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보의 하모 열공기(16) – 한 하모 고수의 이야기/크로매틱 G키 정복/내주를 가까이(G)

[하모열공]

왕초보의 크로매틱 14번째 시도예요. 가르침이나 조언, 또는 의견을 댓글로 주시면 고맙겠어요.

크로매틱 하모니카를 포기했다가 다시 시작한지 1년이 넘었네요. 약간 슬럼프에 빠진 거 같아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다음과 같은 한 크로매틱 하모니카 고수의 인터뷰 기사를 접했어요.

“단칸 월세방에서, 꼬박 1년간, 날마다 죽음만 생각했어요. 그 와중에도 차마 내버리지 못하고 끌어안은 짐들은 왜 그렇게나 많은 

지. 겨우 몸 하나 누일 공간 뿐인 그 쓰레기더미 방구석에서 라면 하나 끓여 쩍쩍 갈라진 입술 사이로 막 밀어 넣는데, TV에서 

음악이 흘러나왔어요. 무심히 고개를 들어보니, 시커먼 안경을 쓴 장님 하나가 하모니카를 연주하는 거예요. 그  하모니카 소리가 어찌나 감미롭고 눈이 부시던지, 주루룩 뜨거운 것이 뺨 위로 쏟아져 내렸어요.”

그 장님 연주자가 바로 대한민국 하모니카의 아이콘 전재덕이었단다. 그는 눈물콧물 범벅이 된 얼굴로 쓰레기더미들 

속에서 하모니카를 찾아 불어보았다. 하지만 소리가 달랐다. 그 길로 세운상가로 달려가, 물어물어 전재덕이 분다는

하모니카를 구했다. 그렇게 그는 크로매틱 하모니카와 인연을 맺으며 다시 일어섰다.

“가르쳐주는 사람도, 변변한 교본조차 없었어요. 하지만 하루 적게는 10시간, 많게는 17시간씩 집에서 크로매틱하모니카만 불어대며, 5년을 보냈죠. 그러면서 점차 음악도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었어요. 신용불량자에 빈손 뿐인 제게 새로운 인연도 찾아

왔죠. 지금도 늘 11년 전의 그날을 되새기곤 해요. 새롭게 인생의 눈뜬 그날을, 그 감동을 평생 잊지 않고 살 겁니다.”

하루 10시간씩, 5년이면 약 18,000시간이네요. 그렇게 해야 고수가 되나 봐요. 저는 크로매틱을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위의 인터뷰 기사를 접하고 슬럼프에 빠진 자신이 부끄러웠어요.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는

옛 시조를 떠올리며 한 발짝씩 뚜벅뚜벅 올라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G 키 연습

이번 달에는 G 키를 연습해 보았어요. G 키는 12개 키 중 C, F 키 다음으로 쉬운 것 같아요. 샤프가 하나 붙어 있는 G 키는 샤프가 

많은 다른 키들의 기본이 되는 것 같아요. 샤프가 붙는 그룹을 제 나름대로 “5형제 그룹”이라고 명명했어요. 앞으로 5형제 그룹 즉,

G, B, E, A, D키를 차례로 연습해 볼 예정이예요. 연습 순서는 스케일 이미지가 서로 유사한 순서예요. 금년 7월이면 12개의 키를 모두 한번씩 연습해 볼 것 같네요.

1.    연습곡 선정: 이번 달에는 영화 타이타닉에서 유람선에 탔던 승객들이 익사하기 전 마지막 순간에 연주되었던 노래로 

    유명해진 “내 주를 가까이”를 골라 봤어요. 6/8박자로 느리고 좀 애절한 곡이예요.

2.    이동도법 계명창: 샤프가 하나 밖에 없어서 고정도법으로 연주하고 싶은 충동이 강했어요. 하지만 이동 도법으로 오선 악보를

    보고 계명창을 했어요. 어차피 트레몰로 연습에도 이동도법 훈련이 필요하고, 또한 고정도법으로 악보를 읽고 연습할 경우, 

    후에 악보가 없으면 연주를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아서요. 가능할 지 모르지만 먼 훗날 저의 궁극적인 목표는 악보를

    보고 바로 시창을 하면서 하모니카로 옮기는 거예요.

3.    하모니카 음자리 찾기: 12홀 크로매틱 C키 하모니카에서 G 음자리를 아래 표와 같이 찾았어요(1-8홀까지만 표시). G장조 

    “도”의 구멍 위치는 3홀의 윗 구멍이예요. 이를 기준으로 “도레미파솔라시도”의 위치를 찾으면 다음과 같아요. 으뜸음인 

    “도”의 위치와 첫홀 첫음인 “파”의 위치를 기억하면 도움이 되더라고요. 아래의 “G 음자리표”에서 첫홀 첫음인 “파”는 

    오선 악보 C 장조에서 아래 덧줄에 있는 “도”에 해당해요.”

G 키 음자리표

홀번호	1	2	3	4	5	6	7	8
음 자리	파피* 솔실*	라릴* 릴시*	도디* 레리*	파피* 미파*	파피* 솔실*	라릴* 릴시*	도디* 레리*	파피* 미파*

G 키 암기용 이미지

장조	첫음	암기용 이미지
G(#)	파	↓   ↘   ↓   。
B	레	↓’   ↘   ↓’  。
E	라	↓’   ↘   ↙  。
D	시	↙   ↘   ↓   。
A	미	↙   ↘   ↙  。

주1: 기호의 의미: 위의 표에서 ↓는 위아래 구멍에서 둘다 레버를 누르지 않은 상태, ↘는 윗 구멍은 레버를 누르지 않고

아랫 구멍은 레버를 누른 상태, 。표는 레버를 누르지 않은 상태의 한 음을 뜻해요. ↓’ 표는 위아래 구멍에서 모두 레버를

누른 상태를 뜻해요.

주2: 암기용 이미지: 위 5개의 암기용 이미지를 보면 2홀은 모두 ↘, 4홀은 모두 。 모양이예요. 따라서 각각 1홀과 3홀의

모양만 기억하면 돼요. 이 모양을 홀 번호와 함께 기억하면 스케일을 연습하는 데 도움이 돼요.

주3: 이명동음: 2홀을 보면 “릴”이 둘 있죠. 하나는 윗 구멍 우측에, 다른 하나는 아랫 구멍 좌측에 있어요. Enharmonic 즉 이명동음이라고 해요. 연주자가 편리한 대로 선택할 수 있어요. 저는 윗 구멍의 “릴*”을 택해요. 아랫 구멍의 “릴”은 

들숨이어서 호흡이 어려울 때가 많기 때문이예요. 그리고 4홀과 5홀을 보면 “파”가 셋 있죠. 저는 4홀의 윗 구멍과 아랫

구멍에 있는 “파” 대신 5홀 윗 구멍에 있는 “파”를 택해요.

주 4: 임시표: 악보에 가끔 임시표가 붙는 경우가 있어요. 임시표를 불 때는 위의 G 음자리표를 다시 보면서 반음을

올리거나 내린 음의 구멍이 어디인지 찾으면 쉬워요.

4.    “도미솔도”, “레파라시” 위치 익히기: 음 자리를 대략 알았지만 막상 하모니카 구멍에서 해당 음을 찾으려면 어려웠어요.

     그래서 “도미솔도”, “레파라시”, 그리고 거꾸로 “도솔미도”, “시라파레”를 불며 하모니카 구멍에 있는 음 자리를 다시

     익혔어요.

5.    스케일 연습: 각 홀과 암기용 이미지를 머리에 그리면서 1홀부터 7홀까지 {1홀}파솔 {2홀}라시 {3홀}도레 {4홀}미 {5홀}파솔, 

    {6홀}라시, {7홀}도, 그리고 역으로 {7홀}도 {6홀}시라 {5홀}솔파, {4홀}미, {3홀}레도, {2홀}시라, {1홀}솔파까지 

    스케일을 연습했어요. 또한 “도미, 레파, 미솔, 파라, 솔시, 라도, 시레도”, 그리고 역으로 “도라, 시솔, 라파, 솔미, 파레, 미도, 

    레시도” 와 같이 연습을 했어요. 이러한 배열의 스케일은 상당히 어려웠어요.

이 스케일을 많이 반복 연습하면 이미지를 생각하지 않아도 C 장조에서 처럼 입이 저절로 구멍을 찾아가더라고요.

이것을 영어로는 Muscle Memory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한참 지나면 스케일을 또 잊어버려요. 이때마다 암기용 

이미지를 떠올리면 바로 복구돼요. 참고로 용코(카페지기) 님께서 이 카페에 올려 주신 G 스케일을 첨부해요. 이 기회를

빌어 디시 한번 용코 님께 감사드려요. (참고: 아래의 용코 님 제공 G 스케일을 따라 불어 보려면 암기용 이미지에서 3홀 윗구멍에서 시작하여 3홀 “도레”, 4홀 “미”, 그리고 1홀로 가서 “파솔”, 2홀 “라시” 3홀 “도”와 같은 순서로 머리에 

그리면서 연습하면 쉽더라고요.)

[용코 님 제공 G 스케일]

G major만 느리게.mp3

6.    더듬 더듬 불기: 그 다음에는 악보를 보면서 해당 계명의 구멍을 하모니카에서 찾아 한 음씩 더듬 더듬 불었어요. 반복하면

    곧 익숙해져요. 악보를 보면서 속으로는 계명창을 하면서 더듬 더듬 불면 각 음의 위치가 빨리 익혀지더라고요.

7.    MR 이용한 연습: 더듬 더듬 홀을 찾아 멜로디가 연결되고 익숙해지면 악보를 보지 않고 불고, 더 익숙해지면 MR을 

    들으면서 불었어요. 이 단계는 연습의 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미 있어요.

8.   G키에서 다른 아는 곡 불어 보기: 스케일과 연습곡을 많이 연습한 후 다른 아는 곡들을 악보 없이 G키에서 불어 보면

   서툴기는 하지만 저절로 입이 음을 찾아가요. 이 정도가 되면 G 키를 어느 정도 정복한 셈이겠죠?

가장 지루하고 어려운 부분은 스케일 연습이예요. G스케일을 매일 새벽에 걸으면서 1시간씩 한 달간 연습했어요.

이상은 제 나름대로의 방법일 뿐이예요. 더 좋은 방법이 있으면 저의 글을 무시해 주세요. 여러 크로매틱 교과서에서는 위와는

다르게 설명할 거예요.

왕초보 올림

[단거]

요즘 이곳은 하루하루가 마치 전쟁터 같습니다.
마스크 사려고 서있는 긴 줄. 저는 지난 토요일 줄섰다 바로 앞에서 재고가 떨어졌다는 황당한 시련도....
그래도 이또한 지나고 나면 한 추억이 되겠죠. 열공님처럼 정말 열공해야 하는데 요즘은 거의 하모니카 손놓고 있답니다.
"G""키 정복을 축하드립니다.
위에 언급하셨듯이 연습 때 꼭 계명창으로 하셔야 악보를 외우셔서 어떤 키든지 연주가 가능해집니다.
연주가 너무 훌륭하십니다. 싱글음이 너무 깨끗합니다. 이제는 연주 하실때 비브라토 연습을 곁들여 하시면 더 재미있으실듯 싶습니다.
계속해서 파이팅입니다.^.^

[하모열공]

원로 선배님, 격려의 말씀 정말 감사해요. 코로나바이러스 땜에 전 새계가 난리네요. 이곳 섬나라 뉴질랜드에도 확진자가 5명이래요! 부디 건강하시길... 말씀대로 비브라토를 연습해 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