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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다음날. 모닝콜 아닌 모닝콜을 해 준 서빈녀석덕분에 아침 6시에 일어난 나였다.
[지해자기! 자다 일어난거야 ㅜ0ㅜ?!]
"하암...응-_-"
[미안해~ 오늘은 꼭 전해야 할 말이 있어서!]
"뭔데."
[이번주 일요일까지는 지해자기 얼굴 못볼거가테. ㅜ_ㅜ 이유는 묻지말아줘~]
묻고싶은 생각도 없다 요놈아.
'알았어 요놈아.' 란 말을 내뱉고는 전화기를 확 끊어버린 나.
이번주 일요일까지는 못만난다면, 같은반이 되어서 만나게 생겼구나.
내 생일이자 서빈놈의 생일. -_- 그리고 내가 전학가는 날.
+ _+ 경사가 겹쳐버린 날이 얼른 오기만을 기다렸다.
원하고로 가게되면...원하고로 가면... 서흠이놈과 이어진다는 사실에 깊이 만족한 나였다. -0-
그렇게 3일이 흐르고 흘러... -_-)~ 어느덧 일요일.
전학수속도 밟았겠다, 말없이 사라지는 나를 용서해다오 같은 반 친구들아 ㅠㅁㅠ.
그렇지만...아무래도 죽마고우와 베스트프렌드에게는 귀띔해줘야겠지?
오랫만에, 정말 오랫만에 머리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시도했고,
머리와의 약속이 잡혀진 후, 하람이의 폰으로 전화를 시도하였다.
그렇게 우리 셋은, 아주 오랫만에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정말 오랫만에 모였다, 우리 셋."
"풉, 그 기념으로 우리 노래방이나 가자. -_-
내가 머리, 너에게 꼭 불러주고 싶었던 노래가 있으니까."
노래방으로 유인작전 시도, 성공! (-_-);;;;;;
규현이와 하람이는 내가 자기들을 왜 불렀는지는 묻지 않은 채,
그저 열심히 나를 따라와주었다.
"-_- 너 나한테 꼭 불러주고 싶은 노래 있다며~
얼른 불러 봐 -_-+"
"응. 그전에... 한가지 하고싶은 말 있는데!"
"뭔데?"
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 (-_-)//
"나 전학가."
"응. 잘가. 잠깐, -_- 뭐라고?????!!!!!!"
"전학간다고 -_-"
놀라는 두녀석. ㅡ,.ㅡ 너희들의 반응은 예전부터 짐작해왔단말이다. 풉.
그렇지만... 이렇게 흥미로울수는 없는걸? (-_-);;;;
"어디로 전학가는데."
"아, 저 그게..."
원하고등학교라고 하면...... 분명히 규현이가 화를 낼게야. 흑흑.
선하고등학교와 원하고등학교는 어쩔도리가 없는 원수사이였기 때문에,
더욱이...규현이는 한휘선배를 따르는 무리 중 하나였기에,
내가 그 쪽으로 간다고 하면... ㅜ_ㅜ 흑. 안봐도 앞날이 훤히 보인다.
"얼른 말 못해?!"
"저기...내가 아빠네집으로 옮겼다고 했잖아 (-_-);"
"그거하고 뭔상관이야! 아저씨네 집 가깝잖아!"
흑. 규현이는 우리집에 대해 너무 잘알고있는 듯 싶다.
안돼... 이럴수는 없는게야. 절대로 기죽으면 안되 =_+ 기죽지말자.
"썅팔놈아 (-_-) 어따가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대?"
"아, 답답하잖냐!!!"
"그...그래 -_-. 아빠네 집으로 옮겨서 나 원하고로 전학간다!!!
내 동생 해성이 다니는 곳으로 전학간다고 -0-"
답답하다길래 나도모르게 (-_-) 홧김에 튀어나온 문장.
흑흑. 난 이제 죽었다... 어쩜좋니 지해야? 흑흑. 넌 어쩌면 좋아...ㅜ_ㅜ!!!
(-_-) 줴길. 버라이어티 쇼도 아니고 도대체 내가 왜 이러는건지 모르겠다.
얼굴표정이 바뀐 우리의 머리, 한규현. 그리고... 신하람 -_-
"왜 하필 원하고냐고!!! 씨발, 한휘형 알게되면 마빡돌아가시겠네."
"그러니까 부탁하는거야. 좀 도와주라, 규현아 ㅜ0ㅜ."
"내가 왜? 너 나 알잖냐. 한휘형 일이라면 발벗고 나서는 거."
"만약에...만약에말이야. 한휘선배가 알게되서 최악의 사태까지 벌어진다면...
그 최악의 사태는 뭘까?"
"뭐긴 뭐냐. 원하고등학교로 직접 찾아가겠지."
원하고로 직접 찾아온다...?!
"그리고는?"
"그리고는? -_- 너 잡아끌고 가겠지. 그래도 안된다면... 아마 매일 원하고에 찾아가게될지도 모르겠네."
흑. 그러면 나는... 그야말로 쉩이다.
매일매일 한휘선배를 피해다니느라 고생할테고... 흑흑.
+_+!!! 아니다! 한휘선배 최강의 적수, 서겸오빠가 내쪽에 있느니라. 푸하하 (-_-);;
서겸오빠만 있는 줄 아시나? -_- 해성이도 있고 서빈이도 있다. +_+ 서흠이도 있단말이다!!
그게 모자란다면 ㅡ,.ㅡ 보디가드를 투입할 수도 있다.
"아, 어쨌든... 나 너한테 불러주고 싶은 노래 부른다?!"
"불러 -_- 뭔노랜진 몰라도."
+ _+ 내가 그동안 오늘날을 기다려왔느니라!
이 노래를 규현이놈에게 불러주려고 곡 번호까지 외우고선... 흑흑.
정말 많은 수고를 기울였다지 -_-+
'띠띠디띠리리띠리리~'
오오, 시작이구나 ㅜ0ㅜ!!!
"ㅁㅓㄹㅣ 치워 머리! 앞 좀 보게 치워!
좌로우로 흔들긴 이젠 지겨워~ ♩♪
너는 지금 선두 위풍당당하지!
뒤에 있는 나 따윈 안보이냐~ ♬"
ㅡ,.ㅡ 여기까지 부르고 규현이의 표정변화를 유심히 관찰하였다.
처음에는 덤덤한 척 (-_-) 표정관리를 잘 하는 듯 보였으나,
점점 찌그러져만 가는 얼굴표정. -0- 이때쯤 되면 그만해야하긴 하나,
+ _+ 여기서 멈출수는 없었다! (-_-) 알고보면 나도 짖궂은면이 있다. 풉.
"머리치워 DOLL 앞좀보자 UP!
좌로우로 흔들긴 이젠 지겨워~
너는 지금 선두 위풍당당하지!
뒤에 있는 나 따윈 안보이냐~ ♩♪"
ㅡ.,ㅡ 이렇게 노래를 끝마쳤을 즈음... 나를 향하는 규현이의 따가운 시선이
점차점차 진하게 느껴져왔다. 흑. 그렇다. 열이 이마 끝까지 뻗친 그는 ㅡ_ㅡ
나를 죽일듯이 노려보면서, 내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아, 젠장. 한휘형만 아니었어도."
핑계도 좋다. (-_-);;; 너라고 내가 이러는 데 별 수 있겠니? 홍홍홍.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규현이를 보면서... 깔깔 웃어대는 하람이.
휴... 어렸을 적 부터 우리 셋은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열받게 하면서 -_-^
죽마고우로, 십년지기로 천천히 자라났다.
인연을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규현이와 하람이. 이제는 학교에선 보지 못할거라는
생각이 스치듯 지나갈 때 -_-++
노래를 부르다 말고 나를 향해 다가오더니 머리를 한대 쿡 쥐어박는 규현이.
"앗 씨, 지 별명이 머리라고 맨날 머리만 때리네 -_-+"
매서운 규현이의 눈빛이 느껴져왔다. (-_-);;;;;
## 12
"아... 이 애로 말하자면 선하고에서 전학 온 강지해로,
더 쉽게 말하자면 여러분들도 잘 아는 1학년 강해성의 친누나다."
여기는 2학년 3반. 서빈이네 반.
흑. 내가 어찌하여 이곳에 자청해왔는지는 모르겠으나...
- _-^ 현서빈 이 썅팔놈의 새끼가 보이지 않는다.
그나저나... '여러분들도 잘 아는 1학년 강해성의 친누나다' -0-?
해성이가 이 학교에서 유명한가부다 (-_-)...
웅성웅성대는 교실 안.
'쟤, 쟤가 해성이네 누나야?'
'-_- 그런가봐. 그런데 정말 닮기는 닮았네. 인정하긴 싫지만 이쁘긴 이뻐.
해성이는 멋있잖어~'
"지해는 저기 1분단 끝쪽 빈자리에 앉으세요. 아, 왼편. ^^"
1분단 끝쪽에는... 두 자리가 비어있었다.
흑. 내 짝은 없는것인가, 아니면 학교에 오지 않은것인가.
내 자리로 지정된 곳에 가, 내 옆자리를 보니...
책상서랍에 책이 들어있는 것이 보였다.
으흐, 내 짝이 있긴 있는거구나...
ㅡ,.ㅡ 이건 나쁜짓일지도 모르겠지만,
짝꿍의 이름을 알고싶어 책 한권을 쓰윽- 빼 보았다.
얼쑤 - _-^ 누군진 몰라도 책에 이름조차 써놓질 않았다.
후아. 그럼 짝꿍이 오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라고 생각하며 책을 다시 집어넣으려 할 때,
책 속에서 떨어진 종이쪼가리 한장.
+ 너라면 내 가슴 속 깊은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런데 너는... 왜이렇게 먼 곳에 있는거냐... ㄱ +
여기까지 써 있는 종이쪼가리. - _-^
아무래도 이 애는... 짝사랑을 하고있는 애인 듯 싶다.
불쌍한 것... 쯧쯔.
"지해야!!!"
-0- 이 학교에서 나를 이렇게 다정하게 불러줄 사람이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목소리여서 고개를 소리나는 쪽으로 돌렸다.
"하원이?"
"응!!! 나 하원이야~"
신하원. 하원이로 말하자면... 내 베스트프렌드 신하람의 쌍둥이언니다.
하람이와 하원이도 말 못할 사정이 있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둘은 쌍둥이이면서도 따로 살고있다.
이유야 어쨌든, 어렸을 때에는 규현이하고 하람이. 하원이와 놀곤 했었는데...
이렇게 말하고 보니, 규현이놈은 어려서부터 참 복받은 놈이로세. -_-+
여자 셋 가운데 껴서 놀았으니... 풉.
"왜 이리로 전학왔어~ 으흐. 이유불문하고... 반갑다!!!"
"응, 근데 내 옆자리 누구야?"
"현서빈이라고... 너도 알거라 믿어. 사랑팔고다니는 애 ^-^."
내 옆자리가... 현서빈이란말이야 ㅜ_ㅜ?!!!!!
그렇다면 지금 짝사랑중인 그 불쌍한 녀석이, 바로 요녀석이란 말이야 ㅜ0ㅜ?!!!!
쯧쯔 ㅡ_ㅡ...
"왜 그렇게 놀래. 내 십년지기 친구 서빈이야. ㅇ_ㅇ"
"얘...얘... 쫌 귀엽게 생긴 걔 맞지? 그리고... 이학교 지존하고도 아는사이,
그리고... 내동생 해성이가 따르는 선배 맞지!"
"응 -0- 해성이... 얼마전에 봤는데 되게 멋지게 컸더라!
1학년 지존 안서흠과 맞먹는 위치라던데..."
...흑. 분명히 내가 아는 현서빈이 맞다. ㅜ_ㅜ...
아니다. 어찌 생각해보면... 아는사람도 별로 없는 이 학교에서,
모르는사람과 짝이되는 바에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짝이 되는 게 나을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0- 해성이가 서흠군이랑 맞먹는 위치라는 건 또 뭐야 =_+
흑. 해성이가 내 동생이 맞는건가 모르겠다.
도무지 내가 아는 게 있어야지, 아는 게!
"근데 오늘 왜 서빈이가 안오지?"
"(-_-)...그러게. 짝 얼굴 한번 제대로 보고싶은데 =_=^"
보고싶긴 쥐뿔 =_=^
오늘은 내 생일이니까 혹시나 작은 선물이라도 들고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바램에서 이러는 거겠지 -_-^
아, -0- 서빈이는 내가 전학온 거 모르고있을테지. 힝힝.
그럼 학교로 가져오진 않겠구나... =_+
"폰으로 전화나 해볼까..."
아무리 십년지기라고는 하나, 너무나도 많이 챙기는 것 같은 하원이.
흑. 하람이와 하원이는 일란성쌍둥이. 고로 생김새가 너무나도 비슷하게 생겼다.
하람이를 보고있으면 하원이를 보고있는 듯, 하원이를 보고있으면 하람이를 보고있는 듯 했으나...
둘의 성격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였으니...
하람이는 주책에 오도방정 꼴깝을 떨어대는 아이고, (=주접이다-_-)
하원이는 얌전에 조신,정숙,청순한 아이였다. (=진정한 여인의 모습)
음... 내가 나를 평해보자면,
난 하람이와 같은 종족임에 틀림이 없다. -0-
다른 게 있다면, 그것은 명칭이리라.
하람이는 주접, 나는 푼수 = _=^
[디리리리딩딩-]
이상한 종소리가 울리고 - _- 전화를 시도하던 하원이는,
고녀석이 전화를 받지 않는 모양인지... 나에게 인사를 하고 제자리로 가 앉았다.
푸헐헐. 1교시는 HR 이었고, 2교시는... 수학이었다.
줴길. HR을 뺀 정규수업 첫번째가 왜 하필이면 수학이더냐. ㅜ_ㅜ
수학교과서를 책상위에 터억하니 올려놓고,
수학선생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드르르륵' ... 뒷문이 열리면서 들어오는 두사람.
바로 수학선생으로 보이는 자와, 그 수학선생으로 보이는 자에게
볼을 꼬집힌 채로 붙들려오는 서빈이었다.
"선생님!!! 아파요 -_-^.....어?"
아무래도 자신의 자리 옆에 앉아있는 나를 본 듯 싶었다.
줴길... 이리 쪽팔릴줄이야. ㅜ_ㅜ 흑.
그런데... 서빈이가 저리 얼굴을 찡그릴 줄도 알았었나?
약 일주일 간, 저녀석을 본 이래로... 얼굴 찌푸리는 모습은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 =_=^
"그러길래 왜 늦게다니나!!!"
"선생니임~ 서빈이 오늘 생일이에요!!! 그러니깐 한번만 봐주세요~~"
이 애교섞인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하원이였다 =_=
신하원이 이런 짓도 할 줄이야. 오오...놀랍소이다 -0-!!
수학선생은 하원이를 힐끗 보더니,
'오냐, 알았다' 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서빈이를 자리로 보내주었다.
이리하여 수학선생의 손아귀안에서 풀려나온 서빈이.
자리로 오자마자 내 귀에 대고 작게 속삭인다.
"지해자기야...어떻게된거야."
"울 아빠때매 온거여. -_-^"
"내가 그렇게 좋은거야? 내 옆에 앉고싶었구나 > _<"
"쑈하지마 -_- 담임이 여기 앉으라해서 앉은 것 뿐이니까.
그리고, 생일선물은...... 내가 이 반으로 온 게 생일선물이다 -_-!!"
당당하게 말한 나. 그러나 서빈이의 반응은
그리 탐탁치 못했다. 줴길 =_=^
"에게...그게 다야?"
"부족해 -_-?!"
"아니 > _< 너무 좋아서그래!"
ㅡ_ㅡ...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정말 그럴지도 모르지만...
서빈이가 좋아하는 그 표정은 가식으로 보이지 않았다.
마음에서 우러나온듯한 그 표정은,
'이 반으로 오길 잘했구나 ^-^' 라는 마음이 들게 할 정도로...
너무나 포근했고, 또 너무나 따뜻했다...
## 13
"근데 자기."
"왜."
"나 생일선물 못준비했는데......"
제길 쓴 =_=^ 일년에 한번뿐인 생일이건만... 선물을 못준비해?!!!
흑. 니가 그럼 그렇지, 뭐. 기대도 안했다고 ㅜ_ㅜ^
쩌업 ㅡ_ㅡ 솔직히 기대는 이따시만큼 많이했는데... 흐헝헝.
"괜찮아. =_=^"
약간의 인상을 쓰면서 말해주었다. 그랬더니 갑자기 실실 웃는 고녀석.
줴길 =_=^ 저 썅팔놈이 드디어 맛이 간게야. 아암.
"그렇게 인상 쓸 필요 없어 ^-^. 선물은 당연히 준비되어 있으니깐 >_ <"
무흘흘 ㅡ.,ㅡ 그럴 줄 알았다구. (찔리지도 않나봐= _=^ 방금전까지 욕해놓고선.)
그렇게 고요히 2교시 수업이 지나가고...(수업은 제대로 한건지...-0-)
쉬는시간이었다. 현서빈 이 뒈질넘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하원이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 때였다.
"야, 저기 운동장에... 선하고 지존 아니냐? 우리학교엔 웬일이래."
"선하고 지존이라면... 한휘오빠! 내사랑 한휘오빠 말하는거지?"
"뭐래냐? 야, 아무래도 저새끼의 기세를 봐선 지금이라도 곧장 짱 뜰 태세인데.."
한휘선배가......왔다고?
"하원아하원아~~~~ 우리 화장실가자 T^T"
"아, 어 그래. 근데 왜 몸을 바들바들 떨고 그래?"
"얼른가자! 마려워서 그래! =_= 화장실이 어딘겨!"
"1층..."
1층이라는 하원이의 대답을 듣고서 난 하원이를 붙잡고 곧장 1층으로 달렸다.
그렇게 왜이러냐는 하원이를 붙잡고 오도방정 부산을 떨면서 화장실로 향하는데...
"강지해."
헉 ㅜ_ㅜ...한휘선배...아니 =_=^ 조한휘에게 딱걸린 나였다.
못들은 척 지나가려고 했으나... 전혀 도움이 안되는 신하원 =_=^.....
"지해야, 저사람이 너 부르는데?"
줴길... 이렇게 된 바에야 어쩔 도리가 없었다. 선배를 향해 휙 돌아선 나. =_=
조한휘의 표정을 봤을 때... 심장이 멎는줄만 알았다.
나로선 처음보는 날카로운 조한휘의 눈빛.
나한텐 한번도 저런표정 지은 적 없는 조한휘가... 지금 나에게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_=^
정말 승질같아선 '어디서 눈을 부라려-0-!' 라고 말하고 싶지만,
킁... ㅡ_ㅡ 내가 잘못한 바도 있는 듯 싶어 그만둬버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한마디만 잘못해도 죽일듯한 기세였기 때문이다. = _=
가까이 다가오는 조한휘. =_=^
"후... 지금 나 피하는거냐?"
'네 (-_-) 그런거랍니다.' 라는 하나의 문장이 입가에서 맴돌았다.
하지만 그건 입가에서 맴돌 뿐 =_=^ 튀어나오려고는 하지 않았다.
"대답해, 강지해. 너 지금 나 싫어서 피하는거냐?"
아마도... 그런 것 같군요(-_-). 그렇지만 난 눈까리를 땅으로 깔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흑, 무서웠다 (-_-);;;;;
"나 좆되게 하지 말고 싫으면 싫다고 해.
적어도 그래야 내가 너를 단념하려 애쓸 것 같으니까."
강지해, 넌 저 사람이 무섭니? 그런거니? 그래서 겁먹은거니?
......네 ㅜ_ㅜ 전 저 사람이 무섭답니다 (-_-);;;;;
"쿡. 조한휘, 원하고등학교 까지는 웬일이야?"
오오 +_+... 나의 방패막이가 되어 줄 구세주가 나타나셨다!
이름하여 안 서 겸 =_=... 지존과 지존의 만남이었다. 흑.
서겸이 오빠만 있는것도 아니었다. 서흠이와 해성이도 있었다.
ㅡ_ㅡ 서빈놈만 없을 뿐이었다.
"안서겸. 넌 조금 있다가 상대해줄테니, 기다리지 그래?
난 지해에게 볼 일이 있어서 온거다.
강지해, 똑바로 말해. 여기로 전학 온 이유가 뭐야?"
"그니깐...그게......"
"누나. 가만히 있어. 내가 얘기해줄테니깐."
아싸~ 우리 해성이! 흑흑. 이 누나를 능구렁텅속에서 구해주는구나.
귀여운자식 ㅡ_ㅡ... 므흘흘.
"앗, 참. 조한휘 넌 모르지? 내가 지해누나 친동생인거."
"그래, 몰랐다. 조금 당황스럽네."
당황스럽긴 쥐뿔 =_ =^ 그런 기척도 없이 해성이를 쏘아보고 있으면서...
강해성은 용감했다 =_=! 눈을 부라리고 있는 조한휘에게 말을 이었다.
"지해누나 우리집으로 들어왔거든 ^-^ 그래서 우리아빠가 학교 이리로 옮기라 했어.
강지해가 지 친동생하고 같은학교 다닌다는 데 불만 있냐?"
오오, 우리 해성이. =_=* 흑. 해성아...해성아...넌 틀림없는 나의 구세주야 +_+...
...조한휘는 말없이 나와 해성이를 번갈아보며 쏘아본다.
그렇게 침묵이 유지되던 도중... 분위기를 깨는 수업종이 디리딩딩- 퍼져 울렸고,
서겸오빠가 조한휘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이왕 이렇게 된 거, 3대 3으로 뜨지 그래 ^-^?
푸훕. 재밌겠는데? 학교 끝나거든 2명만 끌고 우리학교 창고로 와라."
"......"
"오지않으면 우리가 이긴것으로 간주하겠다."
흑. 서겸오빠, 멋있어염! 그렇게 자근자근히 짓밟아주세요=_=!
그런데... 내가 언제부터 조한휘를 이렇게 싫어하게 된걸까?
난... 그럴 자격이 없는 사람일수도 있는데... 왜 이따구로......
에고야 =_= 싫은 건 싫은거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이거야!
나는 놀라자빠진 하원이를 들쳐메고 2층 우리 교실로 향하였다.
## 14
서빈놈과 같이 책상에 코박고 자다보니 재빠르게 지나간 수업시간.
-0- 담임선생님이 교실안으로 들어오시고, 종례를 시작하려는 도중에...
'드르르륵- 쾅!' 하고 열린 앞문.
"죄송하지만, 데려가야겠습니다. 현서빈, 강지해. 나와."
서겸오빠와 서흠이었다. -0- 모두들 그들이 있는 앞문으로 눈이 쏠려있는 가운데,
서빈이가 나를 붙잡고 뒷문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담임은 '뭐예욧!!' 하면서 계속 소리를 지르고 있었지만, 용감한 세 남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히 교실밖으로 나갈 뿐이었다.
"무슨일이야?"
서빈이가 서겸오빠에게 물었다. 나도 묻고싶었다 =_=.
"우선 해성이 부르고 나서 말해줄게."
해성이의 반인 1학년 5반에 가서 나와 서빈일 불러냈던 방식 그대로
해성이를 불러내는 서겸오빠.
"선하고하고 3대 3으로 뜨기로 한 것 때문에 불렀다.
아무래도 나하고 서흠이, 그리고 해성이. 이렇게 셋이 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천천히 말하는 서겸오빠. 그 말에 서빈이가 멈칫한다. =_=
그나저나... 강해성 이놈 ㅡ,.ㅡ 언제부터 싸움질하고 다닌거야!!! =_ =^
"형, 내가하면 안될까?"
서빈놈 = _ = 지가 싸운다고? -0- 생긴걸로 봐선 오히려 해성이가 더 우세할 것 같은데...
흠 -_- 세상살기 싫어진 모양이다 ㅡ_ㅡ 전치 4주 나오면 어쩌려구.
"너 그동안 안싸웠잖냐. 근 3년간..."
"그래도 몸은 안굳었다, 뭐. ^-^"
"그럼... 강해성이랑 교체하던지."
서빈놈이 해성이를 쳐다본다. 해성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씽긋 웃어준다.
그리고 서빈이는 나를 쳐다본다 -0- 뭔일이래.
"내가 믿음직하지 않은거야 ㅜ0ㅜ?! 왜 못믿겠다는 표정을 짓고 그래!!!"
"누가 그런 표정 지었디? (-_-)"
솔직히 믿음직스럽지 못한 건 사실이다.
저렇게 비리비리 말라터져갖고 싸움은 제대로 하겠나.
게다가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잇으니...
으어 (-_-) 저런 얼굴로 싸운다는 건 도무지 믿을수가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창고로 향했다.
창고 앞에 우뚝 멈춰섰을 때, 보이는 건... 조한휘와... 한규현. 그리고 모르는 놈 하나.
흑흑. 머리놈아 ㅜ_ㅜ 너도 싸우는거니? 그런거니? 흑.
근데... 난 왜 이리로 불려온거지? -0- 이 싸움의 원인이 난가?
아무래도 그런 듯 싶다 (-_-);;;;
모두들 창고안으로 들어가고, 남은 건 나와 해성이 뿐이었다.
조금 매우 많이 썰렁할 뿐... 별다를 건 없었다 =_=^
"누나......"
"응?"
"갑자기 서빈형이 싸우려고 하는 이유가 뭘까?"
(-_-)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니? -0- 알고싶은 생각도 없거니와,
너도 모르는 걸 내가 알리가 없잖냐. ~_~
"서빈형 웬만하면 쌈 안하거든. 근 3년간 쌈 안했다고 했잖아...
그 사고 이후로 한 번... 아. -_-"
"계속 말해보시지 -_-"
딴청피우는 해성이놈. 무척이나 재수가 없구나 ㅡ_ㅡ
난 해성이의 어깨를 뒤흔들며 '말해봐+ㅁ+' 를 연발했으나,
말해줄 기미를 보이지 않는 해성이었다. =_=^
'그 사고'... 가 뭘까?
그렇게 30분가량이 흘렀다.
창고안에서는 '퍽- 파앗-' 하는 때리고 맞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물론 개미목소리 하나도 들리질 않았다. 괴성 포함한다 =_=^
"해성아, 이거 언제끝나 ㅜ_ㅜ?!"
"끝날때가 됐는데......"
그 때, '삐그덕'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린 창고 문.
그런데... 나오는 건 서흠이와 서빈놈. 서빈놈의 몰골이란... 하.
"안서흠, 어떻게 된거냐."
해성이가 서빈이를 보더니 흥분한 목소리로 서흠이에게 물었다.
물론 나도 궁금했다 =_=.
"아직 싸움 안끝났다. 조한휘하고 형하고의 일 대 일 싸움이 남아있어.
아, 그건그렇고 서빈형 좀 부탁해! 내가 싸워야 하는 걸 자기가 싸운다고 막 우겨서
결국엔 이렇게 됐지 뭐냐. 에고... 형도 똥고집이지."
"일 대 일로 싸웠어, 다들?"
"응. 그런거지. 내가 싸워야 할 차례에 형이 대신 싸웠어. 오늘따라 형이 왜그러지..."
뭐야... 현서빈, 너 뭐야......
"서빈형이 싸운다고 한 이유, 이제야 알았네..."
창고안으로 들어가는 서흠이와, 뻗어있는 서빈이를 번갈아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해성이였다...
## 15
서흠이가 다시들어가고, 해성이는 뻗어있는 서빈이를 들어올려 가까운 벤치에
조심스럽게 눕혔다. 난 그런 해성이와 서빈이쪽으로 다가가서, 그쪽에 앉아
서빈이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으음. 으..."
서빈이가 작은 신음소리를 내면서 일어나려 애썼다.
"가만히 누워있어 이놈아 -_- 누가 싸움판에 뛰어들어서 맞고나오래!"
"그래도 서흠인 안다쳤잖아~"
에휴... 녀석아. 지금 그런 말이 나오게 생겼니?=_=^
네놈의 몰골이 지금 장난이냐? -_-
왼쪽 눈은 멍들었고, 입술은 터져서 약간의 피가 흐르고,
머리를 왜 이렇게 헝클어졌디야-_- 게다가 몸 곳곳에 있는 작은 상처들.
에휴... 정말 못봐주겠다. 그러길래 왜 해성이 대신싸워! =_=^
차라리 해성이가 다쳤으면 맘이라도 편하지 -_-.....가 아니잖아.
뭔가가 이상하다. 지금 내가 맘이 편하지 않은건가?
서빈이가 다쳐서? 이놈이 다쳐서 맘이 편하지 않은건가? -_-
"저기...지해자기야."
"응?"
"미안해. 서흠이 안다치게 하는대신에... 지해자기 죽마고우 얼굴 망가뜨려놨어..."
내......죽마고우? 규현이...?
그 때, 덜커덩- 하고 열린 창고문. 거기서 나오는 건... 다름아닌 한규현.
그런데 저 사람이 규현이 맞나... 싶을정도로 서빈이보다 더 몰골인 규현이였다.
"한규현!!!"
"어, 강지해..."
"아직도 싸우고 있어? 서겸오빠랑 한휘선배랑?"
"...그래. 싸우고있어."
더이상 누가 다치는 모습을 보고있을수만은 없었다.
한휘선배가 다치면... 규현이가 슬퍼할거고,
서겸오빠가 다치면... 서흠이하고 해성이가 슬퍼할 테니까.
창고문을 열고 들어가자 보이는 서겸오빠와 한휘선배.
내가 들어온 것도 모르는 듯 그 둘은 계속 싸우고 있었다.
"그만싸워요!!!"
잠시 멈칫하는 두사람. 그러나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다시 싸우기만 한다.
도대체 난 여기에 왜 데려온거야. 이런거 보여주려고?
고작 이런거 보여줄라고, 싸우는 거 보여줄라고, 다치는 거 보여줄라고
나 여기에 데려온거야?????!
"그만하라구요!!!!!! 밖에 다친애들은 안보여요?!"
그제서야 싸움을 멈추는 두사람.
정말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둘 다 내게 가까이 다가온다.
두사람 다 땀으로 샤워한 듯 보였다.
"...조한휘. 오늘은 이쯤에서 그만하자. 니쪽이나 내쪽이나 다친사람이 있잖냐.
더군다나 니쪽은 너를 제외한 두명 전부가..."
"그래, 좋다. 오늘은 이쯤에서 휴전이다."
갑자기 창고 구석으로 들어가는 한휘선배. 들어가더니만 어떤 사람을
자신의 등에 업히고서 나간다.
아무래도 아까 같이 왔던 선하고 후배인 듯 싶었다.
그런데... 저 아이가 가장 심하게 다친 듯 싶었다.
"서겸오빠, 쟤는 누구랑 싸운거야?"
"쟤? 서빈이랑 싸웠지. 원래 서흠이랑 했었어야 하는데..."
...서빈이는 생각보다 싸움을 잘하는 듯 보였다.(-_-);;;;;
아무리 한살이 어리다고는 하지만, 생긴걸로는 정말 선하고 후배가
더 험상궂게 생겨서 그런지 서빈이가 맞을것만 같은데...=_=^
그래도 다행이다. 맞고다닐 일은 없을테니깐. > _<
서겸,서흠형제와 함께 창고에서 나가 해성이와 서빈이가 있는 곳으로 간 우리.
무슨일인지는 몰라도 서빈이가 기분이 업된 듯 싶었다 =_=
"자기~ 나 자기한테 오늘 생일선물 줘야되잖아!!"
"아, =_= 그랬지."
서빈이에게로 손을 터억 내민 나.=_=... 이렇게 하면 손에 뭔가가 잡힐 줄
알았건만 ㅡ_ㅡ^...아니, 잡히긴 잡혔는데 별로 원하지 않았던 서빈이의 손이
물컹하게 잡혀왔다. 물컹? 아니, 딱딱했다. (뼈밖에 없다-_-^ 줴길.)
"^-^ 가자."
.
.
.
.
어떻게어떻게 해서 서빈이의 손을 잡고 가게 된 그곳.
물론 뒤에 쫄랑쫄랑 세명이 따라오고 있었다. (서겸,서흠,해성=_=^)
어느 카페 앞. 그런데 그 카페 안에는 개미새끼 한마리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거봐, 이거봐. =_=^ 오픈되지도 않은 카페에 오면 뭐하자는 말이야!
"뭐해~ 들어가!"
"아무도 없잖아, 문 닫힌 거 아냐? -_-+"
"지해자길 위해서 통째로 빌렸어~ > _<"
이...넓디넓은 카페를 통째로 빌렸다고?!
......서빈이네 집이 부자가 아닌이상 빌리는데 힘이 많이 들었을 듯 싶은데 =_=^
내 한달용돈 정도면 빌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0-
잊지 않았을거라 믿는다. 우리집은 돈방석이다 =_=^
어찌되었건 그곳의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간 나였다...
## 16
"지해자기! 저기저기 앉아 > _<"
턱으로 카페 가운데 있는 테이블을 가리키는 서빈이.
서빈이는 나를 붙잡고 그곳으로 끌고간다...
우리의 뒤에는 쫄랑쫄랑 따라 들어오는 서겸/서흠/해성 삼인방이 있었다. =_=^
뭐... 서흠이라면 괜찮다 (-_-);;;;;;
"이야~ 여기 끝내주게 좋네. 너 이것때매 알바한거냐?"
서겸오빠의 말.=_= 서빈이가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말은=_=?!
흑. 나를 위해 이 곳을 빌리려고 알바를 해서 돈을 모은것이구나 ㅜ_ㅜ.
착한녀석.=_= 너를 3일동안 이뻐해주도록 하마.
"자자 > _< 다들 앉아~"
"형, 우리누나가 뭐가 좋다고 이런 수고까지...=_=^"
난 가끔가다가 해성이에게 배신감을 느끼곤 하는데...
지금이 바로 그 배신감을 느끼는 때이다 =_=^
서빈이는 그저 웃기만 할 뿐, 해성이에게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테이블 밑으로 조심스럽게 손을 내리는 서빈이.
그 곳에서 무언가를 들어 올려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데...
...ㅜ_ㅜ 그것의 정체는 맛있어보이는 케잌이었다!
하나하나 차분히 초를 꽂는 서빈이녀석.
하나...둘...셋...
...
열다섯...열여섯...열일곱...열여덟!
흑. 벌써 열여덟번째 생일이다. 열여덟살을 먹어버렸다.
아아...이제 할머니가 다 되어가는 듯 싶다 (-_-);
같은 날 생일을 맞은 서빈이와 나를 위해,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서겸/서흠/해성 삼인방.=_=
너희가 우리를 따라온 이유는 단 한가지,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기 위해서였던 거구나 ㅡ_ㅡ...
노래가 끝나고, 서빈이와 난 동시에 촛불을 끄기위해
입김을 후~ 불고서=_= 케이크를 반으로 떡하니 갈라놓았다.
그리고나서, 서빈이가 하는 말...
"이 자리 마련한 이유는... 우리 지해자기 소원 들어주려고 마련한거야 ^-^"
"내...소원?"
"응 > _< 이 소원 들어주고 나면 나는 분명히 힘들텐데...
지해자기는 행복할테니까... 들어주는거야!"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서겸오빠와 해성일 끌고 밖으로 나가버리는 서빈이.
남은 건 나와 서흠이 단 둘.
현서빈, 너 또... 저번처럼 서흠이와 날 단둘이 놔두려고...
내가 서흠이를 마음에 두고있다는 걸 일치감치 알아채고서, 계속 나를 밀어주려
애쓰는 서빈이가 왜이리 신경쓰이는 건지. 휴... 나 또 왜이러지.
"누나."
서흠이의 부름이었다.
왠지 느낌이 좋지만은 않았다.
"나 이 카페로 오는 길에 이야기 다 들었어요. 서겸형하고 서빈형이 계속 부탁하더라구요..."
이야기를 다 듣다니? 서겸오빠하고 서빈이한테... 이야기를 들었다면?
서겸오빠한테선 나와의 계약을 들었을테고,
서빈이한테선 아무래도 내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걸 들었을텐데...
들었을텐데...가 아니잖아!!!
"아, 그게 저..."
"...사실이에요? 누나가 직접 말해주세요."
ㅜ_ㅜ 그래, 이왕에 들킨 바. 자신있는 목소리로 떳떳하게 말하는거야.
"응. 맞는 것 같아 ^-^"
"......내가 저번에 물었었잖아요. 마음속에 담아둔 사람이 있는 것 같다고.
난 그거 서빈형인줄 알았어요..."
서빈이? 내가 서빈이녀석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는건가?
휴... 복잡한 문제다. 정말 복잡한 문제.
"근데 아니네요. 여하튼 나는 우리 형을 거짓말쟁이로 만들고싶지 않고,
서빈형이 부탁한 걸 거절할 수도 없는 입장이니까... 누나만 좋다면..."
"......?"
"사귀자구요."
"아..그게..."
"5일동안만. 그동안 누나 마음 정리해봐요. 지금 누나 마음 복잡한 거 알고있어요."
"......"
"그 5일 안에, 나를 찰 수 있길 바랄게요."
감정없는 목소리로 말하는 서흠인... 뭔가가 이상해보였다.
그걸 듣고있는 나도, 마음이 복잡하고 심난하다. 뭔가가 불안하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하면 좋은것일까...? 도대체 뭘...
무엇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이야기가 끝나자 마자 들어오는 서겸,서빈,해성 삼인방.
그 삼인방의 표정은 누구하나 다를 것 없이 '이상하다' 는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심난해 하는 표정을 보고, 이게 아닌데... 하고 느낀 듯 싶다.
나도 그렇게 느끼는 바니깐. 이게아닌데... 좋은일인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이 심난한 건 어쩔 도리가 없었다.
내가 뭘 어째야 좋은것일까......?
"누구...앗, 아빠. 아, 응. 아... 들어갈게."
"해성아, 아빠야? 아빠가 뭐래?"
"들어오래. 누나 생일인데 뭐하냐고. 아마 누나한테도 전화가 올 듯 싶어."
해성이의 말이 끝나자 마자 울려퍼지는 나의 벨소리.=_=*
발신자는 '아빠'. 해성이의 말이 맞음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맞다. 오늘 내 생일이다. 그렇다면 아빠가 기다리실텐데...
하는 생각을 못했구나. ㅜ_ㅜ 난 불효녀인 게 틀림이 없다. 틀림이.
"아, 아빠! 저 들어갈게요."
[그래, 우리 딸. 생일 축하한다. 얼른 들어와!]
"네."
간단하게 끝맺음 한 전화통화.
해성이와 난 자리에서 일어서 남은 이들에게 인사한다.
"내일봐요. 저희 갈게요."
"그래, 해성아. 지해도 잘가고."
서겸오빠만 해성이의 인사에 되받쳐 줄 뿐, 서흠이와 서빈이는...
몽상에 잠겨 헤어나올 줄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해성이와 나는 카페에서 나와 집으로 향하였다.
## 17
[딩동- 딩동-]
넓디넓은 우리집 정문에 서서 벨을 누른 나와 해성이. 그런데 집안에선 아무도 나오질 않는다.
답답한 마음에 연속해서 벨을 눌러댔지만, 집안에는 아무도 없는 듯 싶었다.
분명히 아까까지만 해도 아빠가 집안에 계셨었는데… 무슨 일 있는걸까?
혹시나 해서 5분이란 시간을 기다렸지만, 기다려도 아무런 미동이 없는 대문.
드디어 성질난 해성이는 핸드폰을 집어들고 아빠의 폰으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따르릉' 해대는 통화연결음이 8번이 지나가고서야 겨우 받는 아빠…
"아빠, 어디야!……뭐?……그래서, 거기가 어디라고? 유하병원!? 알았어. 곧 갈게."
"해성아, 무슨일이야. 병원이라니?"
조급해진 표정으로 나를 붙잡고 거리로 나가, 택시를 잡는 해성이.
나에겐 아무런 말도 없이 그냥 택시기사 아저씨께 '유하병원 앞이요' 라고 말한다.
병원엔 왜? 누가 아픈걸까……? 아빠는 아니겠지…
유하병원은 집에서 그럭저럭 가까운 병원인지라 10분만에 도착한 우리.
해성이는 다시 나의 팔목을 붙잡고 병원 안으로 들어간다.
휴…… 답답해진다. 무슨일일까?
"아빠!!!!!! 엄마가 왜… 왜 병원에 있어!!"
저멀리 보이는 아빠에게 소리치는 해성이. 엄마가……병원에 있다니?
지금 우리 엄만 시골 외할머니댁에 가셨는데………그럼 어떤 엄마를 가리키는 거지?
놀란 마음에 아무런 미동없이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을 수 밖에 없었다.
해성이가 엄마라 부르는 사람, 우리 엄마밖에 없잖아……
해성이는 내 어깨를 감싸쥐고서는 아빠에게로 다가간다.
"……무슨일이야. 엄마가 왜 병원에 있다는거야?"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오다가…글쎄 음주운전하던 차와 엄마가 타고있던 택시가 충돌했다더구나…"
"얼마나 다치셨어……?"
"…상태가 심각하다… 택시가 폐차될만큼 큰 충돌이었으니까…"
난 멍하니 해성이와 아빠를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지금 말하는 엄마가 우리 엄마가 아니었으면, 나와 단둘이서 10여년간을 같이 살아온
우리 엄마가 아니었으면… 그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게 우리 엄마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는 듯, 아빠는 내 등을 토닥이신다……
"지해야……네 충격이 가장 크겠구나… 휴."
엄마…엄마…나 오늘 생일이잖아……응?
엄마 나한테 생일선물 주려고 일부러 시골에서 서울로 내려오던 거였지?
내가 아는 엄마라면 그랬을거야. 엄마는 항상……그래왔으니까.
"아빠, 엄마 어디계셔…?"
말없이 수술실을 가리키시는 아빠.
이거…연극이지? 깜짝생일파티를 위해…아빠하고 엄마하고 해성이하고 연극하는거지…?
그렇지? 연극이잖아. 근데 해성아, 왜 눈물을 보여…?
우리 해성이… 연기 참 잘한다 ^ㅇ^…
나도 눈물이 나. 생일날에는 울면 안되는데… 근데 엄마가 날 울려버리네?
수술실 앞쪽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고개를 푹 숙인 채 수술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해성이와 아빠, 그리고 나. 제발…끔찍한 일만은 일어나지 않기를……
"아빠, 엄마 목숨에 지장있는 건 아니지? 그런거지…?"
"모르겠다… 이번 수술 경과를 봐야 알 것 같다더구나…"
"만약에… 만약에라도 우리 엄마 이대로 하늘 가버리면 어떻게 해? 아직 못해드린 거
너무 많은데, 다 해드리려면 100세까지 사셔도 모자랄 판인데… 나 놔두고 가 버리면
어떻게 해? 그럼 난 어떻게 해야 되?"
"지해야. 그런생각 하지마라. 말이 씨가 된다고 하잖냐…
지해 마음은 아빠가 잘 알겠는데, 수술 끝날때까지 우리 그냥 조용히 있자…"
아빠 말씀대로 말이 씨가 될 수도 있긴 하나, 왠지모르게 불길한 마음을 떼어버릴 수
없는 나다. 그건 해성이나 아빠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빤… 아빤 무슨이유에서인지 엄마와 결별하긴 했으나, 서로 마음은 붙어있는 듯 싶었다.
둘의 결별 사유는… 분명히 사랑하지 않아서는 아니다.
그랬다면 지금은 분명 남남이겠지. 사고가 났다고 해서 이렇게 찾아올 일은 없었겠지.
눈물이 눈시울을 붉히고, 눈물이 눈앞을 가리고, 눈물이 볼을타고 간질간질하게 흘러내린다.
엄마가 현재 들어가있는 수술실의 글자도 알아볼 수 없을만큼의 눈물이 쏟아져 나온다.
이러면 엄마가 더 슬퍼할텐데, 무슨일이 있어도 울지말라하셨는데,
세상을 강하게 살아가라 가르치셨는데, 나는 그런 가르침을 전부 어기고서……
울고있는것이다. 울 수 밖에 없다. 차라리 우는 편이 나은 것 같아 마음껏 눈물을 쏟아내린다.
이윽고, '수술중' 이라는 간판에 불이 꺼지며 수술실의 문이 스르르 열린다.
나와 해성이와 아빠는 이것을 기다렸다는 듯,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서며……
수술실에서 나오시는 의사에게로 곧장 걸어간다.
왠지모르게 의사는 힘없어 보였다. 불길한 느낌이 나도모르게 자꾸만 들었다.
"어찌됐습니까? 결과가 어떻습니까?"
아빠의 침착한 물음에……
의사는 고개를 조심스럽게 흔든다………
"............"
## 18 <번외> 그들의 과거Ⅰ
"회장님, 사모님 오셨습니다."
"들어오시라 하게."
회장실 자신의 의자에 앉아 밖이 훤히 보이는 창문가를 바라보는 지해의 아버지 강석훈.
이윽고, 문여는 소리가 들리더니… 한 여자가 석훈이 앉아있는 의자의 맞은편에 있는
의자에 털썩 앉는다. 그 여자는 석훈의 아내, 지해의 어머니 한지연이었다.
심각한 고민이 있는 듯, 한숨을 푸우 내쉬는 석훈. 그리고 그 모습이 낯설은듯이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는 지연.
…침묵을 유지하던 도중, 그 침묵을 깨뜨린 건 보다못한 지연이었다.
"여보, 석훈씨. 무슨 고민을 그렇게 해요. 아, 나 여기까지 부른 이유가 뭐에요?"
"…저, 그게 그러니까……"
말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는 석훈. 그런 석훈의 고민을 모르는 듯,
계속 얼른 말하라고 부추기는 지연.
석훈에겐 영원히 풀리지않을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 문제는 다름아닌 지연과의 결혼덕에 생긴 아버지와의 마찰.
일찍이 아버지에게서 회사를 물려받게 된 석훈은 회사와 회사간의 계약결혼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때쯤에 생긴 여자친구 지연을 버릴수는 없었던 그는 아버지와의 마지막 담판에서
아버지와의 인연을 포기하고 지연을 택했다.
그리고 지금 그가 가지게 된 문제 또한… 지연과의 사이때문에 생긴 아버지와의 문제.
석훈의 아버지는 석훈에게 지연과 갈라서지 않으면 지연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결혼 7주년을 맞이하고 있는 석훈이었지만, 지연을 사랑하는 마음은 신혼때와 같았다.
그렇기에 지금 지연에게 말해야 했다. 이혼해야만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아버지가,
지연의 시아버지가 지연에게 무슨짓을 할 지 모르기 때문에, 그렇기에 그래야만 한다고.
하지만 그렇게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는 그였다.
"에이, 석훈씨답지 않게 뜸들이기는~ 얼른 말해요. 애들이 집에서 생떼를 쓰며 기다려요."
"미안… 내 입으로 이런 말 해야하는것도 비참하다. 이혼해야겠어…"
갑작스런 석훈의 발언에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놀라기만 한 지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얼굴에 손을 대고야 말았다. '짜악'......
맞은 석훈이 아파하자, 그제서야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걸 깨우친 지연.
지연도 석훈과 결혼하면서, 언젠가는 이런날이 오기 마련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지연은 석훈을 너무도 사랑했기에, 위험한 걸 알면서도 결혼에 성공하였다.
지연은… 묻는다. 석훈에게.
"나 싫어서 그런 말 하는 건 아니죠?"
"……물론."
"그렇다면 이해해요. 결혼 전부터 이런날이 올 줄 알았어요."
"미안하다…"
"그러지 않아도 되요. 회사일…어쩔 수 없으니까."
"몸은 떨어지게 될테지만, 호적상 남남이 될테지만… 마음만은 변하지 않아."
진심어린 말투로 지연에게 말하는 석훈. 그런 석훈의 말에 지연은 생각한다.
'저도…저도 변하지 않아요.'
"퇴근시간 됐네. 같이 집으로 갑시다. 지해하고 해성이 기다리겠네."
"그래요."
아무일도 없던듯, 다시 부부의 대화로 돌아온 석훈과 지연이었다. 겉으로는 무덤덤한
그들이었지만 속마음만은 그렇지 않았다.
'그저 나같은 사람을 만나 결혼한 지연에게 미안할 뿐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아이들 이야기를 해야하겠지만, 감히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는 석훈.
여기서 조금만 더 이혼이야기를 꺼내게 된다면 자신과 지연, 누구라 할것도 없이
두사람 다 눈시울을 붉힐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집에가는 석훈의 차안에서도 침묵은 계속되었다.
이윽고, 집에 도착한 그들. 서로를 바라보며 아이들앞에서 내색하지 않기로 다짐하고서
손을 꼬옥 맞잡고 들어가는 그들부부였다.
그 후, 며칠이 지나서 이혼서류에 도장을 꾹 찍은 석훈과 지연.
두사람 다 눈시울을 붉히고 있어, 왜 이혼한다는 건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는 재판장이었다.
그러면서도 재판장은 다시 재결합을 권유할 용기는 왠지모르게 나지 않았다.
법원을 나서면서, 석훈은 해성을, 지연은 지해를 데리고 살기로 결정한 그들.
지연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지해를 데리고 새로 얻은 집으로 가 버렸다.
'아버지… 당신이 무섭습니다.'
떠나가는 지연과 자신의 딸 지해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흐느끼는 석훈이었다….
## 19 <번외> 그들의 과거Ⅱ
그렇게 이혼한 지 어느덧 12년. 지해는 18살, 해성이는 17살이 되는 해.
그동안 석훈과 지연은 가끔가다 아이들 몰래 왕래를 하곤 했었다.
지해와 해성이도 각자 아빠와 엄마를 보기위해 왔다갔다 거리기도 했고.
다행히도 석훈의 아버진 지연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다.
석훈의 아버진 석훈이 지연과 헤어진 후, 석훈에게 재혼을 요구했으나,
석훈은 아버지에게 대충 둘러대면서 재혼을 피했다.
석훈의 아버지는 가끔 그런 석훈을 의심하기도 했으나, 석훈은 아버지가 의심하는
눈초리를 보이면 바로바로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그걸 처리하곤 했기에,
지연에게까지 피해가 미치지 않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다시 석훈을 의심하는 석훈의 아버지.
해성과 지연의 왕래가 너무 잦은 게 아니냐며 석훈을 꾸짖는 그의 아버지는
다시금 석훈을 협박하기 시작했다.
"지연을 당장 친정집으로 내려보내라. 안내려가면 12년 전 내가 말했던대로 해주마.
대신, 내 손녀 지해는 어떻게 해서든지 네 쪽으로 데려오거라."
…석훈은 괴로웠다. 자신때문에 또 지연이 피해를 봐야한다는 사실이 슬프기만 했다.
그리고 다 큰 자신의 딸 지해에게, 그리고 아들 해성이에게 또다시 헤어짐을 맛보게
해야한다는 사실 또한 가슴이 저려왔다. 모든 게 다 자신의 탓인것만 같았다.
가끔가다 지해와 해성이 '아빠하고 엄마는 왜 이혼했냐' 며 물어보면,
그저 답답하기만 한 그였다. 그때마다 그는 '때가되면 알게될거다' 라고 대답하곤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미안해져만 왔다. 결국은 선택한 길, 지연의 집에 전화를 시도했다.
해성이 자신의 곁에 있었지만, 더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여보세요…지연아. 나다."
[석훈씨? 무슨일이에요.]
"12년 전처럼… 나 다시 한번만 너에게 무릎꿇고 빌어야겠다. 지체하지 말고 친정집으로 내려가…
……내 아버지란 사람이… 아버지같지도 않은 그 사람이…"
목이 메일수밖에 없었다. 이런말을 지연에게 하고있는 자신이 비참하다는 생각이 들 뿐,
다른생각은 들지도 않았다. 그럴때마다 자신을 격려해주고 이해해주는 지연이었기에,
더욱 미안할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성질이라도 냈다면……
[알겠어요. 지해…냅두고 가야되죠?]
"…응. 미안하다, 지연아. 항상 미안해…"
[아니에요, 석훈씨. 난 괜찮아요.]
"이만 끊을게……"
'툭-' 석훈은 전화기를 떨어뜨려 놓고서, 자신의 옆 쇼파에 드러누워있는
해성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해성은 그야말로 상기된 표정이었다. 무척이나 놀란듯이.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하는 석훈이었다.
그리고…… 그런 아빠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의 해성이었다.
자꾸 아들의 표정을 보고만 있으면 아플것같아, 서둘러 자신의 방으로 온 석훈이었다.
'잔인한 아버지… 더이상 뭘바라는거야!!! 이혼으로 부족한거야?'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 그였다. 아버지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용서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지연을 보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석훈은……
아버지보다도 자기 자신을 결단코 용서할 수가 없었다.
'처음부터 그냥 세차게 밀고 나갔어야 했어…… 지연이 위험에 처하거든 내가
구해줬어야 했었고, 어떻게든 지켜줬어야 했었어… 잘못된 선택이었어……
난… 난 너무 어리석은 선택을 해버렸던 거였어……'
한 편, 석훈으로부터 그런 말을 듣게 된 지연 또한 그와 같은 생각이었다.
'아무리 위험한 상황에 처했었어도, 그사람과 함께 있었어야 했는데……
그사람이 나에게 떠나라고 했었어도, 난 그자리에 완강히 버티고 있었어야 했는데…
내가 모자랐어. 이렇게 후회할꺼면… 차라리 위험에 빠지는 게 좋았잖아?'
조심스럽게 짐을 꾸리는 지연. 설마하니 지해가 자신을 보기라도 할까봐서
방 밖을 두리번거리며 눈치를 보는 그녀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버렸다.
그로부터 3일 후, 울먹이는 지해를 겨우겨우 떼어놓고 지연은,
그게 지해와의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 바 없이, 친정집으로 향하였다…….
'지해야, 엄마와 헤어져도 엄마 잊지 말고… 아빠하고 해성이하고 잘 지내고…
울지 말고 건강히 잘 있거라… 언제 다시 보게 될 지 모르겠구나…….'
그리고 지연은 다른 하나를 더 생각하게 된다.
'석훈씨, 난 그래도 석훈씨를 사랑해요… 죄책감 같은 건 갖지 말아요…….'
석훈은 지연을 사랑한다.
지연도 석훈을 사랑한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끝내 행복한 결말을 맞지 못했다.
서로 사랑했지만 결말은 불행했다.
…강석훈, 한지연. 이번생애에서는 새드엔딩일지라도,
다음생애에서는…… 꼭 해피엔딩의 결말을 이루길…….
## 20
아빠가 얘기해주시는 과거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그저 작게 흐느낄 수 밖에 없었다.
우리 엄마…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고생하셨던 거였구나…….
갑자기 할아버지란 작자가 미워지고, 또 증오의 대상이 되었던 건… 당연한 일이였을까?
엄마는 그렇게 나의 곁을 떠나갔고, 엄마가 계신곳을 지키고 있은 지 2일이 지나버렸다.
이제는 눈물도 나오질 않는다. 그저 눈물없이 흐느낄 뿐이었다.
내 옆에 있는 해성이도 이젠 울 수 조차 없었나보다. 그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해성아, 네 친구들 왔다."
밖에 계시던 아빠께서 해성이에게 말하셨다. 해성이는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일어나더니,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리고, 아빠께서 해성이가 있던 자리로 들어오셨다.
나보다… 아빠가 더 슬플 게 분명했다.
아빠, 다음생애에 엄마를 만나거든, 절대로 놓아주지 말고 꼭 아빠곁에 붙잡아둬요.
아빠가 엄마 지켜주세요. 엄마는 아빨 믿고 따를테니까요.
"지해야. 너도 잠시 나갔다오거라."
"…그냥 여기 있을래요."
"얼른 나갔다오래도. 바깥공기 안쐬면 병걸려요. 어서 나갔다 와."
…아빠의 슬픈 눈빛을 보고서야 아빠를 이해한 나였다.
내가 나가고서, 아빠는 엄마의 사진을 붙잡고… 나보다도, 해성이보다도,
더 슬프게 흐느낄테지… 또 자신을 탓하겠지…
자리에서 일어서 문을 나섰을 때, 얼핏 보아하니 해성이가 보였다.
그런데, 해성이 쪽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지해야!!!!!!!!"
서빈이의 목소리였다. 아까 왔다던 해성이의 친구가 너하고 서겸,서흠형제였구나.
서빈이의 부름에 응해 그 쪽으로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겼다.
"…누나, 괜찮아요?"
서흠이의 물음이었다. 예전처럼 대하기에는 뭐라말할지 모를정도로 서먹해진 서흠이.
그렇지만 서흠이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게 나를 대하고 있었다.
지금은 이 애를 봐도 전혀 기쁘지가 않다.
만약 내가 지금 이 애를 보고 기쁜 마음이 든다면, 그건 내가 불효녀란 뜻이겠지…
"…많이 안좋아보여요. 혹시 나갈 수 있어요?"
"어딜…?"
"잠깐 밖에요. 누나 기분전환 시켜줘야죠."
힐끗 서빈이를 쳐다보았다. 지금은 3월 30일 수요일. 서빈이와의 계약기간이 끝나려면,
아직 4일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그렇지만 지금은 서흠이와도 5일간 사귀기로 한 터라,
도무지 누구의 눈치를 봐야 할 지 분간할 수 없었다.
아니, 나가고 싶지 않았다. 이제 내일이면 엄마가 관에서 나와 바닷가에 뿌려지게
되는데, 그 전까지는 엄마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누나, 누난 잠깐 나갔다 오는 게 좋을 것 같아."
해성이… 나를 걱정해서 하는 말일테지만, 나갔다온다고 해서 나아질 건 없다는 생각이
드는 나였기에, 고개를 흔들었다.
"누나, 정말 걱정되서 그래요. 나 누나 남자친구잖아요. 그런것쯤은 해줄 수 있는데…"
나는 다시 서빈이의 눈치를 보게된다. 서빈이는 그저 공허한 하늘을 바라보며,
무표정으로 있을 뿐이었다. 어째야하나… 내가 원했기에 서빈이가 서흠이하고
이렇게 이어준건데, 왜 자꾸 서빈이의 눈치를 보게되는지. 내가 정말 왜그러는지.
자꾸만 이상한 생각이 들어 서흠이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서흠아, 잘 데리고 갔다와라. 우리 셋은 여기 있을테니…"
서겸오빠의 말이 떨어지고 나서, 서흠이는 나를 이끌고 어디론가 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저 서흠이가 가는 곳으로 이끌려 따라갈 뿐이었다.
어느 카페로 들어갔다. 둘러보니 이 곳은 서빈이랑 같이 왔었던 커플전용카페.
서흠이는 빈 자리로 가서 나를 그곳에 앉고, 반대편에 자신또한 조심스럽게 앉았다.
"누나, 누나의 어머님은 어떤분이셨어요?"
"…우리 엄마는……희생을 너무 많이 하신분이셔… 할아버지라는 사람덕에.
나를 강인하게 키우려 하셨고, 자신처럼 되지 않게 하려고 하셨어.
그런데……우리 아빠랑 엄마랑, 이혼한 사유가 너무 웃긴다…?"
"왜…이혼하셨는데요?"
"뭐긴뭐야. 할아버지 때문이지. 서로 사랑했으면서……풉."
어느샌가 말랐던 눈물이 다시 생겨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서흠이는 내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주면서, 말을 잇는다.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도 이루어질 수 없는 게 있나봐요."
"그래…그런 것 같아. 근데…너무 잔인하잖아?
우리엄마… 바보같이 불쌍해서 어떻게 해……?"
"울지 마요."
흑…. 다시금 울게된다. 또한번 울게된다.
울지 않으리라 다짐했지만, 역시나 다시 울게된다.
서흠이는 내 쪽으로 건너와서 나를 자신의 가슴팎에 꼬옥 껴안는다.
나도 서흠이를 두 손으로 꼬옥 안고 참았던 울음을 터트려 버린다.
"제가 누나에게 남자친구로서 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네요….
그냥 마음껏 울어버려요."
"흑끕. 흐윽…"
그렇게 서흠이의 품 안에서 30여분간 계속 울었다.
엄마… 나 눈물이 그치질 않아….
나…… 어쩌면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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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5.2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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