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피의자의 사망시간 부근에 범인이 빌라 안에 있었던 가를 검토해봅시다. 아시다시피 피의자는 흉기에 찔려 단시간에 사망했습니다. 이 점을 보아 우리는 피의자의 사망시간 부근에 범인이 빌라 안에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는 데 가 경우 생각할 수 있는 케이스는 단 하나에요.
범인이 피의자의 집에 들어와 6시 50분 이전부터 7시 사이에 피의자를 찌르고 신속하게 자기 집으로 돌아온다. 7시에 사람들이 가상했을 때 박재진이 옆집 피의자를 발견. 하지만 생각해보면 범인은 굳이 그렇게 빠듯한 시간을 사용할 이유가 없죠. 차라리 시간을 넉넉히 잡아서 새벽 4~5시에 범행을 저지르는 게 더 나아요.
게다가 시간이 촉박한 범인이 여유를 부리며 피의자 몸에 물을 뿌리고 보일러 온도를 최대로 높이며 베란다 문을 열었다는 건 말이 안 되죠. 그래서 결론은 그 역이라는 거예요. 즉 피의자의 사망시간에 범인은 빌라 밖에 있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유력용의자는 두 분. 김택근씨와 유은지씨예요."
설화의 추리를 들은 모든 사람들은 어이를 상실했다. 특히 김택근과 유은지가 그러했다. 유은지는 도통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설화에게 물었다.
"그럼 빌라 밖에 있던 우리들은 어떻게 안에 있던 김혜미씨를 헤쳤다는 거예요?"
"범행방법에 대해선 김만호씨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어요. 집 안을 둘러보다가 떠올랐거든요. 도르래요. 범인은 도르래를 사용했어요. 먼저 도르래 줄을 만들기 위해 실이 필요하죠. 흉기의 무게를 잘 버텨내면서 힘을 가했을 때 끊어질 수 있는 재질이요. 그것을 흉기 손잡이 구멍에 꿴 다음 다른 실들로 그 실을 감아서 튼튼하게 만들어요.
이 실들은 절대 끊어져선 안돼요. 낚싯줄같이 질긴 재질이 여야죠. 그 후 양쪽 끝을 모아 도르래 줄이 완성 되요. 다른 한 쪽 끝엔 범인이 밖에 나온 사이 흉기를 지탱해줄 물건을 연결해야 하죠. 피의자가 물을 뿌린 이유는 이 물건을 감추기 위해서였어요.
물과 보일러 온도를 조합하면 그 물건을 알아낼 수 있죠. 맞아요. 얼음이요. 얼음 밑 부분에 도르래 한쪽 끝이 붙도록 얼려놨죠. 범인은 피의자 집에 들어가기 전에 이것을 가지고 왔어요. 그리고 도르래를 걸어하는데 그건 피의자 바로 위에 있는 샹들리에를 받치고 있는 고리가 그 역할을 하는 거죠.
거기에 도르래 줄을 걸고 흉기 위치를 조정한 후 얼음을 바닥에 놓고 얼음 위에 물건을 올려서 얼음이 뜨는 것을 방지해요. 피의자의 취재노트 한 묶음이 그 역할을 했죠. 그러면 장치설치가 끝이 난거죠. 범인은 밖에 나오고 피의자의 사망시간에 얼음이 거의 녹아 흉기를 지탱하지 못하게 되고 흉기는 추락해 피의자에게 꽂혀요.
이 방법은 밖에 나간 두 분도 할 수가 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죠. 마지막으로 도르래 줄을 회수합니다. 질긴 재질의 회수 줄을 만들어 도르래 줄에 연결해 한쪽은 열어 논 배란다문을 넘어 밑층으로 끌어옵니다. 위에서 흉기가 떨어진 소리가 들리면 밑층의 공범이 회수 줄을 당겨 흉기를 꿴 줄을 끊고 도르래 회수해요.
범행에 사용한 줄을 투명한 색을 사용하면 1층에 있는 노부부에게도 잘 보이지가 않아요. 그렇다면 공범은 누구일까요? 같은 빌라주민일 수도 있겠지만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범인에게 미리 훈련받은 팀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 후 범인은 빌라에 돌아와 4층에 주민들이 난잡해있는 틈에 자기 집에 들어와 도르래 줄을 제거하면 범행이 끝나죠. 결론적으로 이 방법이 가능한 분은 한 분 밖에 없죠. 범인은 김택근씨입니다."
설화의 말이 끝나고 모두가 김택근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이 산송장처럼 창백해졌다. 얼굴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범인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없잖아! 그리고 네년이 말한 그 장치라는 게 진짜 작동하긴 해? 내 눈 앞에서 만들어서 증명해봐!"
수세에 몰린 그의 무의식적인 방어행동인가 갑자기 버럭 소리 지르며 설화에게 무섭게 다가갔다. 그 순간 두려움을 느낀 설화는 뒤로 무르다가 발을 헛디뎌 풀썩 바닥에 쓰러졌다. 김형사가 재빠르게 다가가 그녀의 방패막이 되어주었다.
"괜찮니? 설화야."
"네에, 괜찮아요."
그녀가 안심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김형사는 뒤를 돌아보아 김택근은 맹렬하게 노려보았다.
"당신은 이미 끝났습니다. 순순히 죄를 인정하시죠!"
"아니, 김택근의 말은 틀리지 않아 김형사. 아직 그에게 유력한 증거가 없다네."
김형사의 예상과는 다르게 노반장은 오히려 김택근의 편을 들었다. 김택근은 동료가 생겨서 그런지 기세등등한 목소리로 똑같은 말을 제차 반복했다. 이번엔 설화가 궁지에 몰렸다. 하지만 김형사가 보기엔 설화의 얼굴은 죽지 않았다. 그녀는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그녀는 일어서서 손가락으로 김택근을 가리켰다.
"범인은 큰 실수를 하고야 말았습니다. 평상시에 의식하지 못한 것을요. 범인은 장치설정을 끝내고서야 자신에게 냄새가 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자기가 몇 시간 전 수산물시장에서 진득하게 묻혀온 생선냄새를요.
그것은 감각기관 중에 코가 가장 쉽게 피로해지기 때문이죠. 범인은 증거를 제거하기 위해 다른 냄새로 생선냄새를 덮기로 생각했죠. 그래서 방에서 향수병을 가지고와 집안 곳곳에 뿌렸어요. 하지만 향수만 사라지면 경찰이 눈치 채겠죠.
그래서 다른 화장품 모두를 깨트리고 방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서 경찰 측에서 범인이 방을 뒤지다가 실수로 향수병을 깨트린 것처럼 보이게 했죠. 범인이 향수를 범행에 이용했다는 사실을 숨기기위해서. 그것을 유은지씨가 증명해 줄꺼예요. 유은지씨!"
긴장한 표정의 유은지가 설화를 바라봤다.
"당신에게 한 가지 질문을 할게요. 당신은 죽은 그녀를 위해 그리고 그녀를 죽인 그를 위해 진실만을 답해주시길 빌겠습니다."
설화는 잠시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범인을 한방에 쓰러트릴 비장의 무기를 장전했다.
"6시 20분에 당신이 김택근씨를 발견했을 때 김택근씨 아니 살인자에게 향수 냄새가 나지 않았습니까?"
무기의 힘은 충분히 강했다. 범인은 큰 실수를 저질렀지만 증거를 덮어내고 누에게 들키지 않고 밖에 빠져나오는 것으로 실수를 커버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운명은 그를 순순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유은지에게 걸려온 갑작스러운 전화, 그것은 범인에게 데드콜이였다.
유은지는 갈등에 빠져들었다. 그녀는 이웃을 구해주고 싶다. 하지만 설화의 말이 마음의 걸린다. 이웃을 구하는 일이 이웃을 위한 것도 이웃이 죽인 이웃을 위한 것도 아니었나? 그래, 이것은 옳지 않아. 모든 것은 나의 착각 이였어. 진정 이웃을 구하기 위해서 진실을 말해야해. 그녀의 뜨거운 결심을 심장 깊숙이 묻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김택근씨, 당신을 김혜미씨를 죽인 살인범으로 체포하겠습니다."
노반장은 미란다의 원칙을 말하면서 그의 싸늘한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그는 일채 저항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노반장은 유은지를 바라봤다.
"유은지씨, 당신도 함께 가주셔야 합니다."
"아닙니다! 형사님. 그 때 제가 유은지씨를 만났을 때 그녀에게 협박을 했습니다. 날 경찰에게 알리면 죽이겠다고요."
"김,김택근씨..."
노반장은 유은지에게 수갑을 채우면서 왠지 마음이 찜찜해졌다. 그를 바라보는 경찰들의 시선이 마치 악당을 바라보는 것 같다. 뭐라도 말을 해야겠다.
"당신의 마음은 잘 압니다. 김택근씨. 하지만 우리들은 유은지씨에 대해 나쁜 말을 하지 않을 거니까요 큰 형은 받지 않을 겁니다."
노반장의 말에 김택근은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그 이후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두 사람이 채포되고 죄책감을 느낀 박재진이 그 자리에서 사건의 내막을 모두 밝혀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며칠 전 박재진은 자신에게 맡겨진 어마한 빛을 견뎌내지 못하고 급기야 범죄를 계획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목표한 집에 들어가 돈과 귀금 품을 훔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다음날에 옆집 김혜미에게 들키고 말았다. 박재진은 손까지 싹싹 빌며 경찰에게 넘기지 말아달라고 간청했지만 김혜미는 자신의 소중한 이웃이기에 그럴 수 없다고 했다.
불안해진 박재진은 김택근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하고 이를 들은 김택근은 김혜미와 대화를 시도하다 실패한다. 김택근의 입장에선 감옥에 갈 위기에 처한 박재진을 구하고 싶고 그를 경찰에 넘기려하는 김혜미가 괘씸해서 그녀를 죽이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의 설명을 마치고 최종적으로 빌라 살인사건이 끝을 내렸다. 재판을 마치고 유은지는 악의적인 의도가 없었으므로 작은 형을 받았고 박재진은 훔친 돈과 귀중품을 돌려주고 자신이 먼저 자백한 덕분에 감형 받았다.
하지만 살인을 저지른 김택근에게 가혹한 법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담으로 이 사건을 맡았던 경찰들의 가치관에 큰 변화가 있었다. 빌라 살인사건 보고서를 제출한 날,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온 김형사는 자신이 직접 만든 호박죽을 플라스틱 통에 담아들고 몇 년 동안 말도 나누지 않은 옆집 문에 다가가 노크를 했다.
첫댓글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제가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전문작가님처럼 잘 쓰는 건 아직은 무리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전문작가님 작품을 열심히 읽고 습작도 많이 써야겠죠.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올림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