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삭발소설 (시즌 18) Ep. 4 : 왕비의 머리카락 (4)

[삐삐]

그러자 네페르티티는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사, 사실, 신첩은 머리카락을 깎고 싶지 않았사옵니다. 그런데 역관이 신첩에게 머리를 깎는 것이 이집트의 전통이라고 했고, 신첩은 참된 이집트의 왕비가 되고싶었기에 머리를 밀었사옵니다."

그러자 투트모세는 그런 네페르티티를 꼭 안아주며 말한다.

"미안하오, 네페르티티. 짐도 그대를 처음 보았을때 돌돌 말린 그 머리모양이 그대에게 훨씬 잘 어울렸다고 생각하고 있었소. 그러니 앞으로는 머리를 길러도 좋소. 사실 머리를 미는 건 더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것일 뿐, 의무는 아니오. 짐도 그대의 아름다운 진짜 머리카락을 한 번 쓰다듬어보고 싶소."

네페르티티는 투트모세가 자신에게 진심이라는 것을 알고는 투트모세를 항상 믿어주고 사랑하기로 결심한다.

"그래! 나는 이제 이집트의 왕비이고, 파라오를 섬겨야 하는 몸이 되었다! 그래도 성은이 망극하게도 파라오께선 날 생각하셔서 다시 머리를 기를 수 있게 해주셨다! 그러니 앞으로는 파라오 만을 바라보며 살아야만 한다!"

네페르티티는 눈물을 그치고 활짝 웃으며 활기차게 말한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위대하신 파라오여! 앞으로 신첩에게 페르시아어를 쓰지 않으셔도 되옵니다. 신첩이 이집트어를 배워서 말씀을 올리겠나이다."

그러자 투트모세는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하하하! 과연 짐의 안목은 틀리지 않았도다! 좋소! 짐이 직접 조금씩 가르쳐 줄테니 열심히 배우시오!"




다음날, 투트모세는 신하들에게 왕비는 앞으로 머리를 기를 것이라고 말한다. 신하들은 신과 다름없는 투트모세에게 아무말도 하지 못했고, 투트모세는 네페르티티의 머리카락을 밀게 한 역관을 불러온다.

"역관 페누(쥐를 뜻함)는 들어라! 감히 함부로 왕비의 머리를 삭발시킨게 사실이더냐!'

그러자 역관은 벌벌떨며 말한다.

"그, 그렇사옵니다, 위대하신 파라오여! 우리 이집트의 전통이 머리카락을 밀고 가발을 쓰는 것이었지 않사옵니까?"

투트모세는 잔뜩 화난 표정을 지으먀 말했다.

"너 때문에 나의 왕비가 얼마나 울음을 터뜨렸는지 알고 있느냐?! 왕비는 소중한 머리카락을 잃어서 너무나도 슬퍼했단 말이다! 그리고 나도 그 머리카락을 얼마나 쓰다듬어 보고 싶어했는데, 그렇게 밀어버릴 수가 있냐는 말이다!"

페누는 고양이를 만난 쥐처럼 벌벌떨며 빌기 시작한다.

"사, 살려주시옵소서, 위대하신 파라오여! 미천한 몸이 위대한 파라오와 왕비님께서 그렇게나 상실감이 크실 줄은 몰랐나이다!"

네페르티티는 투트모세를 말리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페누가 시녀들에게 보관하도록 시켰다고 말한다. 그러자 투트모세는 조금 화가 풀린 표정으로 말한다.

"역관 페누는 들어라! 왕비가 너를 살려달라고 간청하니 너의 목숨만은 살려주도록 하겠다! 그러나 책임은 물어야 하는 일이다! 따라서 너는 반년동안의 월급의 절반을 삭감한다!"

페누는 눈물을 흘리면서 절을 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위대하신 파라오여!"





그뒤, 투트모세와 네페르티티는 밤마다 이집트어 수업 겸 하루 일과를 말하는 시간을 가졌고, 둘은 형식적인 관계가 아니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는 동안 네페르티티의 머리는 오늘날의 짧은 숏컷 정도의 길이로 자라났고, 투트모세는 그런 네페르티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나의 네페르티티여. 그대의 머리카락은 어찌도 이리 부드러운지 모르겠구나."

네페르티티는 빙긋 웃으며 대답한다.

"과찬이시옵니다, 위대하신 파라오여. 길이가 이렇게 짧고 흉측하지 않사옵니까?"

그러자 파라오는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하하! 아기처럼 귀엽기만 하구나. 앞으로 더 예쁘게 기를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아끼지 않겠다."

네페르티티와 파라오는 그렇게 서로를 안아주며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