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 이름]
이때 장로 아난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는 처음 가치라난타(迦絺羅難陀)를 위하여 부정문(不淨門)을 설하셨고,
선난제(禪難提) 비구를 위하여 수식법(數息法)을 설하셨으며,
아기달을 위하여 사대관(四大觀)을 설하셨습니다.
이와 같은 수많은 미묘한 법문을 어떻게 받아 지니며[受持], 마땅히 어떠한 이름으로 후세에 널리 보여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경을 선법비요(禪法秘要)라고 이름한다.
또 백골관문(白骨觀門)이라고 이름하며,
또 차제구상(次第九想)이라고 이름하며,
또 잡상관법(雜想觀法)이라고 이름하며,
또 아나반나(阿那般那)의 방편이라고 이름하며,
또 차제사과상(次第四果想)이라고 이름하며,
또 분별경계(分別境界)라고 이름한다.
이와 같이 받아 지니어 삼가 잊어버리지 말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멸도(滅度)한 뒤, 만약 비구ㆍ비구니ㆍ식차마니(式叉摩尼)ㆍ사미ㆍ사미니ㆍ우바새ㆍ우바이가 있어,
만약 3세의 불법을 배워 생사의 종자를 끊고, 번뇌의 강을 건너며,
생사의 바다를 마르게 하고, 애욕의 종자를 없애며,
모든 번뇌의 흐름을 끊고, 5욕(欲)의 즐거움을 싫어하며,
열반을 즐기고자 하는 자가 있으면 마땅히 이 관을 배워야 한다.
이 관의 공덕은 수미산(須彌山)과 같고, 여러 광명을 흘러내어 사천하(四天下)를 비춘다.
이 관을 행하는 자가 사문의 과위(果位)를 갖춤도 또한 이와 같다.”
[네 가지 법]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부처가 멸도한 뒤에, 만약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가 이 법을 배우고자 하면, 마땅히 네 가지 악을 여의어야 한다.
어떤 것들을 네 가지라고 하는가?
첫째는 금계(禁戒)를 깨끗하게 지니어 위의를 범하지 않고, 5중계(衆戒)를 범하면 마땅히 지극한 마음으로 참회하여 청정하게 해야 한다.
계를 청정히 하기를 마치면 범행(梵行)을 장엄한다고 이름한다.
둘째는 시끄럽고 번잡함을 멀리 하고, 홀로 고요한 곳에서 한 곳에 생각을 집중하고,
말이 적은 법을 즐기고,
매우 깊은 열두 가지 두타행(頭陀行)을 수행하되 마음에 피로하고 싫어함이 없으며,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이 해야 한다.
셋째는 소투바(掃偸婆)를 땅에 바르고 버들가지와 깨끗한 산대[籌]를 보시하고,
그리고 모든 고역(苦役)으로써 장애와 죄를 없앤다.
넷째는 낮과 밤, 여섯 때로 항상 앉아서 눕지 아니하고 잠을 즐기지 않으며,
몸을 항상 무덤 사이나 나무 아래와 아란야처(阿蘭若處 : 獨閑處)에서 의지하기를 좋아하고,
밥은 사슴이 먹듯이 하고, 죽음은 사슴이 죽는 것과 같이 한다.
만약 사부대중(四部大衆)으로서 이 네 가지 법을 행하는 자는, 이 사람은 곧 고행(苦行)하는 사람임을 마땅히 알라.
이와 같은 고행은 오래지 않아서 반드시 네 가지 사문의 과위를 얻는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어떤 사부대중이 생각을 집중하는 법을 닦고, 나아가 발가락 끝과 손가락 끝을 관하여 한 마디의 작은 부분이지만 백골의 상[白骨相]을 극히 명료하게 한다.
만약 하나의 손가락을 보고, 하나의 손톱과 일체 모든 백골(白骨)을 보면,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사람은 마음이 날카롭기 때문에 목숨이 다한 뒤에 반드시 도솔타천(兜率陀天)에 태어남을 얻어 3악도(惡道)의 모든 괴로움과 환난을 없앤다.
아직 해탈하지 못하였다 하여도 악도(惡道)에는 떨어지지 않는다.
이 사람의 공덕은 없어지지 않음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미 3도(塗)의 고난을 면하고 벗어남을 얻었다. 하물며 모든 백골의 사람을 구족함이겠느냐?
이 골인(骨人)을 본다는 것은, 비록 해탈하지 못하였다 하여도 무루(無漏)의 공덕이 있는 것이다.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사람은 이미 일체의 3도(塗)와 8난(難)의 괴로움과 환난을 면하였다.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사람은 세세(世世)에 태어나 부처를 보는 일을 여의지 아니하고,
미래세에서도 미륵의 용화(龍華)의 첫모임을 만나 반드시 먼저 법을 듣고 해탈을 증득(證得)한다.”
[이 법에 대하여 거짓을 말하면]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가 있어,
불법 가운데에 이양(利養)을 위하기 때문에 탐하고 구하여 싫어함이 없고,
명성(名聲)을 좋아하기 때문에 거짓으로 꾸미고 악을 짓고 진실하게 좌선(坐禪)하지 않으며,
몸과 입이 방일(放逸)하여 방일한 행을 행하고,
이양을 탐하기 때문에 스스로 좌선한다고 말하면,
이와 같은 비구는 투란차(偸蘭遮)를 범한다.
지난 때를 말하지 않고 스스로 뉘우쳐 회개하지 않으면 잠깐 사이에 곧 열세 가지 승잔(僧殘)을 범한다.
만약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되면,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비구는 곧 하늘과 사람 가운데 도적이며, 나찰(羅刹)의 괴수로서 반드시 악도(惡道)에 떨어져 크고 무거운 죄를 범한다.
만약 비구니가 삿되게 상긋거리고 아양을 떨어서 이양을 구하고자, 고양이가 쥐를 엿보는 것과 같이 탐하고 구하여 싫어함이 없고,
진실로 좌선하지 않고도 스스로 좌선한다고 말하며,
몸과 입이 방일하여 방일한 행을 행하고,
이양을 탐하기 때문에 스스로 좌선한다고 말하면,
이와 같은 비구니는 투란차(偸蘭遮)를 범한다.
지난 때를 말하지 않고 스스로 뉘우쳐 회개하지 않으면 잠깐 사이에 곧 열세 가지 승잔을 범한다.
만약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되면,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비구니는 곧 하늘과 사람 가운데 도적이며, 나찰의 괴수로서 반드시 악도에 떨어져 크고 무거운 죄를 범한다.
만약 비구ㆍ비구니가 진실로 백골을 보지 않고도 스스로 백골을 보았다 하고,
나아가 아나반나(阿那般那)하였다고 말하면,
이 비구와 비구니는 모든 하늘과 용과 귀신들을 미혹하게 하고 세간의 사람을 속이는 것이다.
이 악인의 무리는 곧 파순(波旬)의 종자이다.
거짓말[妄語]을 위한 까닭에 스스로 말하기를,
‘나는 부정관(不淨觀) 내지 정법(頂法)을 얻었다’고 한다.
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목숨이 다한 뒤에 우박과 비보다 빠르게 반드시 마땅히 아비지옥(阿鼻地獄)에 떨어진다.
수명은 1겁(劫)으로서 지옥으로부터 나와서는 아귀(餓鬼) 가운데 떨어지고, 8천 세(歲) 동안 뜨거운 철환(鐵丸)을 삼킨다.
아귀로부터 나와서는 축생 가운데 떨어져, 태어나면서부터 무거운 짐을 지고, 죽어서는 또 가죽이 벗겨진다.
그렇게 5백의 몸을 거치고 나서야 다시 사람 가운데 태어나지만, 귀먹고 눈멀고 벙어리이고 곱사등이며 나머지 백 가지 병으로서 의복을 삼는다.
이와 같은 괴로움을 거치는 것을 자세히 말할 수 없다.
만약 우바새(優婆塞)가 진실로 좌선을 하지 않고도 스스로 좌선하였다고 말하고,
진실로 범행(梵行)을 하지 않고서 스스로 범행을 하였다고 말하면,
이 우바새는 뜻을 잃은 죄를 얻는다.
깨끗하지 않고 지음이 있고 일어나지 않아 더러운 전타라(旃陀羅)에 떨어져 악과 벗이 된다.
이는 썩은 종자로서 좋은 싹을 내지 못한다.
이양(利養)을 탐하기 때문에 많이 구하고 만족함이 없다.
하루가 지나고, 나아가 닷새 동안 큰 거짓말을 범한다.
이 큰 악인을 파순(波旬)이 부린다.
이는 전타라로서 어린 아이를 죽이는 나찰과 같다.
마땅히 반드시 3악도(惡道) 가운데 떨어진다.
이 우바새의 목숨이 다하려 할 때, 열여덟 가지 지옥의 불 수레와 숯이 든 화로와 변화된 나쁜 일이 일시에 그를 마중한다.
마땅히 반드시 3악취(惡趣) 가운데 떨어진다. 의심하지 말아라.
만약 우바새가 진실로 부정관(不淨觀) 내지 난법(暖法)을 얻지 못하였으면서도 대중 가운데서 증상만(增上慢)을 일으키고,
이와 같이 말하기를,
‘나는 부정관 내지 난법을 얻었다’라고 하면,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우바새는 곧 하늘과 사람 가운데의 도적이다.
세간의 천룡팔부(天龍八部)를 속이는 것이다.
이 우바새는 목숨이 다한 뒤에 우박과 비보다도 빠르게 반드시 마땅히 아비지옥에 떨어진다.
1대겁(大劫)을 채우고서 지옥의 목숨이 다하면 아귀 가운데 태어나고, 8천 세가 지나도록 뜨거운 철환(鐵丸)을 삼킨다.
아귀로부터 나와서는 축생 가운데 떨어져, 태어나면서부터 항상 무거운 짐을 지고, 죽어서는 또 가죽이 벗겨진다.
그렇게 5백의 몸을 거치고 나서야 다시 사람 가운데 태어나지만, 귀먹고 눈멀고 벙어리이며 곱사등이며, 나머지 백 가지 병으로서 의복을 삼는다.
이와 같은 괴로움을 거치는 것을 자세히 말할 수 없다.
만약 우바이(優婆夷)로서 다른 것을 나타내어 대중을 현혹시키고, 진실로 좌선을 하지 않고서도 좌선하였다고 말하면,
이 우바이는 뜻을 잃은 죄를 얻는다.
번뇌에 얽히고 깨끗하지 않으며 일어나지 않고, 타락하고 부정하여서 더러운 전타라가 된다.
이 우바이는 악과 벗이 되고, 곧 악마의 권속이다.
반드시 마땅히 3악취(惡趣) 중에 떨어진다.
이 우바이는 지난 때를 말하지 않고 스스로 뉘우치지 않는다.
잠깐 사이나 하루 내지 닷새가 지나도 이 우바이는 탐하고 구하여 만족함이 없다.
진실로 범행(梵行)이 아닌데도 스스로 범행을 하였다고 말하고, 진실로 좌선(坐禪)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좌선하였다고 말하면,
이 큰 악인(惡人)은 반드시 마땅히 3악취 가운데 떨어져 업(業)에 따라 태어남[生]을 받는다.
만약 우바이가 진실로 부정관(不淨觀) 내지 난법(暖法)을 얻지 않고서,
대중 가운데서 증상만(增上慢)을 일으키며 스스로 말하기를,
‘나는 부정관 내지 난법을 얻었다’고 하면,
이 우바이는 하늘과 사람 가운데 도적이다. 목숨이 다한 뒤에 우박이나 비보다도 빠르게 반드시 아비지옥에 떨어진다.
1대겁(大劫)을 채우고서 지옥의 목숨이 다하면 아귀 가운데 태어난다. 8천 세가 지나도록 뜨거운 철환을 삼킨다.
아귀로부터 나와서는 축생 가운데 떨어져, 태어나면서부터 항상 무거운 짐을 지고, 죽어서는 또 가죽이 벗겨진다.
그렇게 5백의 몸을 거치고 나서야 다시 사람 가운데 태어나지만, 귀먹고 눈멀고 벙어리이며 곱사등이며, 나머지 백 가지 병으로서 의복을 삼는다.
이와 같은 괴로움을 거치는 것을 자세히 말할 수 없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가 생각을 집중하고 뜻을 머물게 하여 마음이 산란하지 않고, 단정히 앉아서 바르게 받아 뜻을 한 곳에 머물고 모든 근(根 : 感官)을 닫으면,
이 사람은 마음이 평안한 염정(念定)의 힘 때문에 비록 경계가 없다 하여도, 몸을 버려 죽어서 도솔천(兜率天)에 태어나고, 미륵을 만나 미륵과 함께 염부제에 하생(下生)하여 용화(龍華)의 첫 모임에서 가장 먼저 법을 듣고서 해탈도(解脫道)를 깨닫는다.
또 다음으로, 아난아, 부처가 멸도한 뒤, 오탁악세(五濁惡世) 중에, 만약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가 있어,
진실로 범행을 닦고 열두 가지 두타행(頭陀行)을 행하여 몸을 장엄하고 마음으로 염정(念定)을 행하고,
백골관(白骨觀)을 닦아 부정(不淨)을 관하여 깊은 경계에 들어가고,
마음의 눈이 밝고 날카로워 선법(禪法)에 통달하면,
이와 같은 사부대중은 불법의 증장(增長)을 위한 까닭에,
법이 멸하지 않게 하기 위한 까닭에 마땅히 몸과 입과 뜻을 비밀히 해야 한다.
마치 어떤 사람이 몸과 마음에 병을 만난 것과 같다.
훌륭한 의사는 마땅히 제호(醍醐)를 먹어야 한다고 처방한다.
이때 병자는 곧 국왕을 찾아가 제호를 구걸한다.
왕은 가엾이 여기기 때문에 곧 제호를 하사한다.
이로 인하여 ‘마땅히 바람과 먼지가 없는 조용한 집에서 이를 마시도록 한다.
마시고 나서 입을 다물고, 4대(大)의 기운을 고르게 하여 법도(法度)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병든 사람이 제호를 복용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한다.
만약 비구ㆍ비구니로서 이 감로의 관정(灌頂)의 약을 복용하는 자는, 오직 법을 알고 가르치는 스승을 제외하고는, 망령되게 다른 사람에게 선설(宣說)할 수 없다.
만약 다른 사람에게 설하면 곧 경계를 잃고, 또 열세 가지 승잔(僧殘)의 죄를 범한다.
만약 여러 세속인[白衣]이 선정(禪定)을 행하고자 하여 다섯 가지 신통을 얻었어도,
오히려 남에게 선설하기를,
‘나는 신통과 신선의 주술(呪術)을 얻었다’고 하지말고,
일체를 비밀히 해야 하거늘,
하물며 출가하여 구족계(具足戒)를 받은 자이겠는가?
만약 부정관 내지 난법을 얻으면 망령되이 남에게 선설해서는 안 된다.
만약 남에게 설하면 곧 경계가 없어지고 많은 중생으로 하여금 불법 중에서 의혹의 마음을 내게 한다.
이 까닭에 나는 지금 이 대중 가운데서 여러 비구ㆍ비구니가 만약 부정관 내지 난법을 얻으면,
마땅히 비밀히 수행하여 마음을 밝고 날카롭게 하고,
오직 지혜로운 스승에게만 설하고,
남에게 널리 전하거나 설하는 것이 아니라고 법도를 정하는 것이다.
만약 남에게 설하면 이양(利養)의 마음 때문에 때를 응하여 곧 열세 가지 승잔(僧殘)을 범한다.
지난 때를 뉘우치지 아니하고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으면, 또한 무거운 죄를 범함이 앞에서 설한 것과 같다.
또 다음으로 아난아, 부처가 멸도한 뒤에 눈앞에 부처가 없는데 사부대중인 제자로서 해탈을 구하는 자가 부정관을 얻으면, 마땅히 비밀히 감추고서 남으로 하여금 알지 않게 해야 한다.
비유하건대 어떤 사람이 오탁악세에 태어나 빈궁하고 고독하여 무도(無道)한 왕에게 속하였다.
그 빈궁한 사람이 땅을 파서 물을 구하는데 숙세의 인연으로, 감추어진 수많은 값진 보물을 갑자기 발견하여 얻게 되었다.
나쁜 왕이 두려워 이 보물을 비밀히 감추고서 남에게 알리지 않고,
오직 남모르는 곳에서 이 진귀한 보물을 취하여 처자에게 주어 비밀히 쾌락을 받는 것과 같다.
부처가 멸도한 뒤에 사부 제자로 선(禪)의 즐거움을 얻은 자도 또한 이와 같다.
마땅히 비밀하게 이를 감추고 널리 설하지 않아야 한다.
널리 설하는 자는 크고 무거운 죄를 범하는 것이다.
또 다음으로 아난아, 비유하건대 어떤 장자에게 외아들이 있었는데, 크고 중한 병에 걸려 눈썹이 다 빠졌다.
이때 장자는 속으로 스스로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쇠약하다. 오직 하나인 이 외아들이 중한 병에 걸렸으니, 어느 곳에서 마땅히 훌륭한 의사를 구하고 찾을 수 있을까.’
이 말을 마치고서 큰 재보(財寶)를 꺼내어 훌륭한 의사를 찾아 나섰다.
장자는 숙세의 복(福)으로 인해서 곧 많은 약방문을 아는 한 의사를 만났다.
장자가 말하였다.
‘오직 원하오니 대사(大師)여, 큰 자비를 일으켜 주십시오.
저에게 외아들이 있는데 병을 얻은 지 오래입니다. 오직 원하오니 대사께서 병을 구하여 낫게 해주십시오.
지금 나의 집에는 수많은 재보가 있습니다. 마치 북방의 비사문천왕(毘沙門天王)과 같습니다.
만약 병을 고칠 수만 있다면, 만약 아들이 나을 수만 있다면, 오직 내 몸을 제외하고서 일체를 받들어 올리겠습니다. 결코 어기지 않겠습니다.’
그때 그 훌륭한 의사는 장자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지금 일곱 겹으로 된 어두운 방을 짓고 지극히 깊고 비밀하게 하시오.
그런 뒤에 당신의 아들로 하여금 약을 먹도록 하시오. 이 약을 먹고 나서는 사람을 만날 수 없고 남에게 말해서도 안됩니다. 4백 일이 지나면 아이는 곧 나을 것입니다.’ ”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부처가 멸도한 뒤에 부처의 사부대중 제자로서 선정(禪定)을 닦아 해탈을 구하는 자는,
마치 위중한 병자가 훌륭한 의사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과 같이,
마땅히 고요한 곳에서, 혹은 무덤 사이에서, 혹은 숲의 나무 아래서, 혹은 아련야처(阿練若處)에서 깊고 깊은 모든 현성(賢聖)의 도를 닦고 행해야 한다.
마땅히 몸과 입을 비밀히 하여 안으로 마음 가운데서 4범행(梵行 : 四無量心)을 닦고, 4념처(念處)를 닦고, 4정근(正勤)을 닦고, 4여의족(如意足)을 닦고, 5근(根)을 닦고, 5력(力)을 닦고, 7각도(覺道)를 닦고, 8성도분(聖道分)을 닦고, 4선(禪)을 닦고, 4무량(無量)을 닦아서, 마음이 깊고 깊은 한량없는 공삼매(空三昧)의 문에 들어가고, 나아가 6신통을 얻는다.
이와 같이 여러 가지 뛰어나고 훌륭한 공덕을 다만 마땅히 한마음으로 비밀하게 이를 행하고,
삼가 허망하게 많은 무리 앞에서 스스로 보통사람을 초월한 법[過人法]을 얻었다고 말하지 말아야 한다.
만약 보통사람을 초월한 법을 얻었다고 말하면 앞에서 설한 것과 같이 반드시 아비지옥에 떨어진다.”
[법이 사라지니, 정진하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반열반(般涅槃)한 뒤, 처음 1백 년 동안 이 부정관(不淨觀)은 염부제에서 행해진다. 방일한 자에게는 4제(諦)를 관하게 한다.
하루 중에 무상관(無常觀)을 닦아서 해탈을 얻는 자는 내가 세상에 머물 때와 같아 다름이 없다.
2백 년 뒤에는 이 염부제의 사부(四部)의 제자를 둘로 나눈 것 가운데 하나의 제자가 무상관을 닦아서 해탈의 도를 얻는다.
3백 년이 된 때, 사부의 제자를 넷으로 나눈 것 가운데 하나의 제자가 무상관을 닦아서 해탈의 도를 얻는다.
4백 년이 된 때, 사부의 제자를 다섯으로 나눈 것 가운데 하나의 제자가 무상관을 닦아서 해탈의 도를 얻는다.
내가 열반 후 5백 년이 된 때, 사부의 제자를 열로 나눈 것 가운데 하나의 제자가 무상관을 닦아서 해탈의 도를 얻는다.
6백 년이 된 때 사부의 제자를 백으로 나눈 것 가운데 하나의 제자가 무상관을 닦아서 해탈의 도를 얻는다.
7백 년이 된 때, 사부의 제자를 천으로 나눈 것 가운데 하나의 제자가 무상관을 닦아서 해탈의 도를 얻는다.
8백 년이 된 때, 사부의 제자를 만으로 나눈 것 가운데 하나의 제자가 무상관을 닦아서 해탈의 도를 얻는다.
9백 년이 된 때, 사부의 제자를 천만(千萬)으로 나눈 것 가운데 하나의 제자가 무상관을 닦아서 해탈의 도를 얻는다.
천 년이 된 때, 사부의 제자를 억(億)으로 나눈 것 가운데 열 사람, 백 사람이 무상관을 닦아서 해탈의 도를 얻는다.
천년이 지나고 나서, 이 무상관이 비록 다시 염부제 안에서 유행(流行)한다 하여도 억억천만(億億千萬)의 수많은 제자 가운데 하나, 혹은 둘만이 무상관을 닦아서 해탈의 도를 얻는다.
천오백 년 뒤, 만약 어떤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가 무상(無常)ㆍ고(苦)ㆍ공(空)ㆍ무아관(無我觀)을 찬탄하고 선설하면, 많은 중생이 질투심을 품고, 혹은 칼로 베고, 혹은 기왓장으로 그 사람을 때리고 욕하여 말한다.
‘어리석은 사람, 세간 어느 곳에 무상관ㆍ고ㆍ공ㆍ무아가 있는가?
몸의 피부는 희고 깨끗하기가 한량없는데 어찌하여 도리어 몸이 부정하다고 말하는가?
너는 큰 악인이다. 마땅히 핍박받고 배척받아야 한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 때, 백천(百千)의 사람 가운데 무상관을 닦는 자는 한 사람도 없다.
이 현상이 나타날 때, 법당(法幢)은 무너지고 지혜의 해[慧日]는 지고 일체 중생은 눈이 멀어 안목(眼目)이 없다.
석가모니불에게 제자가 있다 하지만, 입은 가사(袈裟)는 목두번(木頭幡)과 같아 자연히 속화(俗化)하고,
여러 비구니는 마치 음녀(婬女)와 같아, 색(色)을 팔아서 이로써 스스로 살아간다.
여러 우바새는 전타라와 같이 살생에 법도가 없고,
여러 우바이는 사음(邪婬)이 무도(無道)하여 속임수가 백 가지이다.
이 현상이 나타날 때, 석가모니의 위없는 정법(正法)은 영원히 사라지고 남음이 없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부처의 말씀을 지녀서 미래세의 사부 제자를 위하여 마땅히 널리 그 뜻을 선설하고 분별하고, 삼가 잊어버리지 말아야 한다.
또 다음으로 아난아, 너는 마땅히 오는 세상의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마땅히 말하기를,
‘여래의 큰 법은 오래지 않아서 마음에서 사라진다.
너희들은 불법 중에서 마땅히 부지런히 정진하여야 한다.
마땅히 고ㆍ공ㆍ무상ㆍ무아 등의 법을 관하여야 한다’고 하여야 한다.”
부처님께서 이 말씀을 설하실 때, 8천의 천자(天子)는 무상(無常)을 깨달았고, 번뇌를 멀리 여의었으며, 법안정(法眼淨)을 얻었다.
5백의 비구는 곧 자리에 앉은 채로 모든 법을 받지 않고 번뇌가 다하고 뜻을 이해하여 아라한을 이루었다.
이때 장자 아기달과 1,250의 비구와 모든 하늘과 용과 귀신은 부처님의 이 무상관문(無常觀門)을 설하심을 듣고서 마음이 열리고 뜻을 깨달아, 모두 다 고(苦)ㆍ공(空)ㆍ무상(無常)을 통달하고 깨달았다.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환희 하여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