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박 산악회 제22차 모임
-안동 솔향기 그윽한 솔가실(松枝里) 마을 일가를 찾아가다-
2012.11.26(월)일 이른 아침, 날씨는 간간히 비를 뿌리면서 매서운 추위가 덮쳤다.
이런 날씨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고박산악회는 일가들이 살고 있는
안동행 버스를 발진(發進)시켰다.
이번에는 산악회원로인 붕 배 대종회 상임고문과 용 기 대종회 상임부회장,
네 분의 회원부인들도 동행하게 되었다.
어느 때 보다도 화기애애한 가운데서 의미 있고 즐거운 시간을 모두 함께하면서
추운 날씨를 녹일 수 있었다.
우리 산악회가 일가 집성촌을 찾게 된 것은 산악회 활동공간을 다양하고
더욱 의미 있게 꾸려가자는 의미의 첫 출발이라고 본다.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문경에서 내린다. 산촌의 고즈넉한 읍에는 박 정 희 대통령께서
대구사범을 졸업하고 문경소학교 교사로 재직 시 머물렀던
하숙집 청운각(靑雲閣)이 잘 가꿔져 있었다.
우리 일행은 내외분의 영정이 모셔진 사당에 참배하고 곧 바로 예천을 거쳐
경상북도 안동시 풍산읍 오미2동(솔가실)에 도착했다.
동성동본(同姓同本)은 백대지친(百代之親)이라고 예부터 어른들이 말해왔다.
솔가실의 일가들은 우리를 아주 반갑게 맞아 주었다.
회원 모두는 도착즉시 마을 동편 양지바른 언덕에 모셔진 입향조 휘 영 석(永 錫) 할아버지와 그 분의 아드님 휘 대 임(大 任) 두 분의 산소를 참배하였다.
이곳 솔가실 마을은 전에는 35가구가 살아온 고령박씨 집성촌이었으나
지금은 많은 일가들이 출향하고 18가구만 남아서 함께 선산과 마을을 지키고 가꾸면서
오순도순 살고 있다.
마을 초입에는 목조와가 24평의 재실이 준공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에 바쁜 모습이었다.
이 마을에는 우수한 종자보존과 보급을 돕기 위해 기술영농에 앞장서고 있는 일가가 많다.
바로 인근에 국립 종자원 경북지소가 있어 생산된 종자는 이곳에 납품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종자콩가마니가 수북이 쌓인 이 마을의 태 하(台 河 무숙공파 35세)종친 댁에서 비빔밥과 막걸리로 맛과 정성이 가득한 점심을 대접받았다.
일가 부인 분들의 손맛은 바로 고향의 어머니의 손맛이었다.
초겨울 바람은 너른 들판을 타고 심하게 불어온다. 온몸을 때리면서 파고드는 바람도 우리의 안동탐방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하회마을이 전개된다. 물돌이 마을의 풍경은 변함없다.
그러나 인심은 조금 달라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상업화된 마을의 모습에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초입에 들어선 음식, 숙박업소를 비롯한 상가 밀집단지가 많이 낯설다.
셔틀버스의 운행 방식도 무료이지만 별로 고맙지 않았다.
상가지역을 도보로 걷지 않을 수 없게 만든 운행방식 때문이다.
아니,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민속마을)으로 지정된 때문에도
이런 것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바람이 극성스러운 마을의 이 골목 저 골목을 돌아 주마간산의 탐방을 마쳤지만
충효당에서 임진왜란시의 명신 서애 유 성 룡 대감의 유품을 보고는 많은 생각을 하였다.
시대가 낳은 영웅들이 오늘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던지는 화두가 무엇일까 하는 것이었다.
청사에 빛나는 명장 이 순 신과 권율을 등용케 하고 구국의 대업을 이끈 지도자가 서애이고 서애의 스승은 퇴계 이 황이시다.
걸출한 인물인 이런 분들을 낳아 강호에 내 보낸 안동이기에 정신문화의 수도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 것이다.
중앙정부기관으로부터 정식으로 인정받은 지역브랜드라고 한다.
인근 영주가 먼저 선비의 고장이라는 지역브랜드를 들고 나오자 안동과의 약간의 신경전이 있었다는 말도 항간에는 있었다고 들었다.
오늘날 분화되고 거칠어진 사람들의 정서(情緖)도 백대지친의 참뜻이
훼손되고 만 삶에서 생겨난 필연(必然)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바쁘게 살아가는 가운데서 잃어버린 것을 찾는 것은 바로
한 뿌리의 자손 간에 서로 화친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솔향기처럼 우리의 머리를 맑게 하는 정신문화의 본 고장 안동을 찾은 시간에
일몰은 너무 빨리 찾아온다.
낙동강을 가로 막은 안동댐 밑에 자리 잡은 민속박물관이 휴관 중이어서
관람을 못했고 낙동강에 어린 달빛을 보면서 국내 최장 목조교인 월령교를
서로 손잡고 건너보지 못한 것도 아쉽다.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을 함께 사랑하면서 살고 있는 가족, 일가친척과 정을 두텁게 하는 일, 이것이 값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고즈넉하기까지 한 중앙고속도로를 달려 귀경길에 올랐다.
오늘의 안동 탐방을 함께하면서 정을 나눈 산악회원 모든 분들이 이 날의 추억을 오래오래 간직하시기를 바라면서 밤길을 달려온 것이다.-楨 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