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7일 수요일! 26연대 2교육대 수료식
드디어 진짜 사나이로 변모한 아들을 만나는 날이다.
4일-이날부터 고민 끝에 수첩에 하나 둘, 목록을 써 내려갔다.
5일- 마트에가서 목록별로 재료를 구입했다. 찬찬히 한다고 했는데도 빼놓은
것이 있어 다시 준비하고, 밤 늦게 쌀 8Kg을 물에 담궈 두었다.
6일- 아침 5일 저녁에 담궈 놓은 쌀을 건져 가래떡과 절편을 빼고, 저녁 6시
부터 음식을 만들다 보니 자정이 되어서야 음식준비가 끝이 났다.
현관문 주변에 수북히 쌓여 있는 짐 보따리가 한 살림 차려도 될 것 같은
양이다. 닭갈비 6Kg과 거기에 따른 부수적인 부재료, 김치찌개, 갖가지 부침,
식혜, 과일, 떡, 떠 먹을 용기들과 심지어 휴지, 종량제 봉투까지... 10명이 먹을
양이니 그럴 만도 하지...모든 준비를 마치고 잠을 청했다.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일어나니 7일 03시 40분!
7일-논산 수료식장으로 출발~!!!
춘천에서 논산까지 네비게이션은 3시간 30분 걸린다고 친절하게 안내를 했다.
며칠전 아들의 당부도 있고 해서 우린 5시에 출발하기로 했다. 함께 가는 인원
이 5명이다 보니 조금 지체되어 5시 30분에 집에서 출발하여 훈련소에 도착하
니 9시 정도였다. 교통은 혼잡하지 않고 순탄했다.
훈련소 입구에서 빨간 모자를 쓰고 차량을 안내하는 조교들의 안내를 따라
2차로를 주행하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7중대 면회 신청지가 어디인지 다시
조교에게 물어 법당으로 향하는데 멋진 아들들이 추운 기색으로 소대별로
모이고 있었다. 정말 찡하는 기분에 흥분하여 그 앞을 지나오다가 "아들"
불렀더니 대다수의 아들들이 "어머니"하고 답변을 했다.
정말 푼수 같은 내 행동에 반응한 우리 아들들!
그 대답속에 어머니와 떠나온 집을 그리워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그 모습을 뒤로한 채 10분 정도 훈련소 정문쪽으로 걸어 내려와 법당 정문에
들어서니 커다란 부처상 앞, 작은 건물(화장실) 옆에서 조교들이 책상을 4개
놓고 접수하는 모습이 보였다. (날씨가 참으로 많이 추운데 냉기를 막아주는
아무런 조치도 없이 수료식에 오신 부모들을 위하여 봉사하는 조교들... 참으로
많이 감사했다. )생각과는 달리 면회 외출 신청은 참으로 쉬웠고 간단했다.
면회 신청증과 함께 받은 안내지에는 수료식때 앉을 아들의 위치까지 친절하게
적혀 있었다. 한 시간 30분을 일찍 도착한 우리는 아들을 잘 볼 수 있는 위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중간에 일직선으로 놓인 의자는 5,6,7,8중대 훈련병들이
앉는 자리라고 조교들은 그곳을 비워둘 것을 강조했다.
많은 부모님들과 면회객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26연대 2교육대 수료식장(법당)
을 가득 채웠다. 아들을 보고싶은 부모님들의 마음이 참으로 대단했다. 그 결과
아들들이 앉아서 수료식을 마쳐야 할 자리에까지 부모님들이 침범하는 웃지 못
할 진풍경이 몇 차례 있었는데 알지 못하면 그럴 수도 있지... 수료식장이 커서
인지 수료식 관계자가 말씀하시는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10시 30분이 가까워 오자 면회객들이 주시하는 가운데 늠름한 진짜 사나이들
이 지하에서 나타났다. 모두 한 곳을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막내딸이 "저기 이
명균 아냐?" 하하! 오빠가 그렇게 빨리 우리 앞에 모습을 보일 줄 상상도 못한터
라 깜짝 놀라 자기도 모르게 외친 외침이었다. 그 때까지 난 모두가 똑 같은 모
습이라 아들을 발견하지 못하고 찾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들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그곳으로 향하여 달려 갔고 양팔을 벌려 다가 오고 있는 아들을 향해
"아들" 하고 부르는데... "엄마 안 돼요!"라며 아주 작게 말을 하며 손을 아래로
향하여 양 옆으로 가로 저었다.
아차! 싶어 그냥 내 자리로 돌아와서는 아들이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만 입을 해
죽하게 벌리고 쳐다 보았다. 아들의 기색은 참 좋아보였다.
입영 보낼 때보다 더 건강해 보였다고 감히 표현해 본다.
7중대가 자리에 모두 착석하고, 8중대가 입성! 모두 각자 자리에 앉고 정렬이
끝나자 식은 시작!
군대 시간은 칼이라더니 정확하게 10시 30분이 되어 식이 진행 되었다.
식은 수료식 행사 엿보기의 동영상과는 다르게 '국기에 대한 경례'를 시작으로
애국가 제창, 묵념... 부모에 대한 경례...
(중간에 화장실 때문에 못 보았어요ㅜㅜ)
마지막으로 아들을 직접 만 날 수 있는 순서는 식장 밖 큰 불상 앞에서 갖는다
고 했다.
모든 면회객들이 일제히 밖으로 나와 아들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입구가 양쪽으로 나 있기에 관계자의 설명을 듣지 못한 우리는 어느 곳으로
아들이 나올지 몰라 갈팡 질팡 하고 있다가 조교들에게 물어 알려준 곳으로
찾아가니 아들은 이미 부모를 찾아 자리를 떠나고 난 다음이었다.
(그와 동시에(10:50) 남편은 차량이 혼잡해질 것을 우려하여 주차장으로
이동하여 차를 훈련소 정문 밖 육교 아래에 세워 둔다며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큰 딸아이가 나를 불러 돌아보니 아들이 나를 발견하고 먼저 뛰어와 '와락'
안아 주었다.
나도 아들, 고생했다. 라며 함께 꼭 안았다. 이 감동과 기분!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지만 기쁜 맘으로 눈물을 거두고 아들의 인사를 받았다.
"충성!" 아들이 멋진 모습과 우렁찬 목소리로 거수 경례를 했다.(충성은 아들이
특별히 저에게 개인적으로 한 인사입니다. 훈련소에서는 쓰지 않는다고 하던
데...) 애써 눈물을 감추고, 아들에게 이등병 계급장을 달아 주는데 다른 사람
같이 느껴지고 멋지게 변한 모습 장해보여 뿌듯했다.
난 아들의 손을 꼭 잡고 조교들의 안내를 받아 횡단 보도를 지나 인도로 정문을
빠져나와 잠시 쉴 장소로 20분을 달려 도착 했다. (대전, 전주. 익산까지 외출
허용 ^^)
쉴 장소는 연산에 있는 남편 친구분의 회사 사택이었다.
그 곳에서 우린 준비한 음식을 풀어 거하게 한 상 차렸는데,
친구분이 초밥과 오골계 탕을 시키신 덕분에 먹을 거리가 넘쳐났다.
준비한 음식을 막 먹고 있는데 정확하게 12:00에 남편의 휴대폰으로
육군 본부에서 문자가 왔다.
전속부대 '3사단' 이라고...
난 잘 모르지만 이 부대는 강원도 철원에 있는 그 유명한 '백골부대'라고 한다.
아들은 깜짝 놀라더니 이내 풀이 죽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들고 있던 숟가락을 내려 놓고 상심모드... 어찌된 일일까?
(참, 야속한 남편! 밥을 다 먹고 나서 일러주지...! )
미안했던지 아들을 위로하는 아빠의 한 마디 " 야, 괜찮아 전방부대가 더 편해!"
아들은 그 소리를 들어서일까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음식을 먹어본다.
하지만 나 역시 음식이 입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럭 저럭 차린 음식을 먹고 남편과 아들은 바쁜 중에도 수료식에 찾아와 준
아들의 친구를 논산역에 데려다 주고, 2:00부터 힘든 몸과 마음 달래려 한잠
낮잠을 자고 일어난 시각이 3: 40분경!
차려간 음식을 더 먹이려 했더니 먹지 못하겠다며 그냥 복귀 하겠다고...
그래서 우린 4시에 훈련소를 향하여 갔다.
훈련소 입구에 도착하여 앞차를 따라 우리는 유턴을 하다가 중간지점에서
차를 세우고 아들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차를 돌리려다 길을 막으려는
조교에게 물었다.
" 왜 길을 막으세요?"
"이건 불법입니다",
"훈련소 안으로 들어가셔서 아드님을 내려 주시고 영내에서유턴해야합니다"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우린 앞차가 우릴 인도해주는 차인냥 따라 갔다가 아들과 더 있을 시간을
놓친 격이 되었다.
분명히 '훈련소 안에까지 함께 동석해야 한다'고 초대장에 안내 되어져 있건만
그것을 지키지 않아 아들에게 미안하고 큰 아쉬움이 남는다.
※후임 훈련병 부모님들~
저처럼 이런 아쉬움 남지 않도록 모르시면 무조건 조교들에게 물어 보시고,
초대장에 명시된 지시 사항을 숙지하여 저와 같은 아쉬운 일들을 면하시어
진짜 사나이로 변한 아드님을 잘 만나시고 끝까지 잘 배웅하시어 기쁨 가득
안고 댁으로 돌아오세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5주 동안 제멋대로인 아들을 맡아
멋지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군인의 모습으로 변모시켜 주신
'26연대' 연대장님, 중대장님, 소대장님, 그리고 2교육대 책임자님 이하
군 관계자 모든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특별히 이 추운 날씨에도 아랑 곳 하지 않고 자리를 이탈 하지 않으시고
그늘 진 응달에서 후배들의 부모들과 면회객들을 안내 하신 조교님들!
멋진 조교님들 덕분에 참으로 추운 이 겨울 날씨에
참으로 훈훈하고 따뜻한 수료식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조교님들~
군복무 마치는 날까지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2015년 1월 8일, 16시 42분
26연대 7중대 3소대 2분대 175번 훈련병 이 명균
엄마 김 범려 씀
첫댓글 조금주님^^조금 먼저 입영 보낸 엄마로써 당연한 일입니다. 주차장이 아들들의 숙소 내에 있는데 급하신 용변도 1,2,3교육대 별로 마련이 되어 있으니 참고 하세요. 저도 '27연대 8중대 2소대 75번 훈련병 이준기' 아드님을 위하여 기도합니다.평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