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를 본다. 내일 서울의 날씨는 어떤지 미리 알아놔야 한다. 이틀간 비가 온다는 예보다. 기차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요즘 집중해 있는 프란츠 카프카의 『꿈』을 펼친다. 카프카가 살아있는 내내 시달렸던 꿈에서 잠시 눈을 들어 차창으로 촉촉이 내리고 있는 빗줄기를 본다. 두보의 시 춘야희우(春夜喜雨)에 호우시절(好雨時節)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는 뜻이다. 국어교과서에도 소개됐던 시다. 지금 시절에 딱 알맞은 비다. 바람에 날리는 꽃잎들을 밀어내고 손톱 크기의 연초록이 앙상한 나뭇가지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마음이 편안해져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