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出山 등산
조 흥 제
월출산은 호남의 금강산으로 널리 알려진 산이어서 진작부터 가 보려고 했으나 제대로 되지 않다가 이번에 여름휴가를 맞아 어렵게 실행하였다.
1985년7월13~14일 이틀간 전라남도 영암에 있는 월출산을 집 사람과 중학교 1학년인 아들과 함께 갔다. 13일 오후 2시40분 광주행 통일호 열차에 오르다. 차내는 냉방이 되어 시원하다. 논산을 지나자 끝간데를 모를 광활한 평야의 연속이다. 이리 김제에 들어서자 구릉도 보이지 않는 철저한 호남평야의 중심이다. 200리 이상 계속된 평야는 감탄을 금치 못한다. 7시45분 광중역에서 내렸다. 처음 와 보는 전라도의 서울 광주다. 인구 100만의 인천과 맞먹는 대도시다. 원래는 역에서 택시 타고 종합터미널에 가서 영암에서 택시로 구림으로 가려고 했으나 광주에서 직접 구림으로 가는 택시를 탔다. 구림에서 더 들어간 도갑사 민박촌에 여장을 풀었다. 9시30분 잠자리에 들어 5시 기상. 밖으로 나가 보니 10여 채의 상점가인 이곳은 깊은 흑암 속에 드리웠고, 안개가 덮어 지척이 안 보인다. 뻐꾹뻐꾹, 딱따따악, 구르르르…, 새들의 각가지 우는 소리가 산촌의 적막을 깨뜨릴 뿐이다.
5시40분 출발. 매표소를 지나 도갑사(道甲寺)에 도착, 길이 없어 살펴보니 우측으로 길이 있어 가다 보니 하산하는 길이라 다시 절에 와서 물으니 절 뒤로 가란다. 갈림길에 이정표라도 마련해 놓았으면 좋으련만. 거북 등 위에 거대한 비석이 있고 그 위에 용이 새겨져 있는 비석이 있다. 일본에 유교를 전한 왕인박사를 기리기 위한 비석이다.
장마철이라 잔뜩 흐려 불안한 산행을 하니 걱정이 안될 리가 없다. 계곡에서 라면을 끓여 먹다. 천황봉 6.5㎞란 팻말이 보인다. 능선을 오르는 길에 도착하니 경사가 심하다. 서울 근교에 있는 산과 같이 등산로가 넓지 않아 잡목과 풀이 앞을 가려 이슬과 거미줄이 막아 옷은 펑 젖었다. 능성 정상에 오르니 밑에서 올라오는 개스가 무섭게 엄습해 온다. 지도를 보니 향로봉, 구정봉, 천황봉등이 있는데 이 근방이 향로봉 쯤 되리라. 운무가 앞을 가려 보이지 않으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가스가 걷히지 않으면 헛일이 되기 때문이다. 봉우리가 여러 개고 개스에 가려 분간을 할 수 없어 어느 봉이 향로봉인지 몰라 높은 봉우리를 향로봉으로 치고 지도상에 있는 구정봉이 가까워 이 봉우리가 구정봉인가 하고 가 보면 또 봉이 있어 어느 것이 구정봉인지 잘 모르겠다. 어느 순간 눈 앞에 펼져진 절경, 사람이 만들어 놓은 듯한 조각품의 전시장 같은 암봉군이 나타났다. 바위 앞에 꿇어앉은 인형, 바위 앞에 선 사람, 반듯반듯하게 조각된 조각물, 찬탄을 금치 못하겠다. 카메라에 담으려고 하니 일부만 나와 찍을 수가 없었다. 여기서부터 서서히 안개가 걷히고 모습을 드러내는 암봉군. 길을 넘는 잡목이 앞을 가려 옷은 온통 물에 젖어 행진을 계속하다 보니 구정봉이란 푯말이 보인다. TV에 소개된 바로는 월출산의 정수(精髓)는 이곳이라고 되어 있으나 막상 와 보니 구정봉은 높지가 않았다. 봉우리에 오르려고 하니 개가 짖으면서 나온다. 출입금지 지역이다. 앞에 멀리 보이는 백운을 머리에 인 봉우리, 천황봉이다. 햇빛에 반사되는 흰 구름 속에 쌓인 거봉은 신기롭고 장엄하고 인간의 접근을 거부하는 선계(仙界)인 것 같다. 구정봉을 내려 와 능선을 따라 가다. 쉬면서 구정봉을 바라보니 수십미터의 석벽이고 그 옆에 사람이 쌓은 듯한 층층의 봉우리가 여럿 있다. 좌측 능선은 칼날 같은 능선의 연속이다. 산 전체가 인조로 만들어 놓은 바위 덩어리같은 철저한 석산이다. 여기서부터 천황봉을 오르다. 북한산 보현봉 비슷한 모양이다. 서울의 산들은 봉우리 옆으로 길이 있지만 이곳은 정상 오르는 길 이외엔 없다. 집 사람은 지쳐 못 가고 다들은 벌써 안 뵈는지 오래고. 간식을 먹고 쉬어 봉우리에 오르니 애는 50분을 기다렸단다. 여기가 809m의 월출산 정상 천황봉이다. 그리 높지 않으나 봉이 우뚝 솟아 있어 높아 보인다. 정상에 소머리와 소 족(足), 소 반 마리는 됨직한 분량이 있다. 굿을 한 흔적이리라. 아무리 해도 이건 너무했다. 자연경관을 해치는 이러한 행동은 없어져야겠다. 냄새가 코를 찌르고 파리 떼가 들끓는다. 여기서 우리가 온 능선을 바라보니 구정봉은 흡사 여러 가지 바위를 쌓아 놓은 것 같다.
천황사 쪽으로 하산. 계곡이 시작되는 곳에 높이 30m는 됨직한 폭포가 있다. 바람폭포, 수량이 많지는 않으나 휘어서 떨어지는 폭포가 멋있다.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데 길이 있다 끊어졌다 한다. 험한 계곡을 내려오다 보니 3m는 됨직한 직벽이 가로 막는다. 보조자일을 사용할까 하다가 그만두고 나와 애는 그냥 내려오고 집 사람은 돌아서 내려왔다. 비로소 큰 길을 찾다. 구름다리로 가는 길을 피하기 위해 계곡을 택한 것이 실수였다. 매점에서 시원한 사이다 한 잔 쭉~ 폐부가 짜릿한 시원함.
3시경, 영암 나오는 시내버스 타고 나와 광주행 직행버스에 오르다. 멀어져 가는 기암괴석, 층암절벽, 기치창검을 세워 놓은 듯한 암석의 열병식을 보면서 멀어져 가는 월출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광주에서 택시로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그 유명한 전주비빔밥으로 저녁 먹고 서울행 고속버스를 타고 9시30분 서울에 무사히 도착했다.