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 임승수 -
1. 삶을 바꾼 책 쓰기
요즘 글쓰기에 한창 관심을 두고 공부 중이라 도서관에서 관련 도서들을 훑어보다 골라낸 책이다. 임승수 작가는 서울대 전기공학부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5년 가까이 벤처 기업을 다니다, 그동안 공대인으로서의 모든 스펙을 버렸다. 인문사회 분야 저자로 삶의 진로를 바꿨기 때문이다. 작가는 A4용지 한 장 채우기도 버거운 글치 공학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2006년 이후 15권 이상의 책을 출간하면서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에서 흥미롭게 호기심을 자극한 것은 작가의 변화된 삶의 과정 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책을 펴내고 작가로 활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었다. 글쓰고 싶은 사람들이 글을 써서 책을 내고 그 책이 유명해지는 과정이 뭐 그리 흥미롭고 별 다를게 있을 까 싶지만 나에게 있어 책을 쓴다는 것이 왜 삶이 되는 건지 환기시킬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관점이나 시각이 너무 편중되어 있고, 편향되어 있다는 것을 스스로 환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보통은 그냥 산다. 오늘 하루도 내가 짠 판에 나를 넣어 돌리고 밤이 되면 탈탈 털려 나온다. 그러고 열심히 살았노라 자위하며 잠이 든다. 책을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변하지 않는 사람, 아무리 열심히 써대도 생각이 변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건 아주 쉬운 일이다. 남들이 보지 않는 눈을 갖고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은 어쩌면 올바른 소통의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작가는 우리에게 소통의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는 듯하다.
2.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책, 어떻게 쓸것인가
임승수 작가는 임종을 앞둔 환자를 돌보며 그들이 가장 후회하는 다섯 가지를 정리해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의 저자가 된 호주의 브로니 웨어의 사례를 들면서 이런 말을 한다. “글은 ‘살아지는’ 삶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삶에서 나온다는 것을 명심하라.” 또한 『백마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의 저자 박신영의 책을 소개하며 삐딱하게 날카롭게 역사를 다르게 보는 눈을 가진 작가의 새로운 시각에 감동했다고 전한다. 박신영 작가는 아이들이 읽는 동화책의 역사적 배경을 조목조목 설명하며 일반적인 시각이 큰 문제가 있음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나 역시 당시 한쪽의 시각으로 쓰여진 동화들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읽혀지면 안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기에 작가의 실험정신과 집요함에 박수를 보냈다. 마지막으로 유클리드 기하학의 아름다움에 빠진 한 수학도의 이야기는 정말 놀라웠다고 표현하고 싶다. 그는 어느 날 집안의 내력을 조사하던 중 한국사에 관한 책을 들추게 되면서 자신이 기존에 학교에서 배웠던 고조선의 역사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 후로 역사의 문외한이었던 수학도는 고조선 역사의 검증에 나섰고, 맹목적인 민족주의자들과 매국적인 식민사학자들의 싸움이 여전한 학계를 냉철히 감시하고 판가름하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책이 김상태의 『엉터리 사학자 가짜 고대사』이다. 김상태 씨는 자신이 역사 전공자가 아니라 대중의 입장에서 기존 전문가들과 그 어떤 이해관계나 친분관계가 없었기에 이런 책을 쓸 수 있었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 밖에 많은 작가들의 사례가 소개되어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3. 소통한다는 것에 대하여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는 결국 ‘사람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가’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막연하게나마 소통이 중요하고 소통을 잘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것이다. 다만 그 방식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 봤는가에 달려있다. 이 책에서 소통에 대해 가장 마음에 남는 구절이 있다.
“수십만 시간을 살아온 독자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고작 나 따위가 쓴, 며칠 걸려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상대방의 수십만 시간 인생을 뒤흔들 것 이라는 오만은 버려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독자가 내 책을 읽는 며칠이 그의 인생에서 그래도 조금은 기억에 남는 며칠이 되기를 바라며 쓰는 것이다. 독자들은 신변잡기 에세이에 지갑을 열지 않는다. 책이란 결국 남이 보라고 쓰는 것이다.”
소통은 결국 나 혼자만의 일방통행이 아니라 상대방을 경청하게 만들어야 하나 보다. 살다 보면 내 말을 안 들어 준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미워하고 일방적으로 매도한 적이 있지 않나. 책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감정이 올라올 때가 있다. 요즘 책 1000권 읽고 인생이 바뀌었다는 유튜버나 블로거들을 종종 보게 된다. 그들의 메시지를 보면 책 1000권이 나를 새롭게 태어나게 해서 책으로 돈도 벌고 책으로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담겨있다. 하지만 난 왜 아무리 책을 읽어도 인생의 아무런 변화도 없고 돈도 벌리지 않는 건가. 사람과 소통을 할 때도 책을 읽을 때도 ‘나는 어쩌면 일방통행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니 조금씩 답이 보인다. 삶이 책이 되기 위해서는 책이 나올만한 삶을 살아야 하고, 살아내야 한단다. 그리고 남들과 다른 나만의 관점이 있어야 세상을 따뜻하게 올바르게 볼 수 있다고 작가는 끊임없이 던진다. 나는 어떻게 보고 생각할 것이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첫댓글 좋은 글을 올려 주셨네요. 감사..... 글이 점점 멋있어 지는 것을 보니 책 내도 되겠어요...
공감이 되면서도 공감이 안되는? 아직은 먼나라 딴 이야기인듯한 느낌! 무조건 읽기만하는 일방통행에서 잠깐 쉬었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