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이달의 칼럼> 상처입은 치유자
노 치 준 (광주다일교회 목사)
“우리에게 있는 대제사장은 우리 연약함을 체휼하지 아니하는 자가 아니요 모든 일에 우리와 한결같이 시험을 받은 자로되 죄는 없으시니라 그러므로 우리가 긍휼하심을 받고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얻기 위하여 은혜의 보좌 앞으로 담대히 나아갈 것이니라” (히브리서 4:15-16)
헨리 나우웬이라는 20세기의 위대한 영성가가 <상처 입은 치유자>라는 저서를 낸 이후 이 말은 책이름이 아니라 기독교계의 일반명사처럼 사용되고 있습니다. 상처 입은 치유자라는 말속에 들어 있는 가장 위대한 믿음은 상처 속에 치유의 능력이 들어있다는 것입니다. 즉 인생 길에서 이런 저런 상처를 받은 사람은 그 상처의 경험을 통해서 비슷한 상처를 입은 다른 사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그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고 그 아픔을 함께 나눔으로 놀라운 치유의 능력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상처 입은 치유자의 대표자는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본문 말씀처럼 주님은 성자 하나님이시지만 우리의 연약함을 손수 체험하셨습니다. 배고픔과 추위와 가난과 노동의 고통과 배신의 눈물과 더 나아가서 십자가의 고통까지 직접 체험하셨습니다. 그래서 주님은 이러한 고난 속에서 연약해진 인간이 얼마나 쉽게 미혹될 수 있는가를 잘 아십니다. 이러한 주님을 우리가 믿기에 은혜를 얻기 위하여 은혜의 보좌 앞으로 담대히 나갈 수 있습니다. 인생의 상처를 체험하신 주님이시기에 주님을 통해서 치유의 은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또한 우리의 상처를 통해 다른 사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5일 한세대학교 부설 하나님의 성회 총회신학대학원 졸업생 가운데 한 사람인 조양은전도사가 언론의 조명을 받았습니다. 그는 70-80년대 주먹세계를 장악했던 폭력조직 양은이파의 두목이었습니다. 그 분이 회심하여 목회자의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청소년 상담을 통하여 범죄세계에 빠져들기 쉬운 청소년들을 섬기겠다고 했습니다. 폭력조직의 두목이었던 조양은 전도사님에게는 과거의 삶을 통해 만들어진 깊은 상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상처는 비슷한 길에 빠져 인생이 무너질 수 있는 많은 젊은이들을 치유할 수 있는 놀라운 힘이 됩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 장애인들은 모두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될 수 있는 특별한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애란 육신적 혹은 정신적 능력에 손상을 입은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러한 손상은 사회적, 경제적 활동에 많은 지장을 초래합니다. 그 결과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많은 상처를 입게 됩니다. 또한 장애로 인한 손상은 스스로의 자아감을 형성하는데 있어서도 상처를 주기 쉽습니다. 그리하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신적 영적 심리적 상처가 마음 속에 생겨날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장애인들은 가장 많은 상처를 가진 이들이기 때문에 상처받은 치유자가 될 가능성도 그만큼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할 것이 있습니다. 상처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곧바로 상처받은 치유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상처가 치유되는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상처받은 치유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장애로 인해 상처받은 마음과 영혼이 치유되는 경험을 해야합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하겠습니까? 상처 입은 치유 자이신 우리 주님께 가까이 갈 때 가능한 일입니다. 주님 앞에서는 치유되지 않는 상처는 없습니다. 주님의 십자가 은혜에 흠뻑 젖을 때 우리의 심령 속에 생겨난 모든 상처는 치유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 자신의 상처가 치유되면 우리를 통해서 치유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장애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 역시 그 내면 세계를 들여다보면 수많은 상처가 있습니다. 장애인들은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J. F. 크로스비 여사는 어린 시절 시각을 잃고 평생을 시각 장애인으로 살았습니다. 그 마음 속에는 수많은 아픔과 상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주님을 만나 그 상처가 치유되는 놀라는 역사를 체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은혜 가운데 여러 개의 찬송시를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부르는 찬송가 가운데 22개가 크로스비 여사께서 작시한 것입니다. 찬양하라 복되신 구세주 예수(46장), 예수로 나의 구주 삼고(204장), 주의 음성을 내가 들으니(219장), 예수께로 가면(300장), 인애하신 구세주여(337장), 나의 갈길 다가도록(434장), 오 놀라운 구세주 예수(446장), 나의 영원하신 기업(492장) 등은 크로스비 여사가 작시한 찬송으로 많은 사람들이 애창하고 있습니다. 이 찬송들을 통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고 주님 앞으로 돌아왔는지 모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회복의 역사를 체험하였는지 모릅니다. 크로스비 여사는 앞이 보이지 않는 장애와 그로 인한 상처를 가지고 있었지만 아름다운 찬송시를 통해서 수많은 영혼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되었습니다.
우리들 역시 인생 길에서 이런 저런 상처들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현재에도 그 상처로 인한 고통에 시달리기도 할 것입니다. 이 상처를 스스로 감당하려고 하면 거친 마음 굳어진 심령이 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 상처를 주님 앞에 내어놓으면 그것은 놀라운 은혜의 통로가 됩니다. 상처를 통해 주님의 은혜를 받으심으로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되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