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얼하든 “기본은 중요하다” 는데 이견을 가지는 분들은 많지 않다.
허나 실제에서는 의외로 많은 분들이 기본을 소홀하게 취급하는 경우를 본다.
행복한 집짓기 게시판의 “집짓기의 기본은 무엇일까?” 라는 글에서 나는
계곡 옆 경사지에 집짓는 어떤 분이 안정된 집터를 얻기 위해 많은 양의
말뚝(전봇대 같은 콘크리트 파일)들 박고 그 위에 콘크리트기초를 얹은 다음
집을 지었다는 예를 소개하였다. 그 이야기를 들은 어떤 분들은 그럴 필요까지야
한다는데 나는 충분히 수긍을 한다. 그분 역시 아직은 젊다 할 나이 40대 중반,
오랜 고민 끝에 결단을 내리고 평생의 터전을 옮긴 것이다.
나도 한동안은 기본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으면서도 집의 기초공사는
해당업자에게 맡기면 될 일로만 생각해 왔으나 우연히 토목기술자인 후배가
소장으로 있던 토목현장에서 몇 달간 같이 지내면서 기초의 실질적인 중요성을
새롭게 깨달았다.
화두는 주택의 기초공사를 “토목으로 인식하고 접근할 것인가 아니면
주택시공의 일부로 취급하여 다룰 것인가?” 이고, 선택은 이 글을 끝까지 보실
여러분들의 몫이다.
토목의 관점에서 보자면 일반적으로 알려진 줄기초 독립기초 등의 얕은 기초와
여러 가지 말뚝(Pile)공법을 채용하는 깊은 기초로 분류하며 이런 기초의 크기는
기초의 형식과 지반상황 및 구조물의 하중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즉
지반조사를 하고 구조물의 하중을 계산한 후 기초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나,
얕은 기초에 해당되는 규모의 집 중에는 허가범위 외여서 따로 토목설계를 하지 않고
시공자의 경험에 준해서 시공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있는 경우가 흔하다.
나의 모토는 막 지어도 일년 된 듯한 집, 100년이 지나도 10년 된 듯한 집짓기이다.
하지만..... 당장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더라도 기초가 부실하기 짝이 없는데
집만 세대를 이어갈 만큼 튼튼하다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렇다고 여기서
나나 여러분들이나 토목공부를 새로 하기는 어렵고.....이런 것들이 나도 궁금했다.
콘크리트의 강도는 높을수록 좋은가?
콘크리트(레미콘)는 시멘트와 모래, 물, 골재를 필요한 기준에 따라 혼합해서 만든다.
보통 주택건축에는 강도 180~270(보통 210, 240) 정도가 사용되는데 숫자가 클수록
시멘트 비율이 높고 그만큼 압축강도가 세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경제성을 배제한다면
한마디로 나쁠 이유가 없다.
레미콘 업에 관계하고 있는 부산의 한 회원께서 가까운 친구의 철콘 새집 짓기에
보통가격으로 강도 300짜리를 공급해 주었노라고 전한 바 있다. 전량을 말이다.
실상 집주인들이야 레미콘의 강도가 210인지 240으로 부었는지 알 길이 없을 터,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또한 필요이상의 강도는 낭비일 뿐 이라고 말하겠지만
강도 210으로 만드는 것보다 270짜리로 골조를 만들면 훨씬 튼튼한 건 사실이다.
게다가 강도 레벨 당 단가(루베)가 그리 큰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니.....
여기서 잠깐!
시공현장에서 보면 레미콘을 타설 한 후 거푸집을 빨리 떼어내야 공기가 통해서
콘크리트양생이 잘된다며 우기는 일꾼들이 많고 실제로 공사일정관리 때문인지
그렇게 많이들 한다. 하지만 그건 무지이거나 변명에 불과하고 그것도 아니라면
“무슨 문젠가?” 혹은 “일없어!” 주의자들이다.
한마디로 빨리 마르는 것과 콘크리트의 강도는 반비례(급속경화 = 강도저하)한다고
이해하시면 된다. 콘크리트 양생(養生)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물(습도)과 온도이다.
습윤(濕潤)양생이 과제인데 초기양생이 진행되는 동안(통상 5~7일, 최소한 3일)
이를 위한 적합한 환경이 주어져야만 급격한 수분증발로 인한 균열(갈라짐)을
예방할 수 있고 예시된 만큼의 강도가 만들어진다. 겨울에는 비닐이나 보온덮개를
덮은 다음 천막을 치고 그 안에서 열풍기를 돌리는 것이나 햇볕이 강한 여름이면
거푸집 철거를 늦추거나 물을 뿌려주고 비닐을 덮어주는 등의 이유가 바로 이러한
습윤 양생조건을 만들어 주기 위함이다.(여름에 비닐을 덮어주면 공기가 통하지 않아
양생이 잘 되지 않는다는 일부 목수들의 주장 또한 귀담아 들을 필요 없는 오답이다)
레미콘을 타설 한 다음날 바로 거푸집을 해체하는 경우도 흔한 “매우 바쁜” 현실,
철저한 감리를 하지 않는 보통의 주택건축 현장에서 이런 원칙을 거론 한다면
“이거 미친놈 아니야?” 하는 눈초리를 받기도 쉬울 것이다.
철근은 많이 넣을수록 좋은가?
일반 인식으로 보면 철근을 많이 넣을수록 튼튼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터인데
토목기술자의 관점에서는 적정량보다 적은 것이 더 많이 넣은 경우보다 오히려
안전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오랜 세월이 지나 그 구조물이 수명을 다할 즈음이면
어느 정도 파괴시점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무런 예고 징후 없이 갑자기
붕괴될 수 있기 때문에 미래의 예측가능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이건 다리나 항만 대형건축물 등 순전히 토목구조물에 관한 (복잡한)이야기이므로
더 들어가면 머리 아프니까 여기서 멈추고 주택의 기초에 집중해보자.
콘크리트가 상하좌우의 압력에 버티는(압축강도)역할을 한다면 철근은 인장강도
(당기거나 밀어서 부서지거나 뒤틀리지 않는)를 확보 내지는 유지하는 임무가 있다.
예를 들어 철근을 넣지 않은 기둥과 슬래브는 수평 또는 수직으로 가해지는 힘에
맥없이 부러지거나 주저앉을 수 있음을 연상하면 이해가 쉽다. 반면에 철근을
너무 많이 넣으면 그만큼 콘크리트 양이 적어지고 바이브레이터로 다짐을 하더라도
철근 주변에 빈틈이 생길 여지가 생기며 이는 균열(crack)로 연결되기 십상이다.
또한 슬래브의 경우 적정량 이상의 철근을 넣게 되면 그 자체가 하중으로 작용하여
아래로 처지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음이다. 따라서 적정규모 주택의 기초는
사진에서 보다시피 일정간격으로 복 배근(두 줄 걸기)하면 되는데 더 많은 경우
건축면적이 작으니 하는 생각에 이마저 생략, 외줄걸기만으로 대충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기초상단 슬래브는 그 아래 되 메우기 한 흙이 다짐을 많이 하였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 얼마간 내려앉기 때문에 2층 슬래브의 개념으로 인식하고 시공을 해야
장기적으로도 여러 하중으로 인해 바닥이 처지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 게다가
요즘 들어 간간이 (지반이 좋아서 라며)무근기초를 허락하는 건축사들이 있는가본데
토목공사현장처럼 철저하게 흙다짐을 하지 않는 건축현장의 현실을 생각한다면
권할 사항이 아니라고 본다.
주택쯤이야, 힘을 얼마나 받는다고,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닌데 하고 말들 한다면
이런 저런 이야기는 모두 쓸데없는 기우나 헛소리가 되어버리고 만다. 심란하다.
기초는 땅 속 깊이 묻을수록 좋은가?
이 역시 경제성을 따지지 않는다면 깊을수록 나쁠 게 없다(좋다) 이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많은 지역의 지반은 지표면에서 어느 정도
깊어질수록 마사층 등 단단한 지반이 나오는 경향이 있고 또한 기초의 깊이만큼
마찰에 의한 지지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초의 깊이와 크기 등 원전에 따른 기준과 순서가 따로 있지만 보통 2층 이하인
독립주택의 경우 땅을 파 보아(터파기) 특별한 연약지반이 아니면 지역별 동결선을
충실히 지키는 선에서 땅속에 묻히는 기초의 깊이를 결정하면 된다. 그렇지만
(물론 임시주택에 가까운 조립식 패널집이나 업자들이 짓는 분양용 상가 등에서는
이런 과정을 염두에 두지조차 않으나) 하천주변이라든가 논을 매립한 땅 등
지반이 안정되지 않은 곳에 집을 지을 때는 우선 지질조사를 하여 기초를 앉힐
지반의 위치를 결정하고 터파기를 해 나가는 것이 옳다.
두말 할 필요 없이 가장 좋은 방법은 지하실을 만드는 것인데 그만큼 건축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쉬운 결정이 아니다. 백리포 건축주의 경우 그 자신이 건축가이자
시공자로서 많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백사장과 면한 동은 깊이 3미터 이상을 파고
거의 4미터 높이의 지하실을 만들었고 맨 뒤의 동도 지하실 없이 무른 땅을 2미터
이상 걷어내고 기초를 만든 반면 바로 그 옆에 올린 기초는 불과 1미터 정도만
파내고 버림con't를 부었다는 예가 바로 지반에 따른 기초 만들기의 예라 하겠다.
물론 모든 경우에 원칙만을 고수하기는 어려우며 일의 진행이 매끄럽지 않을 때도
많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작업 여건에 따른 변형과 생략을 하더라도
그런 원리와 원칙을 알고 가능하면 이를 견지해야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으면
그만큼 문제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겠으나 변칙으로 일을 배워 원칙과 원전을 모르는
사람들은 자신의 방법이 변칙이며 약식이라는 것을 모르는 채 무슨 문제든 막히면
“괜찮아” 로 일관하기 십상이다.
앞서 잠깐 언급한대로 월초에 불려간 이름만 통나무집, 집안 어느 곳을 둘러봐도
통나무건축에 대한 전문성이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동네목수가 경험삼아
“실험하듯” 지은 황당한 기계식통나무집에서 나는 많은 한숨을 쉬어야 했다.
그 며칠 뒤 다른 건축현장에서 잠깐 만나게 된 어떤 사람(작업모도 쓰지 않고
복장도 달라선지 그는 나를 몰라보았지만 백리포 현장에서 구경을 하던 동네목수)
자신을 목수라 소개하면서 요즘은 통나무집을 짓고 다닌단다. 이거 참.....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다니..... 돌아버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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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랜덤님, 제가 바르게 설명하고 있나요? 바로 잡아주실 부분이 있으면 도와주셔도 됩니다. ^ ^
너무 정확 하셔서 더 이상 댓글로 달 것도 없습니다.^^*
자연스러움,,,자연과 같은집,,,사람들도 때론 뭍혀살고 싶을때가 있죠..표안나게,,,^^ 잘보았습니다..
역시 우리 우드맨님은 어느새 콘크리트 기초까지 섭렵하셨나요. 20년이상을 이 업종에 종사한 나보다 더 일목요연하게 설명을 하셨습니다. 건축학 박사 되실때까지 기다렸다 집지어야 할까봅니다.ㅋㅋ 건강하십시오.
그러니까 제가 꼬부랑 할아범이 될때까정 기다리시겠다..... 머 거의 절 안 만나시겠다는 말씀으로 들리는데요. 음.....어뜨가카.....
혼자보기가 아까워서 저희 카페로 스크랩좀 해갑니다.... 항상 고맙게 생각하며 배우고 있습니다...
선상님~!글 가져갈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