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민요
우리의 ‘아가리 벙실 잉어 등에 등대 줄이 떴다’와 일본의 ‘아이노보리(鯉のぼり)’
노중평
우리 민요는 액막이를 기원하는 노래들이 주류를 이룬다. 여러 노래가 있지만 그중에서 「잦은 방아타령」에 나오는 ‘아가리 벙실 잉어 등에 등대 줄이 떴다’ 한 줄이 갖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찾아보기로 한다.
「잦은 방아타령」은 방아를 바삐 찧으면서 부르는 노래 형식으로 되어 있다. 방아를 찧는 사람이 젊은 여자들이므로 젊은 여자들이 방아를 찧으면서 불렀던 노래로, 『이춘희 경기민요 모음집』에서 찾아보면, 경기민요에 속해 있다.
노래가 17개의 절節로 구성되어 있으니 상당히 긴 노래라 할 수 있다. 각 절의 끝은 ‘떴다’로 끝이 난다. ‘떴다’는 말은 ‘액막이로 공중에 띠운다’는 말이다.
「잦은 방아타령」에 절이 많이 생기게 된 것은 세월이 가면서 절이 하나씩 불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얼씨구 절씨구 잦은 방아로 돌려라”라는 후렴이 각 절에 붙어 있다.
2절에서 12절까지는 1월에서부터 12월까지의 액막이를 집어넣었다. 13절부터는 덤으로 갖다 붙인 절로 보인다.
1월은 정월 보름날 연을 띄워 액막이한다.
2월은 한식날 하늘을 나는 종달새로 액막이한다.
3월은 삼짇날 제비새끼 명마구리 바람개비를 띄워 액막이 한다.
4월은 초파일에 잉어 등에 줄을 매어 띄워 액막이 한다.
5월은 단오날 작작도화나무를 백릉버선을 신고 두 발길질하여 떨어지는 낙엽이 두둥실 뜨는 것으로 액막이 한다.
6월은 유두날 자두 참외 오이 복숭아 둥근 수박을 물에 띄워 액막이한다.
7월은 칠석날 은하수에 오작교를 띄워 액막이한다.
8월은 한가위 날 둥글둥글 생긴 송편 달로 액막이한다.
9월은 구추절에 국화송이로 액막이한다.
10월은 고사지내 액막이한다.
11월은 동지섣달 설경놀이로 액막이한다.
이러한 액막이 패턴은 「풍년가」에서도 반복된다. 「풍년가」에서는 2달에 한 번씩 액막이한다.
4월 초파일에 행하는 액막이 가사인 “아가리 벙실 잉어 등에 등대 줄이 떴다”는 위 인용문에서 보았듯이 4월 초파일에 행하는 액막이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잦은 방아타령」을 멋지게 부를 줄 아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 구절이 무슨 뜻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액막이가 사라지고 「잦은 방아타령」에 한줄 가사로만 남았기 때문이다.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액막이로 잉어와 관련이 되는 행사는 우리나라와 일본 두 나라에서 판이한 양상을 보인다. 잉어와 관련이 되는 행사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행사가 똑같은 패턴을 보인다.
우리는 방치하여 있는 족족 없어지고 일본은 잘 보존하여 살아 있다. 이들 행사가 일본에서 보존되는 것은 한반도에서 원주민이 도래인渡來人이 되어 일본으로 가지고 가서 잘 보존하려고 애쓴 결과이지만, 한반도에 남아 있는 원주민들은 보존하려고 하지 않고 방치해 왔기 때문에, 지금 보면 거의 모조리 없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잉어 액막이가 우리에게 추억으로나마 살아남게 된 것은 “아가리 벙실 잉어 등에 등대 줄이 떴다”는 가사가 민요 「잦은 방아타령」에 그나마 한 줄이라도 들어갔기 때문에, 잉어 액막이의 흔적으로 라도 남게 된 것이다.
왜 무슨 이유로 이 구절이 경기민요에 들어가서 살아남게 된 것일까? 이 구절이 가지고 있는 액막이라는 벽사辟邪의 기능과 가사가 갖는 주술성呪術性 때문으로 보인다.
4월 초파일은 이 날이 가지고 있는 벽사와 주술성이 있다.
4월은 1년 12달 중에서 4번째 달이다. 그러나 1년은 동지 달을 세수歲首로 치므로 6번째 달이 된다.
6월은 혁革의 달이다. 혁명을 하면 성공하는 달이다.
한국桓國을 세운 한인천제桓因天帝는 기묘己卯년 6월에 나라를 세웠다. 기己는 숫자로 6이다. 한국역사는 일실되어 기록이 남아 있지 않지만, 어떤 나라에 혁명하여 성공했음을 알 수 있다. 달수도 6월이라 6이 66으로 겹쳐 있다.
BCE 238에 진秦에게 단군조선이 멸망하였다. 이 다음해 4월 8일에 해모수解慕漱가 부여를 건국하였다. 4월이 세수를 따져서 6월이므로 해모수가 부여를 세울 수 있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4월초파일은 부여의 건국일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부여가 조선을 계승했다고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불교가 이 땅에 들어와 4월 초파일을 부처님의 탄생일로 바꾸어 버렸으므로 이 날은 부처님의 탄생과 아무 상관이 없는 날이다.
기록에 따르면, 부여를 건국한 해모수가 이 날 오룡거五龍車를 타고 하늘에서 웅심산熊心山에 내려와 정사를 보고 하늘로 올라갔다고 하는데, 이 날이 잉어와 관련이 있다면 이 행사를 복원함으로써 역사를 복원한다는 의미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아가리 벙실 잉어 등에 등대 줄이 떴다”는 아가리를 벙싯하게 벌린 잉어를 만들어 등지느러미에 줄을 매어 하늘로 올린다는 말이다.
한웅천왕 때 배달나라에 사찰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대시전大始殿이 있었는데, 여기에 한웅천왕을 모시고 대웅전大雄殿으로 불렸다. 대웅이란 한웅천왕을 의미하는 말이다.
배달나라의 사찰을 불교가 침탈하면서, 염치없이 한웅천왕을 모시던 대웅전에 부처님을 모시기 시작하였다. 그때가 언제부터인가는 알 수 없다. 아마 고구려에 불교가 들어온 이후일 것이다. 객이 남의 집에 들어가서 주인 행세를 하게 된 격이라, 고대에,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침탈당한 종교침략의 한 예로 볼 수 있다.
대웅전을 부처님에게 빼앗긴 한웅천왕은 갈 데가 없어졌다. 추측이긴 하지만, 동네로 쫓겨난 한웅천왕이 가실만한 곳이란, 동네에 골매기신을 모신 마을 신당 외에 달리 가실만한 곳이 없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동네 마을을 한자로 쓰면 리里가 된다. 리는 사람이 살만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있다. 백리百里 박에도 있고, 천리千里 밖에도 있다. 백리 천리 떨어진 곳에도 동리가 있으므로 거리를 표시하는 데에 리里자를 썼다고 볼 수 있다. 리자를 의존명사라 하는데, 무엇이든 와서 달라붙으면 다른 의미가 된다. 잉어를 뜻하는 리어鯉魚가 그래서 만들어진 문자로 볼 수 있다.
잉어는 한자로 쓰면 이어鯉魚가 된다. 鯉는 魚+里의 문자로 魚가 들어가는 족성을 가진 동네라는 의미가 있다. 魚가 들어가는 족성은 소蘇 노魯 어魚 등이 있다. 이들 족성이 신성시한 물고기가 잉어였을 것으로 볼 수 있다.
천지신명에게 제사를 지내고 「천부경」을 강론했던 곳인 소도蘇塗라는 문자의 蘇에 어魚가 들어감으로 소도에서 4월초파일에 한웅천왕을 기리기 위하여 잉어를 매달아 하늘에 띠우는 행사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조선朝鮮의 선鮮자에 어魚가 들어간 것은 소도蘇塗, 소성蘇姓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성은 단군왕검에게 하백녀河伯女를 시집보내서 나라에 신모神母가 나오게 한 집안이다.
단군조선에는 나라의 종교로 덕교德敎가 있었는데, 제사 때 신모인 하백녀가 주관하였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덕교는 천지신명과 조상에게 철저하게 제사지내던 종교였다. 물론 사해제족四海諸族의 화합과 국태민안國泰民安에도 힘썼다.
이 시대에 사계절을 찬양했고 조상을 기리던 유습이 지금 우리가 부르는 민요에 남아 있다.
부천에는 행정구역상으로 시흥의 변두리와 인천의 변두리에 붙어 있는 소래산蘇萊山이 부천시청 가까이에 자리 잡고 있다. 심곡동과 송내동에 붙어 있는 것이다. 소래산에서 바닷가로 가면 소래포구蘇萊浦口가 있다.
소래란 소성蘇姓을 가진 래이족萊夷族이 산동반도를 출발하여 들어온 곳이기 때문에 붙여진 지명이다. 래이족은 삼한시대에 한반도에 들어와서 마한이 되었고 대륙백제大陸百濟의 일부가 되었다.
소래라는 지명에는 소도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 소성들이 살았던 곳에 소도가 없을 리가 없었다. 한반도의 소도에서도 잉어 띠우기 액막이를 했을 것으로 볼 수 있다.
소래와 소래산이 있는 곳은 경기도 서부의 중심지이자 우리나라의 중심지이다. 이 말은 이 나라 문화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경기도에 「잦은 방아타령」이 있고, 「잦은 방아타령」에 4월초파일에 행하는 잉어 띠우기 액막이 행사가 삽입되어 있다는 것은 예사로 볼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은 사라졌지만, 일본은 이 행사를 5월 5일에 지금도 한다. 이 행사의 이름이 고이노보리(鯉のぼり)이다. 행사를 하는 목적은 사내아이의 건강과 출세를 위해서라고 한다. 잉어 1마리가 1사람을 의미함으로 5월 5일에 엄청나게 많은 고이노보리가 절과 동네에 내걸린다.
내가 민요를 공부하면서 문득 찾아내게 되는 이러한 옛날 역사 퍼즐들이, 언젠가 실제의 역사로 화려하게 번신하게 될지 알 수 없다. 나는 나의 역사 추론이 실제 역사로 변신하는 체험한 경험이 있으므로, 이번에도 「잦은 방아타령」에서 역사 복원의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