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해변에서 본 이수도와 매미성이 아름다웠던 남파랑길(#18)
2023. 9. 3 (일) 날씨 : 맑음 기온 : 섭씨 25~30도
거리 : 16.4km 5시간 동행 : 9명
김영삼대통령 생가-외포항-시방선착장-매미성-두모몽돌해변-
관포리-산길-장목초등학교-장목항-장목파출소
거제도 매미성
남파랑길 18코스
폭우가 올지 모른다는 기상예보는 거제도에 도착하며 괜한 걱정이었음이 명백하다.
높은 습도와 30도를 웃도는 기온은 오늘 걷기가 만만하지 않음을 예고한다.
준비한 코스를 상세하게 익히며 대금산 지나는 산행을 포기하고 바닷길을 따라 걷기로 작정한다.
외포항을 지나 망월산 옆 고개를 넘으니 대금산 산행 입구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고개를 넘었다.
따가운 마지막 여름 햇살은 사정없이 땀을 짜내게 하고 아스팔트에서 반사되는 열기는 숨이 막힐 듯 체온을 상승시킨다.
김영삼 대통령 기록전시관 출발
아침고요마을
외포항
이곳 외포항은 겨울에 대구가 많이 잡힌다고 한다. 저도로 가는 선착장을 지나 자그마한 해변이 있는 언덕을 오르니 전망 좋은 카페에서 만든 계단이 있다.
앞에 보이는 이수도와 거가대교가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 그리고 바다와 한 폭의 그림을 이룬다.
외포항은 겨울에는 대구가 잡히고, 봄에는 멸치, 여름에는 하모, 가을에는 전어가 풍성한 항구이다. 외포 개인 양조장에서 만드는 막걸리 ‘얼쑤’가 유명하다.
열흘 말린 대구로 뜬 회와 남은 부분을 끓인 대구탕 추천한다.
외포항
외포중학교
상포마을
대금산 등산로 입구
대금산은 해발 437.5m로 신라 때 쇠를 생산했던 곳이라 하여 대금(大金)산이라 유래하였으며 산세가 순하고 비단 폭 같은 풀이 온 산을 뒤덮고 있어 크게 비단을 두른 산이라 하여 대금(大錦)산이라고도 한다.
그렇게 높지 않은 산이지만 거제에서는 진달래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산이다.
멀리서 보면 잘생긴 여인이 아기를 품은 듯한 대금산은 정상에서 본 중금 산성과 소금 산성은 마치 여인의 젖가슴과 같이 생겼고, 이수도가 어머니의 품속에서 소록소록 잠을 자는 아기와 같은 형국을 하고 있다.
정상에 기우단이 있고 대금산의 중봉인 중금산에는 약수터와 기우제를 올린 제단이 있다.
대금산은 봄이면 북쪽의 8~9부 능선은 진달래꽃이 활짝 피어 붉은 색깔이 묻어날 것 같은 흐드러진 봄이 온 산을 휘감는다.
남해의 파란 바다와 하얀 거품이 부서지는 해안선을 함께 조망할 수가 있어 다른 산에서는 보기 드문 산과 바다의 색다른 아름다움을 가득 느낄 수 있다.
이수도
이수도(利水島)는 물길의 이로움으로 멸치를 많이 잡아, 부(富)를 얻었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바다를 사이한 시방(矢方)과 이수도는 이름과 섬의 모양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활처럼 생긴 시방마을의 시(矢)는 화살이다. 이수도는 학(鶴)을 닮아 학 섬이다.
흥남해변
흥남마을
시방선착장
매미성과 시방 선착장
대금마을 가는 고개
흥남해수욕장은 서핑으로 유명하다고 하며 관련 대여점과 편의점 그리고 펜션이 많다. 가파른 동네 언덕을 넘어서니 저만치 바다와 함께 매미성이 지척이고 길가 주차장에는 관광객들이 타고 온 차량이 가득하다.
살 방 깨 발소리 입간판이 반기는데 시방마을이 보존 마을이라고 한다.
‘팔랑 개어 장 놀이’는 남정네들이 고기잡이 갔다가 풍랑으로 죽고 돌아오지 않자 그 일을 대신한 아낙들이 풍어와 마을의 안녕을 빌며 풍어제를 올리는 놀이다.
‘팔랑 개’는 파도가 변덕스럽게 이는 바다를 말한다.
‘살 방 개발 소리’ 민요는 어려운 식생활 해결을 위해 아낙네들이 길쌈이나 가사 일을 하다가 물 때가 되면 바닷가로 나가 굴, 전복, 조개, 고동, 파래, 우뭇가사리 등을 채취하며 “굴 까러 가세, 굴 까러 가세”하고 부른 노래다.
이 노래에는 조상들의 애환이 담겨있으며 가사 또한 익살스럽고 흥겨운 것이 특징이다. 현재 거제시의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살 방은 시방(矢方)이란 마을이고, ‘깨 발’은 깨끼발인 것 같다. 즉 살 방을 중심으로 한발을 들고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른 것이다.
시방선착장
시방마을은 신라 문무왕 때 마을이 형성되었고, 본래 살 방이라 불렀으며 마을의 포구와 해변의 모양이 활처럼 휘어져 남동쪽 동 섬에서 이수도를 향해 활을 쏘는 모양을 뜻하여 시방이라 했다.
그 당시 이수도의 명칭은 학섬이었는데 이수도와 얽힌 숙명적인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이수도는 섬 모양이 학처럼 생겨 시방을 향해 날아가는 모양이고, 시방은 이수도를 향하는 바닷가 지형이 활 같이 굽어서 이수도 학을 향해 시위를 당겨 화살을 쏘는 형국이었다.
이수도 주민들은 비밀리에 시멘트 비석을 만들었고, ‘화살을 막는 방패’라는 ‘방시순석’ 비를 마을 뒷산에 만들었다.
이후 이수도 마을은 번창하고 시방마을은 생활이 어려워지게 되었다고 한다.
시방에서 활시위가 당겨지니 이수도가 살기 어려워진다고 어느 도사가 일러주는 말을 듣고, 이수도에서 ‘방시순석(防矢循石)의 비를 세워 방어한 것이다.
시방마을은 이수도를 향해 한꺼번에 만 개나 되는 쇠 화살을 쏜다고 ’방시만 노석(放矢萬弩石)‘을 세웠고, 이수도에서는 ’방시순석‘ 위에 ’방시만 노수석(防矢萬弩循石)‘을 세웠는데, 이후부터는 이수도와 시방 두 마을이 탈 없이 잘 사는 마을이 되었다는 유래가 있다.
매미성에서의 조망
매미성
매미성은 2003년 태풍 매미로 경작지를 잃은 시민 백순삼 씨가 자연재해로부터 작물을 지키기 위하여 오랜 시간 홀로 천년바위 위에 쌓아 올린 성벽이다.
바닷가 근처에 네모반듯한 돌을 쌓고 시멘트로 메우길 반복해서 지은 것이 유럽의 중세 시대를 연상하게 하는 성이 되었다.
그 규모나 디자인이 설계도 한 장 없이 지었다고 하며 지금도 수준기로 수평을 맞추며 성을 쌓는 모습이 멋지다.
마을 입구에 오래된 팽나무가 찾는 사람들에게 그늘을 제공하고 길가에는 기념품과 커피, 국수를 파는 식당들이 성업 중이다.
시방선착장과 매미성 해변
두모몽돌해변
신봉산과 몽돌해변 갈매기
몽돌해변
편의점 의자에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 커피를 주문하여 빵과 함께 먹으니 더위도 식히며 편안한 점심 식사가 되었다.
이내 도로를 걸어 대금마을을 지나 두모 몽돌해변으로 향했다. 해변 리조트는 코로나로 망했는지 텅 비어 있고, 바닷가에도 쓰레기가 쌓여 있다.
층층 바위를 지나 모퉁이를 도니 두모마을이 나온다.
마을회관 앞 팽나무 밑 쉼터에서 땀을 식히며 편하게 한참을 쉬었다. 후미가 오려면 한참 걸리기에 천천히 느긋하게 걸을 수 있으니 좋았다.
종점까지는 6.9km가 남았기에 도착 시간까지 걷기에는 넉넉했다.
거가대교
이수도와 거제도 대나무 숲
신봉산 산길
관포마을을 통과해 산속으로 편안한 길이 있는데 큰 대나무 숲에서 나는 소리가 신비로웠다.
오솔길을 따라 걸었는데 길이 끊겨 왔다 갔다 우왕좌왕하다가 겨우 길을 찾았다. 표시기도 없고, 풀숲도 우거져 자칫 낭패를 볼 뻔했지만, 올바르게 방향을 잡아 정상적인 길로 접어들었다.
고갯마루에 세워진 이정표는 방향이 틀리게 설치되어 있고, 끊어진 길도 쉽게 찾기 어려웠다.
다행히 편안한 길을 따라 걸으니 ’거남사(巨南祠)‘가 나오고 이내 관포마을 삼거리에 도착했다.
신봉산 대나무 숲
여기에서도 잘못된 이정표 때문에 엉뚱한 방향으로 길을 걷다가 되돌아 나오는 일이 벌어졌다.
다시 삼거리에 도착하니 후미 세 분이 우리가 갔던 방향으로 걷기에 오류를 지적하고 삼거리에서 우회전했다.
언덕을 넘어서자 거가대로 지하도를 지나 마지막 언덕을 오른다. 상당히 경사가 큰 언덕은 장목초등학교까지 2.5km 거리에 이른다.
고갯마루에서 마지막 호흡을 가다듬으며 목을 축인 후 편안한 내리막을 걷는다.
풋밤을 까서 껍질을 벗겨 먹으며 조금 가니 장목초등학교의 아담한 풍경이 아름답다.
관포 삼거리
장목 초등학교
노란 학교 버스와 파랑, 하양, 빨강, 노랑의 건물 색깔이 상큼하다.
장목 파출소에 도착하여 간단히 몸을 씻고 근처 회 센터에서 뒤풀이를 즐겼다.
인생에서 삶을 사는 가치는 자신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일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이야기하며 각자 살아가는 방법과 앞으로 살날을 어떻게 영위하느냐 하는 대화도 좋았다.
태풍 매미로 피해를 본 농경지를 유럽풍의 성으로 쌓아 사람들이 인산인해로 찾는 관광지로 만든 실화가 생생한 남파랑길 노정이었다.
장목 파출소
장목항 회 센터 뒤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