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_무박 2일 강원도 여행
아들 덕에 지난 주 생전 처음으로 20년 만에 강원도 인제 여행을 다녀왔다.
말이 여행이지 실은 신병교육대 수료식 관람 및 아들 면회하러 갔다.
만나고 오면 마음이 편해질 거란 기대와 달리 오히려 마음 한구석엔 뭔가 허전함이 남아 있고 그리움이 쌓여만 가는 것 같다.
아들은 주간의 훈련소 생활로 약간 검게 탄 얼굴이었지만 얼핏 보기에도 근육질로 변해 가는 모습에 다소 위안이 되었다.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살겠네.’ 라는 문구가 떠오르는 강원도 인제군 원통리. 말로만 듣던 곳을 가게 될 줄은 끔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춘천 102보충대에 데려다 줄 때만 해도 그리 불안하지는 않았다. 대한민국의 모든 젊은이들이 가는 군대이기에. 나 또한 갔다 온 경험이 있었기에 한 번 거쳐야 하는 요식행위처럼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 뒤 날아온 문자에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703특공대에 배치가 되었다는 통보였다.
믿기질 않았다. 그렇지만 어찌된 사연인지 알아 볼 방법이 없어 답답하기만 했고 그저 그 부대가 어떤 곳인지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궁금증을 일부 해소만 할 수 밖에 달리 도리가 없었다.
걱정스런 마음에 밤새 훌쩍거리고 있는 아내를 애써 못 본 척 외면하며 오히려 사내답게 군대 생활을 마친 늠름한 아들의 모습을 기대하라고 다독였다.
목적지까지 약 550km. 새벽 2시 출발. 오전 9시 30분 도착.
아들을 데리고 미리 예약한 백담사 입구 펜션으로 이동하여 준비해 간 전복이랑 소고기랑 함께 먹으며 이런 저런 애기들을 나눴다.
아들은 특공대에 지원했다고 담담하게 애기했다. 우리 속도 모르고.
이제 와서 되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해서 잘 했다고 건강하게 이겨내라고 북돋아 주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 후 부대로 돌려보내고 완도로 돌아오는 길은 정말 배 이상 힘들었다. 쏟아지는 졸음을 참아내고 아내와 번갈아가며 운전한 덕에 무사히 집에 도착. 시간을 보니 새벽 1시 30분. 내려오는 도중에 길을 잘 못 들어 원하지 않는 서울 시내 구경을 하여 조금 늦어졌다.
거의 24시간 무박2일 여행이었다.
다음 날 바로 기쁜 소식이 왔다. 아들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소속 중대장과 전화 통화도 할 수 있었다.
이번에 참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고 느끼게 되었다.
언제든지 소식을 접할 수 있는 훈련소 카페가 있어 그날그날의 생활들을 엿볼 수가 있었고 인터넷 편지도 쓸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시원하게 뚫린 도로가 인상적이었다. 과거의 산골짜기 강원도가 아니었다. 험준한 산맥들을 관통한 수많은 터널들을 통과하면서 인간의 위대함, 우리나라의 발전상을 가늠하게 되었다.
비록 길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많은 것을 새롭게 알게 된 뜻 깊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