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17/ 모세가 지도자들과 함께 본청옥을 편 것 같은 하나님의 발아래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모세와 아론과 나답과 아비후와 이스라엘 장로 칠십 인이 올라가서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보니 그의 발아래에는 청옥을 편 듯하고 하늘같이 청명하더라(출 24:9~10)
출애굽기 24장 9~18절은 모세의 시내산 등하산 내용을 전하고 있는 본문 중에서도 매우 특이하다. 오직 이때에만 모세 이외에 아론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함께 시내산에 오른다. 그리고 다 함께 청옥을 편듯하고 하늘같이 청명한 하나님의 발아래를 본다. 그들 중 모세와 여호수아가 조금 더 높이 올라간다. 그리고 마침내는 모세 혼자 여호와의 영광이 머물고 구름이 가린 산 위로 올라간다. 이런 내용에 대해 여러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왜 이때만 여러 사람이 올라오도록 부름을 받았는가? 그들이 본 하나님의 발아래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구름이 가리고 영광이 머문 산으로의 접근에 왜 사람에 따라 차등이 있는가? 그리고 전체적으로 이 장면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등등. 결론부터 말하면 이 장면은 이어지는 25장부터 전개될 성소의 구조와 봉사를 시내산이란 공간에 입체적으로 펼친 모습이다. 이제 그 증거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로 모세와 함께 시내산에 오른 새로운 인물들은 아론과 그의 두 아들, 여호수아와 갈렙을 포함한 이스라엘 장로 70인들이다. 이들 새로운 등장인물들의 대표는 아론이다. 하나님은 모세에게 함께 올라오라고 한 지도자들 중에 아론을 맨 처음 언급했다. 즉 “너는 아론과 함께 올라"(출 24:1, 9절 참조)오라고 하였다. 61번 문제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이 구절은 출애굽기 19장 24절의 세부적인 묘사와 확대이다. 거기에는 "너는 내려가서 아론과 함께 올라오라고 오직 아론만 언급된다. 이렇게 모세와 함께 시내산에 오르는 인물들 중 아론을 강조하는 것은 곧 그가 전담하게 될 성소 담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둘째로 함께 시내산에 오른 지도자들은 '하나님 대면(visioDei)의 특별한 경험을 한다. 본문은 그들이 "이스라엘 하나님을 보니 그 발아래에는 청옥을 편 듯하고 하늘같이 청명하더라" (9절)고 묘사한다. 흥미로운 것은 하나님을 보았다고 하지만, 이어지는 묘사는 하나님의 모습이 아니라 그 발아래의 장면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하나님을 바라보지 못하였고 다만 그분의 임재의 영광을 보았다. 이 일이 있기 전에는 그들이 그런 광경을 보고 견딜 수 없었을 것이었다"(부조, 311). 여기서 주목해야 할 단어가 '청옥이다. 이 단어는 히브리어 사피르(sapir)를 철자 그대로 음역한 영어 단어인 sapphire(KJV)나 청금석인 lapis lazuli(NASB)로 번역된다. 히브리어 사피르는 에스겔이 본 여호와의 병거보좌를 묘사할 때 또 한 번 사용되었다. "모양이 남보석 같고(겔 1:26)의 '남보석'이 바로 그 단어이다. 하나님의 보좌가 있는 곳은 그분의 거처요 궁전인 성전이다(사 6:1 참조). 그러니 사피르(sapir)를 편 듯한 하나님의 발아래란 곧 하늘 성전의 보좌에 앉으신 하나님의 발등상 장면이다. 이는 지상 성소에 대한 기별을 주기 전에 지도자들에게 먼저 원형인 하늘 성소를 일별할 특권이 주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그것이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모세뿐만 아니라 “모세를 도와 이스라엘을 다스릴(부조, 312) 지도자들도 함께 경험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셋째로 이때 마치 후에 성소에서 마당-성소-지성소에 따라 출입할 수 있는 사람들의 등급이 있었던 것처럼 여기서도 여호와의 영광으로의 접근 정도에 따라 사람들의 등급이 있다. 백성들은 아예 시내산에 오르려고 해서는 안 되었다(2절). 모세와 다른 지도자들은 산에 오르되 "멀리서 경배"(24:1)하여야 했다. "여호와께 가까이 나아” (24:2)오라는 명령을 들은 모세는 “그의 부하 여호수아와 함께" (13절) 더 높이 올라갔다. 마침내는 모세 혼자 산에 오르매 구름이 산을 가리”(15절)다. 그들은 성소의 공간과 시간과 인간에게 적용되는 거룩의 등급을 실물교훈으로 경험하였던 것이다.
넷째로 마지막에 모세가 혼자 들어간 영광의 구름은 온전히 성소에 임한 하나님의 임재를 가리킨다. 모세가 구름 속으로 들어간 순간 본문은 "여호와의 영광이 시내산 위에 머무르고"(246a)라고 묘사한다. 여기에 사용된 두 단어 '영광'이라는 명사와 '머무르다'는 동사는 성소와 직결되는 용어들이다. 성막의 거룩함과 충만은 모두 '영광' 때문이었다(출29:43; 40:34~35), '머무르고는 “너희 중에 거할 성소"(출 25:8)의 '할'과 같은 단어인 샤칸이다. 다음 두 구절의 일치와 병행은 뚜렷하다.
출 24:156~16a 구름이 산을 가리며 여호와의 영광이 시내산 위에 머무르고 출 40:34 구름이 회막에 덮이고 여호와의 영광이 성막에 충만하매 이 모든 것은 모세가 성소를 지으라는 지시를 받기 이전에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이 시내산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성전에 대한 실제의 모델을 함께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런 의미에서 출애굽기 24장9~18절은 출애굽기 25~31장, 35~40장, 레위기 그리고 민수기 1~10장에서 전개되는 성소에 관한 기별들의 출발점이요 중심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