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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훈아를 위한 변명
가수 나훈아(70·본명 최홍기). 그가 화려하게 복귀했다. 지난 3∼5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나훈아의 ‘드림어게인(Dream Again)’ 콘서트에서 예전 그 모습 그대로 무대를 휘어잡으면서 화려하게 등장했다. 사흘 동안 1만여 명의 관객이 모여들었다. 6일 종편을 비롯한 공중파 각 TV 뉴스는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둔 현직 고검검사가 투신자살하는 정치 뉴스를 제치고 가황(歌皇)이라는 극찬까지 하면서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이번 콘서트의 티켓은 10여만 원이 훨씬 넘는대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매진되었기 때문에 나 같은 사람을 엄두도 못 낼 일이고, 설사 표를 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공연장에까지 가볼 생각이 없고, 이 공연이 오는 12월까지 부산, 대구로 이어진다 해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내가 가수 나훈아를 특별히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의 노래가 나의 음악적 취향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나훈아 씨의 팬들로부터 욕을 들을지 모르지만 나는 같은 시대를 살아오면서 그의 노래 중에 한 곡도 끝까지 부를 줄 아는 게 없다.
이미 고인이 된 내 친구 박성렬 군은 나훈아 씨와는 부산 초량초등학교 동급생이자 초량동의 골목 친구였기에 생전에 걸핏하면 “내 친구 홍기가 다른 건 몰라도 노래 하나는 최고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며 다녔다. 나는 나훈아 씨를 직접 대면해 본 적은 없지만 내 친구의 친구였기 때문에 친구를 통해 젊을 때부터 그의 근황은 빨리 들을 수 있었다.
보도로는 나훈아 씨가 이번 콘서트에서 다음과 같이 무대 인사를 했다고 한다.
“확실하게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지만 뭔지 미안하기도 하고 죄송하고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팬들에게 사과하는 말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사과란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것이다. 그런데 그는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지만’이라 하여 잘못을 명시적으로는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11년 만이니 책임을 통감합니다.”는 말은 남겼다.
잘 알려진 대로 그는 지난 세월 동안 세 차례의 이혼과 이로 인한 법정공방과 신체 훼손설·지퍼 사건 등으로 팬에게 실망을 안겨준 것은 사실이다. 그 일을 자기 입으로 직접 언급하기 곤란하여 에둘러서 한 말일 수도 있다.
가수가 “마이크 잡기가 힘들다”며 11년간이나 칩거할 정도였다면 구체적으로는 아니라도 ‘지난 허물은 다 나의 잘못으로 여러분께 사과드리며 용서를 구한다.’는 정도의 말은 했어야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관객들은 “괜찮아!”를 연호했다고 한다. 이미 다 알고 있고 용서한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지금은 정치하는 분들이 사람의 목숨 앞에서 아직도 적폐청산인지 정치보복인지 분간이 안 되는 일로 설전을 벌이고 있지만, 지금쯤은 그만하자는 국민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그것이 모두를 ‘온전하게 매는 띠’이기 때문이다.
가수 나훈아는 무대에서 아무리 건재함을 과시해도 그는 이미 칠순의 노인이다. 적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과거에 한 점의 허물도 없이 살아온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만한 언급만으로도 그는 통 염치없는 사람은 아닌 상 싶다. 요즘 사람들은 사과의 진정성을 전제로 하지만 용서는 용서하는 사람의 몫이다.
그날 콘서트가 열리는 서울 올림픽공원은 나훈아 씨의 노래 한 곡 한 곡이 끝날 때마다 환호와 박수 소리가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고 한다. 내 친구 말이 생각난다.
“홍기가 다른 건 몰라도 노래 하나는 최고다.” 나훈아 씨의 그 다른 것이 그의 노래 속에 묻혀 사라지는 밤이었나 보다.
첫댓글 아무리 인기가 있어도 재능이 있어도 때가되면 생로병사 이것이 인생인것인가 봅니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 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