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3월 20일 구미남교회에 부임을 했다. 그 다음날 새벽기도회를 인도하기 위해서 교회의 지하실에 내려가니 10명 안팍의 숫자가 참석을 했다. 한 주 한 주 지나면서 바닥에 물이 차오르듯이 새벽기도회에 나오는 교인들이 많아지기 시작해서 100여 명이 되었을 때에 본당으로 올라 왔다.
그 때에 새벽기도회에 적은 인원이 참석할 때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기도하시는 권사님이 계셨다. 그 분은 교인들이 거의 돌아간 후에는 내가 앉아 있는 강대상 바로 가까이에 와서 소리 내어서 기도 하셨는데 마치 내가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로 기도하셨다. 매일처럼 똑 같은 내용이었다. 아주 간절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뜬구름 잡는 기도내용이었다. 소개하면 이러하다. 하나님 우리 교회 뒤쪽에 술집이 줄을 서 있는데 보기에 너무 안 좋습니다. 술집 주인이 예수를 믿든지 술집이 아예 다 망하게 해 주시옵소서(시장통 가까이에 있는 술집이 다 망하게 해 달라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듯) 두 번째 기도는 우리교회당이 시대에 뒤떨어져서 젊은이들이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나님 우리교회도 현대식으로 깨끗하게 건축하게 해 주시옵서(나는 지난 교회에서 건축을 하고 IMF가 터져서 은행이자가 21%까지 치솟는 끔찍한 경험을 했기에 다시는 건축하고 싶지 않았음) 세 번째 기도제목은 하나님 우리교회에 좋은 젊은 목사님을 보내 주시어서 감격스럽습니다. 우리 목사님에게 은혜와 능력을 주시어서 목사님들을 가르칠 수 있는 목사님이 되게 해 주시옵소서(권사님 멋지기는 하지만 참 웃기십니다. 저는 시골교회의 목사였다가 이제 갓 도시교회로 나온 햇병아리 40세인데 제가 무슨 목사를 가르치는 목사가 된다고 그러십니까?)
10년이 지나도록 한결같이 매일 같은 기도를 드렸던 권사님은 천국으로 옮겨 가셨고 나는 목회일로 바빠서 그 기도를 잊어 버렸다. 그런데 어느 날 소스라치게 놀랐다. 교회 뒤에 홍등가 비슷하게 줄지어 서 있던 그 술집들이 하나도 없이 다 없어져 버렸다. 두 번째 기도제목인 교회당 건축은 안하리라고 다짐했던 내가 앞장서서 장로님들을 설득하고 교인들에게 헌신을 요구해서 크고 아름답게 건축을 했다. 그것도 입당하고 3년 만에 빚을 다 갚는 기적이 일어났다. 세 번째 기도 제목 역시 꿈 같은 현실이다. 가정교회를 접한지 3년이 지나서 부터인가 목회자를 위한 가정교회 세미나를 인도하고 있으며 국제가정교회 사역원 이사가 되어서 본의 아니게 강의를 여러 차례 해 오고 있다.
다음 주간 화요일부터 주일까지(9월 27일부터 10월 2일) 제261차 가정교회 세미나를 개최한다. 아침 8시50분 부터 밤 9시까지 일주일간 꼬박 강의를 한다. 인간적으로는 피곤한 일이며, 내게 돌아오는 유익은 아무것도 없다. 교회와 우리 성도들도 이 일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섬기고 또 섬긴다. 성경적인 교회 회복을 위해서 우리교회를 열어서 있는 그대로를 다 보여 준다. 해마다 주최하는 세미나에서 강의를 하면서 그 때 그 권사님의 애절한 기도가 귀에 쟁쟁하게 들려오는 듯 하다. 눈물로 부르짖던 기도가 소름 돋는듯 하다. 순전한 마음으로 새벽마다 기도하던 그 기도가 이루어졌다. 이런게 깜놀이지....♡ ㆍ 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