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이 바쁜가 보네.” “아직 학생 같아.”
직장 상사가 당신의 옷차림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위와 같이 말했다면? 성실한 후배, 귀여운 후배 소리를 들었다고 착각하지 말자. 그의 말은 ‘옷 좀 신경써서 입어라’ ‘때와 장소에 맞춰 옷을 입어라’는 잔소리니까. 직장인도 스스로 브랜드 가치를 관리해야 하는 요즈음 ‘옷입기’는 중요한 경쟁력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미국의 취업 사이트 몬스터닷컴의 필자 패트 보어(Pat Boer)씨는 성별에 따른 ‘비즈니스 드레스’와 ‘비즈니스 캐주얼’을 정의했다. 그에 따르면 남성에게 비즈니스 드레스는 보수적 느낌의 정장과 긴팔 셔츠, 넥타이, 가죽 소재의 구두를 의미한다. 여성에게는 검정·회색·베이지색 계통의 정장과 점잖은 액세서리, 발가락이 나오지 않는 낮은 굽의 구두를 뜻한다.
남성의 비즈니스 캐주얼은 넥타이를 매지 않고 긴팔 셔츠와 카키색 바지를 입은 복장, 여성은 바지 또는 스커트와 블라우스 차림에 납작한 굽의 구두를 신은 것을 의미한다. 보어씨는 특히 노드스트롬, 부룩스 부라더스, 바나나 리퍼블릭, J.크루 같은 특정 상표를 거론하며 이들의 유행을 따르는 것도 비즈니스 캐주얼의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한국휴렛팩커드(HP)는 지난 2001년 복장 자율화를 시행하며 ‘직장 내 옷차림 원칙’을 정했다. HP는 ‘외부 고객을 만날 경우 정장, 내근직이나 외부 고객과의 만남이 없는 부서는 비즈니스 캐주얼, 임원과 매니저는 가급적 정장을 입을 것’을 권했다. 하지만 비즈니스 캐주얼에 있어서 청바지와 깃 없는 티셔츠, 단추를 잠그지 않고 걸친 남방, 소매 없는 상의는 허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옷차림이 ‘사랑받는 직장인’을 만들어 줄까? ‘마에스트로’ 디자이너인 고기예 실장은 “남성의 경우 감색·회색의 싱글 정장에 잔 체크나 줄무늬가 들어간 흰색 셔츠, 오렌지·블루 계열의 밝은색 사선무늬 넥타이가 가장 무난하다”고 말했다. 캐주얼 차림일 경우 ‘면바지와 남방, 재킷, 랜드로버풍 구두, 나일론 혼방 소재나 가죽 소재 숄더백’이 기본이다. 베스띠벨리 디자인실 남창현 팀장은 “여성의 경우 무늬가 없고 엉덩이를 살짝 덮는 박스형 재킷에 무릎 길이의 일자 치마, 잔 무늬가 들어간 스타킹”을 베스트로 꼽았다.
날카로운 패션 평으로 유명한 GQ코리아 이충걸 편집장은 “단추가 두 개인 감색 줄무늬 양복에 컬러 셔츠, 민무늬나 줄무늬 넥타이를 한 남성과 단추가 한 개인 베이지색 또는 크림색 스커트 정장에 단추 두 개를 푼 흰 셔츠, 4㎝ 정도의 앞코가 동그란 구두를 신은 여성”을 선호했다. 그는 또 넥타이에 카디건 차림, 셔츠 위의 검정색 토시, 커다란 토끼가 그려진 벨트를 가슴 바로 아래 차는 것, 발가락 양말을 최악의 남성 옷차림으로 꼽았다. 여성의 경우 셔츠 단추 세 개를 푸는 것, 꽃무늬 두건, 꽉 끼는 올리브색 니트를 혐오스럽다고 했다.
옷 잘 입기로 소문난 NHN의 채선주(여·31) 팀장은 “운동화를 신은 남자나 흰 와이셔츠 속에 색깔 있는 속옷을 입은 남자는 싫다”고 했다. 알리안츠생명의 이진영(여·26)씨는 “단색 치마 정장에 화려한 스카프로 포인트를 준 여자는 세련돼 보이지만 머리를 물들이거나 튀는 색 스타킹을 신은 여자는 웃긴다”고 말했다. 한국패션컬러센터 한영아 이사는 "옷입기에 대한 모든 공식이 나와 있는 원서 ‘시크 심플(Chic Simple)’을 읽어보라"고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