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의 학부모들은 춘천의 고교졸업생들이 한해 평균 30여명을 웃돌게 서울대학에 입학해오다 지난해에는 11명으로 뚝 떨어졌다는 조선일보 보도가 나간 후 이 궁금증에 대한 해답 찾기에 분주하다. 3명 이상만 모이면 이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교육 일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 학원장, 그리고 대학수험생을 둔 학부모를 한자리에 초청, 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진단하는 지와 앞으로 어떤 대책이 필요한 지에 대해 들어보았다.〈편집자주〉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김:자원(입학생)이 예전만 못하다. 중학교 내신성적만으로 입학생을 선발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본다.
하:학생은 비평준화인데, 교사는 평준화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교사들의 이동이 너무 심하다. 우수한 학생은 우수한 교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염:선생님들 이야기로는 학생들의 향학열이 학년이 내려갈수록 점점 떨어진다. 또 학부형들 사이선 교사들의 연구열기도 떨어진다는 이야기나 나돈다.
이:언론에서는 서울대 합격생 숫자만으로 학교를 평가하는데, 요즘 학생들은 과거와는 달리 서울대의 간판에 연연하지 않는다. 우수한 학생들은 대개 전문직을 선호해 의대, 치대, 한의대를 지망한다. 지방의대가 서울공대보다 들어가기가 더 어려운 게 현실 아닌가? 그런 풍조를 감안해야 한다.
김:그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지방의대, 한의대, 경찰대, 포항공대 입학생수는 지난해(2005학년도)에도 19명이나 됐다. 그 수는 줄지 않았다.
■논술의 경우, 실제로 당락이 좌우될 정도로 학생간 격차가 있나?
염:사실 요즘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다. 학부형들은 가급적 학교에서 우수강사를 초청해 이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하지만 선생님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이런 요청을 하면 불쾌해 할 까 조심스럽다. 언제 분위기 좋을 때 이런 이야기를 할 계획이다.
하:내신등급이 같을 경우, 무엇으로 우수학생을 가려내겠느냐? 대비를 많이 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간의 차이는 엄청나다.
이:전반적으로는 그렇지도 않다. 내가 알기로, 서울대는 10% 내외가량이 논술과 심층면접으로 당락이 바뀐다.
김:지금의 대학선발기준으로는 다른 여건(수능성적, 내신)이 같을 경우, 논술로 판가름이 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야간자율학습(야자)은 현행대로 좋은가?
염:학부모들의 입장에서는 야자를 환영할 수 밖에 없다.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은 마음이 놓인다. 또 덕분에 사교육비 부담도 경감되고 있다.
하:일률적으로 방과후에 학생들을 학교내에 수용하는 건 문제가 있다. 지금의 야자시간은 절반 정도로 줄여야 한다. 학생들 스스로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과목에 대해서 보충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학생들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 강제적으로 실시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15% 가량은 야자를 하지 않는다.
김:학생들이 EBS를 시청하려고 한다든가, 학원에 간다고 하면 자유롭게 풀어준다.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그렇게 하겠지만 아직은 야간자율학습이 효과가 있다고 본다.
■춘천의 학원수는 적정한 수준인가?
염:대부분 과외에 의존하는 것 같다. 내가 듣기로 과외하는 학생과 학원수업학생의 비율이 4대1 정도 된다.
하:춘천의 학원은 중학생위주다. 야자를 하는 학교가 많다 보니 고교생은 덤으로 생각하고 학원을 운영한다. 학원이 매우 위축되어 있다.
이:내가 보기에도 학원에 가는 학생보다는 과외를 하는 학생이 조금 더 많다.
김:대부분 과외를 선호한다. 하지만 이런 학생이 성적이 더 좋다고 꼬집어 말 할 수는 없다. 또 부유층에서만 과외를 하는 것 같지도 않다.
■최근 들어서는 학부모들 사이 내신에 치중하느라 춘천고, 춘천여고 등 소위 명문고로의 진학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는데….
하:요즘 중학생들 사이에선 그런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중위권 사립고교들이 대약진을 기록했다. 내신에서의 상대적 유리를 잘 활용한 것이다. 학교측에서도 매우 적극성을 띠고 있다. 앞으로는 그런 추세가 더욱 만연되리라 본다.
염:학부형 사이에서도 그렇게 하는 것이 유리할 거라는 이야기가 확산되고 있다. 현재 춘고, 춘여고의 중하위권 재학생들만 처량해지는 꼴이다. 어떤 높으신 분이 한가지만 잘하면 대학에 갈 수 있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한가지만 못해도 대학에 가기 힘든 세상이다. 이건 문제가 있다. 이 말을 한 사람이 책임을 져야한다고 본다.
이:그런 추세가 현장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앞으로 우리학교도 이런 문제에 부딪칠 것이다.
염:그렇다면 최근 2~3년 새에 춘고나 춘여고에 진학한 학생들만 처량해지는 것인가?
이:아직은 그렇게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중위권대학들이 작년에 대약진했다고 하지만 틈새를 파고든 것에 불과하다.
■교사와 학부모, 학생간의 진학상담은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있나?
염:선생님들이 요즘은 학교의 명예보다 학생입장에서 생각해주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것 처럼 학교의 성가를 높이기 위해 서울대행을 강요하지 않는다.
김:학생들이 이미 자기가 가고 싶은 과를 정한 후에 상담에 임한다. 지도교사는 어느 대학군(群)에 원서를 내면 합격 가능성이 높다는 정도를 제시할 뿐이다.
이:요즘은 학생들이 어디에서 들어서 그렇게 훤히 알고 있는 지…. 아마 인터넷 덕분인 것 같다. 별도의 상담이 필요없을 정도다.
하:입시정보에 대해 당사자인 학생들이 더 잘 안다. 지금 춘천권 교육의 심각한 문제는 교사나 학원, 학부형중 이런 다양한 입시제도와 환경에 대해 정통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선 그야말로 공교육, 사교육의 이해를 떠나 학교와 학원, 부모들이 정보와 지혜를 공유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2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이날 좌담에서 참사석자들은 특히 3 가지 문제에서 모두 공감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첫번째는 논술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고교진학때 하향지원이 차츰 그 저변을 넓혀가고 있어, 머지않아 비평준화는 단지 제도로만 존속될 가능성이 크리라는 예측이었다. 세번째는 대학별 입시정보에 대해 더욱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야간자율학습에 대해서는 학원입장과 학부모입장이 사교육비 부담을 사이에 두고 충돌하는 양상을 보였다.
(김창우기자 cwkim.chosun.com)
(기록=염창선·한림대 언론전공4년 )
• 중부] 강원도 고교생 학력저하 ③학원가의 문제점과 분석
• 金昌祐기 ?릀wkim@chosun.com입력 : 2002.12.17 22:51 / 수정 : 2002.12.17 22:51
• 강원도에서는 사교육 부문도 허점이 적지 않다고 학원 관계자들과 학부모들은 지적한다. r학부모들은 공교육이 부족한 부분을 사교육이 보완해주기를 바라지만, 사교육기관의 난립으로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 고3과 중3 두 딸을 키우는 학부형이자,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부모교육 책임강사인 이춘희씨는 “학원 강사들의 학습지도능력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최근 학원에서 강사로 활동하다가 전업과외선생으로 전향한 심영수(가명·32)씨도 동조했다. 심씨는 “춘천일원의 입시학원 강사들은 20% 가량이 무경력자들로, 대학을 갓 졸업한 후 임시방편으로 학원에 잠시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명감을 갖고 입시경향파악에 몰두하기를 기대하는 건 난망한 일”이라고 전했다.
• 15년 전통의 입시학원인 송암학원 김용수원장은 “학원 강사들의 수준이 보편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은 ‘시장의 수급원리’로 분석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졸자들의 취업이 여의치않자, 이들을 주축으로 학원을 마구 설립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춘천의 경우, 고교는 14개에 불과한데 학원수는 102개에 달한다. 대구는 110개 학교에 학원은 430개에 그치고 있다.
• 이같이 학원도 난립하다 보니 ‘학교에서는 기본교육을, 학원은 응용력 배양에 각각 주력해야 하는 역할분담에 혼선이 빚어진다’고 김씨는 분석했다.
• “학교가 모든 교육을 도맡으려 하는데 문제가 생긴다”는 주장도 나온다. 자율학습이나 특기 적성교육으로학생들을 밤10시반까지 잡아놓는 건 학습능률면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 정석학원 원장이자 춘천시 학원연합회장인 하재풍씨는 “학교 교육은 최소한 밤9시 이전에는 모두 끝나야 한다”고 강조하고 “수능시험이 날로 어려워지는 요즘, 교과서를 벗어난 부분은 사교육에 떠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 하원장은 또 “밤 늦게 집에 돌아올 수 밖에 없다 보니 학생들이 학원보다 출장수업이 가능한 과외공부에 의존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때문에 학원수강 대신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과외공부로 몰려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 실제로 강원도 고3학생들은 학원보다는 과외에 더 많이 의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원주여고 김동주교사는 “과외하는 학생들이 학원에 가는 학생보다 갑절이상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춘천여고 박영수교사는 “방과후에 학원차를 타는 학생수는 전체의 10%수준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대략 3대1정도로 학원수업보다 과외지도 받는 학생들이 더 많다는 것이 일선교사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 하재풍원장은 “비평준화 지역에서는 학교별로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교과과정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씨는 “상위권 학생들에겐 학원수업이 절실하지 않지만, 그 밖의 학생들에겐 사교육이 ‘필요악’이므로, 학교가 모든 학생에게 일률적으로 연장수업하는 것을 시정하지 않으면 학력저하 현상은 날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 [중부] 강원고교생 학력 저하 (4) 대책 좌담회
• “고교 서열화 바꾸고, 公·私교육 협력해야”“중상위 학생 입시지도·선택적 자율학습 필요”
• 金昌祐기자 cwkim@chosun.com입력 : 2002.12.19 22:18 / 수정 : 2002.12.19 22:18
• ■좌담 참가자
• ▲김은희 :고2,중3 학부형·강원도청 공무원
• ▲박영우 :춘천여고 진학담당교사
• ▲이춘희 :고3,중3 학부형·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부모교육 책임강사
• ▲하재풍 :춘천시 학원연합회 회장·정석학원장
• -강원도 고교생들의 학력저하현상에 제동을 걸려면 뭔가 획기적인
•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강원도가 할 수 있는 일은
• 무엇이 있을까요?
• ▲이:모든 고교를 1등부터 꼴찌까지 서열화하는 것을 즉시 철폐해야
• 한다. 서울이 ‘특수목적고’를 운영하고 있지만, 학부형들이 여기에 별
•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극히 일부 상위권 학생들만, 그것도
• 선택적으로 이들 학교에 진학하기 때문이다.
• 강원도는 어떤가? 좁은 바닥이다 보니, 소위 3류 고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 3년동안 마치 죄인이라도 된 양 고개를 수그리고 다닌다. 그런
• 학생들에게 도전정신과 의욕을 기대하는 건 허황된 일 아닌가? 그렇다고
• 평준화로 돌아가자는 게 아니다. 서울처럼 일부만 운영해야 한다.
• ▲하:학교가 교육을 도맡겠다는 자세를 시정해야 한다. 고1,2학년에게는
• 정규 수업후 귀가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며 고3학생도 밤 9시 이전에는
• 풀어줘야 한다. 현행처럼 밤10시까지 일률적으로 학교안에 가둔 채
• 특기적성교육과 자율학습을 시켜선 안된다.
•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신이 무슨 과목에 특히 취약한가에 대해선
• 선생보다도 잘 안다. 교육도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으로
• 이뤄져야 한다.
• ▲박:교사들의 현행 순환근무제를 다소 수정해야 한다. 실력있고 경력
• 있는 중견교사들은 대부분 벽지로 전출됨에 따라 시내 중고교는 대개가
• 연장자 내지는 소장 교사들 뿐이어서 학습지도의 효율이 떨어진다.
• ▲김:수학능력시험이 끝나면 교육청이 주관해 입시지도를 해 줬으면
• 좋겠다. 그래야 학부모들의 혼돈이 진정될 것 같다.
• -학생들의 진로선택 경향에 대해선 아쉬운 점이 없나요?
• ▲박:의대와 법대를 선호하는 요즘, 강원도 학생들까지 모두 여기에
• 편승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환경과 농과계통, 그리고 기초과학 방면에
•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장래성면에서 이런 계통이 결코 뒤지지
• 않기 때문이다. 단지 유행을 타지 못해 일시적으로 인기를 끌지 못하고
• 있을 뿐이다.
• ▲하:대학에서 어떤 과목을 공부하고 싶다는 건, 대략 중2나 중3때
• 결정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특히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 일찌감치 결정하고 나면 고3때 우왕좌왕하지 않아도 돼 수시나 정시때
• 선택이 훨씬 수월해진다.
• ▲이:그렇게 하려면 중1이나 중2때 견문을 많이 넓혀야 하는데, 현실은
• 그렇지 못하지 않은가? 중1때부터 내신에 쫓겨 학업에 골몰하다 보니
• 대부분의 가정이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도 오붓하게 식구끼리 외출을 하지
• 못한다. 고입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 ▲김:현행 제도하에선 부모가 역할을 할 틈도 없는 것 같다. 아침 7시반에
• 나가 밤11시가 넘어서야 귀가하는 아이를 바라보면 그저 쉬게 하고
• 싶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나와 비슷할 것이다.
• -사교육이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이 학력저하의 한 요인이라는 지적이
• 있습니다.
• ▲하:특히 중상위그룹 학생들에겐 절실하다. 이들은 적당한 사교육을
• 통해 상위그룹으로의 도약이 가능한 학생들이다. 하지만 하루종일
• 상위권학생들과 똑같은 수업을 받다보니 그만큼 기회를 박탈당하는 셈이
• 된다.
• ▲박:상위권중에서도 최고층은 대부분 과외도 하지않고 학원에도 다니지
• 않는 학생들이다. 모름지기 학교수업에 100% 충실하면 별도의 사교육을
• 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 ▲이:학원이 없는 산골마을까지 모두 합해 평균을 내다보니 그럴 것이다.
• 내가 알기론 춘천이나 강릉, 원주 등 도시 가정의 사교육비 부담은
• 만만찮은 수준이다. 강릉은 교육열이 수도권을 능가하는 것으로
• 알고있다.
• ▲김: 학교에서 자율학습이 ‘타율’로 진행되는 게 개선돼야 한다.
• 학생들에게 참가여부 선택권이 주어져야 한다. 그래야 사교육을 통해
• 취약과목을 보충할 수 있지 않겠는가.
춘천시학원연합회가 현충일인 6일 춘천시내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비롯 각급 관공서, 금융기관, 병원 등 공공시설 85곳을 대상으로 조기 게양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중 53%인 45곳만이 조기를 제대로 게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의 경우 전체의 60%가 조기를 달았는데, 조기 게양비율은 ▷2001년 95.4% ▷2002년 91.1% ▷2003년 80.8% ▷2004년 65.2% 등 해마다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춘천시학원연합회 하재풍 회장은 “올해는 연휴기간이 길어지면서 미처 조기로 바꿔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학생들에게 모범이 돼야 할 학교에서조차 조기를 제대로 달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윤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