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 국회의원 선거
요즘 부산에서는 총선 얘기만 나오면 낙동강 벨트라는 단어가 나온다.
625 전쟁에서 쓰이던 단어가 왜 부산 일대에서 나오고 더구나 한나라당과 박근혜로 상징되는 부산에서 왜 이런 단어가 나오는걸까. 이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인사들이 서부산과 동부 경남을 연결하는 선거 벨트로 부산 사하구 (갑)(을) 선거구, 사상구, 북강서 (갑)(을) 선거구, 그리고 경남 김해 (갑)(을), 마지막으로 양산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라인이다.
야권은 오는 19대 총선에서 부산과 경남지역에 최소 10석 이상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특히 낙동강을 따라 있는 부산과 경남 선거구를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이며 이미 선거 슬로건으로 바람이 다르다는 부드러우면서 강력한 어구를 구사하고 있다. 이 전쟁의 최선봉에는 부산 사상에서 출마하는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있다. 이미 사상구민 사이에서는 그래도 부산 아이가라는 주장과 문재인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맞서고 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사상에서 그리고 배우 출신의 문성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북강서을에 출마해 바람을 일으킨다는 전략인데... 여야 모두 낙동강 벨트 형성에 대한 전선을 구축하는데 고심하고 있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에서 부산으로 넘어올 바람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전략이고 반대로 민주통합당으로선 김해의 바람을 확장시켜 부산 뿐 아니라 경남 전역으로 전파한다는 것이다. 주요 출마자를 보면 사하갑에서 최인호(전 청와대 국내언론비서관), 사하을에서 조경태 현 민주통합당 의원이 각각 출사표를 던졌다. 또한 부산 북강서갑(전재수 전 제2부속실장), 북강서을(문성근 당 최고위원), 부산진갑(김영춘 전 최고위원), 부산진을(김정길 전 행정자치부장관), 경남 김해을(김경수 전 노무현재단 사무국장), 경남 양산(송인배 전 청와대 행정관), 경남 마산(김성진 전 청와대 행정관) 등 이름만 들어도 아는 친노(親盧) 인사들이 대규모로 부산 총선에 나서면서 2012년 부산에서 돌풍을 일으키겠다고 총진군하고 있는 태세다.
여기에 지원 사격 역시 대단하다. 최근 지도부 선거를 마친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는 지난 1월 18일 부산으로 총출동했다. 당시 부산 부전시장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하는 자리에서 한명숙 신임대표는 부산은 노무현 대통령 열풍의 진원지이기도 하고 지역주의 타파의 진원지라고 말문을 열었고 김진표 원내대표는 부산과 경남은 더 이상 한나라당의 텃밭이 아니라 적벽대전 동남풍의 진원지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그러나 낙동강 벨트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의 분석이 다르게 나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북강서 갑의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실에서 활동하고 있는 배기섭 보좌관은 부산 시민이 이명박 정부나 한나라당에 대해 임계치에 도달한 것은 맞으며 이명박 정부 들어 부산 홀대론이 불거지고 있고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반감도 큰게 사실이지만 민주당이 낙동강 벨트를 차지한다거나 부산에서 과반을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낙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지난 1월 31일 강서구청에서 개최된 한나라당 부산시당 주최 2012년 서부산 균형발전을 위한 브레인스토밍에 나온 한나라당 출신 현역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들의 발언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 행사는 사실상 오는 4월 11일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이 사하와 사상, 북·강서, 김해를 아우르는 이른바 낙동강 벨트의 대규모 공세에 맞서 한나라당 부산시당이 서부산권 정책마련을 위한 대응책을 마련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부산의 한나라당 주요 정치인들이 절치부심하고 있다는 소리다.
한나라당 부산시당 유기준 위원장은 강서구청 대회의실에서 허태열 의원(북·강서을), 박민식 의원(북·강서갑), 이경훈 사하구청장, 강인길 강서구청장, 황재관 북구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부산 균형발전을 위한 브레인스토밍을 개최했다. 발제에 나선 하상안 신라대 교수는 강서지역에 광역산업단지, 복합물류도시, 지식창조도시가 들어서 부산 경제의 전진기지가 돼야 하며 서부산지역 상권 활성화와 인프라 구축, 낙동강 수로 개척 및 활용 등과 동남권 자동차·조선 산업의 허브기능 등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하교수는 사하구의 경우 현재 아주 열악한 신평·장림공단의 환경문제를 비롯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폐기물의 자원화 및 에너지화, 신재생에너지센터 등을 설치하고 유비쿼터스 기술과 녹색기술로 친환경적인 새로운 산업공간으로 창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강인길 강서구청장은 강서구가 부산시 재정의 30%를 감당하는데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닌가라고 제기하면서 부산시에서 2천 400억원을 걷어가는데 270억원만 투자하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강서구민들은 1시간 이상 버스를 기다리거나 병원, 목욕탕, 예식장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이 기반시설이 너무 취약하다는 현실에 관심을 좀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황재관 북구청장 역시 북구의 경우 대부분 주거지역으로 금곡동에 지식산업센터 추진 말고는 생산기반 시설이 전혀 없는 상황으로 낙동강 배후도로 조기 완공이나 낙동강을 활용한 레저, 산성터널과 초읍터널 조기 추진 등에 대해 관심을 가져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이경훈 사하구청장은 사하구는 낙후된 지역 특성상 혐오시설이 많고 그에 따른 민원도 많은데 한나라당 부산시당에서 각 구별로 그에 적당한 공약을 개발하는게 좋지 않나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구청장은 출·퇴근길 고생하는 주민들을 위해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숫자를 늘여줄 것과 하단에서 용원까지 교통편을 늘여주는 것 그리고 하단에서 사상간 경전철이 빨리 착공돼 가덕도까지 이어지는 도시철도로 완성되는 것 마지막으로 낙동강 생태문화관광벨트를 만들어 연관된 구들이 협의체를 만들어 활성화 하는 방안에 대해 신경을 써 달라고 구체적인 부분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이 토론장에서 유기준 위원장은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꾸기는 힘드니 하나씩 차근차근 풀어가자고 서문을 열었다고 하며 진행을 맡은 허태열 의원은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내서 창조적 발전을 도모하자는 말로 결의를 드높였다고 하는데... 막상 전체적인 분우기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서부산권 의원들의 위기감이 드러난 자리였으며 각 구청장들은 부산시의 서부산권 차별 대한 불만과 요구사항을 쏟아내 사실상 한나라당에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고 합니다. 더구나 현역 국회의원들 또한 그에 동조하며 그 동안 영도 한진중공업 사태와 희망버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부산 신공항 무산 등 소모적인 대응만을 일삼아 온 자성의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이에 반해...
민주통합당의 기대감은 높은 상황입니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불어닥친 노란 바람과 2004년 17대 국회 때 벌어진 대통령 탄핵 역풍에 이어 다시 부산의 민심이 불고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실제로 4·11 국회의원 총선거가 불과 7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문재인 이사장이 출마하는 부산 사상구는 이미 전국 최고의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 함께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국회의원 선거에 처음으로 도전하는 곳이 한나라당의 오랜 텃밭이자 이른바 야권의 사지(死地)로 꼽혀온 부산 사상구이기 때문입니다. 문 이사장은 작년 12월 26일 일찌감치 부산 사상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으며 이미 선거운동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거제도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시절에 부산으로 이사온 문이사장은 사실상 부산이 고향인 인물입니다. 특히 고등학교 때는 별명이 문제아라고 붙을 정도로 말썽꾸러기였고 공수부대 출신으로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특이한 경력을가지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주유 인사들과 고위 공직자들의 상당수가 병역 면제자들인걸 감안하면 젊은이들의 지지는 대단합니다.
그럼 부산 사상을 조금더 파고 들어 봅시다.
부산의 전통 야도(野都) 회복을 위한 야권의 베이스 캠프 사상구는 여당인 한나라당에서 한치도 양보하지 않겠다고 작심하면서 부산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최대 승부처가 되고 있습니다. 야권의 선공에 한동안 갈피를 잡지 못하던 한나라당 또한 비대위 출범과 공천위 공식 활동 이후 서둘러 부산 수성에 나서고 있습니다. 다만 이 지역의 현역 장제원 한나라당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문 이사장과 맞대결을 펼칠 수 있는 강력한 후보는 누구인가가 가장 큰 고심입니다.
한나라당에 공천을 희망하는 사상구 후보는 현재 4명 가량으로 김대식 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전 경실련 정농생협 김수임 대표이사, 전 주례여고 총학생회장 손수조, 전 부산시 의원 신상해, 권철현 세종재단 이사장 등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거나 이미 예비 후보 등록을 마친 상황입니다. 그러나 충분한 대항마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전략공천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으로 판단됩니다. 지난 1월 30일 YTN 라디오에 출연한 권영세 당 사무총장은 부산 사상과 서울 종로는 상당히 의미가 있고 주변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언론의 각광도 받을 전략지역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부산 사상구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첫째 다른 연령대에 비해 2030세대에서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는 점, 둘째 과거 사상공단이 있던 오랜 기간 서민과 중산층이 지켜온 터전이라는 점, 셋째 문재인 이사장이 전국적인 스타라는 점, 넷째 부산 경기가 장기 침체를 겪으면서 취업률이 떨어져 청년 실업이 커지고 있다는 점, 넷째 이명박 정부와 여당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 등이 악재(惡災)로 작용한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상구에서 출마하는 또 다른 여당 후보들의 약진 또한 변수입니다. 통합진보당 조차리 예비후보와 무소속 강주만 예비후보 등이 실제 총선 정국에서 어떠한 행보를 걷느냐 역시 주요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민주통합당은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김영춘 전 최고위원은 부산은 반한나라당 정서가 분명히 있지만 그것이 곧 친민주당 정서는 아니라면서 지금도 여론조사를 하면 부산 전체에서 한나라당 지지도가 민주당보다 두 배 이상 앞선다고 현실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또한 민주통합당 인사들 역시 부산의 민심이 하루 아침에 바뀌기는 쉽지 않으며 문재인 이사장이 뛰어든 사상도 마찬가지로 한나라당과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이 높아도 민주당을 대안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지 않아 이번 총선에서 사상구민들의 표심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낙동강 벨트 전체 전선은 어떠한가.
부산 사하갑 출마를 선언한 민주통합당 최인호 부산시당 위원장은 탄핵 역풍 때 불었던 반(反)한나라당 정서는 당시 부산에서 열린우리당 후보의 당선까지 못가고 식어버렸지만 지금은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신공항 무산 등 부산이 홀대받으면서 누적된 불만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는 상황으로 부산이 제3의 도시로 추락했다는 자조감 섞인 말도 나온다면서 MB의 실정이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에 극적인 악재만 없다면 결코 반한나라 정서는 식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위원장은 문재인 이사장이 낙동강 전선에 나서면서 민주통합당 후보의 경쟁력이 높아졌으며 작년에는 5~6석을 바라봤는데 이제는 과반에 버금가는 목표를 세울 정도라며 부산 시민들이 “이제 너거(민주통합당)도 할 만하다. 열심히 해서 함 바까봐라(바꿔봐라)”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전한다.
또한 부산 출신의 민주통합당 장상봉 조직국장은 최근 부산 민심이 장난이 아니라면서 부산과 경남, 울산을 합쳐 모두 15석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반(反)MB, 반(反)한나라당 정서에 기대를 걸고 민주통합당 차원에서 영남권에 대해 총선 지원 특별기구를 만들 구상까지 하고 있다는 프로젝트까지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행정구역을 맞대고 있는 대구와 경북 입장에서는 여야 막론할거 없이 낙동강 벨트의 영향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낙동강을 타고 바람이 전파되면 대구와 경북도 일정 부분 영향권에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 대구시당 전 사무처장 이재관씨는 부산에서 거대한 바람이 불기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당연히 그 바람은 대구에도 몰아칠 것이며 영남권 전체에 새로운 흐름이 형성될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특히 대구지역은 경북고 출신의 김부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대구 수성갑 출마를 선언한 상황이라 시너지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부겸 최고위원은 이 번 총선과 낙동강 벨트를 언급하면서 판이 커지면 거대한 흐름이 생겨나 대중의 마음이 뛰어 하나로 움직일 수 있다면서 적벽대전의 동남풍이 부산에서 불어오지 않으면 대구에서 바람을 일으켜 낙동강에 실어 보내겠다며 결사항전의 결의를 밝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역시 대구 한나라당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반(反)MB 정서나 반(反)한나라당 정서가 부산보다 크지 않기 때문에 안정적이라는 것이며 공천을 잘하면 무난하게 승리할 것이라는 분위기다. 대구 한나라당 인사는 인기가 예전보다 못한 것은 분명하지만 야권 바람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며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쇄신 바람을 일으킨다면 오히려 지역의 한나라당 바람이 부산으로 전파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