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文鄕) 강릉(江陵)
6. 친구들이 보내온 한시
<1> 文鄕江陵(문향강릉) 芝石(지석) 孫鎬丁(손호정)<白忠基 校長의 ‘江陵鄕校 探訪’을 읽고>
文鄕江陵(문향강릉)
第一江山鄕校嵬(제일강산향교외) 影堂書院每村開(영당서원매촌개)
- 제일강산에 향교가 으뜸이라 영당 서원이 마을마다 열렸구나.
英材輩出無量數(영재배출무량수) 名不虛傳再擧杯(명불허전재거배)
- 영재 배출 수를 셀 수 없으니 명불허전 다시 술잔을 드노라.
◎芝石(지석)은 강릉고 3회 졸업인데 나와는 관동중(關東中) 동기(同期)로 현재 춘천문화원 한시(漢詩) 강사이다.
<2> 吟一節白君之江陵史(음일절백군지강릉사) 芝石(지석) 孫鎬丁(손호정)
-백충기의 강릉 역사탐구를 보고 시 한 수를 읊다.
吟一節白君之江陵史(음일절백군지강릉사)
故里關東何瑟羅(고리관동하슬라) 高麗客舍服門歌(고려객사복문가)
- 고향 관동의 하슬라 / 고려객사 배불뚝이 문을 노래하네
旅行家說數無盡(여행가설수무진) 蒼海鏡湖同起娑(창해경호동기사)
- 여행가의 이야기 끝이 없을 테니 / 푸른 바다와 경포호수 함께 일어나 춤추겠네.
위의 한시(漢詩)는 지석(芝石) 손호정(孫鎬丁) 친구가 보내온 자작 한시인데 나의 강릉지방 역사탐구(歷史探究) 글을 읽고 써 본 한시라고 한다. <강원도향토문화탐구(江原道鄕土文化探究)>
<3> 輓小叔父(만소숙부) 芝石(지석) 孫鎬丁(손호정)
輓小叔父(만소숙부)
七十三年前共呱(칠십삼년전공고) 仰婆吮乳長同生(앙파연유장동생)
- 칠십 년 전 함께 울며 태어나 할머니 젖을 빨며 같이 자라나
逢他對竪雙勞協(봉타대수쌍로협) 留我孤童互力爭(유아로동호력쟁)
- 다른 더벅머리 만나면 짝으로 맞서고 홀로 남겨지면 서로 힘을 겨뤘네
姪遂公共來去住(질수공공래거주) 叔行稼穡勉勤耕(숙행가색면근경)
- 조카는 공무로 오가며 살았는데 숙부는 농사로 부지런히 밭을 갈며
鄕中禮俗傳人注(향중예속전인주) 門內家風敎子傾(문내가풍교자경)
- 마을의 예속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집안의 가풍은 자식들에게 가르쳤는데
此忽偃蹉無可立(차홀언차무가립) 終于殞命不能營(종우운명불능영)
- 이처럼 갑자기 쓰러져 일어서지 못하다가 끝내 운명하여 다스리지 못하니
喜悲日事和誰議(희비일사화수의) 大小常規又豈撑(대소상규우기탱)
- 기쁘고 슬픈 일상사 누구와 의논하며 크고 작은 집안 법도 또 어찌 지탱할까?
派越武勳蒙太極(파월무훈몽태극) 爲親善積配先塋(위친선적배선영)
- 파월 무훈에 태극기를 덮고 친족 위하던 족적으로 선영에 배향하였으나
貯看綠柳思鴯唱(저간록류사이창) 偶望靑江憶友聲(우망청강억우성)
- 버들잎 보면 가르쳐주던 제비노래 생각나고 푸른 강물 보면 부르던 벗의 노래 생각납니다.
含淚與孫冥福禱(함루여손명복도) 西方淨土永眠榮(서방정토영면영)
- 눈물 머금은 자손들과 명복을 비오니 극락에서 오래도록 고이 잠드소서
*만(輓)-죽음을 애도하는 시가(詩歌)
<우정(友情)의 선물(膳物)>
지석(芝石)은 고향이 구정면 덕현리(德峴里)로 나와 중학교 동기동창(江陵 關東中 1回)이며, 춘천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는데 퇴직 후 강원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 춘천문화원(春川文化院) 한시(漢詩) 강사, 사단법인 한국 한시협회(漢詩協會) 이사(理事)를 맡고 있다.
지석(芝石)은 금년(2021) 4월 한시집(漢詩集) ‘선향(先鄕)을 그리며’를 발간했다.
芝石(지석)은 숙부와 동갑으로 함께 관동중학교를 졸업했는데, 강릉농고(현 중앙고) 안에 개교하였던 관동중(關東中)은 우리 1회 졸업생만 내고 학교가 폐교되었고, 우리 후배(1,2학년)들은 경포중학교가 개교되면서 옮겨서 경포중학교에서 졸업하였다. 관동중은 A, B 두 학급이었는데 지석은 A반이었고 숙부(순규)는 나와 B반이어서 지석보다는 숙부(순규)가 나와 더 친했다고 할 수 있는데, 숙부(순규)는 키가 나(176)보다 더 커서 항상 맨 뒷자리 옆에 앉아서 히히덕거리며 특별히 친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렇게 건강하던 친구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悲報)를 듣고 가슴이 쓰렸는데 조카인 지석이 쓴 한시 輓小叔父(만소숙부)를 읽으니 가슴이 먹먹하고 눈앞이 흐려진다.
조카, 삼촌인 둘이 번갈아 할머니와 형수의 두 젖꼭지를 양쪽에서 물고 자랐다는....
지석(芝石)의 고향인 덕현리(德峴里)는 망덕봉 기슭 단경계곡(丹景溪谷) 인근의 경관이 뛰어난 산골 마을, 한학(漢學)마을이다.
白忠基校長世界遊覽記膳物謝禮吟(백충기교장 세계유람기 선물사례음)
모월(茅月) 최완희(崔宛熙)
訓導平生德敎宣(훈도평생덕교선) 退公囊負百邦旋(퇴공낭부백방선)
- 평생을 가르치며 큰 덕을 펴시고 / 퇴임 후 배낭 메고 온세상을 다니셨도다.
銀金揷畵前期察(은금삽화전기찰) 珠玉奇言後代傳(주옥기언후대전)
- 소중한 삽화(사진)로 옛 유적 볼 수 있으니 / 주옥같은 신기한 얘기는 후대에 전하리라.
果敢性情千客率(과감성정천객솔) 勇剛氣魄萬人牽(용강기백만인견)
- 과감한 성품으로 뭇사람 통솔하시고 / 강인한 기백으로 만인을 이끌도다.
未知世界周遊訪(미지세계주유방) 挑戰精神永遠連(도전정신영원련)
- 미지의 세계를 두루 탐방하시니 / 도전하는 정신 계속 이어가소서
모월(茅月) 최완희(崔宛熙)는 고향이 강릉시 담산동(淡山/茅山)으로 나하고는 중학교(關東中 1回) 동창이다. 예전 강릉시로 편입되기 전 강원도 명주군(溟州郡) 모산(茅山)은 내 고향 학산(鶴山)과 인접해 있는데 모산(茅山)과 학산(鶴山)이 워낙 역사가 오랜 마을이고 사람이 살기가 좋은 곳이라 생거모학산(生居茅鶴山), 사거성산지(死居城山地)라 불리었던 곳이니 ‘살아서는 모산, 학산이요 죽어서는 성산’이라는 말이다. 성산(城山)은 대관령 밑으로 학산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다. 1963년 중학교를 졸업할 때, 나는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1년 늦게 고등학교를 가게 되어 같이 강릉고등학교(江陵高等學校)를 나왔지만 최교장은 3회, 나는 4회로 졸업했다. 나는 학산에 있는 구정(邱井)초, 최완희는 모산(茅山)에 있는 장현(長峴:진재-茅山의 옛 이름) 초등학교를 나왔는데 최교장은 고등학교 교원(敎員)으로, 나는 초등학교 교원으로 평생 봉직(奉職)했다. 최교장은 경기도 남양주(南陽州)고등학교 교장으로, 나는 인천 연수구 청량(淸凉)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직했으니 얼추 비슷한 인생길을 걸어온 셈이다.
최교장은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할아버지로부터 한학을 익혔고 초등학교 재학시절부터 붓글씨에 자질을 보였다니 일찍부터 한학(漢學)에 눈을 떴던 모양이고, 나도 어렸을 때 동네에 서당(書堂)이 있어 어깨너머로 천자문(千字文)과 동몽선습(童蒙先習)을 훔쳐볼 기회가 있어 한문에 관심이 많았으니 그것도 엇비슷하다. 최교장은 퇴직 후, 곧바로 성균관(成均館) 나가기 시작하여 한학을 꾸준히 연마하였고 또 종로 한시협회(漢詩協會)에서 한시(漢詩) 공부도 꾸준히 하여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작년에는 전국 한시백일장에 나가 입상하기도 하였으니 실력을 공식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거기다 서각(書刻)도 일찍 입문하여 숱한 서예작품은 물론이려니와 서각작품들도 엄청나게 제작했으니 볼 때마다 그저 놀라울 뿐이다.
우정(友情)의 선물(膳物)이라 해야 하나, 감동(感動)의 선물(膳物)이라고 해야 하나...
이 친구가 나에 관한 한시(漢詩)를 쓰고, 그것을 서각(書刻) 작품으로 만들어 나에게 보냈다.
제목이 ‘백충기교장 세계유람기 선물사례음’(白忠基校長 世界遊覽記 膳物謝禮吟).. 그저 감동일 따름이다.
나는 현직에 있을 때부터 세계 배낭여행을 차근차근 준비했었다. 젊은 시절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세계 역사와 지리, 각국의 문화사, 그리고 영어공부였다. 그리고 2009년 2월, 퇴직과 동시에 남미(南美)를 시작으로 제법 많은 나라들을 홀로 배낭여행을 했다. 최근의 마지막 여행이 2018년 9월부터 11월까지 프랑스, 영국, 포르투갈, 스페인, 모로코를 묶어 49박 50일 동안 다녀온 배낭여행이다.
2012년 1차로 여행기를 모아 ‘배낭 메고 세상 속으로’, 또 틈틈이 써 모았던 수필들을 모아 ‘살며 생각하며’라는 책자로 엮어 발행했는데 비매품(非賣品), 자비로 출판하여 친구와 친지들에게 선물했었다.
그 이후에도 여러 나라들을 여행하고 다녀온 후 써 모은 여행기가 책 서너 권 분량은 되는데 출판은 하지 않고 프린트하여 친구들에게 나누어주고는 한다. 최완희 교장은 이 나의 여행기를 읽고 저런 작품을 만들다니... 나는 그저 감격에 겨워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이제 최교장과 나는 70대 중반을 넘어서는데 내가 하던 배낭여행은 계속할 수 없지만 최교장의 한학(漢學)과 서예(書藝), 서각(書刻)은 하루도 쉬지 않고 정진하고 있으니 나날이 빛을 더해갈 것이다.
나는 나아갈 곳이 보이지 않으니 한탄스럽고 앞날이 창창한 최교장의 앞날이 한없이 부럽다.
錄·書刻/ 茅月 崔宛熙(록·서각 모월 최완희)
으음....
말 나온 김에.... 나도 인천향교에서 설렁설렁이지만 논어(論語)까지 읽었다.
혹시나 하며 한문강사 시험을 보았는데 1급 강사 자격증도 땄다.
그것으로.... 명심보감반, 한자 4급반 강의 등으로 제법 용돈도 벌었는데 코로나 땜시 사라져 버렸다.
후배 교장이 올 4월(2023년)부터 강의해 달라고 예산도 세워놓았다고 요청이 들어왔다. 룰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