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020.7.30 영농조합법인인 씨앗받는농부 주최로 전라북도 완주군 소재 율곡교회에서 제4회 씨앗나눔 행사가 있어 먼거리임에도를 불구하고 폭우 속을 강행군으로 다녀왔다.
늘 블로그를 통해 나눔행사를 읽어 왔던터라 행사가 궁금하기도 하고 맘에 드는 씨앗도 구할 겸 해서 다녀오기로 작심하고 있었다.
새벽 날이 밝자마자 차안에 싣고 다니던 무거운 짐 내리고 분주히 왔다갔가 하는데, 어매가 보더니
" 니 꼭두새벽부터 뭐하노?"하고 묻는다.
"오늘 전라도 완주에서 아주~ 중요한 행사가 있어! 꼭 가봐야 된다." 하니
"야가 정신나갔나? 이 빗속에 그 먼데를..."
"갔다오께"
아침도 거른 채 다짜고짜 차에 시동걸어 집을 나선다.
빗줄기는 오락가락하여 운전에 크게 힘들지는 않아 남안동 톨게이트를 지나 당진~영덕 고속도로의 마지막 구간인 보은톨게이트까지 단숨에 내달았다.
너무 쉽게 달려온 것일까!
국도로 접어들면서 옥천, 금산을 통과하는 구간에서부터 빗줄기가 거세지기 시작하고 재대로 달릴 수가 없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차 앞유리를 때리는 굵은 빗방울이 숫제 물통으로 쏟아붓는 느낌이다.
도로 곳곳이 물 구덩이가 되어 차선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구간도 숱하고 지나다니는 차들이 첨벙대는 물 때문에 모두가 거북이다.
게다가 산 위에서 무너져 내린 흙더미, 길 바닥에 널부러진 뾰족뾰족한 돌, 물길에 휩쓸려 온 토사, 굴러 떨어진 굵직굵직한 나무등걸,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한데 엉켜 아수라장을 방불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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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둔산 고개마루!
온갖 험난한 장애물들을 피하고 완주군 경계를 지나 여기까지 무사히 지나온 것에 스스로 감탄사를 연발하며 느긋해진 그 순간 기어이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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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둔산 고갯마루에서 맞이한 홍수
여태껏 산에서 쏟아지는 수 많은 물줄기를 별탈없이 지나온 터라
'저 정도는 괜찮겠지?
자신만만하게 거침없이 몰아나간다.
물보라 한가운데에 가더니 크르륵, 드르륵 바퀴에 돌, 자갈이 튕겨져 구르는 소리가 나더니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주저 앉고 만 것이다.
'뒤로 살짝 뺐다가 밟으면 나가겠지, 뭐'
후진 기어를 넣고 가속페달을 살살 밟아 본다.
이번에도 역시 돌, 자갈 구르는 소리 뿐, 차는 미동도 않고 제자리 걸음이다. 황당하기 그지없다.
'어, 이런!'
잠시 숨고르기를하고 다시 악셀 페달을 힘껏 밟아 본다. 이번에도 역시나 움직이지 않는다.
'이거 왜... 어찌해야하나?'
불안감이 스멀스멀 온 몸으로 퍼져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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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을 내다보니 반대편으로는 싯누런 황톳물이 콸콸 소리를 내며 흐르고, 빗물에 떠내려오던 굵은 돌멩이들이 쿵쾅 소리를 내며 차를 때리고 굴러간다. 홍수 때문에 밖에 나갈 수도 없고 세찬 폭우 때문에 문을 열어놓고 있기도 버겁다.
그때 마침 경광등을 켠 봉고차량 한 대가 길 건너편에 선다.
'그렇지. 역시 난 그런대로 운이 좋은 편이야.'
차 문이 열리더니 순찰 조끼를 입은 대원이 내려 카메라를 들고 앞뒤로 오가며 부지런히 사진을 찍어댄다. 속으로
'야, 이 사람들아, 대충 끌어당겨 차 빼내기만하면 되지, 증거사진까지 찍어두나...'
그러길 잠시 차를 타고는 가던 길이었는지 그대로 가버린다.
'저런...'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실망감만 주고 가버리다니...
씨앗나눔 행사고 뭐고 기억 저편으로 벌써 까마득히 사라져 버렸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보험회사에 사고차량 출동요청을 해 본다.
콜센터 상담원 왈
"차량번호와 차주분 성함을..."
차량번호와 내 이름을 큰 소리로 자신만만하게 외었다.
"방금 불러주신 차는 선생님 차량이 아닙니다."
"뭐라꼬요?"
부랴부랴 집으로 전하를 걸어보니, 집사람이
"자~알 한다. 그 차 내 차다."
다시 콜센터 상담원 왈
"차주분과 지금 전화하신 분과의 관계가 어떻게 되십니까?"
'관계라니, 무슨 질문을 그렇게 해대노...'
"집사람 입니다."
"차량출동요청이 정식으로 접수되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차가 점점 바닥으로 가라앉는 느낌이 든다.
'혹시 물이 차올라 엔진이 꺼지는 건 아닐까'
얼마나 지났을까?
콜센터에서 다시 전화 걸려 온다.
"지금 서 계신 곳 위치가 어디십니까?"
"제 차는 완주군 운주면 17번 국도상입이다만"
상담원 왈
"계신 곳 동명이나 지번 같은 건..."
"?"
또다시
"차량출동요청이 정식으로 접수되었습니다."한다.
'허허벌판 같은 곳에 차안에 갖혀 꼼짝못하고 속만 터진다.'
왕왕 지나가는 차들이 퍼부어 대는 물세례를 고스란히 뒤집어 쓴 채 하염없는 기다림이 이어진다.
'벌써 시간이 오전 열시. 오늘 행사는 이대로 물 건너가는 것인가 보다. 그러길래 어매가 정신나갔다 할 때 알아들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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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레커차도 아닌 갤로퍼가 도착하더니 차 앞쪽에다가 밧줄을 건다.
'휴'
견인차와 내 차가 호흡을 맟춰 당기기를 두어번 한 끝에 겨우 빠져나왔다.
덜커덩, 삐그덕...
도로변에 세워놓고 보니 가관이다. 휠 커버는 돌에 긁혀 도금이 다 벗겨지고, 차체는 여기저기 얻어터지고, 틈새마다 검불이 끼어붙어 꼬락서니가...
갇혀 있었던 물구덩이 돌아보니 토사가 수북히 쌓인 게 갇혀 있던 사이 엄청 불어난 모양이다.
내 차가 희생양이 되고 나서 경광등을 켜고 다닌 순찰대가 연락하여 그제사 굴삭기가 동원되어 허겁지겁 작업에 나선 것이다.
견인차 기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고산면으로 간다하니 운전기사 왈
"저 아래 길은 올라오면서 봤는데, 형산강 물이 차오르고 길이 막혔소잉, 못가요. 정 가실라믄 대둔산 고개 왔던 길 되돌아 가시요잉." 한다.
맙소사!
벌써 11시가 다 되어 맘이 점점 조급해진다.
에라 모르겠다. 가는데까지 가보자. 속도를 올려 달려가는데 저만치 앞에서 누가 또 경광봉 들고 도로를 통제하려는지 차 앞쪽을 가로로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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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멀리서 왔는데요. 행사시간이 다되서 그라는데, 지나갈 수 없능교?"
순찰대원 왈
"쫌만 기다려 보시오잉, 산이 무너져서 작업중인께 곧 되것지요." 한다.
반대쪽 차량 열 몇 대가 꼬리를 물고 지나가더니 그제사 나더러 출발해도 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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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끝에 20분여를 더 달렸을까.
행사마감 예정시간을 불과 얼마 안남기고 행사장인 율곡교회에 도착했다.
여태까지 고생 고생하며 겨우 찾아 왔는데 여기서는 뭔가 일이 수월하게 돌아가겠지!
주차장에 차를 대 놓고 넉넉하게 준비해 간 씨앗담을 봉투를 챙겨 들고 교회 앞으로 다가가 식당이 어디 있는지 살펴본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건물 저 안쪽으로 식당이라는 표지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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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을 벗어놓고 복도를 지나 식당으로 걸어가려고 하는데 뭔가 이상하다.
행사가 열리는 곳인데 인기척도 없고, 행사 참석자가 신고 왔을 신발도 보이지 않는다.
혹시 교인들이라 2층으로 올라가서 예배를 드리고 있는 건 아닐까?
일단 밖으로 나왔다.
혹시 날짜를 잘못 알고 왔나?
그 동안의 긴장도 풀겸 담배부터 피워 물었다.
'오늘 제대로 풀리는 게 하나도 없구만!'
토종씨드림 카페를 열어 날짜 재확인하고 휴대폰 열어 날짜 대조해 보니 틀림없이 둘다 맞다.
'그럼 그렇지, 이 허풍수가 하는 일에 틀릴 일이 있나!'
확신에 찬 걸음으로 식당으로 다시 입장!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행사 참석자로 보이는 중년 남성 한 분과 두 분의 여성이 마주앉아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들어가니 일단 반갑게 맞아준다.
여차저차 해서 오늘 행사 참석이 늦었다고 말씀을 건네고나니 한편 많이 놀라면서도 멀리서 여기까지 와 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도 빠뜨리지 않는다.
그리고 나서
오늘 행사는...
오늘 행사가
"비 때문에 취소됐어요."하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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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른쪽에 앉아 계시는 분이 이종란 선생님, 그리고 왼쪽에 앉아 계시는 분이 사무국 직원 경애님
결국 오늘 행사 참석자는 가까운 전주에 계신다는 먼저 오셨던 분과 이 허풍수 두사람으로 조촐하게 끝맺음하게 되었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좌충우돌 오늘의 행사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그리고 아래는 오늘 행사장에서 받은 씨앗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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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노랑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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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얼룩무늬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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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방배추, 곡성무우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문을 나서려는데 봉투가 너무 허전하게 보였는지 이번엔 씨감자를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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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분홍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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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빨개감자를 또 내어 주셨다.
아래는 씨감자 봉입장면과 영농조합법인 씨앗받는농부 사무실 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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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완주가 시간당100미리 젤로많이 퍼부은거같은데 ..아고~~
낮에는 조용하더니 밤에는
무섭게 퍼붓고 이번 장마는
장난이 아닙니다.
잘 해결되었으면 합니다.
아이고~
그래서 결국 못 다녀오셨네요.
헛걸음해서 어째요.
울 호박밭이 물에 잠겨
온갖 플라스틱이랑 패트병에 물 담아서 호박 줄기 밑에 받혀주었네요.
그래서 그런지 호박은 이쁘게 대롱거리며 달려있지만
고추도 몇 포기 죽고........
물땜에 익사한거 같아요.
징글징글하게 비가 오네요.
제목이 다녀와서인데요? 2편이 있지 않을까 싶네요~
우중에 큰 고생 하셨습니다.
벌써 일어나셨어요? 괜히 사서 고생한 꼴입니다. 하루전에만 공지를 해 두었더라도 좋았을 것을 행사 당일 아침에 뒤늦게 공지했어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0.07.31 03:37
좋은 체험 하셨네요. 토종 하시는 분들의 기본중에 첫번째가 날씨 입니다. 날씨에 맞추어 일과를 조절해야 되니까요. 건강 하세요.
쏱아지는 폭우를 피해 다녀오셨네요 저도 올해 처음 심었는데 진안토마토 살이많고 씨앗은적고 맛납니다
방금 씨앗 다 파내서 냉장고에 보관중입니다.
맛을 보니 살짝 단맛이 있고 일반적인 토마토의 향이나 맛은 덜합니다. 개인적인 호불호가 있겠다 싶습니다. 시원하게해서 먹으면 괜찮치않을까 싶습니다
@허풍수 씨앗을 잘 씻어서 ,물에 가라앉는 것만 골라서 말려서 넣어야 합니다 직사광선 없는 선선한 바람 드는 곳에서 완전히 말려서, 비닐 등에 넣어 냉장고 야채 칸 에 넣어 두시면 됩니다
우중에, 대단한 여행하셨네요
간밤엔, 기어이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까지 글이 올라와서 , 2 편이 궁금했는데, 행사까지 취소된걸 모르고, 목숨걸고? 다녀온 씨앗 나눔행사 가 됐군요. 고생하셨습니다.
갔다 와서 돌이켜보니 헛고생만 한 것은 아니었네요. 나름 성과가...
ㅋㅋ 그야말로 소설같은 하루였네요 . 열정에 박수를보내드립니다 짝짝짝!!
아이고 고생하셨네요. 종자를 귀하게 여기는 맘에 박수를 보냅니다.
완주군 무슨 면이였었나요? 열정에 말문이 막힙니다
행사장소는 고산면인데, 차가 갇혔던 곳은 운주면이었어요.
토종에 대한 열정 박수(짝짝짝)보냅니다
열정이라 하시면 과찬입니다. 그냥 호기심에 한 번 다녀온 것 뿐입니다.
아이고 애쓰셨습니다
양동이로 물을 퍼붓듯이 왔어요
하필이면 그때 그시간에 ㅜ
그래도 두분을 만나 그리허망하게 끝나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격려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세상에 큰일날뻔 하셨네요 돌덩이가 차를 때리고 물이 쏟아져 내릴때
차안에 앉아 계시면서 얼마나 심란하시고 은근 공포감이 드셨을까요
아무탈 없이 차가 빠져나왔고 그여이 목적 달성까지 하셨으니 정말 대단하신 담력이십니다
이번엔 운이 좋으신것이고 다음엔 안전한 방향으로 해결하시길요
글을 읽는 내내 가슴이 두군두근 합니다
본의 아니게 걱정끼쳐드렸습니다. 앞으로 명심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학실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