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날짜 10.06.09
오늘 이동거리 94.8km
총 이동거리 565km
히메지 - 아이오이 - 사이다이지
새벽 늦게까지 달리길 정말 잘한 것 같다.
다리만 건너면 히메지인데, 코 앞이 히메지라서 마음이 한결 가볍다.
하지만 새벽 늦게 잠을 자서 인지 오전 늦게서야 일어날 수가 있었다.
히메지성을 보러 가기 위해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물어 출발한다.
히메지는 조그만한 도시에 볼거리와 편의시설이 오모조목 모여있는 것 같다.
도로에 이정표도 생각보다 잘되어 있어 길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여행 초기 오사카에서는 길 찾기가 정말 힘이 들었는데,
히메지성은 시내 한복판 확 트인 곳에 있어 사람들에게 길을 묻지 않아도 찾을 수 있었을 것 같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51B7B1E4C28111347)
이상한 물고기조각 뒤로 히메지성이 어렴풋하게 보인다.
일본의 성은 주변에 공원을 끼고 있는 것 같은데,
히메지성의 공원은 규모도 꽤 큰 듯 싶었다.
또한 성 주변을 흐르는 해자는 오사카성보다 훨씬 이쁜 것 같다.
히메지성 공원을 지나 히메지성 매표소 앞까지 왔다.
바로 들어가려다가 점심을 먹고 들어가려고 매표소 앞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도시락을 먹으려고 했으나, 갑작스레 벤치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린다.
조금 이따 먹기로 하고 도시락을 다시 가방에 집어 넣었다.
벤치에 앉아 지도를 보고 있는데, 방금 단체로 몰려오신 할머니들께서 말을 건내오신다.
역시 한국에서 온 자전거여행자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놀래신다.
지금까지 만난 일본인들은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다면 "스고이"를 외친다.
이런저런 얘기를 했지만 역시 가방끈이 짧은게 원수다.
하지만, 핵심단어 몇개면 충분히 알아듣고 얘기 할 수 있다.
할머니들이 먹으라고 사탕을 주셨는데, 성의는 정말 감사하다.
근데 우리네 쑥캔디와 비슷한 사탕인 것 같다.
맛이 정말 별로다, 하지만 할머니들이 계시기때문에 쓴웃음을 지으며 맛있게 먹었다ㅠㅠ
할머니들이 가시고 한분의 할아버지가 또 말을 건내오신다.
역시 이분도 다른 일본인과 마찬가지의 반응을 보이신다.
벤치에 앉아 뭔가를 열심히 만드신다.
자세히 보니 종이접기를 하고 계셨는데 그 실력이 장난이 아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943391C4C2811AF8C)
모자와 쌍학을 접어주셨는데, 난 일본의 "종이접기 국가대표선수" 인 줄 알았다.
물론 그런 종목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답례로 뭔가를 드릴려고 가방을 뒤졌는데 카레밖에 없다.
그래서 아까 할머니들이 주신 쑥맛?사탕을 드렸다.
매표소에서 티켓을 끊어서 히메지성으로 들어갔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006FE1B4C28140B43)
![](https://t1.daumcdn.net/cfile/cafe/1206FE1B4C28140C44)
성벽에 있는 돌 하나하나가 운치가 있어보인다.
돌계단을 걷고 있으니 영화"바람의파이터"에서 최배달과 고수가 싸우던 히메지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오사카성이 남자같은 웅장한 멋이라면, 히메지성은 다소곳한 여자의 멋이라고 할까?
![](https://t1.daumcdn.net/cfile/cafe/111C7A1E4C2815143C)
![](https://t1.daumcdn.net/cfile/cafe/121C7A1E4C2815143D)
흰 성벽이 히메지성의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것 같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41C7A1E4C2815153E)
당시 한창 보수공사중이어서 성주변으로 공사장비가 있었던게 못내 아쉽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95B490B4C2816269C)
히메지성 역시 인증샷이 필요하다.
히메지성엔 일본인들보단 서양외국인들이 더 많았다.
스페인 쪽에서 단체로 관광을 온 듯한 외국인들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15B490B4C2816279D)
자전거도 인증샷!
아, 역시 히메지성 주변으로 보이는 타워크레인이 눈에 거슬린다.
성을 빠져나와 아까 그 공원으로 가서 도시락을 먹었다.
날씨는 좋은데, 햇볕이 너무 뜨겁다.
내일은 우노에서 시코쿠로 넘어갈 예정이다.
그래서 오늘은 사이다이지까지 가야만 한다.
아이오이를 거쳐 사이다이지까지는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다.
아이오이까지는 순탄하게 왔는데, 사이다이지가 말썽이다.
이정표가 갑자기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다.
편의점에 잠깐 들러 지나가는 아저씨를 붙잡고 길을 물었다.
길을 알려주시는데 아저씨가 왠지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날보고 따라오란다.
그러더니 자신이 일하는 중장비업체 사무실로 날 데려간다.
사무실에서 지도책을 찾으시더니 복사기에 복사를 한다.
복사 뿐만이 아니라 꼼꼼하게 형광펜으로 주요 위치와 어디로 가야할지를 지도에 체크를 해주신다.
역시 일본인들의 친절은 정말 최고다.
아저씨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사이다이지로 향한다.
아저씨의 덕분에 무사히 사이다이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내일 우노로 가는 길을 미리 확인 해두려고 길을 찾고 있는데,
조그만한 트럭 한대가 내 앞에 멈춰선다.
차 안에서 한 대머리 형님이 나오신다.
"뭐야 저 아저씨는" 별 신경 안쓰고 있는데,
갑자기 흥얼흥얼 거리면서 내게 인사를 하는데 오바가 장난이 아니다.
말 한마디에 몸짓이 2~3번이다.
한국인이라고 소개를 했는데 영어로 말을 한다.
근데 아무리 들어봐도 제대로 된 영어가 아닌 콩글리쉬다.
영어를 노래 부르듯이 흥얼거리며 말을 한다.
저거 혹시 나와 대화를 하는게 아니고 "팝송"을 부르는 건가?ㅋㅋ
무슨 말을 콧바람을 넣어가며 완전 신나서 말을 한다.
시코쿠 가려고 우노로 가는 길을 물어봤는데, 자기가 우노 출신이라고 우노자랑만 한다.
그러더니 시코쿠 자랑도 하더니 자신은 서퍼라고 또 자랑을 한다.
무슨 말인지는 알아듣겟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다.
한참을 시코쿠 자랑을 하더니 이제는 노래를 부르면서 춤까지 춘다.
난 도로에서 난생 처음보는 사람이 춤추는 모습을 옆에서 어찌할바 모르고 뻘쭘하게 지켜봤다.
갑자기 춤을 멈추더니 내게 파이프담배를 건낸다.
선물로 주는 거면 받을려고 했는데, 한번 펴보란다.
왠지 이 형님이 오바하고 기분이 업된 모습이 보통 담배가 아닐거 같은 느낌이 들어 거절했다.
가까스로 대화를 종료하고 헤어지려고 하는데, 헤어지면서 인사를 하는데 갖은 오바를,,,
다시 다른 사람에게 길을 물었는데, 할머니, 할아버지가 자신의 가게로 들어오라고 한다.
가게 안에서 지도를 펼쳐놓고 길을 설명해주시는데,
생각보다 길이 좀 헷갈린다.
내가 길도 헷갈려하고 일본어를 잘 못하는걸 아시고 할머니가 자전거로 각각 포인트가 되는 곳까지 안내를 해주신단다.
자전거를 꺼내오시는데 헉, GT다.
할머니의 자전거는 완전 좋은 GT, 내껀 싸구려 블랙캣인데ㅠㅠ
우노로 가는 포인트까지는 거리가 꽤 걸린다.
근데 할머니는 귀찮은 내색도 안하며 그 곳까지 날 데려다줬다.
정말 일본인들은 친절이 몸에 베인 민족인 것 같다.
가식으로 어떻게 저렇게까지 할수 있단말인가?
할머니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오면서 봐둔 공원에서 야영을 하기로 했다.
무슨 관공서 비슷한 건물이 있고 주변으로 공원이 있는데,
화장실도 있고 바로 옆엔 음수대까지 있는 수도도 있다.
더군다나 지붕이 있는 쉼터도 있다.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카메라 충전도 하고 빨래도 할 수 있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03BD60E4C281C4501)
내일은 드디어 혼슈를 벗어나 시코쿠에 갈 수가 있다.
첫댓글 커리헤어님 글, 계속 읽고 있습니다^^ 역시 여행은 좋은 사람과의 만남이 큰 즐거움이 되는 것 같네요ㅋ 남은 여행기간 동안 친절한 분 많이 만나셨음 좋겠어요ㅋ
계속잘보고있어요^^첨으로 댓글답니다^^ 계속기다렸어요!!!재미있는 여행기 계속 부탁드려요!!!
공사중이라도 입성은 가능한가보군요.??ㅎ
외벽 보수공사중인듯, 입장은 가능합니다.
잘보고 있어요, 다음 편도 기대할께요^^
저는 히메지 공사중이라는 말에 못가봤는데.. 아쉽네요.^^ 근데 너무 재밌어요. 매일 기다리고 있어요.^^
일본인의 친절은 가식도 있겠지만 그냥 보통 사람들은 가식이 아니랍니다 ^^;; 한국분들이 일본 사람들의 친절=가식 이라고 많이 생각 하시는데 그렇지 않아요. 저도 처음 일본 와서 살면서 일본은 가식의 친절 아니야? 하고 참 혼란스러웠는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자전거 여행 참 좋아보이네요. 힘내시구요
여행기 너무너무 재미있어요~~ 완전 기대하면 다음 편 기다리고 있답니다!
화이팅해주세요~ㅋㅋ
여행다녀오신 분들이 히메지에 가면 볼게 없다는 글을 몇개 읽은게 있어서 기대 없이갔었는데, 일본에 있는 성 중에 가장 예쁜 성인거 같아요. 보자마자 탄식이 절로 나왔으니까요. 비 자주 오니 조심해서 여행다니세요!
며칠째 다음 후기를 기다리며 카페를 들락날락 거리고 있어요.ㅠㅠ
다음 후기들은 다른 지역으로 넘어갔어요. 오사카에 이어 기타지역, 그리고 규슈 후기란에 작성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