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재발견 "풀친구"들과 8월에 함께 읽는 식물책입니다. 이번 달부터 식물책 한 권을 선정해서 읽기로 했습니다. 첫 책은 대표님 추천도서였습니다. 다음 달부터는 내맘대로. 다음 달 내가 고른 책은 황경택작가의 <자연의 시간> .... 하지만 이 글의 주인공은 <내 기분이 초록이 될 때까지..>
신시아 식물집사는 다니던 회사를 퇴직 후 부터 식물을 본격적으로 기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가족들과 검정 고양이 양파, 그리고 300종의 식물과 살면서 유튜브 채널 '신시아TV'에서 식물 이야기를 나누고 식물 큐레이팅 쇼핑몰 '정글시아'를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던 건 내가 관심있는 분야의 책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신시아 집사의 식물 사랑에 대한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일겁니다. 식물을 키우면서 느끼는 소소한 마음들을 담은 이 책은 식물을 길러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초보식물집사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습니다.
읽으면서 쳐 두었던 밑줄과 단상입니다.
“ 바로 그 ‘풀멍’이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식물과 햇빛을 그저 바라보는 일로 나는 치유받고 있었다. 너무 많은 일들이 몰아치면 누구나 번아웃이 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번아웃을 치료하는 데에는 식물과 햇빛만큼 좋은 것이 없다.” p.15
“식물을 가장 잘 키우는 방법은 자주 관찰하는 것이다.” p.23
“식물에 물을 주는 것은 움직이며 하는 명상이다.” p.26
“살아 있는 존재지만 이토록 비폭력적인 생물이 식물 말고 또 있을까?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있는 힘을 다해 싸움을 피해왔던 이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p.37
단상 : 함께 읽자고 한 첫 식물책인데 생각보다 술술 넘어갔다. 식물을 키우는 사람의 마음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투쟁하기 보다는 비폭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식물덕후는 쉽게 행복해 질 수 있다. 길가에 널려 있는 나무와 꽃, 풀들이 모두 사랑하는 대상이니까. (p.52)
몇 년을 다니다 보니 언제 어느 지점에 복숭아향이 나는 하얀 장미가 피는지 알게 되었고, 애기사과꽃과 복숭아꽃이 가득 피는 장소도 기억해뒀다. 연초록색의 하트 모양 잎이 달랑거리는 계수나무가 예뻤다면 그 시기에 그 장소에 꼭 다시 간다. (p.56)
단상 : 나는 왜 자꾸 삐딱선을 타려고 하는 걸까? 아마도 이 식덕이 부러운가보다. 이 감정은 질투이다. 책장을 조금 더 넘기면 그녀를 더 좋아하게 되리라.
식물을 좋아하는 이라면 햇빛이 잘 드는 자리를 따라 화분을 옮겨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해가 이동하는 대로 빛을 따라다니며 식물에게 조금이라도 오래 빛을 보여준다. (p.75)
보통 나는 식물의 뒤통수만을 보고 있다. 그들이 밝은 햇빛을 받아 뒷면이 투명하게 빛날 때 내 마음이 가장 충만해진다. 식물의 뒷모습은 또다른 매력이 있다. 당신은 잎의 뒷면을 얼마나 자세히 본 적이 있을까? (p.75)
평소에 식물을 잘 키우지 못한다고 자책하는 이들에게 내가 해주는 말이 있다. 당신은 똥손이 아니라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해 식물을 관찰할 여력이 없었던 것뿐이라고. (p.83)
집에서 키우는 식물에 해충이 창궐한다면 그건 그 장소가 식물을 키우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증거다. (p.92)
이렇듯 세상은 알면 알수록 사랑스러워진다. 모를수록 공포영화고! (p.93)
독일 토분은 이태리 토분보다 좀 더 투박하고 표면이 매끈하다. 이태리 토분은 거칠지만 덜 무겁고 맑은 색상의 디자인이 많다. (p.94)
국산 토분 : 두갸르송, 블리스볼, '흑막분’
몬스테라의 새잎은 마치 크로아상처럼 돌돌 말린 모양으로 나와 점점 부풀면서 펼쳐지는데, 그 모습이 오븐에서 빵을 구워내는 것 같아 감탄을 자아내게 귀엽다. 게다가 새잎은 원래 잎보다 훨씬 연한 초록빛을 띄고, 하나씩 나올 때마다 찢어진 구멍이 을어나며 더욱 윤이 난다. 그래서 식덕들은 식물에 새잎이 나오면 참기름 바르고 나온다고들 많이 표현한다. 식물도 새잎은 어린아이처럼 눈이 부시다. (p.104)
단상 : 우리집 몬스테라 새잎이 나는 걸 보고 나는 외계인이나 마법사같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을 읽는데 새로 나오고 있는 우리집 몬스테라가 생각났다.
나의 반려식물 아기 잎이 힘이 바짝 들어가 영차영차 '뾱'하고 나오는 걸 보는 일은 일상의 큰 자극이 된다. 하지만 식물은 환경이 좋지 않거나 뿌리를 키우고 있는 중에는 새잎을 내지 않는다. 나는 식물을 보며 사람도 사회적으로나 외적으로 성장하지 않는다고 스스로 타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속으로는 엄청난 뿌리를 만들고 있을지 모르니까 말이다. (p.109) 인생은 기다려줌이다. 식물에게든.. 사람에게든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다.
"누가 이 많은 노동을 시켰는가? 아니다. 전부 내가 좋아하 하는 일이다. 그래서 징징거릴 수도 없다. (p.130)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어떤 것도 온전히 100퍼센트 사랑할 수는 없다. 내게 식물도 그렇다. 이럴 때 생각나는 단어가 있는데 그건 바로 '식태기', 즉 식물과의 권태기다. 식물에 대한 사랑이 버거움으로 살짝 아리송할 때, 내가 이 고생을 왜 사서 할까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러다 이내 '나는 늦었다', '헤어 나올 수 없는 곳에 발을 들이고야 말았다'라는 생각도 든다. (p.130)
"생각해보면 감정도 습관이다. 불만을 내뱉기보단 감사한 일을 하나 더 찾는 좋은 습관을 기르고 싶다. 식태기가 왔을 때 나는, 새 잎 하나에도 감사하고 조금 게을리 돌봐도 죽지 않는 예쁜 식물이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되새긴다. (......) 비단 식태기뿐만 아니라 무슨 일에든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 시자가면 쉴 때가 되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 " (p.134)
단상 : 책이든 사람이든 식물이든 내 눈에 들어올 때가 있다. 오늘 이 문장들이 내 눈에 들어온 건 감정이입인지 모르겠다. 조금 쉬면서 가자고 몸이 말한다.
토분에 대한 나의 사랑은 식물에 대한 열정과 닮아 있다. 실내에서 식물을 키운다는 건 자연의 일부를 떼어와 화분에 옮긴 후 곁에 두고 보겠다는 인간의 욕심이다. 그러다보니 노지에서 식물이 자라는 것보다 훨씬 까다로운 조건에서 가드닝을 한다고 보면 된다. (P.174)
단상 : 추천으로 읽고 있는 이 책을 읽으면서 어딘가 나랑 조금 덜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 읽는 부분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나는 아직 가드닝을 하기엔 너무 정신없이 산다..ㅎㅎ 내가 야외식물이 더 편하고 좋은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이모의 심정으로 보면 되니까.. 이모란 조카가 귀여울 때는 봐 주면 되고, 똥기저귀 갈아야 하면 "언니~"하고 부르면 되는 존재다... 나는 책임에서 조금 회피하고 싶은가보다.
세상에 아름다운 식물은 끝도 없이 많다. 무엇이든 재미있을 때 많이 해둬야 한다. 하늘이 나에게 선물해준 이 뜨거운 열정이 언제 사라질지는 그 누구도 모르니 말이다. (p.194)
아침, 서가, 베란다, 정원, 빗방울, 물망초, 연두, 피아노, 겨울눈, 흙, 씨앗, 화단, 햇살
소리 내 읽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단어들이 나오는 글을 사랑한다. 이런 ‘초록의 기분’을 가진 책들이 바로 식물에 대해 설명하고 수다 떠는 책들이다. (p.205)
식물덕후 용어사전 *
- 식덕 : 하루 종일 식물 생각이 난다면 입덕 초기 단계다. 식물이 점점 많아져 키우는 식물에 얹혀살기 시작했다면 부정할 수 없는 식덕이라 봐도 된다.
- 풀친구 : 식친(식물친구), 풀친이라고도 하며 식물로 인해 알게 된 친구들을 의미한다. (p.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