의 화려한 루미나리에와 청계천의 등축제 등으로
눈이 고급이 되어버린 모양이다. 그래도 텔레비젼 탑이 반짝반짝 크리스마스 조명을 비춰줄 때는, 멋졌다.
그렇지만 역시, 시간마다 반짝반짝 나이트 조명을 비춰주는 건 이미 에펠탑에서 봤으니까...
백화점 구경을 하고 오밤중에는 일본이니 역시 돈키호테에도 들렸다. 그런데 이제 일본에서의 쇼핑가 구경은
예전보다 확실히 덜 매력적이다. 여간한 브랜드는 한국에도 똑같이. 돈키호테의 신기한 물건들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고.
여전히 즐거운 구경은 일본 문구점이나 식품코너 정도가 되어버린 듯 하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25C8A344F03189523)
그렇게 밤거리를 헤매 걷다가 카페인 보충을 위해 스타벅스에 들렸다. 자리를 잡기위해 지하로 갔는데 매장 분위기가
조금 심상치 않다. 뭔가 마이크를 설치하고 사람들이 몰려 앉고.
그러는 중에 두 사람이 나와 마이크를 잡고 얘기를 하고 노래도 한다. 처음에는 스타벅스 직원들의 크리스마스 공연인가
했는데 조금 있다가 팬클럽 회장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리플렛을 주고 갔다. 열심히 일본어 퍼즐을 푼 결과, 두 사람은 형제 가수.
홋카이도 방송국에서 라디오 디제이도 하고 앨범도 냈고, CM송도 녹음했고 가요제 상도 타고... 나름 지역 스타인 듯 했다.
우리 앞에 앉은 고등학생은 열심히 영어공부 중. 한 눈에 봐도 성실한 타입이었다. 열심히 공부를 하다가 노래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잊지 않고 박수도 쳤다. 참 성실하게.
![](https://t1.daumcdn.net/cfile/cafe/1635A2354F0318A322)
뜻 밖의 파티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의 일본인들은 죄다 호텔로 향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죄다 모텔로 향하듯이.
당연히 호텔의 방이 없었다. 그래서 첫 날의 숙박은 게스트하우스를 찾았다. 삿포로의 대부분 게스트 하우스 들이
서양인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데 에니시야라는 게스트 하우스는 일본인을 주로 상대했다. 일본 여행이니 굳이
서양애들 만날 필요 없으니까, 하면서 에니시야를 예약.
체크인 할 때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인 유키상은 오늘 밤에 크리스마스 파티가 있다고 했다. 10시쯤 들어오는데
아니나 다를까 거실에서 사람들이 가득 모여있다. 피곤한 부인은 방으로 들어가고 난 잠시 사람들과 섞였다.
지방 도시인 탓인지 꽤 젊은 사람들이었는데도 영어를 할 줄 아는 것은 근처에서 Bar를 운영한다는 히로 뿐이었다.
그것도 떠듬떠듬. 내 짧은 일본어로 얘기를 하다가 단어가 막히면 히로상이 통역을 하고 뭐 그런 분위기.
사실 그런 분위기가 되면, 곧 자기들끼리 얘기하고 외국인은 혼자 덩그러니 놓이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인 다수에 외국인 1명인 경우를 상상한다면... ^^)
의외로 이 사람들은 기본적인 호기심을 가져주며 계속 얘기를 이어나갔다. 케익과 주스를 대접받고 여행얘기를 하고
과자선물을 받고, 그들의 작은 파티에 유쾌한 동석을 했다.
예상하지 못한 크리스마스 파티. 조금 불편한 숙소의 선택이 선물한 따듯하고 유쾌한 경험.
==========================================================================================================
1. 札幌ゲストハウス縁家(Sapporo Guest House ENISHIYA)
1박에 3,000엔. 일반 게스트 하우스처럼 다른 사람들과 이층침대로 되어있는 방을 공유해야 한다.
방 하나를 2명이 빌릴 때는 1인당 4,000엔이다. 사실 이 가격이면 괜찮은 비즈니스 호텔들도 많이 있다.
그렇지만 역시 게스트하우스의 매력이 있으니까. 화장실, 샤워실은 역시 공용이다.
공항에서 나카지마코엔을 거쳐가는 中央버스를 타면 도착이 편하다. (이 버스 한 시간에 한 대 있으니 시간파악이 중요)
검색하다 보니 삿포로에 게스트 하우스가 2~3개 더 있는 것 같았고, 다른 곳은 영어가 통하는 곳이었다.
삿포로에는 역 앞과 스스키노 두 군데에 있다. 한글 홈페이지 있으니 참조.
예전에 토마무 리조트의 부페에서 찐 게를 먹어봤지만, 그냥 쪄서 먹는 것과 차원이 다릅니다.
첫댓글 역시....오빠...책내실 생각은 없는지????????? 이번에 남미여행기 세권짜리 책을선물받아서 읽어보고 있는데..오빠!! 책내세요!!! ^^
오빠의여행은 한권의 책같다.. 강력추천!!
준호가 사업 준비하면서 출판사 등록도 했다던데. ^^ 응원을 받아서 고민해 볼께.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