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7일 오후 4시30분 홈플러스 잠실점. 마트 식품관은 저녁식사 준비를 위해 나온 손님들로 북적였다. 식품관 제일 안쪽에 위치한 정육·신선 코너에는 다른 코너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다.
“어머님이 맛보고 사신 것은 프라임급 냉장이구요, 전단지에 있는 상품은 초이스급 냉동이라 가격에 차이가 있는 거예요.” “프라임급이 더 좋은거야?” “그럼요, 프라임급이 최고 등급이예요.” 미국산 쇠고기 홍보를 위해 시식행사에 나선 한 직원이 주부와 가벼운 흥정을 벌이고 있다. 이 주부는 미국산 쇠고기 냉장 척아이롤 부위(100g당 2100원) 2만원 어치가 담긴 봉투를 한참 들여다 보더니 장바구니에 담았다.
냉장육을 진열하고 있는 매대 옆 냉동육 냉장고 주변에서는 주부 김 모(42·서울 송파구 잠실동)씨가 미국산 쇠고기 LA갈비(100g당 1800원)를 들었다 놓았다를 연신 반복하더니 결국은 돌아섰다.
같은 날 오후 2시 30분 서울 강변역에 위치한 롯데마트 강변점. 매장 입구에서부터 ‘미국산 쇠고기 판매’라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그러나 저녁 준비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라 매장내 분위기는 한산했다. 더욱이 미국산 쇠고기 판매대에는 호기심에 기웃거리는 몇몇 고객만 눈에 띌 뿐 30분 동안 구매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미국산 쇠고기 판매재개에 맞서 호주산 쇠고기 할인판매(앞다리살 100g당 980원)를 하는 점원의 목소리만 높았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이마트 성수점에서도 비슷했다.
대형마트들이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시작한 지난달 27일 현장의 분위기는 폭발적 반응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다만 소비자들의 호기심은 1년전 롯데마트에서 판매한 당시 보다는 상당히 높았으며 구매 물량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마트 3사가 이날 하루에 판매한 물량이 30톤을 넘어섰다고 하지만 소비자들은 아직도 꺼림칙한 분위기다. 실제로 미국산 쇠고기를 구매한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40대 이상의 주부인 반면 20~30대 주부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울러 현재 판매되고 있는 가격이 정상가격이 아닌 덤핑가격인 점을 고려할 때 판매물량에 비해 수입업체나 마트들의 이익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금의 할인가격이 이어질 경우 한우고기와 국산 돼지고기의 가격경쟁력은 더욱 떨어져 극심한 소비부진이 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3곳 마트의 미국산 LA 냉동갈비의 가격은 100g당 약 1800원선으로 돼지고기 삼겹살 가격 2000원에 비해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축산단체 강력 반발
서울의 A 수입육 업체 관계자는 “지금은 가격 보다는 재고물량을 빼는 것이 더 급선무다”라며 “마트에서 판매되는 가격은 사실 수입원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형마트들의 미국산 쇠고기 판매가 재개되자 시민단체들과 축산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전국한우협회는 성명을 통해 “국내 대표 유통기업 3사가 여론이 잠잠한 틈을 타 미 쇠고기 판매를 일시에 강행하는 것은 우리 국민을 기만하고 축산농가를 위기로 내모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대한양돈협회도 “미국산 쇠고기 판매는 축산농가를 더 극한 위기의 상황으로 내몰겠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으며 단순히 이윤추구를 위해 큰 우를 범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의 항의도 계속 이어졌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역 이마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도 없이 대형 유통마트들이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강행한다면 국민의 검역권을 포기한 정부와 공범이며, 또 고의범이 된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다”며 “또한 국민건강을 내팽개친 대형마트들에 대한 범국민적인 불매운동을 진행할 것”임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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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한국농어민신문.2008.12/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