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마음에 귀기울이다>
*세이와 겐지 지음/양지연 옮김/목수책방
차례
1. 물가에 살다
20쪽 느릅나무(푸근한 수형/개척의 목표/아름다운 계절에 흩날리다/꿈틀거리는 나방 애벌레/물가의 단순림/신중턱에 외따로 선 거목/언제 싹을 틔울지는 부모나무가 정한다/물가가 아닌 도심에 사는 거목
39쪽 개키버들(산간 마을 풍경/화려한 개화/엄마의 노력/순식간에 나타난 씨앗/솜털은 길 안내인/작지만 재빠르게 성장하는 씨앗
53쪽 왕가래나무(자유롭게 자라다/암꽃 핀 뒤 수꽃 피는 나무, 수꽃 핀 뒤 안꽃 피는 나무'암수딴그루로 진화하는 것일까/씨앗을 퍼뜨려 주는 도우미/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씨앗이 작아도 만회할 수 있어/은은한 빛이 도는 옷장
2. 환한 교란지에 살다
74쪽. 자작나무(물빛 하늘과 하얀 줄기/과학적 천연림 조성 시도의 첫 걸음/꽃가루받이를 위해 무리 짓다/바람 타고 여행 떠
나는 수많은 씨앗/밝은 곳에서만 싹을 트ㅢ우다/한계를 극복하다/세살 버릇 여든까지-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자전거로
89쪽. 물오리나무(상처 봉합/교란지를 가로질러 걷다/꽃꽂이/싹이 트는 것을 돕는 온도 감지기/근균/단풍 들 새도 없디/강을 풍성하게
3. 오래된 숲에 살다
104쪽. 고로쇠나무(초봄에 승부를 걸다/가을의 빛도 이용하다/한꺼번에 잎이 나다/어린아이부터 순서대로/꽃을 피우고 나서 잎이 나다/꽃의 비밀/임기응변/강인한 노목
122쪽 그라이아나벚나무(우스꽝스런 꽃/씨를 날라 주는 새/얀젠-코넬 가설을 깨닫다/부모의 그늘에서는 살아갈 수 없다/부모와 떨어졌을 때 비로소 우뚝 서다/온대림도 열대림도 똑같은 구조/어린나무의 편평한 줄기/봄에 뻗은 가지를 가을에 떨어뜨리다/절약은 숲의 상식/인생의 봄날/순응-숲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는다/봄 산에 들뜨다
144쪽. 칠엽수(거목의 무리/거대한 씨앗/불꽃놀이/꽤 고집스런 친구-똑같은 행동을 평생 지속하다/노목의 시간/깊은 산중의 맛
159쪽 층층나무(친근한 나무/부풀어 오른 흰 구름/검게 익어 가는 빨간 열매/나무 종류의 변화-다양한 종이 함께 살기 시작하다/국부 적응/꼭대기에서 내려오는 무서운 병/부모에게서 떨어져 틈을 기다리다/가장 먼저 삼나무 숲에 진입-종다양성 회복의 선봉/원시림을 떠올리다
179쪽. 물참나무(곰이 꺾은 가지/밤에 운반되는 도토리/도토리에게 도움을 주는 쥐와 그렇지 않은 쥐/도토리가 큰 이유/간목과 원전/만일을 위해 뿌리에 모아 두다/다른 견해-틈새 종일까/북쪽의 극상종
4. 숲속 빈 틈새에 자라다
206쪽. 일본목련(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향기를 가득 머금은 큰 꽃송이 /로즈 매더가 엿본 버밀리온/건강한 싹/등수국과 친구
220쪽. 밤나무(산등성이에 모여 살ㄷ자/상사리-곰이 머문 자리/흰 빛을 띤 나무/꿀벌도 사람도 반기는 늦은 개회/꽃가루를 운반하는 곤충/뒤영벌이 베풀어 준 은혜/빈틈으로 열매를 옮겨 주는 쥐/낙천적인 밤나무와 인내심 강한 물참나무/왜 야생 밤은 재배종보다 작을까/외양간 기둥/따스한 거목
느릅나무 | 느릅나무꽃은 꽃잎이 없어서 유심히 살펴야한다. 꽃은 암술머리가 정확히 양쪽으로 열려있다. 그 주위에 자줏빛 꽃밥을 지닌 수술 4개가 모여 있다. 이런 작은 꽃이 7-25개 모여 직경 1cm도 안되는 작고 둥근 꽃차례를 만든다. 열매의 성숙은 빠르다. 꽃이 피고 나서 거의 한달만에 재빠르게 커진다. 느릅나무의 부모나무는 씨앗속에 피토크롬이라는 단백질을 넣어둔다. 피토크롬은 밝은 장소를 감지하면 발아 스위치를 켜고, 어두운 곳에서는 꺼서 싹틈을 방지한다. 씨앗은 추위를 경험하면 휴면이 깨지고 적색광을 포함한 밝은 빛을 받으면 싹이 튼다. |
개키버들 | 버드나무의 작은 꽃밥은 하나의 수술대에서 4개로 쪼개져 열리며, 꽃차례의 맨 위부터 피기 시작해 점차 아래로 내려간다. 꽃밥에서 나온 꽃가루의 노란 빛이 점차 아래로내려간다. 암꽃의 꽃차레도 작은 암술머리가 나선형으로 늘어서 있는데, 수꽃의 꽃차례와는 반대로 아래쪽부터 피기 시작한다. 암그루는 수그루보다 훨씬 많은 가지를 뻗을 뿐 아니라 잎 한장 한장의 광합성 능력도 수그루보다 뛰어나다. 이렇게 해서 암그루는 많은 씨를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ㅈ자신도 수그루에 뒤지지 않고 커 간다. 암그루 수그루 1년생 가지에서 잎을 내는 마디와 꽃 차례 수를 조사해 보니 암그루 쪽이 잎을 내는 비율이 단연 높다. 게다가 하나하나의 잎의 광합성 속도도 암그루가 수그루보다 훨씬 빠르다. 즉, 암그루는 수그루보다 생산 효율이 높은 잎을 많이 만들어 한꺼번에 많은 씨를 키운다. 암구르는 또 수그루보다꽃턱잎 한장 한장의 면적이 넙다. 꽃차례에 가깝기 때문에 바로 옆에서 씨가 성숙하도록 돕느다. 이렇게 해서 암그루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광합성 양을 늘린다. 개키버들의 솜털에 싸인 껍질에서 나오는 모습은극적. 열매 끝부분이 조금씩 입을 벌리기 사작하면 입구부분이 눈깜짝할 사이에 쫙 벌어진다. 그때 안에 꽉 들어차 있던 솜털 다발이 얼굴을 내민다. 곧이어 위를 향해 쭉쭉 몸을 뻗음. 몇십초도 안되는 사이에 용수철이 튀어 오르듯 솜털이 튕겨나오고 옆으로도 활짝 펴진다. 순식간에 솜털에 싸인 씨앗이 떠오른다. 열매 하나에 솜털에 싸인 씨앗이 대체로 3개정도 들어있다. 씨앗은 하나씩 떨어져 바람에 실려 날아간다. 버드나무의 솜털은 씨앗을 바람에 실어 멀리 날아가게 할 뿐만 아니라 씨가 떨어진 곳이 메마른 땅이거나 물이면 다시 여행을 재촉한다. 축축한 땅을 발견할 때까지 여행은 계속된다. 싹을 틔우기에 적합한 곳에 도착했을 때, 솜털은 물을 흡수해 물기를 머금은 촉촉한 땅에 씨앗을 툭 떨구어 준다. 솜털은 싹을 틔우기 쉽고 새싹이 정착하기 쉬운 적지까지 씨를 데려다주는 매우 훌륭한 길 안내인다. |
왕가래나무 | 북방청서를 뒤쫓던 사람에 의하면 왕가래나무보다 훨씬 무거운 잣송이를 400미터나운반해 가는 모습을 보았다고 했다. 북방청서는 여기저기에 열매를 하나씩 묻는다. 지표면 아래 1-2센티미터 정도로 얕게 묻어 두고 코로 낙엽을 덮어서 감춘다. 북방청서는 쥐와 달리 어두운 숲속 덤불같은 곳 뿐 아니라 밝은 곳도 활발하게 돌아다닌다. *재밌게도 왕가래나무는 씨앗이 작아도 일찍 싹을 틔우기만 하면 늦게 싹을 틔운 큰 씨앗보다 크게 자란다. 자유생장방식으로 주위 환경이 좋으면 게속해서 잎을 펼치면서 자라기때문에 일찍 싹을 틔우는 것이 중요하다. |
자작나무 | 천이초기종의 대표격인 자작나무와 물오리나무. 봄에 잎 두 장이 서로 마주 보며 나온다. 이를 춘엽. 춘엽이 돋은 후 한참이 지나도 하엽은 나오지 않는데, 춘엽으로 한동안 광합성을 하며 에너지를 모으고 나서야 비로소 하엽을 내놓는다. 춘엽을 알미늄 호일로 덮어 빛을 차단하자 하엽은 나오지 않음. 춘엽은 작년도 저장 양분으로 잎을 만들고, 하엽은 춘엽이 생산한 광합성 산물을 이용해 잎을 만들기 때문이다. |
물오리나무 | 물오리나무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든 자연이 만들어 주었던, 교란지에 가장 빨리 발을 들여놓고는 무럭무럭 자란다. 그렇게 교란지를 회복시키는데 힘을쏟고 나면, 이제는 천이후기종에게 자리를양보하고 또 다른 지역을 회복시키기 위해 길을 떠난다. 자작나무는 빛엠ㄴ 반응해서 낙엽숲에서는 싹틔우기가 어렵다. 그러나 물오리나무씨는 낙엽 아래 있더라도 크나큰 교란이 일어나면 온도 센서가 정확하게 온도차이를 감지해 싹을 틔운다. 물오리는 자작보다 씨앗이 아주 조금 크다. 낙엽을 뚫고 나오는 힘도 강하다. 이렇게 해서 물오리나무싹은 낙엽 아래에서도 얼굴을 내밀며, 제방 등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 물오리나무는 서리가 내리고 첫눈이 오고, 거의 강제로 잎을 떨어뜨려야 할 때 조차도 조금검게 변색될 뿐 여전히 초록을 띤다. 이는 근균과 공생하면서 대기 중의 질소를 고정할 수 있어 질소 획득에 어려움이 없다. 물오리나무가 물에 떨어지면 수생곤충에게 인기가 높다. 다양한 나무의 잎이 섞여 있어도 물오리나무잎이 가장 빨리 사라지고 봄이 되니 말끔히 없어졌다. 각다귀 등 수생곤충이 잘 먹는다. 버드나무와 자작나무도 봄이 되니 잎이 반으로 줄었다. 하지만 물참나무, 너도밤나무, 칠엽수 잎은 거의 먹지 않고 남음. |
고로쇠나무 | 고로쇠나무는 싹을 일찍 늬운다. 낙엽활엽수 80종 중 가장 빠르다. 눈이 녹고 땅바닥이 드러나자마자 낙엽을 뚫고 얼굴을 내민다. 고로쇠나무싹은 숲지붕을 이루는 나무들이 잎을 내놓기 이전에 숲속이 비교적 밝은 초봄의 두달 사이에 그해 성장할 개체 무게의 약 80%를 획득한다. 초봄에 승부를 거는 것 같다. 숲에서는 키가 작으면 작을수록 일찍 잎을 펼쳐야 봄햇살의 혜택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 키가 큰 나무일수록 봄 기상이 늦다. 고로쇠나무 씨앗을 넓고 밝은 곳에 뿌려 보았다. 낙엽과 잔가지 등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었는데, 고로쇠나무 싹은 낙엽을 뚫고 얼굴을 내밀었다. 한편 낙엽등을 말끔히 제거해 광물질 토양이 드러난 곳에서는, 어린 뿌리가 나오기는 했지만 끝이 마르면서 대부분 죽고 말았다. 고로쇠나무는 뿌리를 땅속에 뻗기만 하면 밝은 틈새에서도 쑥쑥 잎을 펼치며 다른 나무와의 경쟁에도 뒤지지 않고 왕성히 성장한다. |
물참나무 | 가을에 싹을 뽑아보면 싹을 틔운 장소에 따라 싹의 모양이 크게 다르다. 물참나무숲에서 발아한 싹은 뿌리가 짧고 가늘며 잔뿌리는 그리 발달하지 않음. 그에 비해 넓은 잎 두 장을 활작 펼치고 있다. 한편 숲 주변에서 발아한 싹은 잎의 면적은 물참나무 숲속의 싹과 거의 비슷하지만 뿌리는 굵고 길며 잔뿌리도 많이 나왔다. 어두운 물참나무 숲에는 수분은 있지만 빛은 부족해서, 빈약한 자원을 잎에 배분하며 빛을 얻는 일에 전력을 다한 것이다. 이에 비해 건조한 숲 변두리에서 발아한 삭은 뿌리에 더 많은 자원을 배분해 수분을 얻는 일에 전념한다. 188쪽. 물참도토리는 가을에 어린부리가 몇CM자랄 뿐 그대로 겨울을 난다. 이듬해 봄 땅위로 싹을 틔운다. 물참나무 도토리의 크기가 다양하나 씨앗의 저장양분을 사용해ㅐ 자라기 때문에 큰 씨앗에서 나온 싹이 크게 자란다. 늦게 싹을 틔우더라도 큰 씨앗에서 나온 싹의 키가 크다. 물참나무 실생의 ㅅㅇ장은 싹을 틔우는 시기보다 씨앗의 크기에 좌우된다. |
양젠-코넬가설 | 1970년 다니엘 얀젠 등이 주장한 가설. "부모나무가 퍼뜨린 씨앗은, 부모나무아래에서는 씨앗 수가 많아도 곤충 등 포식자와 병원균 등 천적 때문에 거의 대부분 죽고 만다. 하지만 머릴 떨어진 곳의 씨앗과 싹은 살아남는다. 천적이 부모나무의 자식만 집요하게 공격하고 다른 종의 싹은 거의 공격하지 않는 '종특이성'을 지녔을 때, 부모나무 아래에서는 자신의 자식 대신에 다른 종류의 싹이 살아남으면서 종 다양성이 이루어진다"라고 주장했다. |
벚나무의 질소회수 | 벚나무의 어린나무는 가을에 가지를 떨어뜨리기 전에 잎에서 질소를 회수. 잎의 색이 바뀌는 모습을 보면 진행 상황을 눈으로 확인 가능. 9월중순에 잎의 색은 녹색에서 노란색과 빨간색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엽록체의 질소가 회수되어 여름에 만든 노란색 카로티노이드와 빨간색 안토시아닌 등이 드러난다. 잎이 붙어있는 부분부터 녹색이 옅어지면서 노랗게 변하기 시작해 잎의 긑부분을 향해 점점 물들어가는 것도 있는 반면, 잎 주맥의 왼쪽부터 노랗게 변하는 것도 잇다. 주맥을 중심으로 녹색이 남아있고 가장자리부터 노란색과 빨간색으로 물들어 잎 양쪽부터 질소의ㅡ 회수가 진행되는 잎도 있다. 잎에서 나온 질소는 가지를 지나 본 가지로 간다. 질소를 다 빼내고 나면 우선 잎을 떨어뜨리고 이를전후해 가지도 떨어뜨린다. |
칠엽수 | 흰넓적다리붉은쥐가 무거운 열매를 물고 몇십미터나 올라간다. 쥐덕분에 열매는 이동을 한다. |
도토리이야기 | 에조흰넓적다리붉은 쥐는 절대로 끝부분을 물지 않는다. 끝부분에는 장차 싹과 어린뿌리가 되는 배가 있다. 이 부분을 깊게 갉아 먹으면 싹을 틔울 수 없다. 이에 비해 대륙밭쥐는 배가 있는 부분을 아무렇지 않게 물고 가져갔다. 대륙밭쥐는 도토리를 모두 깊은 땅속의 집으로 가지고 간다. 저장해 둔 도토리는 겨울을 나는 동안 양식으로 다 소비되니 물참나무 싹이 땅위로 못 나온다. 그야말로 천적이다. 한편 에조흰넓적다리붉은쥐는 땅속에도 저장하지만대부분 분산 저장한다. 분산 저장은 씨앗을자신의 행동권 이곳저곳에 조금씩 저장하는 것. 낙엽을 살짝 치워 구멍을 파서 도토리를 묻고 그 위에 꼼꼼히 낙엽을 덮어 숨긴다. 땅에 묻어둔 도토리는 가을에서 봄까지 대부분 먹어치운다. 잊고 놔둔 것은 대개 1-2%. 인간이 실험했을 때보다 높은 비율이다. |
상사리-곰이 머문자리 | 곰의 똥이 여기저기 보이고 냄새마저 풍기는 숲 바닥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밤나무마다 꼭대기 부근에 새 둥지처럼 생긴 것이 보인다. 질 살펴보면꺾인 가지가 방석처럼 쌓여있다. 이를 상사리라 부른다. 곰이 밤을 먹기 위해 가지를 꺾어 깔아놓은 것이다. 그림 한가운데에 있는 나무는 직경 56CM. 높이는 24M나무가 빽빽이 늘어서 있어 가지는 말라 떨어진 채 위를 향해 곧게 자라있다. 붙잡을 가지도 없는데 반달가슴곰은 나무줄기에 발톱을 힘껏 찍으며 높은 곳까지 척척 잘도 올라간다. |
밤나무 | 잎자루에 붙은 잎겨드랑이에서 10-20cm길이의 이삭꽃차례가 뻗어 나온다. 이런 수꽃 꽃차례는 가지의 성장과 함께 차례차례 위쪽잎의 잎겨드랑이에서도 뻗어나온다. 암꽃이 개화를 마치면 끝부분에서 수꽃이 다시 피기 시작한다. 밤나무는 수꽃, 암꽃, 수꽃의 순으로 시기를 달리해 핀다. *뒤영벌의 역할: 밤나무는 제꽃가루받이가 되지 않는다(자기불화합성). 뒤영벌은 다른 개체의 꽃가루를 가져다주는일을 가장 많이 하는 곤충. 이른 봄 땅속에 반쯤 묻혀 있던 가지를 주웠더니 가지에 생긴 구멍에서 뒤영벌이 졸린 듯 느릿느릿 나온다. 여왕벌이다. 활동중에 가까이 다가가도달아나지 않는다. 날갯짓 소리도 제법 크다. *밤나무의 살아남기: 밤열매 450개에 자석부착해 금속탐지기로 추적했더니 열매 4개가 싹을 틔움. 1%도 안되는 확률. 어두운 숲속에서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숲지붕 사이 밝은 틈새가 생긴 곳에서 싹을 틔움. 실험자는 자석부착한 밤을 숲지붕이 뚫린 밝은 틈새의 경계에 두었는데, 숲속으로 옮겨간 것은 모두 먹어버렸고, 틈새로 옮겨간 열매만 싹틈. 본래 밤은 양지에서만 정착하여 크게 자란다. 왜 틈새 양지의 밤알만 남았을까? 밤나무는 9월경에 열매를 떨어뜨리는데 이때는 숲의 틈새아래에 풀과 키작은 나무들의 잎이 무성하다. 쥐는 덤불에 몸을 숨기면서 열매를 묻으러가는 습성이 있는데, 틈새의 수풀에 열매를 잠시 둔다. 그러다 풀이 마르고 키작은 나뭇잎이 떨어져 몸이 노출되면 천적에게 먹히기 쉬우므로 쥐는 밤알을 포기한다. 틈새에 묻은 밤알을 파다보면 천적인 올빼미에게 먹히기 쉽다. 부모 밤나무는 틈새에 풀과 나무가 무성한 동안 일찍 열매를 떨어뜨려서 쥐가 열매를 옮겨 묻어주길 바란다. 이런적절한 시기는 우연이라기 보다 부모 밤나무의 철저한계산에 의한 것이다. 부모의 간절한 마음이 보인다. *밤나무는 어두운 숲에서는 살수 없다. 물참나무와 비교해보면 잎 속에 타닌과 페놀등의 방어물질이 그리 많지 않은 것도 이유. 어두운 숲속에는 병원균과 잎을 먹는 곤충이 바글바글한데, 그들의 공격을 피해 몸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충분히 찮다. 밤나무싹은 물참나무싹에 비해 뿌리에 축적된 탄수화물도 적다. 물참나무에 비해 뿌리도 부실하다. 어두운 숲에서 살아남기 위한 쓸데없는 투자는 안하겠다는 뜻. 어쨌든 밝은 틈새에서 재빨리 위로 뻗어나가는 일에만 몰두함. 그래서 밤나무는 밝은 틈새에서는 주위의 무성한 풀과 키 작은 나무들의 틈에서도 지지않고 정착한다. 밤나무와 물참나무는 똑같은 밤나무과이지만 성장 방식이 많이 다르다. 반마누는 틈새에서는 재빨리 크게 자라지만 어두운 숲속에서는 살아갈수 없다. 한편 물참나무는 어두운 숲속에서도 묵묵히 버티며 살아가는데, 틈새가 생겼을 때의 성장속도는밤나무만큼 빠르지 않다. 이를 생태학에서는 성장과 생존의 트레이드 오프라고 부른다. *트레이드 오프: 가까이 살아가는 두 나무의 관계뿐만 아니라 열대, 온대에서도 같은 숲에 사는 다양한 나무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예로, 자작나무와 물오리나무 등 천이초기종은, 어두운 숲속에서는 곧바로 죽지만 볕이 잘 드는넓고 밝은 틈새에서는 맹렬한 속도로 쑥쑥 자란다. 한편 물참나무와 고로쇠나무는 넓은 틈새에서는 성장속도가 느리지만 어두운 숲에서는 오래오래 살아갈 수 있다. 이런 트레이드 오프 관계의 성리브로 다양한 종이 하나의 거대한 숲에서 공존할수 있다. 즉, 하나의 거대한 천연림에는 어두운 숲속뿐 아니라 크고 작은 다양한 밝은 틈새가 있으며, 밝은 틈새에서는 자작나무와 물오리나무가 자맂잡고, 어두운 숲속에서는 물참나무와 고로쇠나무가 정착한다. |
밤알의 생존 | *야생밤이 작은 이유: 야생밤은 작다. 작은 것은 1g인 것도 있으며 평균 약 2-3g이다. 재배종과 열배나 차이가 난다. 이유는, 밤은 어두운 숲속에서는 정착하지 않는다. 물참나무와 칠엽수 등은 숲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커다란 씨앗을 선발했다. 커다란 씨앗에서 양분을 보충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밤나무는 본래 어두운 곳에서는 광합성 산물을 거의 만들 수 없다. 내음성이 아니어서 저장양분을 늘린 들 어두운 숲속에서는 오래 살 수 없다. 씨앗이 커 봐야 의미가 없다. 또 하나의 이유는, 작은 씨앗을 많이 만드는 편이 큰 씨앗을 조금 만드는 것보다 숲의 밝은틈새에 산포될 확률이 크기 때문. 어쨌든 쥐가 많이 가져가게 하려면 많이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